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계림일록 ~난세의 잠룡~
작가 : 태평
작품등록일 : 2018.11.11

어린 여왕이 즉위한 계림은 혼란에 빠져 흔들린다.
이 난세 속에서 반란을 일으킨 진만의 군이 중경으로 향하고,
중경에선 중앙군과 지방군이 합하여 이를 저지하고자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야심을 품고 몰래 움직이는 이들이 생기며 혼란은 가중된다.
그러는 동안 중경유수의 딸 박인하는 난세 속에서 미소를 짓는데...

 
03.외화내빈(外華內貧) (9)
작성일 : 18-12-21 23:22     조회 : 297     추천 : 0     분량 : 424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리곤 놀라서 얼굴을 붉히며 당황해하는 별에게 미소를 지어주면서 말했다.

  “너무 걱정마, 언니. 내게는 하늘이 있으니까?”

  “에?”

  생뚱맞은 소리에 황당해하는 별을 두고 박인하는 발걸음을 옮기고자 뒤를 돌았다. 그러자 거기에는 한 노인이 성곽에 걸터앉아서 그녀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오른쪽 팔이 없는 이 노인이 누구인지 별은 잘 알고 있었다.

  “……하…한울…님?”

  “오, 기억해주시니 기쁘군.”

  “어, 어째서…….”

  “말했잖아? 하늘이 내게 있다고.”

  방금 말한 걸 이미 말을 해줬다는 식으로 말하며 박인하는 한울에게 다가갔다.

  “저기, 저……, 아무리 그래도…….”

  “걱정치 말게나.”

  껄껄 웃으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는 한울을 보면서도 별은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동시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위험한 일들에 끌려 다니게 된 스스로의 불행을 준 하늘과 자신을 이렇게 불행으로 이끄는 막무가내인 박인하에 대해 원망을 하며 따라가게 되었다.

  울적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는 별에게, 그 울적하게 된 장본인이 싱긋 웃으며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마, 언니. 전부 잘 될 거야. 하늘이, 운명이, 천명(天命)이 내게 있다면 말이지.”

  여전히 안심이 되지 못하는 말에 표정을 풀지 못한 별을 두고 박인하는 앞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따라가고 싶지는 않으나 입장상 갈 수밖에 없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별 역시 따라갔다. 한울은 두 소녀의 반응을 말없이 감상한 후에 천천히 따라나섰다.

  셋의 발걸음을 성벽을 따라가며 성 밖으로 나가기 위해 중경의 서문 쪽으로 향해갔다.

  성 밖에는 사람들이 직접 거주치는 않지만 아예 거주치 않는 것은 아니기에 사람의 수가 적게나마 있었다. 본디 사람들은 성 안에서 거주하면서 성 밖으로 나가서 농사를 짓거나 사냥 혹은 나무를 베어 와서 생계를 유지했다. 성 밖에서 거주하려하면 할 수는 있지만 그럴 경우 사나운 맹수나 요괴, 도적떼에 당할 우려가 있기에 대부분 성 안에서 거주했고, 그러기를 바랬다.

  허나 성 안의 공간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소수의 가난한 이나 유랑하다가 도착한 이들은 성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임시 거처를 만들어서 살아갔다. 그렇게 형성된 임시 거처나 구역은 당연히 낡고 지저분했으며, 여기에는 온갖 위험한 이들도 섞여 살아가고 있었다.

  성문을 통해 몰래 밖으로 나온 셋이 지나고 있는 곳이 바로 이런 곳이었다. 많은 이들이 사는 곳이 아니기에 듬성듬성 서있는 가건물에는 걸인과 유랑민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이 곧장 눈으로 들어왔다.

  박인하의 안전과 함께 엉망인 위생 상태를 보고 질겁한 별이 돌아가기를 청하려고 입을 떼었으나 박인하가 먼저 돌아서서 별에게 말했다.

  “참 씁쓸하지?”

  “어……, 아, 예…….”

  갑자스런 말에 당황하여 뭐라 답을 하지 못한 별을 두고 박인하는 말을 이어갔다.

  “저들은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들에 불가해. 미래니, 희망이니 하는 단어는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지. 아니, 들어갈 수가 없어. 그렇다고 원하는 게 없는 건 아니야. 저들은 자신들의 어둡고 힘든 삶을 구제해줄 미륵을 바라고 있어.”

  박인하 등이 보이는 건지 몇몇이 그들을 바라보긴 했지만 이내 고개를 돌려 제 할 일을 해나갔다.

  “아가……, 인하야. 그냥 갑시……, 가자?”

