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우는 아침식사로 북어국을 먹고 있다. 도시락을 맛있게 먹고 정리를 한 후,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부어 커피를 탔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커피를 홀짝거리며 낚시줄에서 쪽지를 떼어낸 손민우는 내용을 보자마자 몸을 일으켜 세웠다.

　『 손민우씨, 어제 노래는 잘 들었습니다.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이제 밖으로 나가시는 건 아예 포기를 하신건지 궁금해서요. 저는, 기회가 오면 밖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저 사람들이 방해를 하겠지만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

　 정신이 번쩍 든 손민우는 종이를 꺼내고 연필을 들었다.

　『 경찰도 접근을 못하는 좀비들 속에 갇혔는데, 저 사람들의 도움 없이 어떻게 나가겠습니까? 상근씨한테 방법이 있다면 들어 보고 싶습니다. 가능성이 있다면 저도 함께 힘을 합쳐야지요. 』

　 쪽지를 보내려다가 잠시 고민을 했다.

　“이거 또, 떠보는 거야 아니야? 나가려고 할 때는 방해하더니...”

　그러고는 쪽지를 다시 펼치고 몇 자를 더 적어 넣었다.

　『 하지만, 저에게는 좋은 생각이 없어서 자력으로 탈출하거나 구조요청 하는 건 꿈도 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

　 쪽지를 클립에 붙여 매단 후, 두 가닥의 낚시줄 중에서 한 가닥만 계속 당겼다. 쪽지는 낚시줄을 타고 윤상근의 방으로 향했다. 낚시줄 중간 중간 매듭이 있어 레이저를 쏘지 않아도 상대방이 알 수 있었다. 윤상근은 쪽지를 가져갔다.

　 잠시 후, 바로 답장이 왔다.

　『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준비를 해두시죠. 저도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보다 우선, 제가 이 방을 언제든 나갈 수 있도록 카드키를 가졌으면 좋겠는데 도와주실 수 없겠습니까? 』

　 손민우는 그렇게 하겠다고 쪽지를 보냈다. 그때 교정단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의 미션은, 체력검사입니다. 체중, 달리기, 높이뛰기, 멀리뛰기, 오래달리기의 다섯 가지를 측정하는데, 최소 다섯 명 이상의 감염자라야 합니다. 스프링식 체중계와 줄자를 내려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도 무사히~ 잘 부탁합니다.”

　 손민우가 배관에서 물건을 받고 있는 동안, 윤상근으로부터 쪽지가 왔다. 물건을 다 받은 후 쪽지를 읽었다.

　『 교도관 중에 목에 카드키를 걸고 있는 좀비가 있습니다. 교도관들이 가지고 있는 카드키마다 열 수 있는 문이 다릅니다. 가급적이면 최대한 모으고 싶습니다. 밖에 있는 좀비도 수용동 안으로 불러들이고 싶고요. 』

　 쪽지를 본 손민우는 윤상근에게 무전을 했다.

　“자, 상근씨. 오늘은 상근씨 의견에 다 따르겠습니다. 체중은 체중계 달아서 한 놈씩 매달아 보면 되고, 달리기, 높이뛰기, 멀리뛰기, 오래달리기... 큭큭. 아니, 교정단장님! 이건 도대체 누가 요구하는 겁니까? 좀 있으면 축구, 배구도 시키겠습니다. 큭큭큭.”

　 먼저, 손민우는 새로 만든 와이어 두 가닥을 내려 사다리의 위아래를 동시에 걸었다. 힘껏 당겨 끌어 올린 손민우는 사다리를 천장에 바싹 붙여서 매달았다. 좀비가 케이블을 타고 올라 온 이후 가장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이었다.

　“이것들이 갑자기 똑똑해져서 사다리 타고 올라 올까봐 이것부터 해결했습니다. 자, 이제 달리기 준비를 하겠습니다.”

　 손민우는 비닐봉지를 꺼내 두루마리 휴지를 넣고 혈액을 부어 적시고, 복도 끝의 천장에 고리를 달고 낚시줄을 통과 시켰다. 낚시줄을 길게 드리우며 수용동 쪽으로 가서 두루마리 휴지를 달고 나서 무전을 보냈다.

　“자, 이제 시작합니다. 1등이 누군지 잘 보세요.”

　 그리고, 출입문 앞에 두루마리 휴지를 던졌다. 좀비들이 덤벼 들었다. 손민우는 낚시줄을 빠르게 잡아 당겼다. 피에 젖은 두루마리 휴지를 잡으려고 좀비들이 뛰기 시작했다. 복도 끝에 도착한 휴지는 공중에 매달렸다.

　“바로 이어서, 높이뛰기를 시작합니다. 카메라 잘 잡으세요.”

　 손민우가 휴지를 어느 정도 내리자 좀비들이 점프하기 시작했다. 잠시 기다렸다가 조금 더 내렸다. 아직 손이 닿지는 않았다. 또, 기다렸다가 조금 더 내렸다. 가끔씩 손끝이 휴지에 닿기 시작했다. 손민우는 좀비들 무리에서 교도관들을 눈여겨보면서 무전을 했다.

