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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내 집사를 소개한다냥!
작가 : 오단로봇
작품등록일 : 2018.12.11

[환생/가족치유물/귀여움/전생을 기억하는 고양이/집사 육아물/집사 장가보내기]

분명히 환생한 거 같다. 어쩌면 회귀일 수도 있는 거 같다.
소설에서 보면 공작부인으로 태어나고 황제의 딸로도 태어나던데
나는 눈 떠보니 배추밭 옆에서 발견된 길냥이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전생에 '돈 많은 집사를 둔 금수저 냥이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라고 빌었던 거 같다.

근데 날 발견한 집사 놈은 맨날 같은 추리닝에 누나의 집에 기생하는 처지다.
게다가 그 누나라는 인간은 내가 발톱이 간지러워서 뭔가 살짝 긁어만 놔도 눈에서 불이 튀어나오는 마녀다.

한 번 뿐이 냥생...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살다가 죽을 수 없다.
저놈의 한심한 집사놈을 돈도 많아 보이는데다 향기 뿜뿜 나는 예쁜 수의사느님께 장가보내야 전생에 바람을 이룰 수 있을 거 같다.

흙수저 냥이 배추의 금수저 냥이 되기 프로젝트.

 
어디요? 안 보이는데…….
작성일 : 18-12-24 16:13     조회 : 86     추천 : 0     분량 : 3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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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을 나와 가는 길이 이동장 안에서 보는 배추에게 익숙했다. 이 길은 동물병원으로 가는 길이었다. 점점 소독약과 화장품과 향긋한 간식의 냄새가 섞인 연이의 냄새가 짙어졌다.

 

 처음엔 간식 때문에 연이를 좋아했지만, 나중엔 사람 중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상대여서 더 좋아하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꽤 많이 보고 싶었는데 잘 된 거였다.

 

 「와! 수의사 누님한테 가나 봐. 빨리! 빨리 가라! 집사야! 달료!」

 

 다른 뜻으로 통했지만 빨리 가자는 마음은 통했는지 현수의 다리가 최고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배추는 약간 멀미가 날 거 같았지만, 바로 그 순간 도착해서 멀미까진 나지 않았다.

 

 숨을 헐떡이며 동물병원에 들어선 현수를 보며 연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배추 보호자님. 무슨 일이예요?”

 

 “헉, 헉, 우리 배추가, 콧물이, 아니, 까만 코딱지가 꼈어요. 재채기도 하고…….”

 

 “네?”

 

 “제가 오늘 창문을 열어놓고 자서요. 이렇게 미세먼지가 심한데…….”

 

 “아……. 그럼 일로 데려와 보세요.”

 

 연이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현수는 연이가 시킨 대로 연이의 책상 앞으로 가서 배추가 들어 있는 이동장 지퍼를 열었다. 그렇지 않아도 빨리 나가서 연이와 밀린 얘기가 하고 싶었던 배추가 번개처럼 튀어 나갔다.

 

 “야옹!”

 

 「수의사 누님아! 보고싶었다규!」

 

 “배추야. 안녕. 그래. 어디가 아파?”

 

 「아니. 안 아픈대? 나 아파야 돼?」

 

 연이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솜에 식염수를 묻혀 배추의 코와 눈가를 닦았다.

 

 「아! 이러지 마! 내 코랑 눈은 내가 알아서 닦을 수 있다규! 아! 여자 사람들은 왜 이렇게 과격해!」

 

 배추가 앙앙대며 반항해도 연이는 기어코 배추의 코 밑과 눈 밑의 얼룩진 덩어리를 다 닦아 냈다.

 

 “배추 보호자님, 배추 그동안 잘 먹고 잘 놀았죠?”

 

 “네. 아침까지는요.”

 

 “지금도 이렇게 기운이 넘치는 걸 봐서 감기는 아닌 거 같네요. 분비물이 많은 편도 아니고. 까만 딱지는 아마 오늘 공기가 나빠서 낀 걸 거예요. 사람도 그렇잖아요.”

