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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10-21 07:35
흰긴수염고래
  글쓴이 : 인덕
조회 : 2,292  

제목 : 흰긴수염고래

부제 : 흰긴수염고래 호의 최후

장르 : 해양물

주제 : 폭풍우 속에서 신의 존재란 어느 절대자를 쫓아서

기획의도 : 쓰나미를 동반한 폭풍우 몰아치는 밤 참치운반선 흰긴수염고래 호가 이어도에 좌초되자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한 선원들은 탈출구를 뚫기 위한 적나라한 그들의 행동을 주인공 이방인의 의식적인 흐름으로 펼쳐본다. 과연 각박한 죽음 속에서 악령도 아닌 신이란 이름을 가진 '절대자'의 존재는 정녕 어디에 머물고 있었던 것일까?

등장인물 :

김정호(53) : 흰긴수염고래 호의 선장. 지천명을 넘긴 당당한 몸집에다 장승처럼 큰 키의 그는 평소의 대화 가운데 그랬듯이 바다 위의 절대자로서 해신을 부각시키던 ‘상징주의자’라고 할까. 하여튼, 부원들의 질서유지 차원에서 자연에 순응하는 척했던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일상생활에서도 물론, 해난을 당하자 인명과 선체에 온 신경을 쏟았던 김정호 선장의 최후는 모든 부원들의 간절한 기도 속에서도 구원의 손길은 뻗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갑자기 술렁이는 물결을 헤치고 마치 암초의 바닥에서 용이 승천하듯 높이 도약하면서 놀라운 상징적 형상을 드러내고 죽음을 맞이한다.

오한상(56) : 기관장. 그는 해난을 당하여 어쩌면 선장의 뜻을 받들듯 인명과 선체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

김억만(45) : 통신장. 그는 어떤 절대자인가를 신봉하는 심일국 이기사와 천진한 진해수 오갑원과 함께 견시대가 내다보이는 조타실에서 최후를 맞는다.

강진우(39) : 일항사. '바다사자'란 별명을 가진 그는 선수와 맞닿아 있는 종합해양과학기지 건물에 올라 부원들을 구출하겠다는 모험을 감행한다. 하지만 숭고한 그의 모험은 파도에 휩쓸리면서 실패로 끝이 난다.

이방인(27) : '절대안전’이란 별명을 가진 이항사다. 그는 자기 자신을 둘러싼 부원들과 함께 모든 사물을 줄곧 의식적인 흐름 속에서 내다보다가 절체절명의 순간 어떤 절대자의 형상을 환각하는 몽상가와 흡사한 인식주의자.

유영포(26) : 삼항사. 그는 견시대에서 떨어져 나간 비상공구 박스에 부딪혀 되게 부상을 당하자 조타실에서 탈출하면서 의협심 강한 ‘지느러미’ 채형태 일갑원으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권덕수(35) : 일기사. 강진우의 위대한 모험에 동조하듯 그에게 로프 다발을 건네주는 등 협조를 아끼지 않는다.

심일국(29) : 이기사. ‘더듬수’가 별명으로 어떤 절대자인가의 망상에 쫓기는 완고한 성격의 그는 모든 부원들이 탈출하고 있는 조타실에서 견시대 쪽을 지켜보다가 김억만 통신장과 해신의 정체가 늘 의문스러운 표정이던 ‘애송이’ 진해수 오갑원과 함께 최후를 맞이한다.

곽기수(57) : 갑판장. 배태웅 갑고수와 대조적인 전형적인 뱃사람인 그는 별명이 ‘발설자’로서 선체가 침몰직전 최후의 체류지는 선체에서 뗏목이 될 목판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주장과 엇비슷한 선장 김정호를 동조했던지 아니면 추종하는 행동주의자로서 일테면 운 좋은 실천주의자다. 그가 비록 헤엄을 못 친다고 했지만 생존자로 남는다.

