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시오데란드 전기 - 성왕전쟁 편
작가 : 듀얼won
작품등록일 : 2018.12.10

시오데란드 전기의 첫 시리즈.
15국으로 나뉜 시오데란드 세계.
민주주의, 유목민, 신성국, 마도국 등 다양한 이상과 가치관을 가진 나라들로 가득 찬 이 세계에서
제4왕자 클레이브와 그의 친구 시엔 스탈리스는 이상적인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꿈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베리알 후작의 제안 (1)
작성일 : 18-12-27 23:38     조회 : 307     추천 : 0     분량 : 939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파코 성 전투에서 오우거 군단을 궤멸시킨 후 시엔은 승전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바삐 움직여야 했다. 그 이유는 북방에서 날아온 사자 때문이었다. 제이시커 왕자가 보낸 그는 디스카이온 남부 최고 귀족인 베리알 후작에게 제이시커 왕자가 친히 쓴 공문을 전하였고 이 내용을 읽은 베리알 후작은 즉시 남부의 주요 귀족들 모두에게 회의 소집 통지를 하였다.

 

 이에 시엔 스탈리스는 가장 먼저 후작 궁에 도착하여 베리알 후작을 면담하였다.

 

 “음... 어서 오게. 요즘 자주 만나는 것 같군.”

 

 집사가 후작 집무실의 문을 열어주자 그 문 너머에 있던 베리알 후작은 환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맞아주었다. 과거의 그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에 시엔은 조금 어색했지만 워낙 사안이 급한 터라 서둘러 들어가 질문을 하였다.

 “제이시커 왕자가 보낸 공문이라면... 제가 들은 것과 같은 내용입니까?”

 “으음... 아마도 그럴 것이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이런 공문을 보내면서 동시에 왕국 곳곳에 이 공문의 내용을 퍼트리고 있으니 말이야...”

 “그렇다면! 정말로 가르샤브 국왕이 서거하신 것입니까?”

 “지금까지의 정황만 놓고 보면 그렇다네.”

 

 베리알 후작은 짧게 결론을 말하였다. 이것에 시엔은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끼며 이마를 짚었다. 사실 가르샤브 국왕이 살아있다면 이런 내용의 공문을 보냈을 리도 없었고, 또한 이런 공문에 대해 국왕 측에서 이렇게 대응을 안 하고 있을 리도 없었기에 국왕의 죽음은 확실하다고 보아야했다.

 

 그런 시엔을 바라보며 베리알 후작은 피식 웃으며 말하였다.

 

 “자네가 오면 해줄 말이 두 가지였는데... 한 가지는 자네가 먼저 묻는 바람에 이미 해버렸군.”

 “네? 그게 무슨...”

 

 보기 드문 따스한 미소를 하며 말하는 베리알 후작의 모습에 시엔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이에 베리알 후작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곧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자네 말이야... 세인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

 

 거의 기습 공격과도 같은 질문에 시엔은 순간적으로 당황하며 얼굴이 붉어졌다. 눈치가 없는 그가 아니었기에 그것에 담긴 뜻은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그야... 요즘 보기 드문 순수하고 청순한 아가씨라고 생각합니다.”

 “음... 그렇지. 내 딸이지만 정말 어디 내놔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네. 그래서 그 아이를 내 목숨보다도 더 생각하며 살고 있지. 허허... 그래서 말인데...”

 

 여기까지 말한 베리알 후작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자네... 나의 사위가 될 생각은 없나?”

 

 베리알 후작의 말에 시엔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이 확실히 맞았다는 것에 가슴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그 답지 않게 말을 버벅이며 답했다.

 

 “세, 세인트 양은... 클레이브의 왕비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으음... 그것은...”

 

 정곡을 찌른 시엔의 말에 베리알 후작은 잠시 헛기침을 하였다. 사실 그 말은 맞았다. 비단 베리알 후작만이 아니라 디스카이온의 4대 왕자가 4개 지구로 배치된 후 각지의 최고 귀족들은 자신의 딸을 왕자에게 시집을 보내려 했었다.