 

 “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 바이러스 검사는 해볼까요?”

 

 “네.”

 

 검사를 하면서 연이가 조금 머뭇거리며 물었다.

 

 “혹시 제가 배추 보호자님한테 실수했나요?”

 

 “아니요.”

 

 “그럼 왜 요즘에 왜 이 근처도 안 지나다니세요?”

 

 “그게, 요즘 일도 바빴고…….”

 

 “공주 네는 매일매일 가셨다면서요.”

 

 “…….”

 

 아무리 바빠도 배추를 위한 산책은 거의 매일 했다. 작은 동네여서 감추지 않은 일예 비밀이란 있을 수 없었다.

 

 “아마 제가 배추 보호자님 아버님 얘기를 너무 쉽게 해서 그런 거 같은데……. 제 말이 맞죠?”

 

 “…….”

 

 “미안해요. 내가 내 추억만 생각하고 배추 보호자님한텐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 했어요.”

 

 “……괜찮아요.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우리 아빠를 좋게 기억해주시는 게 좋은 거 같습니다. 그냥 제가 좀 꽁해서 잠깐 불편했을 뿐이에요.”

 

 연이가 사과할 일은 아닌데 사과를 하니 현수도 제대로 말을 해야 할 거 같아서 대답했다.

 

 “앞으로도요?”

 

 “네?”

 

 “앞으로도 저를 불편하게 생각하실 건가요?”

 

 “…….”

 

 “저는 배추 보호자님하고도 가깝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누나 분하곤 이제 언니라고 부르기로 했는데……. 아, 제가 너무 많이 바라나요?”

 

 “아, 그게…….”

 

 “내가 눈치 없이 또 불편하게 하죠? 미안해요.”

 

 연이가 좀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그때 바이러스 검사 결과 나왔다. 역시나 깨끗했다.

 

 “배추는 여전히 건강해요. 보호자님이 잘 관리해주시는 거 같네요.”

 

 “뭐, 그냥 누나가…….”

 

 그때 그 누나인 현지가 동물병원으로 안으로 들어왔다. 어쩌면 자기 말하면 딱 오는 게 타고나길 호랑이로 태어났나 했다.

 

 “언니. 어서 와요.”

 

 “와! 미세먼지가……, 어! 현수 너 왜 여기 있어?”

 

 “어? 아, 그게 내가 창문 안 닫고 자서 배추가 코 밑이 까맣길래 감기 걸린 줄 알고…….”

 

 “창문 안 닫았어? 아휴! 내가 한 시간 뒤에 닫으랬잖아. 너 때문에 못 산다. 아까 역대급이었다는데.”

 

 “아니. 다 안 닫은 건 아니고, 다른 곳은 다 닫고 내 방 창문만 까먹고 안 닫았어. 지금 공기 청정기 틀어놨어.”

 

 현수가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말하자 현수의 등을 한 대 현지가 때렸다. 그리고 바로 아직 연이의 책상 위에 올라가서 킁킁대고 있는 배추를 안아 들고 살폈다. 처음엔 남매가 싸우려나 해서 눈치를 보던 연이가 피식 웃었다.

 

 “언니. 배추 괜찮아요. 아무리 역대급 미세먼지라고 해도 배추가 워낙 건강해서 하루쯤은 괜찮아요. 그 정도로 배추가 아프다면 길냥이들 살아남질 못할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요?”

 

 “네. 그래도 혹시 몰라서 아까 바이러스 검사도 했고 깨끗해요.”

 

 배추가 건강하다는 말에 한숨 놓고 나자 엉뚱한 현수가 콜록댔다.

 

 “아휴, 배추도 멀쩡한데 넌 왜 기침이냐?”

 

 “며칠 잠을 못 자서 컨디션 안 좋았나? 목이 좀 칼칼하네.”

