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앞.

　 소각작전을 준비하느라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고, 기자들도 정해진 컨테이너 위에서 촬영을 하거나 리포트를 하느라 바쁘다. 남기민이 도착하자 장윤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장윤정에게 진행 상황을 들은 남기민은 무전기로 손민우를 부른다.

　“손대리님! 손대리님! 들리세요?”

　“어? 기민아, 임마. 여기 어쩐 일이야?”

　“손대리님, 큰일 났어요. 교도소 옥상 교도관들은 다 철수했고요. 오늘 밤부터 경찰들이 교도소 안으로 기름을 주입하고 내일 점심 때, 교도소를 통째로 소각한데요. 구조는 포기하고요. 흑흑. 손대리님, 어떻게 해요?”

　 남기민의 목소리를 들은 손민우의 표정이 굳었다. 남기민은 울면서 말했다.

　“그리고, 그거... 영양제라고 준거. 영양제 아니고 안락사 하는 주사래요. 손대리님~ 엉엉.”

　 손민우는 분노가 치솟았다.

　“이 새끼들... 우릴 버려...?”

　윤상근이 말했다.

　“오늘 밤새 준비하면 아침까지 탈출 할 수도 있어요. 한 번 해보시죠?”

　손민우는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그래, 꼭 나가자.”

　그리고 남기민을 불러 당부했다.

　“기민아, 임마. 울지 말고. 오늘 거기 좀 있어주라. 어디 가지 말고. 무전기 잘 듣고.”

　“네, 손대리님~ 흑흑흑. 여기 있을게요.”

　 손민우는 윤상근에게 천장으로 올라오라고 했다. 손민우가 사다리 아랫부분을 풀어 윤상근의 방 앞에 세웠다. 그리고 자신의 안전벨트를 풀어 윤상근에게 보냈다. 윤상근은 허리에 안전벨트를 찼다. 카드키 뭉치를 목에 걸고, 망치는 뒷주머니에 넣었다.

　 그런 다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물품들을 손민우에게 보냈다. 손민우가 물품을 가져가는 동안, 윤상근은 한 손에 망치를 단단히 쥐고 다른 한 손에는 자기 방의 카드키를 들었다. 다시 와이어 올가미가 내려왔다.

　 윤상근이 카드키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잠시 기다렸다. 좀비들은 조용했다. 손민우는 허리에 와이어를 감은 채 전기 케이블을 내려 좀비들이 들어 있는 옆방 입구에 대고 있었다. 윤상근은 천천히 문을 열어 안전벨트의 고리를 올가미에 걸었다.

　 사다리를 조금 더 벌리고, 한 발씩 오르기 시작하는 윤상근. 하지만 사다리에 익숙하지 않았다. 윤상근은 다리를 떨기 시작했고 사다리가 덜그럭 거렸다. 옆방 입구에 서있던 좀비 하나가 천천히 움직이더니 몸을 돌렸다.

　 복도로 걸어 나오는 좀비의 얼굴을 손민우는 전기케이블로 찔렀다. ‘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좀비는 바닥에 나뒹굴었다. 방 안에 있던 다른 좀비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윤상근은 아직 사다리 가운데였다.

　 손민우가 옆방에만 신경을 쓰는 사이, 다른 방에서 나온 좀비 하나가 윤상근을 발견하고는 날카로운 울부짖음과 함께 사다리를 향해 달렸다. 좀비의 울부짖음에 다른 좀비들도 연쇄적으로 반응했다. 한꺼번에 방에서 몰려나온 좀비들이 윤상근을 향해 달렸다.

　 윤상근은 서둘러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지만 좀비가 다가오는 속도는 더 빨랐다. 첫 번째 좀비가 사다리로 뛰어 올랐다. 사다리가 기우뚱거렸지만 윤상근은 가까스로 버텼다. 손민우는 윤상근에게 소리쳤다.

　“사다리를 버려! 넘어뜨려!”

　 좀비가 손을 뻗어 잡으려고 할 때, 윤상근은 사다리를 발로 밀었다. 좀비는 사다리에 붙은 채 거꾸로 떨어졌다. 윤상근은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그 아래에 좀비들이 몰려나와 점프를 시작했다. 윤상근은 매달린 채 몸을 일자로 폈다.

　 손민우가 와이어를 끌어당겨 보려고 했지만 너무 가늘어서 힘을 줄 수가 없었다. 케이블 트레이를 잡은 손민우는 앞으로 기어갔다. 윤상근은 조금씩 위로 끌려 올라왔다. 바닥의 좀비들에게서 어느 정도 멀어진 후에야 윤상근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2층에 있던 좀비들이 공중에 매달린 윤상근을 발견했다. 으르렁 거리며 2층 난간 앞에 선 좀비와 눈이 마주친 윤상근은 몸을 허둥거렸다. 하지만 도망 갈 방법이 없었다. 좀비 하나가 난간을 밟고 올라섰다.

　 윤상근은 망치를 단단히 쥐고 대비를 하려고 했지만 와이어가 빙글빙글 돌았다. 그때 좀비가 윤상근을 향해 몸을 날렸다. 빙글거리며 돌던 윤상근은 엉겁결에 망치를 휘둘렀다. 몸을 날린 좀비는 망치에 머리가 깨지며 땅으로 떨어졌다.

　 2층 방에서는 여러 마리의 좀비가 난간으로 나왔다. 윤상근은 망치를 들고 자세를 잡아 보려고 하지만 몸이 빙빙 돌면서 어지러울 뿐이었다. 좀비들이 난간 위로 올라섰다. 좀비 하나가 윤상근을 향해 점프했다. 윤상근은 발을 들어 좀비의 얼굴을 차냈다.

