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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내 집사를 소개한다냥!
작가 : 오단로봇
작품등록일 : 2018.12.11

[환생/가족치유물/귀여움/전생을 기억하는 고양이/집사 육아물/집사 장가보내기]

분명히 환생한 거 같다. 어쩌면 회귀일 수도 있는 거 같다.
소설에서 보면 공작부인으로 태어나고 황제의 딸로도 태어나던데
나는 눈 떠보니 배추밭 옆에서 발견된 길냥이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전생에 '돈 많은 집사를 둔 금수저 냥이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라고 빌었던 거 같다.

근데 날 발견한 집사 놈은 맨날 같은 추리닝에 누나의 집에 기생하는 처지다.
게다가 그 누나라는 인간은 내가 발톱이 간지러워서 뭔가 살짝 긁어만 놔도 눈에서 불이 튀어나오는 마녀다.

한 번 뿐이 냥생...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살다가 죽을 수 없다.
저놈의 한심한 집사놈을 돈도 많아 보이는데다 향기 뿜뿜 나는 예쁜 수의사느님께 장가보내야 전생에 바람을 이룰 수 있을 거 같다.

흙수저 냥이 배추의 금수저 냥이 되기 프로젝트.

 
우리 집사랑 결혼해라.
작성일 : 18-12-24 16:18     조회 : 96     추천 : 0     분량 : 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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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현수 씨가 왜요. 제가 미안하고 고맙죠.”

 

 어색한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두 사람을 보며 배추가 고개를 갸웃했다. 의도 했던 건 아닌데 둘이 좀 전에 부둥켜안고 있던 게 좋아 보였다. 어쩌면 제 목표인 ‘집사를 수의사 누님에게 장가보내기’가 빨리 이루어질 거 같기도 했다.

 

 “양양양!”

 

 「집사야! 수의사 누님 또 안아라!」

 

  배추는 또다시 두 사람 중심으로 뱅글뱅글 돌려고 했다. 그러나 또 연이가 현수의 품으로 넘어지기 전에 현수의 커다란 손에 잡혔다.

 

 “이 말썽쟁이! 가만히 있지 못해!”

 

 「집사야 이거 놔라! 이거 놔!」

 

 배추가 야옹대며 네 발을 다 버둥거렸다. 배추의 가슴 줄도 함께 잡고 있던 현수의 손이 순간 미끄러졌는데 배추가 그 짧은 순간 퉁겨졌다. 순간 반사적으로 연이가 배추를 받아들었다. 현수나 배추나 연이나 잠깐 멍하니 있었다.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배추가 잘 됐다 싶어서 연이의 손등을 핥았다. 현지도 그렇고 연이도 그렇고 어쩌면 여자의 품은 포근하니 좋았다.

 

 현수랑 산책 나갈 때마다 저를 한 번씩 쓰다듬는 모든 남자의 손보다 여자들의 손이 부드럽고 좋았다. 배추는 연이의 품에 안겨 조금 전 현수의 품에 있을 때랑 다르게 얌전했다.

 

 “아니. 이 자식이 사람 차별하네. 선생님, 이리 주세요.”

 

 “훗, 내가 좋은가 봐요. 그냥 제가 안고 갈게요.”

 

 연이가 배추의 뒷덜미를 쓰다듬으며 걸었다. 배추는 연이의 포근한 품에서 갸르릉 소리를 냈다. 그러다 연이의 손이 좀 느려지자 고개를 들고 연이를 봤다. 연이도 마침 배추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냐아앙”

 

 「수의사 누님아. 우리 집사랑 결혼해라.」

 

 “뭐?”

 

 「우리 집사 좀 한심하고 얼굴은 못생겼어도 제법 괜찮아. 공주네 아빠보다 젊고, 키도 크고, 손도 크고, 힘도 세고, 다리에 털도 있다. 어쨌든 참고 살만해. 그러니까 우리 집사랑 결혼해라. 응? 그러면 내가 매일매일 혼을 실어서 그루밍 해줄게.」

 

 연이는 싱긋 웃으면서 배추의 코를 검지로 살짝 건드렸다.