 

 그 중 월터 공작과 동부의 트라프 후작은 그것에 성공하여 이미 결혼식을 마친지 오래였고 서부의 유스메르 공작은 아이사드 왕자가 병약한 탓에 이를 미뤄오다가 최근 국왕 암살과 아이사드 왕자 실종이라는 사단이 나면서 무산이 된 상태였다.

 

 그리고 베리알 후작 역시 클레이브 왕자가 어린 나이에 자신의 영지 근처로 왔을 때 자신의 무남독녀 어린 딸과 왕자를 결혼시키려는 생각을 했었다. 클레이브가 차기 왕이 된다면 세인트는 왕비가 되는 것이었고 그럴 경우 자신의 가문은 ‘공작’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후 성장하는 클레이브 왕자의 모습은 베리알 후작에게는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워낙 엉뚱하고 왕자답지 않게 행동하는 모습 등이 꼬장꼬장한 성격의 베리알 후작과는 맞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그가 완전히 나라를 떠나버리면서 베리알 후작은 왕자에 대한 미련을 접게 되었고 그 후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시엔 스탈리스라는 사내였다. 클레이브 왕자와는 다른 기품과 친화력을 갖추고 있었고 귀족뿐 아니라 평민들에게까지 사랑을 받는 존재였으며 스탈리스 가문 자신보다 더 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는 제임스 후작을 정치와 군사 모두에서 너무나 가볍게 무너트리는 모습에서 베리알 후작은 시엔이라는 사내에게 완전히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시엔은 그야말로 베리알 후작이 상상하던 ‘왕재’ 그 자체였다.

 

 그리고 최근 파코 성 전투에서 자신의 목숨보다 더 귀한 세인트를 시엔이 구해내는 것을 보며 그의 마음은 확실하게 기울어지게 되었다.

 

 그 결과 지금 이런 제안이 나온 것이었고 그것을 들은 시엔은 상당한 갈등을 하였다. 이는 세인트 양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결혼을 하는 것이 클레이브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이에 시엔은 생각 끝에 베리알 후작을 보며 물었다.

 

 “후작님... 클레이브는 향후 디스카이온의 왕이 될 사람입니다. 세인트 양의 행복을 생각한다면... 클레이브가 오길 기다려서 그와 혼인을 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허허. 나는 이미 그런 생각은 다 접었다네. 그저 나의 딸과 어울리는 배필을 맞춰주고 싶은 생각뿐이지. 그러니 자네도 다른 잡생각은 다 접고 솔직하게 말해주었으면 좋겠군.

 어떠한가? 나의 세인트를 부인으로 삼는 것이 싫은 것인가?”

 

 클레이브, 디스카이온 왕국, 귀족의 지위... 베리알 후작의 말대로 그 모든 것을 뇌리에서 지우고 순수하게 세인트 양만을 떠올린 시엔은 순간적으로 머리가 빠르게 정리되는 것을 느꼈다.

 이에 시엔은 절로 웃음이 났고 그것을 간신히 억누르며 말하였다.

 

 “저를 믿어주신다면... 세인트 양을 위해 제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오오... 정말 고맙네.”

 

 시엔이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자 베리알 후작은 대단히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시엔을 안아주었다. 이렇게 스탈리스 가문과 베리알 가문은 결혼을 통한 연대를 하게 되었다.

 

 일단 시급한 사안이 있었기에 결혼에 앞서 약혼을 짤막하게 하였고 양 가문은 서로의 가보를 건네주며 약혼 절차를 빠르게 끝냈다. 워낙 중대사가 눈앞에 기다리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서둘러야 했고 베리알 후작과 시엔은 세인트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였다. 그러나 세인트는 환한 미소로 고개를 저으며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해주었다. 그 모습에 시엔은 마음이 푸근해지며 행복감이 절로 샘솟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베리알과 시엔은 약혼식을 조촐하게 끝내고 귀족들이 집결해있는 중앙 홀로 들어섰다. 대단히 심각한 내용의 회의였는데 시엔과 베리알 후작이 싱글벙글하며 들어서는 것을 보고 노라드 등 귀족들은 고개를 갸웃하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단상에 서자마자 바로 표정을 싹 바꾸며 입을 열었다.