  “언니도 참 걱정이 많아. 아무리 그래도 우리를 볼 수는 없어. 설령 이쪽을 봤다고 해도 우리가 보이는 게 아니라 우연히 우리 쪽으로 시선이 갔던 것뿐이고, 설령 무언가 느꼈다해도 보이진 않을 터이니 걱정하지마.”

  “아니, 그게 아니라…….”

  “후후후, 언니도 참 걱정이 많아. 설령 우리가 보인다고 한들 굳이 적대할 사람은 손에 꼽을 터이고, 적대를 한다고 한들 과연 우리에게 손끝 하나 닿을 수 없을 터이니 너무 걱정하지마.”

  뺨까지 쓰다듬으며 미소짓는 박인하의 말에 별은 반론 하나 꺼낼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걱정과 불안이 가신 건 아니다. 설령 아무런 일이 없다고 한들 이렇게 먼 곳으로 나오고, 이토록 지저분한 곳을 거닐다가 옷에 오물이 조금이라도 묻게 된다면 당연히 혼이 나는 건 별일 터이니 말이다. 별 자신이 혼나지 않는다고 해도 이런 곳을 거닌다는 것 자체에 걱정이 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런 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박인하는 마치 소풍이라도 가는 것마냥 들뜬 얼굴로 콧노래까지 부르며 걸어가고 있었다. 별의 뒤에 따라오던 한울은 높다란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더니 잠시 기다리라고 말했다.

  “무슨 일이죠?”

  “별 건 아니다만, 이렇게 날씨도 좋은 날 걸어가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하다만.”

  “그런데요?”

  “하늬동산까지 걸어가는 건 노인학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긴 해서 말이지.”

  “한울님이 보통 노인이던가요?”

  무례하다 할 수 있는 박인하의 말에 한울은 가볍게 웃어 보이는 걸로 넘어갔다.

  “물론 보통 노인은 아니다만 노인이 아닌 건 아니지. 게다가 난 한 쪽 팔도 없으니 말이야.”

  “걷는 건 팔이 아닌 다리로 한답니다?”

  “그건 그렇긴 하다만, 이거 눈으로 보는 것과 달리 실제 거리가 길다는 건 별로 좋은 일이 아니라고 여겨져서 말이지. 그보다 자네의 경우 집에 일찍 들어가는 게 답이 아닐까도 싶네만. 아, 물론 이 날씨 좋은 날 거닐고 싶은 건 이해를 못 할 일이 아님이 당연하겠지.”

  “후후후, 그렇습니다. 맑은 하늘, 푸른 하늘, 새하얀 구름, 그리고 맑고 좋은 공기, 이 모든 걸 즐기면서 거니는 건 참으로 좋은 일이죠.”

  주변의 경치가 참으로 지저분하고 참혹하다 말할 광경임을 따로 지적치 않으며 별은 그저 말없이 서있었다. 어떤 결론이 날지 모르지만 적어도 안전하고 빠르게 되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한울님은 힘이 드시다 이거로군요.”

  “아, 나는 그리 힘이 들지 않으나 두 아가씨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어머, 전 괜찮은데요?”

  “자네의 몸종의 경우…….”

  “언니도 괜찮지?”

  아니라고 대답하기 힘들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댄 박인하 덕에 무의식중으로 고개를 끄덕인 별이었다. 덕분에 더 이상 걸어가기 싫었던 것으로 보이는 한울이 머리를 긁적이며 뭐라 해야할지 고민하자 박인하는 소리죽여 웃어보였다.

  “그래서 보통은 아니지만 그래도 노인이시며, 그리 힘도 드시진 않으나 저희를 걱정하시는 한울님께선 저기 하늬동산까지 단박에 갈 방법을 아시는지요? 혹은 그런 방책을 부릴 수 있으신지요?”

  “맡겨만 준다면 말이지.”

  박인하는 별의 손을 붙잡고 흥미로워하는 눈빛으로 한울에게 다가갔다. 이것이 그 방법이라는 것을 해보라는 뜻임을 안 한울은 살짝 헛기침을 해본 다음에 손을 하늘 위로 뻗었다. 그리고 잠시 하늘 위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재빠르게 박인하의 소매를 붙잡았다. 그러자 마치 시간이 가속하는 것처럼 주변이 재빠르게 움직이더니 어느새 하늬동산에 도착해 있었다.

  박인하에게 손이 잡혀 있던 별은 박인하가 손을 놓자마자 어지럼을 느끼며 비틀거렸다. 한울이 비틀거리다가 쓰러질 것 같은 그녀를 부축해주며 물었다.

  “괜찮은가? 이게 확실히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처음 겪어본 사람들은 갑자기 몸이 너무도 빠르게 움직인 바람에 어지러울 수 있네. 때로는 멀미로 구토를 하는 사람도 있더군.”