배태웅(40) : 힘이 장사로 ‘헤라클레스’란 별명을 가진 그는 본선 갑고수로서 항해중 트롤링 낚시를 취미생활로 삼으면서 알지 못할 상징성의 백상아리를 노획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저항의식이 아주 강한 이상성격형의 선원이다. 그는 선체가 침몰 후에도 백상아리를 포획하면서 실종자로 남는다.

윤명혁(30) : 이항사와 같은 시간대의 당직자 일타수로서 이방인과는 썩 친숙한 사이다. 그의 별명은 ‘헤르메스’이며 흰긴수염고래 호가 이어도 한국종합해양과학기지 건물에 충동, 좌초되자 ‘헤라클레스’ 배태웅을 따라 함께 어울린다. 하여튼 배태웅이 백상아리 한 마리를 포획한 채 실종되지만 그는 거대한 참치 한 마리를 포획한 채 거의 인사불성 상태로 실종위기에 몰리다가 미모의 여인 설여운의 약혼자로부터 구조된다.

라성환(34) : 벙거지 모자를 쓰고 근무한다하여 붙어진 ‘벙거지’가 그의 별명이다. 그는 역시 윤명혁과 동급의 일타수로서 ‘헤라클레스’ 배태웅을 따르다가 실종된다.

설여운(27) : 미모의 여인으로서 ‘헤르메스’ 윤명혁의 약혼자. 그녀는 트롤링 낚시를 즐기는 마니아다.

최만덕(35) : 대머리인 그는 이타수로서 난파된 선체 위에서 오직 무형의 어떤 절대자에게 기도를 올리고 있었던 선원이다. 그러나 그는 절대자의 이름을 입속 신음소리로 부르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한다. 바로 그 순간, 몇몇 부원들과 함께 연쇄적으로 매달린 그를 제거해야만 될 유형의 어떤 절대자 ‘헬리곱터’를 기다리던 채형태 일갑원에게 죽임을 당한다.

채형태(30) : 별명이 상어꼬리를 수집한다 하여 붙여진 ‘지느러미’로 줄곧 죽음의 문턱에서 이방인과 함께 탈출하면서 누구에게나 강한 의협심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는 생존을 위하여 오직 유형의 절대자 즉 ‘헬리콥터’의 출현만을 바라마지 않던 일갑원으로서 마침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비극적인 살인자로 전락하자 자살하고 만다.

진해수(20) : ’겁보‘란 별명을 가진 오갑원인 그는 김억만 통신장, 심일국 이기사와 함께 조타실 입구에 머물다가 마치 믿어마지 않던 목제 도어가 일격의 파도를 얻어맞고 부서지면서 최후를 맞이한다.

그 외 38명의 여러 선원들.

전체줄거리 :

냉동운반선 총 톤수 4000톤급 흰긴수염고래 호가 부산항 5부두에 정박하고 있었다. 출항 시간을 하루 앞둔 날이다. ‘절대안전’이란 별명의 이방인은 정박 중 또는 항해 중 취미생활로 각종 릴낚시와 트롤릴낚시 용품을 구입하러 자갈치 낚시도구 매장에 들렸다. 그때 마주친 선원은 ‘헤라클레스’ 배태웅과 ‘벙거지’ 라성환, 그리고 ‘헤르메스’ 윤명혁이었다. 그리고 뜻밖에 낚시 마니아로서 ‘헤르메스’의 약혼녀 ‘소피아 로렌’을 엇비슷 닮은 설여운을 만나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설여운은 터미널에 정박한 제주도 행 여객선 카나리아호의 출항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터였다. 목적지는 물론 흰긴수염고래 호가 경유할 제주도 남단 마라도였다. ‘헤르메스’로서는 거기서 설여운과 함께 랑데부를 즐길 행운을 얻은 셈이었다. 마치 견우와 직녀가 헤어진 후 며칠 되지 않아 천운을 어긴 만남이랄까, 아무튼 그들에게 또 한 번 주어진 몇 시간 동안 회자정리(會者定離)의 연출은 대박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운명은 호사다마란 숙명을 치러야 하듯 모든 일이 순탄하게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흰긴수염고래 호가 마라도 입항 직전 인근해역에 기상주의보가 내려졌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어도 주변해역에 걸쳐 있는 폭풍우의 영향으로 마라도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었던 게 그랬다.

