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이용해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내 남자, 우뚝 섰다.
“저랑 사귀어주세요.”
뜬금없는 직진 고백의 주인공은 그해 갓 스물이 된 은이솔.
여전히 솜털이 뽀송한 삼진 그룹 회장의 막내 처제.
“…….”
철없는 행동에 터지려는 웃음을 꾹 참은 남자는 다름 아닌,
회장의 비서 나부랭이 류건휘. 나이조차 낼모레 삼십.
풋내나는 사랑이었지만 지독하게도 얽힌 두 사람.
결국, 사고를 치고 사랑의 도피까지 자행하며,
모두가 뜯어말린 전쟁 같은 연애가 시작됐다.
“그 둘. 잡아 와. 당장.”
도저히 용납 못 할 연애를 난도질한 훼방꾼은 바로 형부인 회장.
끝내 임신한 채 해외로 내쫓긴 은이솔.
원수 같은 형부는 그런 이솔을
기가 차게도, 골수까지 쪽쪽 빨 기세로,
은닉 비자금 저수지로 살뜰하고 비열하게 이용해 먹는다.
10년 세월이 흐른 후.
예기치 못한 형부의 급사가 인생 2회차를 탄생시켰다.
형부, 날 이용해줘서 고마워요. 돈… 잘 쓸게요.
덕분에 내 남자, 형부 돈으로 우뚝 섰다.
그러게 형부, 왜 우리를 가지고 놀았어요.
그래서 더 고맙잖아. 인간의 도리 따위는 깡그리 무시하고
그 돈, 내 마음대로 써도 하나도 안 미안하거든.
게다가 놀랍게도, 형부의 사망 후 밝혀진 출생의 비밀.
알고 보니 류건휘는 여 씨 집안의 핏줄, 그림자로 살아온 혼외자.
“그래서 형부, 그 돈으로 내 남자를 삼진 그룹의 한 축으로도 우뚝 세울 작정이야.”
내 남편이 될 거고 내 아들의 아버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