  별은 한울의 부축을 받아 간신히 정신을 다잡으며 말짱하게 서서 이쪽을 미소로 바라보는 박인하를 보았다.

  “아, 저 아가씨의 경우는 예외지. 내가 보통 노인이 아니듯 저 아가씨도 보통 아가씨는 아니니 말이네.”

  “어머, 실례되는 말이군요.”

  전혀 틀린 말이 아니라 생각하는 별은 어느새 자신들이 도착한 하늬동산을 바라보았다.

  하늬동산. 하늬바람에서 이름을 따온 만큼 중경의 서쪽에 위치한 이 언덕은 이름 그대로 산만큼의 규모가 아닌 야트막한 언덕이었다. 다만 중간중간 거대한 바위들이 솟아있고, 커다란 나무들이 빽빽하게 심어져 있어서 단순히 언덕이라고 하기에는 험준하고 어두웠다.

  자신도 모르게 두려움이 온 몸을 휘감고 있던 별과 달리 실없는 잡담을 나누던 박인하와 한울은 얼마 안 되서 하늬동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늘 너무도 뜻밖의 경험을 한 별은 뭐라 반대의견을 내지도 못하고 정신없이 두 사람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이런 방법이 있으면 진작 쓰시지 그랬어요.”

  “안타깝게도 이게 좀 거친 방법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야 쓸 수 있는 법이거든.”

  “그래서 계속 뒤에 따라오시면서 하늘을 보신 거로군요.”

  “그렇네. 바람의 방향, 햇빛의 방향, 구름의 방향 등 모든 것이 알맞게 충족되야 하거든.”

  여유로이 잡담을 나누며 조심히 언덕을 오르는 두 사람을 따라가는 별의 귀에 이상한 양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특별할 거 없을 수 있으나 묘하게 오싹한 느낌을 주는 양 울음소리에 별은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7 05.누란지위(累卵之危) (16) (1) 2019 / 4 / 7 345 0 4012   
46 05.누란지위(累卵之危) (15) 2019 / 3 / 31 284 0 5136   
45 05.누란지위(累卵之危) (14) 2019 / 3 / 24 311 0 3820   
44 05.누란지위(累卵之危) (13) 2019 / 3 / 17 285 0 3967   
43 05.누란지위(累卵之危) (12) 2019 / 3 / 10 297 0 4229   
42 05.누란지위(累卵之危) (11) 2019 / 3 / 3 315 0 4409   
41 05.누란지위(累卵之危) (10) 2019 / 2 / 24 306 0 4423   
40 05.누란지위(累卵之危) (9) 2019 / 2 / 23 341 0 4197   
39 05.누란지위(累卵之危) (8) 2019 / 2 / 17 317 0 4256   
38 05.누란지위(累卵之危) (7) 2019 / 2 / 17 310 0 3874   
37 05.누란지위(累卵之危) (6) 2019 / 2 / 10 313 0 4163   
36 05.누란지위(累卵之危) (5) 2019 / 2 / 9 309 0 4465   
35 05.누란지위(累卵之危) (4) 2019 / 2 / 4 323 0 4396   
34 05.누란지위(累卵之危) (3) 2019 / 2 / 2 331 0 4140   
33 05.누란지위(累卵之危) (2) 2019 / 1 / 27 336 0 4094   
32 05.누란지위(累卵之危) (1) 2019 / 1 / 26 302 0 4017   
31 04.선기자타(善騎者墮) (11) 2019 / 1 / 20 318 0 4350   
30 04.선기자타(善騎者墮) (10) 2019 / 1 / 19 319 0 4973   
29 04.선기자타(善騎者墮) (9) 2019 / 1 / 14 321 0 4262   
28 04.선기자타(善騎者墮) (8) 2019 / 1 / 13 310 0 3947   
27 04.선기자타(善騎者墮) (7) 2019 / 1 / 7 319 0 4229   
26 04.선기자타(善騎者墮) (6) 2019 / 1 / 6 320 0 4595   
25 04.선기자타(善騎者墮) (5) 2019 / 1 / 5 329 0 4768   
24 04.선기자타(善騎者墮) (4) 2018 / 12 / 31 326 0 4664   
23 04.선기자타(善騎者墮) (3) 2018 / 12 / 30 323 0 4850   
22 04.선기자타(善騎者墮) (2) 2018 / 12 / 28 310 0 4207   
21 04.선기자타(善騎者墮) (1) 2018 / 12 / 28 300 0 4161   
20 03.외화내빈(外華內貧) (11) 2018 / 12 / 23 298 0 5099   
19 03.외화내빈(外華內貧) (10) 2018 / 12 / 22 297 0 4249   
18 03.외화내빈(外華內貧) (9) 2018 / 12 / 21 298 0 4242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