결국 흰긴수염고래 호의 피항지는 마라도 선착장에서 가까운 항구 바깥이었다. ‘헤르메스’는 곧 본선이 그곳에 불시착함에 따라 약혼녀와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었다. 폭풍전야의 마라도 해변은 비교적 파도야 잔잔했지만 기상주의보 발령으로 선박운항이 거의 통제돼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헤르메스’는 혼자서 약속 장소의 부두 쪽으로 설여운을 쫓아 남몰래 헤엄쳐 나가기로 작정했다. 만약 하룻밤, 허송세월하듯 약속시간을 넘겨 버린다면 또 다시 일 년 후에야 ‘거자필반(去者必返)’의 숙명을 답습할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내내 바다 위에서 그 어긋난 약속은 후회스런 고통과 인내로 연속되는 시간일 터였다.

하여간 모험적인 발상을 한 그는 우선 이방인의 선처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젊은이로서 패기에 찬 도전이지난 파도 밭을 가르고 나아갈 엉뚱한 계획을 감행하려는 ‘헤르메스’에게 이방인은 가상히 여겨 동조해 주고 말았다.

어쨌든 이방인의 배려로 설여운을 만날 수 있었던 ‘헤르메스’는 폭풍전야의 시간을 그녀와 함께 마라도 해변에서 보낼 수 있었다. 그러고서 출항시간이 임박한 새벽녘에야 ‘헤르메스’는 다시 헤엄쳐 돌아왔다.

동이 트고 훤히 날이 샌 7시 경이었다. 김정호 선장은 흰긴수염고래 호의 촉박한 일정 때문에 마침내 마라도 입항을 포기하고 닻을 올렸다. 변덕스런 파도는 역시 스스로 부원들의 운명을 예고하는지 몰랐다. 난데없이 쓰나미를 동반한 폭풍우가 본선 쪽으로 몰아치고 있었다. 그 시각은 흰긴수염고래 호가 마라도에서 출항한 만 14시간 후였다.

예사롭지 않은 여파의 진원지는 공교롭게 그때 인근 이어도 해저에서 발생한 지진이었다. 해저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킨 듯한 소상한 현상이야 물론 김정호 선장을 비롯한 누구도 알 턱이 없었다. 황천항해를 계속하던 흰긴수염고래 호가 끝내 쓰나미를 맞닥뜨린 이어도 해저의 암초 위로 그리고 그곳에 세워진 종합해양과학기지 건물에 충돌·좌초되고 선원들은 거의 모두 생사를 판가름할 최후의 밤을 맞이했다.

흰긴수염고래 호의 선저가 암초에 부딪혀 찢어지고 선창과 기관실에 해수가 침투되자 선원들로서 불가불 선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모두 믿기지 않은 죽음과 직면한 현실이었다.

선박포기 명령은 이윽고 떨어졌다. 그러고 나서 이방인이 침실에서 퇴선장구를 갖추는 동안이었다. 그때 나타난 뜻밖의 방문자는 ‘헤르메스’ 윤명혁과 ‘발설자’ 곽기수였다. 그들은 각박한 상황 속에서 어떤 구원의 손길을 뻗듯 마치 자기 자신의 절실한 주장을 각자가 내세우고 있었다.

이방인은 시비를 가릴 수 없는 엉뚱한 옹고집 같은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난 후, 줄곧 생과 사의 구렁텅이에서 어렴풋한 어떤 절대자의 존재와 그와 대립적인 존재로서 식인상어의 환상에 쫓겨 다니고 있었다.

어쩌면 사고 이전, 악화된 기상 속에서 무중항해를 하고 있던 흰긴수염고래 호가 마치 선의 상징처럼 느껴졌던 게 잘못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마치 선한 것이 악의 상징처럼 돌변된 것은 급기야 흰긴수염고래 호가 소나 고장을 일으키고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 건물에 충돌, 암초 위로 좌초되고 만 그 후였다. 하기야 그때는 본선이 불가항력적인 해난의 경우로서 선원들이 모두 침몰되고 있는 선체 위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었던 것이다.

