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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내 집사를 소개한다냥!
작가 : 오단로봇
작품등록일 : 2018.12.11

[환생/가족치유물/귀여움/전생을 기억하는 고양이/집사 육아물/집사 장가보내기]

분명히 환생한 거 같다. 어쩌면 회귀일 수도 있는 거 같다.
소설에서 보면 공작부인으로 태어나고 황제의 딸로도 태어나던데
나는 눈 떠보니 배추밭 옆에서 발견된 길냥이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전생에 '돈 많은 집사를 둔 금수저 냥이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라고 빌었던 거 같다.

근데 날 발견한 집사 놈은 맨날 같은 추리닝에 누나의 집에 기생하는 처지다.
게다가 그 누나라는 인간은 내가 발톱이 간지러워서 뭔가 살짝 긁어만 놔도 눈에서 불이 튀어나오는 마녀다.

한 번 뿐이 냥생...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살다가 죽을 수 없다.
저놈의 한심한 집사놈을 돈도 많아 보이는데다 향기 뿜뿜 나는 예쁜 수의사느님께 장가보내야 전생에 바람을 이룰 수 있을 거 같다.

흙수저 냥이 배추의 금수저 냥이 되기 프로젝트.

 
장미가 문제야.
작성일 : 18-12-24 16:16     조회 : 409     추천 : 0     분량 : 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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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후 간단한 반찬까지 내온 현지가 물었다.

 

 “연이 씨 술 한잔할래요?”

 

 “술 있어요?”

 

 “가끔 내가 한잔씩 해서 미리 사다 둬요. 소주랑 맥주가 있고. 와인도 한 병 있어요. 어떤 거로 할래요?”

 

 “아무래도 삼겹살엔 소주죠!”

 

 “연이 씨. 역시 배운 뇨자!”

 

 현지는 엄지손가락을 쳐들고 웃은 다음 소주잔 두 개와 그냥 유리컵 하나를 들고 왔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소주 두 병과 사이다 페트병을 내왔다.

 

 현수는 고기를 먹을 때 절대 술을 먹지 않았다. 술에 취하면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데, 그 맛있는 고기를 먹으면서 왜 감각을 죽이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현수에게 술은 정말이지 고기에 대한 모독이었다.

 

 덕분에 친구들과의 술자리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냥 집에서 맨날 싸우는 누나랑 편하게 고기만 구워 먹는 게 좋았다.

 

 “현수 씨는 사이다 드시는 거예요?”

 

 “네? ……네.”

 

 연이는 현수에게 계속 배추 보호자님이라고 부르다가 처음으로 이름을 불렀다. 연이는 담담히 웃고 있었지만, 괜히 어색해진 현수는 눈을 제대로 맞추질 못했다.

 

 “이 자식은 원래 그래요. 고기 맛 버린다고 고기 먹을 때 술 안 마셔요. 그냥 고기 숭배자라니까. 쌈도 안 싸 먹고 고기 따로 상추 따로 먹는 얘에요.”

 

 “음, 그러고 보니 그렇기도 하겠네요. 근데 뭐 저는 이미 망친 버릇이라 그냥 술이랑 쌈이랑 고기랑 같이 먹어야겠어요.”

 

 “저 자식이 맨날 방구석에만 있다 보니 인생의 쓴맛을 몰라서 그렇다니까. 남 눈치 볼 일이 없으니 지 스타일이 무조건 최고야. 연이 씨, 받아요.”

 

 현지가 연이의 술잔에 소주를 따랐다. 그사이 고기 숭배자 현수의 스킬이 들어간 삼겹살이 적당히 구워졌다.

 

 연이는 삼겹살 한 점을 쌈을 싸서 먹은 후 현수가 먹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현수는 정말 고기만 먹었다. 진짜 고기 따로 쌈 따로였다.

 

 연이는 그런 현수를 보며 빙긋 웃었다. 그리고 현지가 건배를 하자고 해서 현지와 연이는 소주잔을 들고 현수는 사이다 잔을 들어 어색한 건배 했다.

 

 그사이 잠에서 깬 배추가 코를 킁킁대며 다가왔다. 아무리 예쁜 짓을 해도 사람 음식은 절대 주지 않는 현수는 넘기고, 연이의 허벅지에 귀여운 앞발은 척 얹은 후 ‘야옹야옹’ 해댔다. 조금 전까지 배불러서 실신해 있더니 고기 냄새는 또 다르게 유혹적이었다.

