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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내 집사를 소개한다냥!
작가 : 오단로봇
작품등록일 : 2018.12.11

[환생/가족치유물/귀여움/전생을 기억하는 고양이/집사 육아물/집사 장가보내기]

분명히 환생한 거 같다. 어쩌면 회귀일 수도 있는 거 같다.
소설에서 보면 공작부인으로 태어나고 황제의 딸로도 태어나던데
나는 눈 떠보니 배추밭 옆에서 발견된 길냥이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전생에 '돈 많은 집사를 둔 금수저 냥이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라고 빌었던 거 같다.

근데 날 발견한 집사 놈은 맨날 같은 추리닝에 누나의 집에 기생하는 처지다.
게다가 그 누나라는 인간은 내가 발톱이 간지러워서 뭔가 살짝 긁어만 놔도 눈에서 불이 튀어나오는 마녀다.

한 번 뿐이 냥생...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살다가 죽을 수 없다.
저놈의 한심한 집사놈을 돈도 많아 보이는데다 향기 뿜뿜 나는 예쁜 수의사느님께 장가보내야 전생에 바람을 이룰 수 있을 거 같다.

흙수저 냥이 배추의 금수저 냥이 되기 프로젝트.

 
기억은 믿을 게 못 되는구나.
작성일 : 18-12-24 16:15     조회 : 399     추천 : 0     분량 : 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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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이는 현수 남매의 집에 들어오자마자 반사적으로 쭉 집을 둘러 봤다. 현수 말대로 집은 꽤 작았다. 거실 크기는 연이의 본가에 있는 연이 방 화장실 크기와 비슷해 보였다.

 

 그래도 깔끔한 현지가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은 데다, 현수는 어지르지 않는 편은 아니어서 보기 좋았다. 배추가 가지고 놀던 쥐돌이와 초미니 축구공이 굴러다니지만, 그것도 귀여운 이 집의 분위기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남매와 배추 이렇게 세 식구 사는데 사람이 사는 냄새가 풀풀 풍겼다. 연이는 남들 보기에 대가의 명작 같은 자신의 본가보다 이 집이 더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구경만 해도 온몸의 긴장감이 쭉 풀리며 이런 게 가족이 사는 집이구나하는 안정감이 들었다.

 

 연이가 집을 구경하는 동안 현수는 이동장을 열어서 배추를 풀어줬다. 오늘은 산책을 한 게 아니어서 발을 씻기진 않아도 깨끗했다.

 

 배추는 낮 동안 계속 잠만 자서 점심 저녁을 생으로 굶었다. 연이의 동물병원에서도 아무것도 못 얻어먹어 요근래 들어 가장 홀쭉한 배였다.

 

 배추는 자유를 얻자마자 낮에 현수가 채워 놓은 사료 그릇으로 달려갔다. 배추가 건사료를 야무지게 씹을 때마다 ‘오도독오도독’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언제 어디서 누가 들어도 기분 좋은 경쾌한 소리라 세 사람은 잠깐 배추의 먹는 모습을 구경했다.

 

 배추가 원래도 좀 허겁지겁 먹긴 하지만 간식이 아닌 사료는 스스로 양 조절을 잘 했다. 근데 지금은 좀 많이 먹는 거 같아서 현지가 현수에게 물었다.

 

 “배추 암 것도 안 먹었어?”

 

 “응. 그런 거 같아. 놀다가 책상 위에서 자고 있었는데 사료 따라놓은 거 그대로 있구만.”

 

 “네가 배추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잔 거야?”

 

 “아니. 내가 잠들기 전에 소파랑 침대는 혼자서 뛰어 올라오던데. 그러고 보니 내가 자는 사이 책상도 정복했나 보네.”

 

 “와! 우리 배추 이제 다 컸구나!”

 

 현지는 배추가 기특해서 아직 배를 덜 채운 배추를 들고 볼을 비볐다. 먹다가 봉변을 당한 배추는 현지의 손안에서 발버둥을 좀 쳤다.

