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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내 집사를 소개한다냥!
작가 : 오단로봇
작품등록일 : 2018.12.11

[환생/가족치유물/귀여움/전생을 기억하는 고양이/집사 육아물/집사 장가보내기]

분명히 환생한 거 같다. 어쩌면 회귀일 수도 있는 거 같다.
소설에서 보면 공작부인으로 태어나고 황제의 딸로도 태어나던데
나는 눈 떠보니 배추밭 옆에서 발견된 길냥이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전생에 '돈 많은 집사를 둔 금수저 냥이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라고 빌었던 거 같다.

근데 날 발견한 집사 놈은 맨날 같은 추리닝에 누나의 집에 기생하는 처지다.
게다가 그 누나라는 인간은 내가 발톱이 간지러워서 뭔가 살짝 긁어만 놔도 눈에서 불이 튀어나오는 마녀다.

한 번 뿐이 냥생...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살다가 죽을 수 없다.
저놈의 한심한 집사놈을 돈도 많아 보이는데다 향기 뿜뿜 나는 예쁜 수의사느님께 장가보내야 전생에 바람을 이룰 수 있을 거 같다.

흙수저 냥이 배추의 금수저 냥이 되기 프로젝트.

 
이 선생이 너 신경 써.
작성일 : 18-12-24 16:09     조회 : 364     추천 : 0     분량 : 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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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추가 태어난 지 4개월이 지났다. 이제 3차까지 접종도 끝났고, 요즘엔 동물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집사 남매가 간식을 조금씩 줬다. 배추는 이만하면 다 큰 거 같았다.

 

 요즘은 운동신경도 날마다 좋아져서 현지가 종이 나비를 흔들어주면 자주 낚아챘다, 예전엔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헥헥댔는데 현지가 봐주지 않아도 열심히 쫓다 보면 종이 나비가 제 입에 자주 들어왔다.

 

 “오! 우리 냥린이 스피드 겁나게 빨라졌는데!”

 

 “누나. 냥린이라니?”

 

 “어디서 보니까 6개월 된 냥이가 사람 나이로 치면 9살 정도 된대. 우리 배추는 4개월쯤이라니까 6살 정도 되지 않았을까? 그 나이면 다들 어린이집 다닐 나이잖아.”

 

 “치, 사람들 말 만드는 거 되게 좋아해. 배추야, 이제 그만 나비 놔주고 영양제 먹자.”

 

 조금 전 현지에게 얻은 전리품인 종이 나비를 입에 물고 황홀경에 빠져있던 배추가 영양제라는 한 마디에 나비를 입에서 놓았다. 그리고 바로 현수에게 다가와 ‘야옹’거리며 꼬리를 바짝 쳐들었다.

 

 「집사야! 영양제 줘랑! 빨리잉!」

 

 현수는 그런 배추의 뒷덜미를 쓱 한 번 만진 후 수납장에서 젤 형태의 영양제를 꺼냈다. 배추 전용 숟가락에 적당한 분량을 따르는 동안 배추가 현수의 다리에 매달려 계속 앵앵댔다.

 

 “자, 먹어. 아이고! 숟가락까지 먹겠다.”

 

 배추는 영양제를 순식간에 해치우고 아직 영양제의 향기가 남은 숟가락을 핥아 설거지하다시피 했다. 현수는 뭐든지 한 번 주면 그다음 정해놓은 시간이 될 때까지 주지 않았다. 배추가 조르면 현지는 조금씩 더 주곤 했는데, 현수는 그런 면으로 융통성이 없었다.

 

 그래서 현수의 손에 영양제가 들리는 날이면 배추는 더 달라고 하지 않고 바로 그루밍하곤 했다. 오늘도 먹자마자 제 얼굴에 묻은 거까지 깔끔하게 닦아서 먹었다.

 

 아침도 먹었고, 운동도 했고, 영양제도 먹고 나니 이제 슬슬 잠이 왔다. 하도 긁어서 좀 부드러워진 스크래쳐로 들어가서 잘까 하다가 오늘은 현지의 무릎 위로 올라갔다.

 

 요즘 현지는 배추를 던지거나 그러질 않아서 가끔 현지의 무릎에 올라갔다. 딱딱한 현수의 무릎 위보단 폭신한 현지의 무릎이 백배 천배 좋았다. 현지가 익숙하게 배추의 뒷덜미 쓰다듬자 눈꺼풀이 절로 감겼다.