 

 연이가 지방을 바르고 살만 떼어서 아주 조그맣게 잘라서 줬다. 평소엔 현지가 주려 해서 현수가 눈을 부릅뜨고 말리곤 했다. 근데 연이가 주니 현수는 차마 말리지는 못하고 물었다.

 

 “그렇게 사람 음식 줘도 되는 거예요?”

 

 “매일 주는 것도 아닌데 괜찮아요. 물론 지방은 떼고 줘야 해요.”

 

 “처음 만났을 때 준 우유 빼곤 사람 음식 준 적 없었는데…….”

 

 “배추도 좀 즐겨야죠. 몸에 좋은 것만 하고 살면 너무 지루하잖아요.”

 

 현수는 저도 담배를 피우니 할 말이 없어져 그냥 연이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배추는 삼겹살을 한 점 더 얻어먹더니 생각보다 맛이 별로였던지 더 달라고 하지 않았다.

 

 이제 볼 일 없다는 듯 구석으로 가서 아까 못한 그루밍을 해댔다. 여러 가지 이상야릇한 자세로 온몸을 핥는데 볼록한 배가 치명적으로 귀여웠다. 그 모습을 보며 웃던 연이는 소주를 몇 잔 더 마신 뒤 말했다.

 

 “언니도 현수 씨도 그리고 배추까지 너무 부럽네요.”

 

 “뭐가요?”

 

 “그냥 다요.”

 

 “…….”

 

 “……있죠. 내가 자란 우리 집은 정말 대단한 집이거든요. 돈도 아주 많고. 우리 아빠는 가끔 티브이에도 나오시는 유명한 분이세요. 부럽죠?”

 

 무슨 뜻으로 말하는지 몰라서 현지나 현수나 그냥 고개를 갸웃하며 연이를 봤다.

 

 “우리엄마는 막 뉴스에 나오는 무개념 사모님 같지도 않고, 정말 좋은 분이시죠. 정기적으로 봉사도 다니시고 기부도 많이 하시고 그래요. 덕분에 저도 여태 그 집에 귀한 딸로 살 수 있었고…….”

 

 “그럼 잘 됐던 거 아니에요?”

 

 현지가 물었다.

 

 “그렇죠. 다들 절 얼마나 부러워했는데요. 저는 정말 아주 많이 운이 좋았죠. 근데, 사실은 아마 내가 그때 화재 후에 입원하지 않았다면, 나는 언니가 입양된 곳으로 가고 지금 우리 집은 언니가 입양됐을 거예요. 언니가 간 집이 원래 제가 가기로 했던 집이었거든요. 나 대신 똑같이 생긴 언니가 입양됐고, 나중에 우리 부모님들이 절 입양하셨어요.”

 

 “……선생님, 자라면서 행복하지 않았었나 봐요?”

 

 연이는 여전히 미소 지으며 담담히 얘기하는데, 그 미소가 현수가 보기엔 왠지 쓸쓸했다. 남들이 모두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는 자신의 아빠도 자신에겐 조금 다른 의미였다. 왠지 연이에게도 그 집에서의 생활이 남들이 보는 것과는 다른 듯했다.

 

 연이의 말을 그냥 듣고만 있던 현수는 무례할 지도 모르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물었다. 저에게 위로하는 기술은 없지만 혹시 연이가 어딘가 털어놓을 곳이 필요하다면 들어는 주고 싶었다.

 

 “글쎄요. 행복했던 거 같기도 한데, 그게 뭐랄까. ……또 사실은 말이죠. 내가 우리 집에서도 대타였거든요. 아, 이번엔 내 친언니 대타가 아니고요. 내가 입양되기 전에 원래 우리 엄마가 낳은 친딸이 있었어요. 날 입양하기 얼마 전에 교통사고로 잃었대요.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저를 입양하신 거죠. 하필이면 내가 나이도 같고 얼굴도 많이 닮았으니까……. 그래서 나는 우리 집에서 철저히 그 아이가 돼서 살았어요. 그러지 않으면 다시 버림받아야 하니까 열심히 살았죠. 그래도 자랄 땐 행복했는데…….”

 

 “근데 지금은 아닌 거예요? 그러고 보니 왜 독립한 거예요?”

 

 현지가 다시 물었다.

 

 “더 늦기 전에 잠깐이라도 나로 살고 싶어서 나왔어요. 정말 독립하기 전엔 잘 때조차 긴장했던 거 같은데 이제야 아무 눈치 안 봐도 되니까 너무 좋아요. 아, 현수 씨 눈치는 가끔 보긴 하지만…….”

 

 “제가 뭘 어쨌다고…….”

 

 “어머! 나 피하고 그랬잖아요.”