 

 “바쁘신 모두를 이 자리로 부른 것은 대단히 무겁고도 중대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정보가 밝으신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그래도 이 자리에서 확실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디스카이온 왕국의 ‘패왕’이셨던... ‘가르샤브’ 국왕 폐하께서 서거하셨습니다.”

 “!!”

 “설마... 그 소문이 사실이었소이까?”

 

 시엔의 선언에 남부 귀족들은 일제히 웅성거리며 표정이 변하였다. 이미 월터 공작이 퍼트린 소문에 의해 다들 알고는 있었지만 반신반의하여왔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시엔은 그들을 진정시키며 말을 이었다.

 

 “수도에서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최근 제이시커 왕자가 보낸 이 공문에 대해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고 있는 정황을 볼 때 이는 확실합니다.

 공문의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시엔은 긴 공문을 피며 읽어 내려갔다. 국왕의 서거 선언과 계엄령 선포, 이를 따르지 않는 자는 힘으로 압살하겠다는 엄포 등을 말하자 귀족들의 표정은 수시로 변하여갔다.

 

 뒤이어 시엔은 제이시커의 공문에 대한 대응 격으로 나온 드라이언 왕자의 공문을 다시 읽어주었다. 왕자나 고위 귀족 등의 어떠한 사전 회의도 없이 멋대로 이루어진 계엄령 선포에 대한 반발과 국왕 암살의 음모, 그리고 그 배후에 제이시커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 등이 뒤따랐다.

 

 그 내용을 들으며 귀족들은 현 디스카이온의 전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대략 알 수 있었다.

 

 “흠... 이거 나라가 굉장히 어지럽게 돌아가는 것 같은데... 이것에 대해 스탈리스 경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음... 우리 디스카이온 남부는 클레이브 왕자를 지지하기로 이미 오래 전부터 입을 맞추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허나 왕자들이 세력이 이끌고 있는 북부와 동부를 볼 때 우리 남부는 그 클레이브 왕자님이 없지 않소이까?”

 “그래서... 이 자리에서 디스카이온 남부를 왕자를 대신하여 이끌 섭정을 선출하려고 합니다.”

 

 시엔의 선언에 귀족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상시국에는 확실히 어설픈 연합보다는 하나의 강력한 리더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효율적이었고 시엔의 섭정 이야기는 맥이 맞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모두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단상 위의 시엔과 베리알 후작에게로 모아졌다. 원래대로라면 디스카이온 남부 최고의 귀족인 베리알 후작이 맡는 것이 당연했겠지만 최근 주가가 치솟은 시엔 역시 간과할 수 없었다. 이에 정보가 어두운 몇몇 귀족들은 둘 중 누구를 지지해야 하는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그 고민은 베리알 후작이 바로 해소를 해주었다. 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그리고는 모두를 향해 따스한 음성으로 말하였다.

 

 “허허. 지금 분위기에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미룰 이야기는 아닌 듯 하여 가볍게 한 마디 하겠네. 방금 전... 시엔 스탈리스 경과 나의 딸 세인트 간의 약혼식이 있었다네. 축하를 해주겠는가?”

 “!!”

 

 베리알 후작의 또 다른 ‘선언’에 남부의 귀족들은 이전보다 더욱 더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큰 충격은 공식석상에서 베리알 후작이 환한 미소와 따뜻한 어조의 목소리를 보였다는 것이었다. 또한 느닷없는 두 거물 간의 약혼은 이들에게 연타를 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중앙 홀은 환호성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오오! 축하드립니다!”

 “감축드립니다. 베리알 경!”

 “하하. 스탈리스 경... 전쟁으로 그리 바쁘게 움직이시면서 그 사이에 사랑까지 쟁취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남부의 귀족들은 좀 전의 어두운 분위기를 잊으려는 듯이 일제히 일어서서 박수와 축하를 보내주었다. 이것에 베리알 후작은 기분 좋게 그것을 느끼다가 잠시 후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이에 귀족들이 조용해지자 그는 말을 이었다.

 

 “이 사람은 본래 문관으로서 전장에 밝은 존재는 전혀 아니라네. 지금 난세로 빠져 들어가는 디스카이온의 상황을 볼 때 향후 남부를 이끌 존재는 전장에 능숙한 존재여야 한다는 것이 이 베리알의 생각인 바... 이 사람은 시엔 스탈리스 경을 왕자 대리로 쓰고 싶구만...”