　 흔들리는 윤상근에게 다른 좀비가 점프를 했다. 윤상근이 다리를 들어 피하면서 망치로 좀비의 손을 쳐냈다. 또 다른 좀비도 난간에 섰다. 윤상근은 윗주머니에 있던 레이저 포인트를 꺼내 좀비의 눈에 비췄다. 좀비가 주춤거리며 뛰지 못했다.

　 손민우는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파서 앞으로 갈수가 없었다. 와이어로 졸리는 배에 드라이버를 하나 끼워 넣었다. 한결 나았다. 니퍼도 끼워 넣었다. 공구 몇 개를 더 집어 배에 끼워 넣었다. 자세를 잡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했다.

　 윤상근이 그렇게 가까스로 버티고 있을 때, 십여 마리의 좀비들이 난간에 오르기 시작했다. 윤상근은 난감해 하며 레이저를 이쪽저쪽으로 쏘았다. 좀비 여럿이 난간에 섰을 때, 윤상근의 몸이 위로 쑥 올라갔다. 다시 잠시 후, 또 쑥 올라갔다.

　 천장에 다다른 윤상근은 케이블 트레이를 잡고 올라섰다. 보안경, 마스크 그리고 노랑색 번호표에는 온통 피가 튀어 있었다. 트레이에 앉아있던 손민우가 배를 잡고 일어섰다. 둘의 첫 대면이었다. 둘은 확 끌어안았고, 손민우는 윤상근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고생했어. 이제 나갈 궁리를 해보자고.”

　 수용동 밖의 좀비들을 더 불러들이기로 했다. 손민우는 혈액주머니를 몇 개 터트려 비닐봉지에 담고 여러 장의 수건을 집어넣었다. 수건에 피가 흥건하게 스며들자 다시 펼쳐서 스패너 하나를 수건 끝에 놓고 돌돌 말았다. 케이블 타이로 수건을 단단하게 묶은 후 와이어 끝에 달았다.

　 천장 위에서 아래로 수건을 매단 와이어를 길게 늘어뜨린 손민우는 앞뒤로 크게 흔들기 시작했다. 수건이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가 다시 내려 갈 때, 수용동 바깥으로 던져 넣었다. 그러자 곧 좀비들의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재빠르게 와이어를 당기는 손민우와 윤상근의 손이 한 번씩 덜컥덜컥 멈췄다. 수용동 밖에 있던 수건이 안으로 끌려 들어오자 그 뒤로 수 십 마리의 좀비들이 따라 들어왔다. 손민우와 윤상근은 수건으로 좀비들을 유인해서 복도의 가장 안쪽으로 데리고 간 후 수건을 걷어 올리고 몸을 숨겼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좀비들은 가까운 방으로 들어가고 복도에는 쓰러져 죽은 좀비들 외에는 한 마리도 남지 않았다. 윤상근의 방에도 많은 좀비들이 들어갔다. 손민우는 와이어 끝에 굵은 케이블을 매달았다. 케이블을 발로 밟아 갈고리 모양을 만들었다.

　 손민우는 와이어를 내려 윤상근의 방 철창에 자신이 만든 갈고리를 걸기 위해 애썼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갈고리를 철창에 걸었다. 손민우와 윤상근이 함께 와이어를 잡아 당겼다. 그러자 문이 끌려오면서 철컥하며 잠겼다.

　 손민우는 그 갈고리를 윤상근에게 주고 자신은 다른 갈고리를 들고 반대편으로 갔다. 갈고리로 문을 닫는 작업으로 수용동 안은 부딪히는 소리와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계속됐다. 어쩌다 한 번씩은 문이 닫히는 소리가 “철컥” 하고 울리기도 했다.

　 몇 시간 후. 그들은 수용동 안에 있는 모든 방문을 닫았다. 손민우가 사다리를 세우는 동안 윤상근은 전기케이블을 당겨 와서 복도에 남아있는 좀비들을 차례차례 찔렀다. 좀비들이 모두 쓰러진 것을 확인한 윤상근은 그들 근처에 혈액을 조금 뿌려 보았다. 반응이 없었다.

　 손민우는 케이블 트레이에서 전선을 골라 잘라냈다. 그것들을 연결해서 전기가 통하는 케이블이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바닥으로 내렸다. 그리고 나서 윤상근과 함께 필요한 물품들을 분류해서 가방에 넣거나 호주머니에 넣었다.

　 윤상근에게 자신이 그동안 준비한 케이블 갑옷을 입혔다. 발에서 무릎사이, 무릎에서 허벅지 사이, 손에서 팔꿈치 사이, 팔꿈치에서 어깨 사이로 8개를 장착했다. 그리고 윤상근의 도움을 받아 자신도 케이블 갑옷을 입었다.

　 보안경을 끼고 몇 겹으로 마스크를 썼다. 그런 다음, 가방과 공구박스 그리고 혈액주머니 등을 와이어에 매달아 바닥으로 내렸다. 그리고 윤상근 먼저 사다리를 타고 바닥으로 내려갔다. 이어서 손민우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서 바닥에 섰다. 정확히 6주 만이었다.

　 윤상근은 망치를, 손민우는 케이블 끝을 들고 수용동 출입문 뒤쪽으로 몸을 숨겼다. 손민우가 출입문 앞으로 케이블 끝을 내밀고 있는 동안, 윤상근은 자신이 가진 카드키를 대어 보았다. 그중 한 개가 수용동의 출입문 키였다. 윤상근은 열린 문을 다시 닫아 잠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