 

 “너 요즘 왜 이 선생 동물 병원 안 가려고 하냐?”

 

 “내가 거기 갈 일이 뭐가 있어.”

 

 “네가 배추 보호자잖아. 근데 지난번에 배추 3차 접종할 때도 내가 갔다 왔다. 사료도 이번엔 내가 사 오고.”

 

 “마트에서 사 오지. 왜 거기서 사와.”

 

 “마트가 더 비싸. 이 선생이 우리한테 특별히 싸게 파는 거겠지만.”

 

 현지도 연이에게 사연을 들었다. 아빠를 떠올리면 현지도 좋았던 기억만 있는 게 아니라서 연이의 아련한 추억을 그저 좋게 들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도 이 세상에 없는 아빤데 이왕이면 좋게 기억하는 사람이 많은 게 좋지 않나? 그리고 사실은 좋은 사람이기도 했고. 비록 남에게 더욱 좋은 사람이었다는 게 문제였지만…….

 

 어쨌든 사연을 듣고 현지는 연이와 가까이 지냈다. 배추 때문에 말 섞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배추가 없어도 퇴근할 때 가끔 수다도 떨다가 집에 늦게 들어오기도 했다. 회사를 가려면 어차피 지나가는 길목이라 특별히 그러자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반면 현수는 배추를 데리고 산책을 해도 그쪽으론 가지 않았다. 연이가 보고 싶은 배추가 현수를 끌고 가려고 하면 아예 배추를 안아 들고 다른 길로 돌아서 집에 왔다.

 

 “박현수. 너 되게 유치한 거 알아?”

 

 “뭐가?”

 

 “너 아빠 진짜 좋아하잖아. 폰 바꿀 때마다 아빠 사진부터 옮겨 놓으면서 왜 아닌 척하냐?”

 

 “아직 덜 컸나 보지.”

 

 현수는 커피를 한 잔 따라서 들고 현지의 무릎 위에 잠들어 있는 배추를 다른 손에 들고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이 선생이 너 신경 써. 왠지 실수한 거 같다고. 알고 있지?”

 

 “…….”

 

 “괜히 좋은 사람 마음 불편하게 하지 마라.”

 

 “누나가 퇴근길에 맨날 들리잖아. 그 선생님이 신경 쓰는 게 싫으면 그 선생님 때문이 아니라고 누나가 좀 전해주던가.”

 

 “내가 말하는 거랑 네가 말하는 거랑 같냐? 그냥 네가 한번 들려서 이 선생 때문에 화난 거 아니라고 네가 직접 말해.”

 

 현수는 더 이렇다 저렇다 대답하지 않고 제 방으로 들어섰다. 배추가 잘 가지고 노는 스크래쳐 위에 배추를 올려놓고,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멍하니 잠든 배추만 내려다봤다.

 

 “나는 키우는 동물도 이렇게 예쁜데, 아빠는 내가 예쁘긴 했을까?”

 

 휴일에도 집에 있지 않는 아빠에게 어린 현수가 매달려서 운 날이 있었다. 그러나 그 날도 아빠는 우는 현수를 매정하게 떼어 놓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나가버렸다.

 

 그리고 얼마 뒤엔 그렇게 나가 돌아오지도 못할 곳으로 영원히 가버렸다. 현수가 책상 위에 있는 마지막 가족사진 액자를 보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

 

 

 “배추야. 오늘도 누나 배웅 나와쪄? 누나가 돈 많이 벌어올게. 형아 좀 잘 돌봐주고 있어.”

 

 “이야옹!”

 

 「누나 집사야. 동생 집사는 내가 잘 데리고 놀 테니까 걱정 말고 잘 갔다 와라. 올 때 간식이 하나 꼭 가져오고!」

 

 요즘 현지가 출근할 때 현수는 안 나와 봐도 배추는 꼬박꼬박 현관 앞까지 배웅을 했다. 여전히 현지는 맨날 배추에게 소리를 지르고, 곱게 갈아둔 발톱을 무지막지하게 잘라 버리곤 했다.