 

 “그거야……. 아, 이제 안 그럴게요.”

 

 현수가 머리를 긁적이다 사이다를 마셨다. 이제야 연이가 좀 편해진 건지 현수의 말투에 높낮이도 생겼다.

 

 그때 그루밍을 끝내고 구석에서 나 홀로 축구를 한창 하던 배추가 현수에게 드리블을 했다. 매번 그렇듯 공을 던져주자 배추는 또 그 공을 몰고 현수에게 다가왔다. 현지 말대로 배추는 노는 게 강아지 내지는 사람 아이 같았다.

 

 

 밤늦게 연이가 집을 나서려 하자 배추도 따라가려고 현관 앞에서 버티고 있었다. 현지가 안아 들려고 하자 연이 발을 잡고 애절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현수가 말했다.

 

 “이 자식아. 밤인데 어딜 가려고? 이리 안 와?”

 

 「내가 남잔데 수의사 누님 데려다주고 올 거야! 집 밖은 위험하다고!」

 

 이 집에서 지금 배추의 말이 유일하게 통하는 연이는 배추를 안고 갑자기 웃었다. 조그마한 게 남자라고 저를 챙기려는 게 웃기도 하고 사랑스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현수 남매는 연이가 취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겨짚었다.

 

 “현수야. 네가 연이 씨 좀 데려다주고 와라.”

 

 “어? 어.”

 

 한참 웃던 연이가 웃음을 뚝 그치고 배추를 내려놓고 말했다.

 

 “혼자 가도 괜찮아요. 바로 이 근천데…….”

 

 “근처니까 그냥 이놈이랑 같이 가요.”

 

 현지의 말에 배추가 벽에 걸린 가슴 줄을 입으로 물고 현수에게 다가왔다.

 

 「집사야. 내가 손가락이 없어서 혼자선 못 한다. 가슴 줄 해줘라.」

 

 배추가 기대감에 가득 차 꼬리를 바짝 세우고 현수를 올려다봤다. 현수가 그 가슴 줄을 들고 머뭇대자 현지가 말했다.

 

 “배추 그동안 못 먹어봤던 진짜 고기도 먹었는데 운동 삼아 데리고 갔다 와.”

 

 “……그럼 그럴까.”

 

 누나의 허락이 떨어지자 현수는 바로 배추의 가슴 줄을 채웠다. 배추가 신이 나서 앞장섰다.

 

 늦봄의 밤거리는 그다지 춥지도 덮지도 않았다. 저녁때까진 그렇게 미세먼지가 날리더니 몇 시간 지났다고 미세먼지도 걷혀 공기도 괜찮았다. 담장이 낮은 집 마당에 핀 장미꽃 향도 좋았다.

 

 “너무 어릴 때라 다 기억나는 건 아닌데요. 저 현수 씨가 되게 부러웠을 때가 있었어요.”

 

 “제가요?”

 

 “네. 보육원에 있을 때 날 구해준 소방관 아저씨가 올 때면 막 되게 설레고 그랬거든요. 나한텐 신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근데요. 그 아저씨가 저랑 놀아주면서 ‘우리 아들이 네 또래인데 되게 극성맞아.’라고 했던 말이 기억나요. 근데 표정이 막 아들 얘기만 나오면 막 입꼬리가 여기까지 올라가시고 그랬어요. 어린 마음에도 ‘아저씨가 아들을 되게 사랑하시는구나. 부럽다.’라고 생각했었어요.”

 

 연이가 배시시 웃으며 양쪽 집게손가락을 귀에다 대고 말했다. 오늘 아침의 현수라면 연이의 말 속 아빠 얘기가 귀에 박혀야 했다. 근데 이상하게 아빠 얘기가 아닌 연이의 미소가 눈에 박혔다.

 

 ‘미쳤냐? 아, 그래. 저 장미 냄새 때문이야. 장미가 문제야.’

 

 현수는 괜히 죄 없는 장미를 탓했다. 신나서 앞장서서 걷던 배추가 두 사람이 멈춰 서있자 답답해서 그들 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가슴 줄을 한 채 두 사람을 한 바퀴 돌았다. 덕분에 연이가 줄에 걸려서 넘어질 뻔해서 현수가 급히 잡았다.

 

 근데 너무 세게 잡아서 연이가 현수의 품에 푹 안기고 말았다. 뜻하지 않은 스킨십에 두 사람의 심장박동이 갑자기 빨라졌다. 서둘러 물러섰지만, 안은 현수나 안긴 연이나 얼굴이 근처의 장미꽃만큼이나 붉어졌다.

 

 “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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