 

 “선생님은 가끔 보면 배추랑 무슨 얘기를 하는 거 같아요.”

 

 “훗, 얘기하죠.”

 

 “어떻게요?”

 

 “마음으로?”

 

 “네?”

 

 현수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현수의 얼굴을 연이는 새삼스레 물끄러미 봤다. 한심한지는 모르겠고, 얼굴은 꾸미면 잘생겼다는 소리를 툭하면 듣고 살았을 듯 했다.

 

 물론 지금 두꺼운 뿔테 안경과 조금 자란 수염이 다 잡아먹고 있긴 하지만 이 모습이라도 어디 가서 외모로 꿀릴 인물은 아니었다. 연이가 잠깐 관찰하듯 보자 현수는 괜히 민망해졌다.

 

 “왜, 왜 그렇게 보세요?”

 

 “아, 내가 너무 빤히 봤나요?”

 

 “뭐, 좀?”

 

 “미안해요. 아! 근데 다리에 털 있죠?”

 

 “네? 뭐, 좀 있는데……. 근데 그걸 왜 물어보세요?”

 

 “배추가 그렇다네요.”

 

 현수는 연이가 저를 놀리는 거 같아서 농담으로 받아쳐야 할 거 같았는데 할 말이 도무지 없었다. 진지한 성격이라 그런 걸 못 하는 게 지금 아주 많이 아쉬웠다. 그 와중에 다리털을 밀어야 하나 잠시 고민하기도 했다.

 

 

 몇 걸음 더 걷자 연이의 집이 있는 골목이 나왔다. 처음으로 온 건데 정말 멀지 않은 곳이었다. 애초에 현수 남매를 지켜보다 얻은 병원이고 집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다 왔어요. 저 건너편 노란 벽돌 건물이예요.”

 

 “아. 네.”

 

 두 사람이 한 걸음 더 옮기자 배추가 갑자기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댔다.

 

 현수는 배추가 이정도로 경계하는 걸 한 번도 보질 못했다. 산책을 하다가 공주의 집에 갔을 때 어쩌다 한 번씩 멍구가 보이면 신경전을 하느라 ‘하악’대긴 했지만,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것에 이런 적은 없었다.

 

 배추의 시선은 조금 떨어진 곳의 승용차에 가 있었다. 그 안에 기분 나쁘게 연이와 현수를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왠지 차 안에서 풍겨오는 비싼 향수 냄새부터가 싫었다. 왜 그런지 그 사람이 배추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해코지할 사람으로 보여서 더 기분 나빴다.

 

 “어! 배추가 왜 이러지?”

 

 “…….”

 

 연이는 대답하지 않고 배추가 보고 있는 곳을 같이 봤다. 그 시선이 멈춘 곳에 연이에겐 익숙한 외제차가 있었다. 그 안에 타고 있던 사람이 천천히 내려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역시나 강현이었다.

 

 미소 짓고 있는 강현의 얼굴이 누가 봐도 무척 수려했다. 단지 강현을 노려보고 있는 이들의 눈에 호감형으로 안 보일 뿐이었다.

 

 여전히 연이 품에서 으르렁대는 배추를 본 후 강현은 인상을 찌푸린 채 옆의 현수를 봤다. 한눈에도 현수를 경계하며 경고하는 듯한 매서운 레이저를 쏴댔다. 현수도 미간을 찡긋하며 비슷하게 바라봤다.

 

 연이의 품에 있던 배추가 으르렁 소리를 좀 더 크게 냈다. 그제야 강현은 현수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배추를 쓰다듬으려 듯 손을 뻗었다. 배추가 이빨을 드러낸 체 앞발을 들어 할퀴려고 해서 강현의 손이 멈칫했다.

 

 “연이야. 이 사나운 고양이가 네 고양이야?”

