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체셔냐옹 >ㅅ< 입니다. 오랜만에 돌아왔네요. 그동안 원고다 공모전 준비다 뭐다 바빴습니다. 몸도 좀 나빠졌고요. 지금 창밖으로 눈이 무진장 쏟아지네요.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자칫하면 훅 갑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돌아와서 오늘 소개할 이 책은 바로 마르크 블로크 선생님의 <봉건사회>. 퀄리티는 Over 체셔냐옹 퀄리티 >ㅅ< 입니다! 움베르트 에코와 마찬가지로 중세 유럽사를 공부한다면 절대 피해갈 수 없는 분이십니다.
이분이 만약 살아계셨다면 움베르트 에코와 중세 이야기로 어마어마한 역사학적 논담을 나누셨을 수도 있으셨을 텐데 안타깝게도 2차 대전 도중 나치에 저항하기 위해 레지스탕스로 활약하시던 중 게슈타포에게 체포되어 처형당하고 마셨습니다. 당시 연세가 53세셨지요. 놀라운 분이셨습니다.
아무튼 각설하고, 봉건사회. 이 책은 솔직히 '소설의 자료'로서 소개해도 좋을지 고민이 조금 있었습니다. 왜냐면 책이 어려워요! 번역의 문제인지 블로크 선생님 원래 문체가 그런 건지 어마어마한 만년체입니다. 한 문장을 읽더라도 엄청나게 곱씹어야 합니다. 게다가 내용은 또 장난 아니게 방대합니다. 상하권 합쳐서 1,300페이지에 달합니다.
하지만 분명하게 자료로서 가치는 무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움베르트 에코의 중세도 그렇지만 이 책 두 권만 파내면 우리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중세의 사회적 배경은 다 얻어낼 수 있습니다. 중세 유럽이 성립하게 된 배경(외부의 침략과 로마 멸망이라는 내부적 환경)부터 시작해서 물질적 조건, 경제적 기조, 사람들의 자연과 시간적 지속에 대한 태도,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 종교, 교양과 사회 계급, 역사의 서술 방식, 문화, 관습, 성문법의 반포와 그 형태.
지금 목차만 설명하고 있는데 저렇게 길어지고 있네요. 아무튼 이 모든 게 소설 속 "세계"를 작성하는데 정말 필수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들입니다. 이 책의 가치가 무한대인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이 책을 완주한다면 그냥 '중세풍 유럽 배경 판타지'를 쓰는 것에서 끝나지가 않아요. 무한하게 뻗어나갈 수 있는 토대가 되는 책입니다. 사회 성립의 구조와 그 역학적 관계를 이해하게 되니까요. 단순히 중세 유럽을 알고 그를 베끼는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전혀 새로운 사회를 작가의 손으로 창조할 수 있어요. 마치 톨킨처럼, 마치 마틴처럼. 자신만의 세계를 생성하고 구축하고 다지는데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를 포함한 책이란 겁니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가, 왜 그렇게 되었는가. 둘을 이해한 사람에게 시대적 배경은 더 이상 제한이 아닙니다. 무한한 상상력을 방대한 세계로 펼쳐낼 수 있는 하나의 조건이 될뿐이지요.
중세풍 유럽 배경 판타지를 만드는 일 자체에도 어마어마한 도움이 된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가신제와 봉토, 은대지제가 어떻게 유럽 사회에 뿌리를 내렸는가부터 시작해서 프랑스, 노르망디, 이탈리아, 독일, 잉글랜드, 에스파냐의 봉건제를 하나하나 살핍니다. 그리고 봉토가 어떻게 세습 재산이 되었는지, 신종선서의 중복성이 어떻게 나타나면 한 백작이 어떻게 또한 남작을 겸하고 공작을 겸하게 되는지. 한 군주가 어떻게 두 공작 작위를 겸하게 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영주와 가신의 관계는 물론이지요. 세계사 교과서에 "쌍무적 계약관계"라는 짧은 문단 몇 개로 설명이 끝나는 이들의 관계가 사실 얼마나 복잡했는지. 조력과 보호, 혈연적 유대의 대안으로서 만들어진 이 관계는 어떻게 발달하고 어떻게 발전했는지, 어떤 모순을 안고 시대를 살아갔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근대의 역사학자답게 왕실의 장부와 귀족의 이야기만 담고 있지도 않습니다. 아일린 파워 여사님과 마찬가지로 장원을 구성하는 가장 아래 집단, 농노와 예속인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예속, 자유, 장원과 도시, 농노와 자유인 그들이 부담하던 의무와 권리를 해설합니다.
전의 어떤 책보다 압도적인 볼륨인 만큼 설명 또한 볼륨이 커질 수밖에 없네요. 대학 도서관은 물론이거니와 정독도서관, 국회도서관 등 국립 도서관이라면 무조건 장서에 포함되어 있을 책입니다. 장르를 막론하고 소설을 쓴다면 한 번 완독하는 것이 좋을 수밖에 없는 책입니다.
PS. 공모전도 이제 2주밖에 안 남았네요. 제 소설, <밑빠진 집안에 돈 붓기>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