 “아...!”

 

 베리알 후작이 시엔 스탈리스를 밀어주자 귀족들의 눈이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바로 눈치를 챘고 그들의 생각을 바로 정리가 되었다.

 

 “그럼 디스카이온 왕국의 원칙에 따라 비밀 투표를 할 것이니 마음을 정리한 사람들은 신속하게 와서 왕자 대리로 원하는 자의 이름을 적고 투표함에 넣도록 하시게.”

 “알겠습니다!”

 

 베리알 후작은 미리 준비한 투표함과 투표 용지를 꺼내보였다. 이에 귀족들은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쪼르르 달려와 적고는 들어갔다. 이런 보기 드문 쾌속의 투표 덕분에 중앙 홀의 회의는 대단히 빠르게 진행되어갔다.

 

 잠시 후 베리알 후작은 투표함을 열어 적힌 이름을 하나하나 읽어주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시엔 스탈리스의 만장일치 선출이었다.

 

 “허허. 오늘 이 베리알은 약혼식에 이어 두 번 기쁨을 느끼는군. 우리 남부의 귀족들이 이렇게 일치단결하고 있다는 것 말이야. 물론 그것은 우연이 아닌... 시엔 스탈리스란 존재의 능력과 헌신 덕분이겠지. 그렇지 않은가?”

 “오오! 옳으십니다!”

 “만장일치... 이중에 스탈리스 경의 도움을 받지 않은 자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베리알 후작의 말에 먼저 베리알 후작 파 귀족들이 환호를 하였고, 곧 우드빌 백작의 세력들이 화답을 하였으며, 뒤이어 작위가 낮은 하위 귀족들도 일제히 일어나 함성을 보내었다.

 

 그야말로 하나로 뭉친 디스카이온 남부의 모습이었다. 이에 시엔은 겸허하게 표정을 지으며 단장 앞으로 나아갔고 모두를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먼저 저 같은 볼품없는 존재를 이렇게 지지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베리알 후작 님도 계시고, 우드빌 백작 님도 계신 상황에서 제가 맹주의 자리에 오르다니... 평소라면 당연히 받지 않았을 것이지만... 현 상황이 시급하다는 모두의 뜻을 받아들여 겸허히 수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남부의 맹주가 되었다고 해서 제가 여러분들께 월권을 행사하거나 여러분들을 하대하는 일, 여러분에게 일방적인 명령을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시급한 전시 상황이 아닌 한 우리 남부는 모두의 회의를 통한 의사결정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섭정이 된 이 시엔 스탈리스의 방식입니다.”

 “오오!”

 “적극 지지할 것이오!”

 

 겸손하면서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 그러나 그럼에도 그 위치가 낮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더 위대하게 보이는 시엔이었다. 그런 시엔을 뒤에서 보며 베리알 후작은 자신의 마음 속이 가득 차는 듯한 포만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그러면서 또 하나의 아쉬움이 샘솟았다.

 

 ‘저런 인물이 왕이 되어야 하는 것인데...’

 

 베리알 후작 자신이 꿈꾸는 왕재의 모습에 정확히 들어맞는 훌륭한 군주, 시엔의 모습을 보며 베리알 후작은 입맛을 다실 뿐이었다.

 

 그렇게 시엔은 자신이 맹주가 되고 갖는 첫 번째 회의를 시작하였다.

 