 

 “……여긴 왜 온 거야?”

 

 “오빠가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보러 오는 거야 자연스러운 거잖아.”

 

 “현수 씨. 그만 돌아가세요.”

 

 “예? 저기 괜찮으세요?”

 

 현수는 강현을 보며 물었다. 현수의 눈빛에도 배추처럼 경계가 서려 있었다.

 

 그런 현수를 보며 연이가 고개를 끄덕인 후 아직 강현에게 으르렁대는 배추의 뒷덜미를 쓱 만졌다. 연이와 눈이 마주치자 배추는 ‘앙앙’대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수의사 누님아. 나 저 사람 기분 나빠.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가자.」

 

 “괜찮아. 우리 오빠야. 배추야, 다음에 보자.”

 

 연이는 배추를 현수에게 건넸다. 현수는 배추를 받아 안고 연이에게 인사를 한 후 강현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일단 인사를 했으니 배추를 바닥에 내려 가슴줄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근데 몇 걸음 못 가고 현수나 배추나 몇 번씩 뒤돌아봤다.

 

 

 잠시 후 연이와 강현이 연이의 원룸이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현수가 길게 한숨을 내뿜었다.

 

 “배추야. 선생님 정말 괜찮은 걸까?”

 

 “냐양”

 

 「집사야, 나도 수의사 누님이 걱정된다.」

 

 현수의 말에 배추가 같은 시선으로 연이가 있는 집을 보며 대답했다. 배추의 대답을 못 알아듣긴 했지만, 현수는 진짜 배추와 말이 통한 느낌이었다.

 

 연이가 마음으로 얘기한다는 말이 아주 잠깐 이해가 됐다. 현수가 쪼그려 앉아 배추의 앞발을 잡아 세운 후, 배추와 눈을 맞췄다.

 

 “우리 배추. 지금 형한테 대답한 거야?”

 

 “뀨르릉”

 

 「집사, 느끼하게 왜 이러는데? 이 발 놔라.」

 

 배추가 몸부림을 치자 현수는 배추의 앞발을 놔주고 대신 뒷덜미를 조금 거칠게 쓰다듬고 미소 지었다. 집사의 뿌듯한 눈빛이 괜히 어색해서 배추는 쿨하게 집을 향해 앞장서서 걸었다.

 

 

 그 시간 연이가 집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자 강현이 아무 소리 하지 않고 따라 들어왔다.

 

 “술 마셨어?”

 

 “조금.”

 

 “좀 전에 그 사람이랑 단둘이?”

 

 “…….”

 

 약간 술 냄새를 풍기던 연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 사람 누구야?”

 

 “오빠가 알 거 없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알아야 하잖아.”

 

 강현이 연이의 볼을 쓰다듬으려는 듯 손을 올렸다. 그 손이 연이의 볼에 닿기 직전 연이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연이의 거부에 강현은 씁쓸하게 웃었다.

 

 “이연이. 난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줬어.”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결과는 똑같은 거였잖아. 그리고 내가 원한 건 자유로워지는 거뿐이었어. 이런 식으로 밤늦게 찾아오는 짓을 하는 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

 

 차가운 표정의 연이를 보며 강현은 고개를 돌려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그리고 굳은 표정으로 연이를 보며 말했다.

 

 “그 사람 만나지 마.”

 

 “내가 누굴 만나든 상관하지 마.”

 

 “그 사람 내가 가만둘 거 같아?”

 

 “응. 오빤 가만둘 거야. 안 그러면 엄마까지 다 알게 될 테니까.”

 

 “내가 언제까지 그 협박에 장단 맞춰 줄 거 같냐?”

 

 “협박 아닌 거 알잖아.”

 

 “으아!”

 

 강현은 짧게 소리를 지른 후 눈을 질끈 감았다 뜨더니 집을 그냥 나가버렸다. 강현이 나가자 다리에 힘이 풀린 연이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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