작성일 : 18-11-30 23:28
[응모]_경계를 넘다_로맨스_우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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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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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우정이 골고루 스며든 남녀의 일상을 특유의 분위기로 잘 묘사한 작품, <경계를 넘다>.
*남주 : 권정, 모델 출신 배우, 29세.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언제 어디서나 공하진이란 이름 석 자에 제 전부를 걸 수 있을 정도로 맹목적인 사랑을 하는 남자. 하진을 처음 만난 그 날 이후로 생겨나 한 번도 방향을 바꾼 적이 없는 제 사랑을 친구라는 틀 속에 가두고 내내 일정거리를 유지해 온 이유는 단 하나. 오래된 제 불신이 유일한 사랑을 집어삼킨다면 삶을 유지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십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변하지 않고 짙어지기만 하는 마음을 이제 더는 감출 수가 없습니다.
*여주 : 공하진, 작곡가, 29세.
고교 시절부터 음악 하나에만 몰두했고 집에 피아노가 없어진 이후로는 매일 같이 학교 음악실에서 타인이 보기엔 어설플지 몰라도 나름 열심히 만든 곡을 연주하고 코드를 잡으며 차분히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준비를 했을 정도로 곡을 쓰는 과정을 즐기고 좋아하는 인물. 홀로 연주하며 감성을 채워넣던 음악에 관객이 생긴 이후 하진은 제가 만드는 음악이 누군가를 위로하고 다독여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인지, 유일한 청중인 정과 둘만의 시간을 공유하며 그를 향한 마음을 키웁니다.
*인상 깊은 구절
① “다가오지 마. 너를 잃고 싶지 않아. 겁에 질린 그의 이성이 소리친다. 아니, 더 가까이 와 줘. 나를 보듬고, 절대 놓지 말아 줘. 네 전부가 되게 해 줘. 다른 그 어떤 것도 보지 말고, 나만. 나 하나로만 네 전부를 채워 줘.” -본문 중에서
② “단 한 순간도 그 사람이 내 미래가 아니었던 적은 없어.” -정
③ “그 애의 추억 속에, 제가 없는 순간은 없어요. 애정이 아니더라도 정이가 저를 놓을 수 없는 이유죠. 세월의 힘이고요.” -하진
* 감상 *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위로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나 건넬 수 있는 무의미한 인사가 아닌 진심으로 상대의 마음에 공감하고 저마다 느끼는 감정의 편차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차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일. 콕 집어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부유하던 남주에게 여주가 전한 것은 틀에 박힌 말이 아닌 슬픔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이별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에 대한 공감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아무도 나와 내 마음이 어떤지 생각해주지 않던 시기에 지금 떠오르는 생각과 보이는 그대로를 따라가도 좋다며 쿨하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크게만 보였던 현실의 무게가 작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남주에게 있어 여주의 존재는 내면의 혼란이 정점을 찍던 시기에 나타나 주변의 현실보다 감정을 먼저 읽어주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준 유일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지 자신조차도 알 수 없었던 우울의 늪에서 구해준 사람이라 친구 이상의 감정이 싹트는 게 무리가 아니라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방송 언어에 속하는 드라마나 예능 속 대사는 입에 착착 달라붙는 느낌이 있지만 소설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은데 간결함이 주는 강한 이미지를 적절하게 살려 인물의 대사로 만드니 로맨스만의 농밀한 분위기와 애틋한 감정이 증폭되는 느낌이 들어서 신선했어요. 일상 언어와 묘하게 다른 부분이 많아 자칫하면 오그라들 수 있는 문구가 인물의 감정을 폭발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 좋은 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과하지 않은 선에서 다양한 형태의 대사를 구현하는 것도 매력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등장인물이 툭툭 던지는 개그형 농담도 친근했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일상과 우정, 사랑이라는 세 가지 테마를 과하지 않게 조절한 묘사가 돋보였습니다. 메인 커플이 아니더라도 기본 키워드가 이미 정해진 상황에서 주요 캐릭터를 중심으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변하는 과정,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상대와의 교감을 풀어가는 방식이 궁금했는데 특별히 모난 부분도 없고 깔끔한 정리 덕분에 순정의 진위 여부를 두고 남주 캐릭터에 남았던 의심을 없애는 동시에 억지로 이어 붙인 듯한 과장이 없는 점도 좋았습니다.
작중 인물이 보나 지면 밖에서 보나 언제 어디서건 친구의 탈을 쓰고 있었을 뿐이지 실제로는 서로의 곁을 타인에게 진정으로 내 준 적이 없었던 주인공의 단단한 결속력이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만들었고 마음만 있다면 언제든 어그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이성인 친구 사이의 관계를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 시켜준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암묵적으로 너만은 예외라는 룰을 정하고 끊임없이 상대의 곁을 맴돌았던 각자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같은 방향이라는 공동의 목적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테니까요.
여주가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면 글의 다크함을 주도하는 키를 쥐고 있는 실질적인 인물은 남주이다 보니 내면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의 속내가 얼마나 깔끔하게 묘사되느냐에 따라 작품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는 글인데 이 요구를 정확하게 짚어내 중심 키워드에서 고질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답답함을 해소하고 관계의 변화에 따라 앞으로의 미래를 설계하는 연인으로서의 두 사람도 잘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도 할 수 있지만 아니라고도 볼 수 있는 애매한 경계를 섬세하게 조율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었어요.
시원시원하고 거칠 게 없을 만큼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인식하고 알아가면서 이뤄낸 건 마음의 안정만이 아닌 세상을 둥글게 볼 수 있는 안목과 수시로 찾아오는 두려움으로부터 자신과 상대를 지킬 수 있는 단단한 내면의 성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잔잔한 분위기에 갈등도 별로 없는 작품이지만 특유의 분위기로 시선을 끌어당기면서도 적당한 선에서 등장인물이 각자 혹은 함께하며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시간과 감정의 흐름에 따라 차분하게 엮은 글이라 따뜻하면서도 꽉 찬 충족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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