‘헤르메스’는 선원들의 집결지였던 선교에서 마치 신의 이름을 부르짖듯 어떤 유형이든 무형이든 간에 알지 못할 웬 ‘절대자’를 희구하는 부원들을 멀리 밀어제쳐 버린 듯 홀연 이방인 곁에서 떠나고 말았다. 아마 그가 선미 스라이딩 구명정을 탑승할 계획이었던 ‘헤라클레스’를 쫓아 그의 추종자들에게 합류했던 것은 이방인도 한 동안 감쪽같이 몰랐던 사실이었다. 그런 ‘헤르메스’의 의도는 누구보다 먼저 이어도에서 탈출하여 차라리 약혼녀 설여운을 만나기 위한 운명이었던지 모르지만 여하간 그는 ‘헤라클레스’를 쫓아가고 말았다.

그러한 극한상황 속에서 이방인은 여러 부원들과 함께 신변에 머문 각박한 운명을 적나라하게 체험하고 있었다. 최후의 체류지로 선체를 고수해야 할 웬만큼 바라마지 않았던 이방인의 기대조차 영 무너진 것도 ‘헤르메스’가 떠나버린 그때부터였다.

하여간 평소에 김정호 선장의 대화 가운데서 그랬듯이 바다 위의 ‘절대자’로서 해신(海神)을 부각시키던 ‘상징주의자(象徵主義者)’와 같은 지휘자의 의도가 일상생활의 질서유지 차원에서 자연에 순응했던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김정호 선장의 최후는 모든 부원들의 간절한 기도 속에서도 모호한 그의 이상향은 성취되지 않았다고 할까. 하지만 그는 늪지의 바닥에서 마치 용이 승천하듯 괴력적인 힘으로 높이 도약하면서 놀라운 상징적 형상을 드러내고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자신의 주장과 엇비슷한 김정호 선장을 동조했던지 아니면 추종하는 실천주의자로서 ‘발설자’는 그때까지 숫제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듯 생명을 지켜야만 될 자신의 주장을 고수하면서 최후까지 생존자들과 함께 남아 있었다.

그 후 이방인과 함께 다시 행동한 ‘대머리’ 최만덕은 난파된 선체 위에서 오직 무형의 어떤 ‘절대자’에게 기도를 올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죽음이란 막다른 골목에서 ‘발설자’의 주장은 어쩌면 안이한 최선책으로 굳힌 자신의 뜻을 혼자서 실천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는 선교의 톱 브리지에 올라서서 몇몇이 가지고 다니는 잠수복과 낚시장비는 물론, 심지어 몸에 걸치고 있는 안전모며 구명조끼까지 이를테면 좁은 공간 속에서 얼마큼 부피 나고 무거운 것은 과감하게 바다 위로 던져버리고 좀 더 부력을 얻을 수 있을 만큼 선체를, 즉 그들이 확보할 뗏목을 띄워야 된다는 듯 어째 불가피한 현실 한가운데서 자신의 소신을 부원들에게 고집스럽게 부추겨대고 있었다.

선체를 이탈하는 부원들도 없지 않았다. 그들은 선박포기 명령과 함께 선미 스라이딩 구명정을 하강하여 바다로 나아가서 파도와 싸우고 있었던 곧 ‘헤라클레스’와 그를 추종한 다섯 부원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잠수복을 걸친 자들로서 거기서 엉뚱하게 대어를 낚는 기상천외한 일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바다를 누비는 선원들이지만 용기가 대단한 그들이었다.

하여튼 폭풍우 속에서 스라이딩 구명정에 함께 탑승한 ‘헤르메스’는 자신의 트롤링 낚싯줄에 걸려든 거대한 참다랑어 한 마리를 그리고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트롤링 낚싯줄에 걸린 백상아리 한 마리를 좌지우지 서로가 상두마차를 탄 듯이 이끌어 대고 있었다. 그러다가 끝내 구명정이 흰긴수염고래 호의 선수와 해양과학기지 건물에 부딪쳐 깨어지고 거기에 탑승한 선원들과 함께 모든 형체가 파도 깊숙이 휩싸여 시야에서 사라져 가고 말았다.

