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9-13 01:38
슬픈 잔혹동화, <겨울의 달은 노래하고>, 재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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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서 읽게 된 작품입니다. 한밤중 감상을 작성하다보니 유달리 감성적 글이 나온고로, 이 글은 개인적 감상에 불과하다는 점 유의하시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겨울의 달은 노래하고>는 겨울잠을 자는 '여름 사람'과 여름잠을 자는 '겨울 사람'으로 나뉜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겨울이 찾아와 잠들었던 겨울 사람들이 깨어나기 시작했지만 여름 사람은 어느 누구도 잠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로부터 시작된 겨울 사람과 여름 사람의 공존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평화로웠던 마을에 외부 사람들이 찾아오며 여름사람과 겨울사람 사이의 갈등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 소개의 마지막은 여름 소년 '하루'가 겨울 소녀 '아모핀'을 만나게 됨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곧 펼쳐지는 잔혹한 풍경의 한가운데에 여름소년 '하루'가 서 있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잔혹한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약간의 동화적 분위기를 풍깁니다.
하루의 1인칭 시점이다보니 개인적으론 이 작품에서 일기를 쓰듯 쓰인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일기처럼 문장이 짧고 단순해서 읽기 편한데도 특유의 분위기를 갖추고 있습니다. 동적이기보다 정적이고, 온화하기보다 냉합니다. 작품의 설정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시린 겨울이 배경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 분위기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 분위기를 굳이 설명하자면 동화같은 환상성, 약간 과장한다면 비현실적 배경으로부터 몽환까지 느낄 수 있는 분위기라고나 할까요. 갈등이 시작되기 전, 아이들의 이야기가 순진·순수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명랑 유쾌하진 않은 이유입니다. 판타지에 어울리는 분위기이기도 하고요. '동화인데 뭐' 혹은 '판타지인데 뭐' 하고 개연성이나 현실성 따위를 따지지 않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분위기가 이야기 속 잔혹한 갈등의 자극을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냉동고에 들어갔을 때 감각이 마비되는 것처럼요. 하얗고 투명한 겨울에 흩뿌려지는 붉은 이미지는 선명한데 그 파괴적인 이미지가 주는 충격은 격정적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어린 소년의 시점에서, 이 상황이 명확히 이해되지(받아들여지지) 못한 까닭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이 소설 속 잔혹한 풍경은 슬픔을 느끼게 합니다. 서로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 불이해와 오해에서 비롯된 갈등, 그 가운데 죄 없는 어린 소년소녀의 모습이 저는 슬펐습니다. 한 편의 판타지 동화라는 말이 훌륭히 어울리는 글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앞에 슬픈, 잔혹한, 건조한, 정적인 등의 다양한 수식어를 붙이고 싶은 글이기도 하고요.
다만 개인적 감상으로 차가운 이미지를 강조해온지라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우려되어, 이 소설은 지루하지 않은 글이라는 걸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이 작품은 문장도 읽기 편하며 전개속도도 답답하지 않거든요. 작가님이 스스로 소개해놓으신 '판타지/성장/모험/여행' 장르에 잘 어울리는 글입니다.
현재까지 <겨울의 달은 노래하고>는 5만자 정도의 분량이 연재되어 있으며 주 1~2회 연재로 고지되어 있습니다. 느린 연재가 잘 어울리는 글이라 참을만하긴 한데, 개인적으론 앞으로 글이 더 전개되게 되면 여름이 오는 건지, 아니면 계속해서 겨울만 이어지는 건지가 궁금하네요. 또한 아직 소년소녀에 불과한 하루와 아모핀의 성장이 기대됩니다. 다른 분들은 이 작품을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해하며 감상글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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