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오늘도 또! 이번에도 중세 관련 책으로 다시 찾아뵙는 체셔냐옹 >ㅅ< 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중세의 사람들>입니다. 저번 책의 테마가 <상인>이었다면 이번의 테마는 말 그대로 <보통 사람>들입니다. 농노, 여행가, 수녀, 주부, 지정거래소 상인, 직물업자 등 중세에서 가장 흔히 찾아볼 수 있던 '보통 사람'들을 기술하고 있지요.
물론 제가 추천하는 책은 언제나 체셔냐옹 퀄리티! 이제 겨우 두 권째지만 앞으로 소개할 책들도 자료로서 최상품만 추천할 거니 앞으론 이렇게 표현하겠습니다.
아무튼 이 책은 그 보통 사람을 어떻게 기술하냐면 실제 중세와 근대의 기록 문헌들을 참조하여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묘사해주고 또 '왜' 그렇게 살았는지 설명해줍니다.
예를 들어 아일랜드의 삼제가(9세기 자료), 이르미농 수도원장의 기록부(9세기 자료), 켄터베리 이야기(제프리 초서의 저서) 등 방대한 자료를 인용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것들을 이해하기 쉽게 주석도 풍성하게 달아주었습니다. 더군다나 글 자체도 읽기 쉽고 재밌게 작성해서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무수히 많은 예시와 사료 인용이 특히 읽는 맛을 더해줍니다. 한 챕터의 주인공은 분명 한 사람이지만 그를 중심으로 그 주위의 많은 것을 묘사합니다. 1챕터인 <보도>라는 이름의 농부를 묘사하면 샤를마뉴 대제와 수도사와 아내와 세 자녀와 상인까지 함께 묘사해 그냥 "보도라는 농부는 어떻게 살았더라"로 끝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수십 페이지에 걸쳐 확장하며 당대 농부는 물론 농부의 영향을 받는 사람 모두, 결국 사회 전체를 묘사합니다.
즉 단순히 보통 사람 개인의 이야기로 그치는 것도 아닙니다. 보통 사람의 삶이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끝났으며 그 과정에서 사람이 어떻게 변했고 더 나아가 보통 사람'들'의 변화가 어떻게 사회를 바꾸었는지까지 나아갑니다. 거시적인 사회를 변화시키는 그 영향력과 효과를 아는 것만으로도 작가로서 우리가 몇 단계는 진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책 속의 사회는 우리가 창조하였지만 생명력을 지니지 못하고 작위적인 사회로는 독자를 설득할 수 없으니까요. 사회의 자연스러운 변동 원인과 과정을 이해하고 그걸 글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나오게 만드는 건 큰 힘이 될 게 분명합니다.
이게 판타지 소설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는 각자의 역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러분의 소설을 한층 성장시켜줄 것은 분명합니다. 주인공을 위한 물자 공급용 데이터1이었던 농부와 상공업자를 보는 시선이 바뀔 테니까요. 작중 배경과 설정을 보다 '그럴듯하게' 만드는 건 물론이거니와 설득력을 지니게 할 수도 있습니다. 흡사 주인공이 있을 때만 배경과 함께 로딩되는 NPC 같던 이들에게 드라마를 부여하고 글을 보다 몰입감 넘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주인공이 이런 '보통 사람'으로부터 시작할 때 보다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요. 자료는 작가의 무기이자 작업도구이고 그것들은 모두 작가가 쓰기 나름인 거니까요.
페이지는 280페이지 조금 넘게 적당한 수준이지만 각주와 자료, 색인목록으로만 50페이지나 됩니다. 이걸 찾아 읽는 것도 상당한 맛이지요.
그럼 다음 시간에 다시 만나요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