 

 게다가 얼마 전부턴 억지로 입 벌리게 해서 양치질을 하고, 열심히 그루밍 한 털을 아프게 빗어서 귀찮게 했다. 그래도 간식도 잘 사주고, 가끔 새로운 장난감도 주고 해서 어떤 면으론 현수보다 더 정이 들었다.

 

 “우리 배추 눈에 밟혀서 발이 안 떨어진다. 아잉! 어떡하지? 출근하지 말까?”

 

 오늘도 현지가 차려입고 나가기에 평소대로 배웅을 했더니 현지는 배추를 들고 자기 얼굴을 배추의 얼굴에 비볐다. 현지가 민얼굴로 비비면 부들부들해서 기분 좋은데, 화장한 얼굴로 비벼대면 털에 화장품도 묻고 냄새도 나고 싫었다.

 

 그 마음을 다해 ‘누나 집사야 그만해라. 내 얼굴 단다고!’라고 말하며 앞발로 현지의 얼굴을 밀어냈다. 물론 현지의 보복이 두려워서 발톱은 세우지 않았다.

 

 “주인 닮아서 이 까칠한 야옹이 좀 봐라.”

 

 “배추가 날 닮았으면 누나가 출근을 하든 말든 쳐다보지도 않았지.”

 

 “알긴 아냐? 어쨌든 내가 창문 다 열어놨으니까 환기 다 되면 창문 닫아. 오후에 미세먼지 완전 쩔거래.”

 

 “그냥 지금 닫고 출근해.”

 

 “으이구! 너만 있으면 우리 배추 콧물 달고 살 거다. 어쨌든 한 시간만 열어놓고 이따 닫아.”

 

 방문이 열린 방 안에서 태블릿 펜을 열심히 움직이던 현수가 출근하는 누나는 보지도 않고 말했다. 외주로 받은 일을 오늘 오전 중에 보내주기로 해서 막바지 작업에 바빴다.

 

 현지가 마지막으로 배추의 뺨에 묻은 립스틱을 손가락으로 대충 지우고 서둘러 집을 나갔다.

 

 배추는 현지가 나가자 바로 화장품 흔적이 아직도 남은 볼을 마저 닦아내기 시작했다. 혀가 닿는 곳은 혀로 직접 핥고 안 닿는 곳은 앞발에 침을 묻혀 꼼꼼히 묻혀 고양이 세수를 했다.

 

 평소라면 이렇게 세수하고 바로 현수의 방으로 돌아가서 스크래처 위에서 한숨 거하게 자곤 했다. 근데 오늘따라 때 이른 더위에 문을 열고 있어도 하나도 춥지 않았다.

 

 오히려 딱 적당한 바람이 집안에 솔솔 불었다. 배추는 시원한 거실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웠다가 어느새 천장을 향해 벌러덩 누웠다.

 

 한숨 자고 설핏 눈을 떴는데 거대한 나비 그림자가 보였다.

 

 ‘아, 저 나비! 그날 그 나비인데!’

 

 배추가 진짜 가족들과 떨어진 그 날 잡으려던 그 나비인 거 같았다. 저 나비를 따라가면 엄마한테 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번뜩 들었다.

 

 배추는 벌떡 일어나 나비의 그림자를 쫓았다. 나비의 실체가 소파 뒤쪽 창밖에서 보였다. 마치 정지 비행이라도 하고 있는 듯 그 자리에서 팔랑팔랑 날갯짓만 하고 있었다.

 

 처음 소파를 긁던 날 현지한테 놀라서 그 뒤론 소파엔 발을 대본 적 없었다. 근데 저 나비를 잡으려면 소파를 넘어야 할 거 같았다.

 

 「엄마한테 갈래. 엄마 보고 싶어.」

 

 배추는 그동안 잊고 살았던 엄마가 무척 그리웠다. 이제 엄마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갑자기 그랬다.

 

 그 생각을 하며 다리에 힘을 주고 힘껏 뛰었다. 처음으로 점프다운 점프를 했다. 배추의 키보다 높은 소파 끝에 앞발톱이 살짝 걸치면서 조금 흔들렸지만, 소파 위에 무리 없이 뒷발까지 착지했다.

 

 ‘와! 이게 한 번에 되네. 역시 내가 이런 고양이라규! 이제 저기만 나가면 저 나비 따라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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