 “지금 우리는 두 가지 공문을 받은 상태입니다. 제이시커 왕자와 드라이언 왕자의 것들입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가급적 많은 이들의 의견을 받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지 않는 시엔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날 너무나 많은 정보를 받게 된 귀족들은 아직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었고 그래서 다들 머뭇거리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30분이 의미 없이 흘러가버렸고 시엔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워낙 중대한 이야기라서 다들 혼란스러우신 것 같은데 그럼 저의 생각을 먼저 말해보겠습니다. 두 왕자가 정면으로 배치되는 공문을 낸 이상 제이시커 세력과 드라이언 세력, 북부와 동부의 전쟁은 목전에 왔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두 세력은 주력 군을 접경지대에 모으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우리는 일단은 관망으로 일관하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시엔의 의견에 중앙 홀은 약간의 웅성거림이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우드빌 백작이 일어나 말하였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다른 이의 생각에 대한 대응을 하는 것이 더 편한 것인지 우드빌 백작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음? 관망이라니... 어찌하여 그렇소이까? 북부와 동부의 세력을 비교하면 이 전투는 너무나 일방적이 될 가능성이 있소이다. 일단 북부의 맹주 제이시커 왕자는 가르샤브 전 왕의 전쟁을 훌륭하게 수행한 경험도 있고 또한 북부로 가자마자 주변 귀족들을 순식간에 장악한 카리스마 또한 있소. 게다가 무에 있어서 디스카이온의 4대 소드마스터를 제외하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소이다. 반면 드라이언 왕자는 성품이 부드럽고 역시 검기를 다루는 정식 기사의 경지에 있다고는 하나 제이시커 왕자의 그것에 비하면 한참 떨어지는 상태올시다.

 또한 왕자의 능력 차이를 배제하고 보더라도 전력상 북부는 월등히 우위에 있소. 북부는 백작 이상의 힘 있는 귀족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고 그들 모두가 제이시커 왕자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는 상태... 그래서 총 병력을 모은다면 그 수가 15만을 넘을 것이오. 반면 드라이언 왕자의 동부는 많이 모아봐야 10만... 거기에 그 수 역시 다 모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소.

 즉, 양측의 전쟁은 북부가 너무나 일방적으로, 그리고 너무나 빠르게 승리를 하게 될 것이오. 그것을 그저 관망만 하며 지켜본다면 우리는 동부를 집어삼킨 제이시커 왕자와 상대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닥치게 될 것이외다.”

 

 기나긴 우드빌 백작의 설명이었다. 이는 모두가 공감할 만한 내용이었고 모든 귀족들은 이것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시엔 역시 미소를 지으며 어느 정도 동의를 표한 후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우드빌 백작님의 말씀은... 동부의 드라이언 왕자와 연합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까?”

 “그렇소. 이는 디스카이온 4개 지구의 세력 구도를 볼 때 너무나 당연한 것이오.”

 “드라이언 왕자와의 연합... 이것은 저 역시도 같은 생각입니다. 말씀하신대로 강성한 제이시커 왕자 세력을 당해내기 위해서는 필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그것을 하는 것은 반대입니다.”

 “음? 어찌하여 그렇소?”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나 시점이 다르다는 시엔의 설명에 우드빌 백작을 비롯한 모두는 귀를 쫑긋 세웠다.

 

 “현재 디스카이온 4대 세력 중 왕자가 있는 쪽은 북부와 동부입니다. 그래서 국왕의 서거에 그렇게 신속하게 대응을 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서부의 아이사드 왕자는 국왕 서거 후 실종 상태이고, 남부의 클레이브 왕자님은 이곳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남부가 어느 한 왕자에게 연합을 하자고 먼저 손을 벌린다면... 이는 전국적으로 남부의 귀족들이 동부의 드라이언 왕자에게 귀순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게 됩니다.”

 “!!”

 

 핵심을 찌르는 시엔의 말에 우드빌 백작을 비롯한 모두는 눈빛이 변하였다. 생각해보니 그것은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허나...”

 “아무리 제가 노력한다 하여도 향후 왕이 될 수도 있는 왕자와 귀족의 관계는 결국 군주와 신하의 관계... 결국 남부의 귀족들은 드라이언 왕자를 지지하는 형상을 띠게 될 것이고 또한 드라이언 왕자의 명령을 받아야 되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제이시커란 강적을 상대함에 있어 이는 어쩔 수 없게 될 것이고 이것이 고착화될 경우 향후 클레이브 왕자가 돌아오더라도 다시 돌리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어찌 보면 가장 최악의 상황일 수도 있게 되겠지요.

 그것보다는 드라이언 왕자로 하여금 답답함을 유발하여 먼저 손을 내밀게 해야 합니다. 본디 거래란 찾아가는 것보다 찾아오게끔 만들어야 하는 법이지요.”