어쨌거나, 파고가 높아지면서 점차 선체가 침몰되어 가자 본선에 잔류한 선원들은 더 이상 안성맞춤한 장소를 찾지 못하고 거세지는 파도를 무릅쓴 채 선교의 맨 꼭대기 톱 브리지 위로 모두 대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선원들은 험악한 파도를 얻어맞고 휩쓸리면서 많은 희생자가 속출되는 동안이었다. 그때까지 선원들이 학수고대 기다렸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결코 나타나지 않았던 것은 서글픈 일이지만 과연 문명의 이기 ‘헬리콥터’와 같은 유형의 존재였을까? 아니면 신격화 된 어느 ‘절대자’로서 무형의 존재였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이미 자신에게 던져진 운명을 나름대로 감내하고 있었던 숫제 얼마인가의 무신론자였을까?

그들 가운데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선원은 곧 선체로 머물고 있던‘발설자’였는지 모른다. 바로 최후의 체류지의 취약한 목판 위에서 그가 선동했던 것은 그야말로 안간힘의 호소였다. 이를테면, 자신의 생명과 다름없는 안전모며 구명조끼 할 것 없이 무겁고 부피 나는 모든 짐 덩이를 벗어던지자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그를 따라 결코 행동하지 않았던 다른 선원들은 모두가 지나치게 생명의 애착에 강한 이기주의자였을까?!

급기야 목재의 톱 브리지마저 몰아치는 일격의 파도를 강하게 얻어맞고 있었다. 선원들은 동시에 마지막까지 의지한 목판마저 떨어져나가 버린 절박한 최후를 맞이했다. 그 순간은 한꺼번에 많은 선원들이 사라지고 있던 아비규환 속이었다. 아니 원폭을 맞은 듯한 아귀지옥과 같은 살벌한 죽음의 도살장이 바로 그곳을 연상시켰다. 무너지고 깨어져 버린 목판 위에서 여러 선원들이 다시금 철재의 현등 외판 위 좁은 공간으로 뛰어내리고 있는 바로 그 찰나였다.

이방인의 등 위에 떨어져 올라탄 자는 ‘지느러미’였다. 그런데 그가 또 누군가에게 목덜미를 잡혀 목숨을 던져야할 절체절명의 촌각에 부딪쳐 있었다. 더욱이 ‘지느러미’의 모가지를 틀어잡고 벼랑길 밑으로 매달린 그 누군가 역시 자신의 몸뚱이가 부원들에게 잡혀 연쇄적으로 늘어져 있었던 것이다. 기어이 ‘지느러미’가 살인 행위마저 불사할, 결코 한 사나이를 살해하지 않으면 곧 그 자를 둘러싸고 엮인 대다수의 부원들이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음을 면하지 못할 위기일발의 순간이었다. 그랬다. 충격적인 ‘지느러미’의 살인적 동기는 그의 멱살인가를 야차처럼 붙잡고 어디다 대고 손발이 다 닳도록 빌어 제치는 최만덕의 한갓 타성적인 울부짖음 때문이었을까?!

