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요즘 글을 쓰면서 고심이 많은 글쟁이 지망생입니다.
제목 그대로입니다.
소설에서의 재미, 개연성, 지식의 관계 중에서 우선해야 할 것 그리고 서로 마찰이 일어나게 된다면 무엇을 중시해야하는 지 나름 알고 싶습니다.
최근에 글을 적다가 워낙 판을 벌려놔서 사전 지식 조사하는 데에만 엄청난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데요. (안 그래도 연재 텀이 극악인데, 더 시간을 잡아먹으니...)
요 근래 아무리 재미있는 스토리 흐름을 구상해놔도 개연성이나 전문적인 지식 때문에 그 구상한 흐름대로 못 가는 아이러니한 사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참 고뇌가 많습니다.)
알기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한 주인공이 있습니다.
가난한 삶을 살다가 열심히 구르고 뛰어 자수성가하고 나름 사회에서도 인정받아 여러 우연을 거쳐 초고속으로 독보적인 위치까지 오르게 된다고 칩시다. (흔한 내용이죠.)
그러다가 이 주인공은 여러 인맥들과 손을 잡고 정치를 하다 상대적으로 엄청 젊은 나이인 30대 초반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게 됩니다.
그리고 작가는 젊은 주인공이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스토리를 구상 중이라 가정하겠습니다. (역시 흔한 내용이지만 나름 재미는 있겠네요.)
그런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실컷 스토리를 재미있게 구상해놨는데, 나중에 작가가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는 최소 나이가 40세라는 걸 알게 됩니다. (지식 오류 발견.)
스토리 한참 짜놨습니다. 분명히 재미도 주인공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게 나름 흥미진진하다고 판단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작가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게 맞는 건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1)재미를 위해 대통령 출마 자격을 모른 척하고, 구상한 스토리 (주인공 대통령 당선)대로 소설을 쓴다.
(2) 나름 당위성(개연성)을 부여하여 주인공을 어떻게든 대통령 선거에 출마시킨다.
(근데 개연성이 있을까 모르겠네요. 법적으로 정해져있는 출마자격을 바꿀 수 있을지...)
(3)그냥 포기하고 새 스토리 짠다. (주인공 그냥 딴 사건 만들면서 뺑뺑이 돌리는 걸로...
<물론 스토리도 늘어지게 되고, 재미도 보장은 할 수 없음>)
솔직히 속으로 나름 씁쓸하게 생각은 하지만 스토리 재미의 대부분은 대리만족이라는 사례를 수없이 봐왔습니다. 많은 상업적인 글들이 그렇게 출간되고 있구요.(물론 전부 다 그렇다는 것도 아니고, 제가 그런 식의 글을 지향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런 대리만족성의 작품들이 극적인 재미나 흥미를 주기 위해 개연성이나 전문 지식을 무너뜨리는 사례가 범람하는 와중에,
(법과 원칙을 깡그리 무시하며 운과 우연을 타고난 먼치킨 주인공 현대물, 재벌 수 어명을 꼬시고 다니는 이혼녀 로맨스물 등등.)
과연 스토리 진행 중 재미, 개연성, 지식의 마찰이 생긴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게 옳은 건지 한 번 쯤은 진지하게 묻고 싶어서 글을 올립니다. (물론 가능하면 셋 다 추구하는 게 좋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