 

 뭐라 반문을 하려 하는 우드빌 백작의 말을 능숙하게 짜르며 시엔은 자신의 의견을 설명하였다. 이것에 귀족들의 분위기는 바로 시엔 쪽으로 쏠렸다.

 

 이에 우드빌 백작은 어느 정도 수긍을 하면서도 고개를 저으며 말하였다.

 

 “물론 맞는 말씀이오. 허나 이대로 제이시커 세력과 드라이언 세력이 맞붙을 경우 북부의 압승이 예상된다는 것도 당연한 사실이올시다. 그것을 그냥 놔두자는 말이오?”

 “후후... 북부의 압승이라... 이는 동부 세력을 너무 우습게 보시는 것 같군요...”

 “!?”

 

 우드빌 백작과 시엔이 논쟁을 하는 사이에 슬그머니 단상 위로 올라온 ‘노라드’가 부드럽게 끼어들며 말하였다. 그의 등장에 우드빌 백작은 약간 놀라며 물었다.

 

 “내가 동부를 우습게 보았다라... 그럼 노라드 자네는 동부 세력이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인가?”

 “하하... 글쎄요. 그것은 확신할 수 없으나... 동부 세력은 최소한 그렇게 쉽게 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찌 그렇게 말하는 것이지?”

 

 “그곳에는... 제 라이벌이 있답니다. 하하하...”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78 유스메르 공작 (12) 2018 / 12 / 31 329 0 5712   
77 유스메르 공작 (11) 2018 / 12 / 31 305 0 10477   
76 유스메르 공작 (10) 2018 / 12 / 31 312 0 5679   
75 유스메르 공작 (9) 2018 / 12 / 31 317 0 5462   
74 유스메르 공작 (8) 2018 / 12 / 31 320 0 5412   
73 유스메르 공작 (7) 2018 / 12 / 31 316 0 5709   
72 유스메르 공작 (6) 2018 / 12 / 31 329 0 5442   
71 유스메르 공작 (5) 2018 / 12 / 31 316 0 5626   
70 유스메르 공작 (4) 2018 / 12 / 31 310 0 5532   
69 유스메르 공작 (3) 2018 / 12 / 31 321 0 5484   
68 유스메르 공작 (2) 2018 / 12 / 31 323 0 5096   
67 유스메르 공작 (1) 2018 / 12 / 31 326 0 6046   
66 시엔 - 드라이언 동맹 (2) 2018 / 12 / 31 323 0 5410   
65 시엔 - 드라이언 동맹 (1) 2018 / 12 / 31 330 0 10233   
64 드라이언 vs 제이시커 (9) 2018 / 12 / 31 289 0 5411   
63 드라이언 vs 제이시커 (8) 2018 / 12 / 31 303 0 5725   
62 드라이언 vs 제이시커 (7) 2018 / 12 / 31 310 0 5022   
61 드라이언 vs 제이시커 (6) 2018 / 12 / 31 312 0 6106   
60 드라이언 vs 제이시커 (5) 2018 / 12 / 31 327 0 5390   
59 드라이언 vs 제이시커 (4) 2018 / 12 / 31 336 0 5725   
58 드라이언 vs 제이시커 (3) 2018 / 12 / 31 320 0 5974   
57 드라이언 vs 제이시커 (2) 2018 / 12 / 31 342 0 5218   
56 드라이언 vs 제이시커 (1) 2018 / 12 / 27 304 0 6302   
55 베리알 후작의 제안 (1) 2018 / 12 / 27 308 0 9391   
54 흑마술사 크루엘라 (1) 2018 / 12 / 27 289 0 9382   
53 북방의 검은 사자 (4) 2018 / 12 / 27 305 0 5236   
52 북방의 검은 사자 (3) 2018 / 12 / 27 305 0 5182   
51 북방의 검은 사자 (2) 2018 / 12 / 27 321 0 9655   
50 북방의 검은 사자 (1) 2018 / 12 / 27 300 0 9752   
49 오우거 족의 대습격 (6) 2018 / 12 / 24 289 0 5483   
 1  2  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시오데란드 전기
듀얼won
패배에서 얻어지
듀얼won
일인지하만인지
듀얼won
프로듀스의 방
듀얼won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