하필 그때 그가 아무리 무의식 가운데서지만 평온한 날 천국을 불러야 될 지도 모를 ‘···오, 하나님!?’ 하고 구원의 신음소리로써 어느 ‘절대자’의 이름을 들먹거려 자기 자신뿐 아닌 여러 부원들의 목숨을 구걸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웬 섬뜩한 전율이 지옥의 구렁텅이 깊숙이 전이된 살벌한 어둠속이었다. 갑자기 모든 흐름이 정지되어 있는 공간 속에서 비수가 번뜩이듯‘지느러미’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아, 감히 그가 어디에서 누구에게 형벌을 가하고 있었던 것일까? 분명 그는 의식을 잃은 듯 미쳐 있었다. 도대체 유형의 절대자를 기다리던 그가 어떤 무형의 절대자를 돌발적으로 저주했던 성싶었다. 그렇듯 미쳐버리지 않았다면 아마 그건 무의식적 순간도 아닌 의식적인 행위였던 것일까?! 오로지 선원들을 구원할 수 있다는 나름대로 유형의 절대적 존재, 혹 그 ‘헬리콥터’인가를 부르짖고 열망하던 그가··. 곧 그것이 자신뿐만 아닌 부원들의 절실한 어떤 절대적 대명의 존재였던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현장을 목격한 이방인은 믿기지 않게 시야에 전개된 지옥의 구렁텅이에서 어떤 무형의 절대자는 결코 아닌, 일테면 가상적인 어떤 절대자와 그 침묵을, 그리고 광란을 지켜보고 있었던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절대자의 속성과 그 형체는 실로 이방인의 시야에 비쳐진 바로 상징적인 식인상어 백상아리였던지 모른다. 줄곧 그런 환각 속에서 그러나 이방인에게 본연의 자기 자신으로 깨워낸 것은 누군가가 갑자기 최후의 순간 부르짖는 신음소리였다.

“아아, 저 사람들 다 죽는다!”

하긴 몇몇 부원인가가 죽음을 당하고 있는 곳에서 들려온 것은 충격적일 만큼 애탄 소리였다. 곧장 그 누구든 자기 자신도 역시 부딪칠 죽음 앞에서 절대자의 형체를 내다보고 부르짖는 그 허탈한 비명소리가 그랬던 것일까?!

어째 망령을 불러들이는 듯한 그 순간이었다. 몰아쳐 온 파도에 휩싸여버린 한 사나이가 홀연히 시선에 얹혔다. 그는 곧 휩싸여 버린 자책감에서 쉬이 죽음을 결단한 한 살인자의 체구였다. 그가 어느 결 과감하게 자살을 감행했을 것 같은 한 살인자가 이방인의 눈살에 아득히 박혔다.

그제야 이방인은 오히려 자기 자신이 무능한 깊은 생각 속에 그지없이 싸여들었다. 그렇듯 외롭고 슬픈 한 부원의 죽음을 그새 방조하고 있었던 게 후회스런 일로만 빚어졌던 것이다.

어느덧 백몽 속의 시야에 이방인은 백상아리의 정체인가를 펼치고 있었다. 물론 백상아리는 그가 어떤 절대자인가를 보다 이해하고 싶은 혼미한 기억속의 적대적인 대상이었던지 모른다. 무지한 유추와 그런 행위는 이방인이 착각에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갖은 의식적인 환영을 그려대고 있었던 까닭이다.

정녕 모든 그의 고뇌는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쨌든 얼마 동안 이방인은 절망의 늪에서 여러 선원들의 생과 사를 가름한 운명에 맞닿은 그들의 행적을 더듬어 보았다. 그런대로 강파른 죽음 속의 어떤 환영의 추적은 그가 구조될 때까지 생소한 감각적인 저릿한 느낌 속에 지속되고 있었다.

그럴 때였다. 이방인은 홀연 어둠을 헤쳐 반짝거리는 별빛을 발견했다. 시야를 가득 메우는 별 네 개가 유난히 빛을 흩뿌리고 있었던 것이다. 강렬한 다섯 날의 빛을 뿌리는 남십자성이 그것이었다. 손에 잡힐 듯 낮게 뜬 그 별들은 마치 하늘나라의 사자와도 같았다. 신기루 현상을 일으킨 듯 그것은 엷은 안개 속에서 주먹만큼 보다 크게 돋보여 있었다.

그 별빛이 부시는 새벽하늘 한가운데로 우아한 천사들의 찬미가가 어느 절대적인 존재를 보위하듯 은은히 울려 퍼지고 있었다. 감미로운 음향의 그 위로 무엇인가 어둠 속 번함을 벗기듯 막 형체를 드러내며 날아들고 있었던 게 보였다. 역시 그것은 저 멀리서부터 요란한 소음을 펼치는 한 대의 기체였다.