 

 「누나 집사야! 이거 놔라! 나 아직 배고프단 말이다. 아! 진짜, 그럼 어쩔 수 없지. 내 필살기를 쓸 수밖에.」

 

 배추는 현지한테서 벗어날 수가 없자, 그동안 아껴온 할짝할짝 신공을 펼쳤다. 이러면 현지가 놀라고 간지러워서 놓아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귀찮게 할 때마다 가끔 한 번씩 써먹었다.

 

 「나를 내려주란 말이다. 이쯤 했으면 내려줄 때가 됐잖아.」

 

 “아하하. 배추야 간지러워. 그럼 나도!”

 

 「아! 털에 또 이상한 거 묻는단 말이야! 그만! 누나 집사야 그만해라. 내가 졌다고!」

 

 역시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었다. 이 집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손가락 좀 핥았다고 놀라서 배추를 내동댕이치더니 이젠 얼굴을 핥아도 아무렇지도 않아 했다.

 

 오히려 배추의 뺨에 여전히 립스틱을 한 입술로 뽀뽀를 해댔다. 배추는 이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 씨! 누나 집사는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가 없겠구나.’

 

 멍구에게 피지컬로 느꼈던 좌절감에 이어 또 다른 느낌의 좌절이었다.

 

 “언니. 배추가 애교가 많네요.”

 

 “네. 내가 요즘엔 얘 때문에 사는 거 같아요.”

 

 서로 뽀뽀를 하는 현지와 배추를 보던 연이가 부러운 투로 말했다.

 

 “맨날 배추한테 소리 지르면서.”

 

 “내가 괜히 소리 지르냐? 툭하면 가구 긁어놓고, 상추 뜯어놓으니까 그러니까 소리치는 거지.”

 

 현수의 말에 현지가 가볍게 대꾸했다. 심하진 않았지만 고양이 키우는 집답게 아주 조금씩 스크래치가 난 곳이 있긴 했다.

 

 특히 열린 방문 사이로 보이는 현수의 책상 아래쪽엔 배추의 발톱 자국이 무슨 무늬처럼 나 있었다. 창가의 상추와 깻잎의 아래쪽 잎사귀는 뜯기고 찢겨 있었다.

 

 “아, 언니. 배추가 상추랑 깻잎도 먹어요?”

 

 “아니요. 다행히 먹진 않고 뜯어만 놔요.”

 

 “그럼 제가 내일 선물로 화분 좀 드릴게요. 고양이가 좋아하고 먹어도 괜찮은 식물이요.”

 

 “그런 것도 있어요?”

 

 “네. 몇 가지 있어요. 그런 거 먹으면 그루밍할 때 먹은 털 뱉어낼 때도 좋고 하니까 상추랑 깻잎 희생시키지 말고 그거 가지고 놀라고 주세요. 제가 그렇지 않아도 배추 생각나서 내 원룸에 놓을 허브 하나 사면서 같이 샀어요. 그거 내일 드릴게요.”

 

 연이가 말하면서 배추의 뒷덜미를 쓰다듬었다. 현지 덕분에 잘 관리된 고양이라 털이 부들부들해 배추를 만지는 사람들은 다들 기분이 좋았다.

 

 연이가 배추를 건드려서 현지의 손에 힘이 풀렸다. 덕분에 배추는 현지한테서 벗어나 다시 사료 그릇에 고개를 처박을 수 있었다.

 

 그 사이 현수는 손을 씻고 상추와 깻잎과 이제 딱 수확할 때가 된 오이고추를 따서 현지에게 줬다. 좀 양이 적긴 했지만 먹다가 모자라면 바로 앞에 있는 슈퍼에서 좀 더 사 오기로 했다.

 

 현수가 상을 펼치고 닦은 다음 버너를 꺼냈다. 현지도 현수가 딴 야채를 씻었다. 연이도 뭔가를 해야 할 거 같아서 거들려고 현지 곁에 다가갔다.

 

 “그냥 앉아 있어요.”

 

 “그래도…….”

 

 “음, 별로 할 것도 없는데. 그냥 있기 심심하면 배추랑 놀든가 해요.”

 

 현지와 연이가 동시에 배추를 봤다. 그 사이 배추는 이미 배를 채워서인지 배는 물론 중요 부위까지 자랑스럽게 드러낸 자세로 누워 잠들어 있었다.