　“근데 오래 달리기를 여기 수용동 안에서 어떻게 하죠? 교정단장님, 연구소에 한 번 물어봐주세요. 다른 방법은 없는지요. 이거 점프하는 애들 계속 두면 오래달리기나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요.”

　“네, 교정단장님이 지금 안계십니다. 제가 연락 해보겠습니다.”

　“그럼 일단 얘들은 이대로 두고 멀리뛰기 하겠습니다.”

　 윤상근이 무전으로 손민우에게 제안을 했다.

　“그런데, 민우씨. 이왕이면 수용동 출입문 쪽에 피를 뿌려서 밖에 있는 좀비들을 유인해 보는 건 어떨까요? 같이 지냈던 사람들 어떻게 되었는지도 좀 보고 싶고요.”

　“네, 좋습니다. 새로운 얼굴 보는 것도 좋지요.”

　 교도관들은 대답이 없었다. 손민우는 교도관들이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들도 자신들과 같이 지냈던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 늦더라도 멀리뛰기까지 하고나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수용동 입구에 혈액 주머니를 던졌다. 예상대로 수용동 밖에 있던 좀비들이 많이 들어왔다. 스무 명 정도의 좀비 중에서 교도관이 6명이었다. 아무래도, 물러서다가 통로에서 화를 당한 교도관들일 것이라고 손민우는 생각했다.

　 손민우가 궁금해 하던 선교단 소속의 여자도 두 명 있었다. 이 둘은 걸음걸이가 정상이었다. 이들을 2층 수용실 복도로 유인했다. 왜냐하면 좀비들이 평지에서 멀리 뛰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멀리뛰기는 과정이 조금 복잡했다. 그럼에도 손민우는 피를 적신 두루마리 휴지를 여러 개 만들어, 몇 차례의 실패 끝에 좀비들을 2층 수용실 복도의 난간에 올라서게 만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좀비들은 점프하기 시작했다.

　 좀비들은 망설임 없이 2층 난간에서 점프하기 시작했다. 공중에 매달린 휴지 중에서 그나마 가까운 것은 좀비들이 몇 차례 시도한 끝에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멀리 매달린 휴지들은 건드려 보지도 못하고 땅에 떨어지는 좀비가 대다수였다.

　 성공을 하던 실패를 하던, 2층에서 1층으로 떨어지면서 받는 충격이 클 것임에도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몇몇 좀비는 일어나지 못하고 바닥을 기었고 또 다른 좀비들 중에는 걸음걸이가 더 비틀거리는 경우도 있었다. 손민우는 쓰러진 좀비들의 목에 올가미를 걸어 체중을 쟀다.

　 그 동안, 윤상근은 땅에 떨어진 교도관 좀비들의 목에서 카드키를 벗겨 내고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은 다리가 부러진 것 같았지만, 카드키를 목에 건 교도관 좀비들은 윤상근이 뿌린 혈액에 이끌려 철창으로 기어왔다. 윤상근은 갈고리로 그들의 목에 걸린 카드키를 수거했다.

　 손민우는 테스트 결과를 메모해서 배관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동안 휴식을 한 끝에야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오래달리기는 높이뛰기를 계속하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아직도 꽤 많은 좀비들은 허공에 달린 휴지를 향해 점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손민우는 더 이상의 활동없이 점프를 계속하는 좀비를 바라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할 수 있게 되었다. 손민우가 보낸 메모는 즉시 연구소로 보내져 동물실험으로 검증을 했고 다음과 같은 관찰결과 보고서가 만들어 졌다.

　『 관찰보고서2(체력테스트)

　1. 체중 : 감염자들은 정상이었을 때와 비교하면 5~10의 체중이 감소함.

　2. 달리기 : 감염자는 일반인 평균보다 달리기 속도가 더 빠름.

　3. 높이뛰기 : 달리기와 마찬가지로 제자리높이뛰기 능력이 더 나은 것으로 판단됨.

　4. 멀리뛰기 : 높이뛰기와 마찬가지로 멀리뛰기 능력도 일반인보다 우수함.

　5. 오래점프하기 : 오래달리기를 대신하여 오래 점프하기로 대체한 결과, 일반인들 보다 훨씬 오랫동안 점프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함.

　 위 결과를 토대로 감염된 쥐의 BMI(신체 질량지수) 측정을 한 결과, 감염된 쥐는 수분과 지방의 감소로 체중은 줄었지만 근육량은 그대로 유지되는 결과와 일치함. 즉, 감염자는 체지방과 수분이 줄어 들면서도 근력을 유지함. 그로인해 이빨과 손톱이 더 드러나 보임.

　 즉, 보통의 일반인보다 10~20% 정도 체력적인 우위를 나타낼 수 있으므로 때문에 키나 몸집 등 외형을 보고 체력을 판단해서는 안됨. 감염자들은 프로 운동선수 정도의 체력을 가졌을 것이라 생각하고 대비해야 함.

　 최초 감염이 될 때, P2 바이러스에 많이 노출된 경우는 1~2분의 짧은 시간 안에 감염증상을 보이지만, 경미한 부상이나 감염된 음식물 섭취 등 P2 바이러스의 체내 이동이 적은 경우 감염증상을 보이는 시간이 길어지므로 장시간의 관찰이 필요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