이방인이 어느 결 그 유형의 절대자와 같은 존재의 비상을 은근히 지켜보다 말고 곧 그게 기적적인 어떤 형상처럼 느껴져 그제 입술을 달싹였다.

“아, ‘절대자’여!“

하여간 그가 그때 기체를 내다보며 누군가 곧 자신에게 생명을 건네준 은혜로운 한 사나이를 먼저 돌이켰다. 그러다가 한참 후 시야에 몹시 그리워지는 표정을 떠올렸다. 물론 절실한 그 모습은 자신의 생명을 낳고 길러준 어머니였다.

이방인의 망막에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정녕 수척한 모습의 어머니가 별빛 속에서 웃고 있었다. 그런데 그 네 개의 별은 성큼 원호를 그리듯 헬리콥터와 함께 저만치 나아갔다. 그러고서 천천히 제자리에 되돌아와서 멈추다 말고 그것은 주기를 타고 일렁대고 있는 선체와 해양과학기지 위에서 온 누리의 어둠을 희맑게 걷어내고 있었다.

그러고 다시 시간은 얼마나 흘렀을까. 이방인은 그 남십자성 너머 한결 드높이 뜬 별빛을 따라 시선을 그어냈다. 아니나 다를까, 어쩌면 유형의 절대자란 이름의 기체가 비상하는 저 너머 희읍스름한 납빛 하늘 속이었다. 몇 개의 초신성인가의 별들이 함께 얼굴을 내밀었다. 엷은 깃털구름 사이로 파르스름한 빛을 뿌리는 아주 작은 수정 같은 별들이었다.

그 별들은 기쁜 선율을 이어내듯 반짝이고 있었다. 창연한 새벽하늘 속에서 천사들의 노랫소리가 언뜻 웅장하게 들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는 그 별빛 속의 노랫소리에 취하여 어느덧 장엄한 시정에 잠겨들었다. 그리고 한 동안 그는 그 가사를 음미하고 있었다.

그럴 즈음 부시는 별빛 밑으로 곧장 또 한 대의 헬리곱터가 머리 위의 쌍둥이 마차처럼 허공을 울리며 날아들고 있었다. 해경 소속의 그 헬리콥터에서 일순 서치라이트가 쏟아졌다. 바다 위로 뿌려대던 그 빛살은 이윽고 원뿔모양을 넓게 펼쳐대다가 한 곳으로 머물고 있었다.

그 빛살이 닿은 바다에는 헬리콥터 크기와 비슷한 한 척의 스피드 보트가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소속의 선박인지 모르지만 하얀 빛 구명조끼를 걸친 정장(艇長)과 검정색 잠수복 차림의 설여운을 태우고 있었다. 커다란 원을 그리듯 수적을 길게 드리우고 움직이는 스피드 보트의 인근이었다. 울렁이는 파도굽이 위로 무엇인가가 비쳤다. 역시 검정색의 잠수복을 걸친 한 선원의 형체가 거의 의식을 잃은 듯 파도의 이랑 속에 묻혀 있었다. 그런데 그가 ‘헤르메스’ 윤명혁 일타수였다. 기진맥진한 그는 그때까지 참다랑어가 물린 트롤링 낚싯줄을 손아귀에서 놓지 않고 있었다. 헬리콥터의 서치라이트에 비쳐진 그가 참다랑어를 노획한 채 스피드 보트에 탑승한 설여운으로부터 기적적으로 구조된 것은 얼마 후였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절대자는 ‘헤라클레스’에게 뒤늦게 스라이딩 구명정에 참여한 ‘헤르메스’를 실종자에서 제외시키고 설여운에게 돌려보낼 수 있는 생존자 명단에 오르게 했던 것일까. 아예 처음부터 선체를 이탈했던 ‘헤르메스’를 제외한 ‘헤라클레스’를 비롯한 다른 선원들의 모험만은 왜 그때까지 용서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무튼 구조대는 그 후에도 내내 생존자의 추적을 계속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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