 

 연이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현수를 봤으나 현지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으이구! 우리 꼬맹이 배추보다 못한 놈. 에이! 그럼 오늘 밤에 삼겹살 먹을까? 목구멍에 미세먼지 좀 빼게.”

 

 “배추는 어쩌고?”

 

 “그냥 배추 데리고 집에서 구워 먹지.”

 

 “그럼 그러든가.”

 

 현지가 배추를 바로 이동장 안에 넣었다. 아직까지 연이의 병원에 새로운 물건을 탐색 중이던 배추는 현지의 우악스러운 손에 어쩔 수 이동장에 또 갇혔다.

 

 「누나 집사야. 나 아직 수의사 누님한테 간식이 못 얻어먹었단 말이야. 이거 열어라!」

 

 짧은 앞발로 지퍼를 아무리 열려고 해도 열 수가 없어서 ‘앙앙’ 소리만 질렀다. 연이도 배추의 눈이 보이지 않아서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현지와 현수가 배추를 데리고 동물 병원을 먼저 나가려 했다. 여전히 멀뚱히 연이가 서 있자 현지가 뒤돌아보며 말했다.

 

 “병원 문 닫을 시간이잖아요. 같이 안 가요?”

 

 “네?”

 

 “삼겹살 안 좋아해요? 좋아하면 같이 가죠.”

 

 “아니요. 저 삼겹살 완전 좋아하는데……. 근데 언니. 저 진짜 가도 돼요?”

 

 연이는 현지에게 말하면서도 현수의 눈치를 봤다. 현지는 현수에게 빨리 허락하라고 무언의 압박을 했다.

 

 “……우리 집 좁은데, 괜찮으시면 같이 가시죠…….”

 

 “아! 저 엉덩이 별로 안 커요. 앉을 곳만 있으면 되죠! 언니. 제가 삼겹살은 살게요. 가면서 멍구네 정육점 좀 들려요.”

 

 현수의 느린 허락이 떨어지자 연이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서둘러 동물병원을 닫았다.

 

 

 세 사람과 배추는 집으로 가기 전에 공주네 들려서 과일도 사고, 멍구네 들려서 삼겹살도 샀다. 상추와 깻잎 고추는 현지가 화분에 작게 키우는 게 있어서 그걸로 해결하기로 했다.

 

 집 앞에 도착하니 여전히 현수의 손에 들려있는 이동장 안의 배추가 뭔가를 보고 또 난리였다. 그에 연이가 허리를 구부려 이동장 안에 배추와 눈을 맞췄다.

 

 「나비한테 갈래. 나비!」

 

 연이는 배추가 보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하얀 배추 흰 나비가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어! 나비네.”

 

 “네? 어디?”

 

 “저기요.”

 

 “어디요? 안 보이는데…….”

 

 “저기……. 아…….”

 

 연이가 가리킨 방향으로 현지와 현수도 같이 봤다. 그러나 현수 남매는 발견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연이와 배추의 눈엔 그렇게 또렷이 보이는데 현수 남매는 찾지도 못했다.

 

 그제야 아무한테나 보이는 나비가 아님을 알아챈 연이가 조금 어색하게 웃었다.

 

 “제가 난시가 좀 있어서 잘못 봤나 봐요.”

 

 “연이 씨 안경 안 쓰잖아요. 렌즈 껴요?”

 

 “아니요. 쓸 정도로 나쁜 편은 아니에요. 이렇게 어둑해질 때 아주 약간 흔들리는 정도죠. 어서 들어가요. 저 배고파요.”

 

 연이가 말을 돌리자 현수 남매는 앞장서서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연이는 마지막에 그들을 따라붙으며 다시 뒤돌아봤다. 여전히 그곳엔 날갯짓하는 흰 나비가 그대로 날고 있었다.

 

 ‘역시 근처에 계셨구나.’

 

 연이는 인사를 하듯 고개를 살짝 숙였다 들며 현수 남매를 쫓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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