 

 “배추 자네. 근데 연이 씨 고양이가 저렇게 벌러덩 누워서 떡실신하는 거 정상이에요? 어디서 보니까 야옹이는 배 보여주기 싫어한다고 하던데……. 우리 배추는 가끔 보면 그냥 사람 아이 같아요. 우리 집에서 키우는 냥이라 이런 말 하는 건 아닙니다. 크큭”

 

 “편한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있으면 배도 보여주고 그런 거죠. 그리고 배추가 무척 똘똘한 아이인 건 확실해요.”

 

 “그쵸?”

 

 현지는 연이의 맞장구에 기분이 좋아서 활짝 웃었다.

 

 “아, 나 이거마저 씻을 동안 잠깐 앨범이나 볼래요?”

 

 “네!”

 

 “야……. 잠깐 기다려요.”

 

 현지는 무의식적으로 현수를 시키려다 말았다. 현수가 마침 고기를 팬 위에 올려놓기 시작해서 그냥 자기가 방에 들어가서 앨범을 들고나오는 게 마음 편했다.

 

 연이는 현수와 배추 사이에 앉아서 현지에게 받은 앨범을 한 장 한 장 넘겨봤다. 현수의 아빠를 보며 기억 속의 은인인 그 소방관 아저씨와 사진 속 모습을 비교했다.

 

 연이의 가장 좋은 추억 중의 하나가 현수의 아빠가 휴일에 잠깐씩 와서 놀아주는 거였다. 당시 저가 작아서였는지 그때 그 아저씨는 거인처럼 커 보였다.

 

 근데 사진 속 현수의 아빠는 기억 속 그 아저씨보다 왜소했다.

 

 ‘역시 기억은 믿을 게 못 되는구나.’

 

 새삼스레 기억의 오류를 절실히 느꼈지만 그게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어쩌면 만화 속 영웅으로 초월적인 존재로 알고 있던 사람이 그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었다는 거 그것도 그다지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그리고 현수의 아빠 모습보다 더 관심이 가는 피사체를 봤다. 지금은 항상 뚱한 현수가 아빠 옆에선 밝게 웃고 있었다. 사진만 봐도 그 행복이 저한테도 전염이 되는 듯했다.

 

 몇 장을 넘기며 보니 현수의 청소년기 사진이 나왔다. 아마도 이 무렵부턴 가족사진에 현수의 아빠가 빠져있었다. 현수의 아빠가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한 사고가 아무래도 그 무렵인 거 같았다.

 

 언제나 활기찬 현지의 표정은 별 변화가 없었지만, 당시 예민한 사춘기였던 현수의 표정은 무척 삭막하게 변해 있었다. 이때부터 현수의 지금 표정이 완성된 거 같았다.

 

 연이는 사진을 보다 말고 지금 진지한 표정으로 고기를 굽고 있는 현수를 물끄러미 봤다. 그 시선을 느꼈는지 현수가 삼겹살을 한 번 뒤집은 다음 연이에게 물었다.

 

 “제 얼굴에 뭐 묻었나요?”

 

 “아니요.”

 

 “근데 왜 그렇게 보세요?”

 

 “지금 웃으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요.”

 

 “예?”

 

 “어릴 때는 잘 웃었네요. 아주 예쁘고 귀엽게. 지금도 그런가 좀 궁금해요.”

 

 현수는 괜히 난감해서 볼을 붉혔다. 그때 현지가 다 씻은 야채를 바구니에 넣어서 가지고 왔다.

 

 “이 자식은 지금 웃으면 눈 따로 입 따로 하다못해 팔(八)자 주름도 따로 웃어요. 웃음 근육이 망가졌나 그냥 뚱한 표정이 젤 나아요.”

 

 “안 웃긴데 억지로 웃으라고 시키니까 그러지.”

 

 “배추가 애교를 부리고 웃겨도 비슷하더만. 웃을까 말까 고민스러운 웃음.”

 

 “…….”

 

 현수는 더 대꾸하지 않고 더욱 뚱한 표정을 지었다. 연이가 보기에도 지금은 저 뚱한 표정이 제일 잘 어울릴 거 같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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