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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좀비관찰
작가 : 용두삼
작품등록일 : 2018.12.14

전기 기사인 손민우와 남기민은 전선을 교체하기 위해 남부교도소로 출장을 간다.
작업을 위해 손민우는 천장에, 남기민은 옥상에 올라 간 사이, 좀비의 공격을 받은 교도소는
온통 좀비들이 득실대는 공간으로 변한다.

천장에서 옥상으로 통하는 지름 2.8cm의 좁은 배관을 통해 물과 음식을 공급받는 손민우.
정부의 요청으로 좀비의 혈액을 채취하던 그는,
1층 철창에 고립된 또 다른 생존자 윤상근을 알게 되고 음식을 전달한다.

교도소의 감염자들을 치료하라는 여론에 밀려 구조작전이 취소되자
손민우는 남기민과 장윤정 교도관의 도움을 받아 좀비를 촬영해서 언론에 공개하려 했지만,
윤상근의 배신으로 실패하고 교정단장과 싸우는 과정에서 며칠을 굶다가 결국 패배한다.

교정단장은 좀비연구에 필요한 여러 테스트들을 손민우와 윤상근에게 시키고,
그들은 미션을 하나씩 수행한다.
바이러스 최초 발견지인 도미니카가 좀비들의 공격으로 초토화 되는 과정이 국내에 알려지자,
여론도 반전되어 교도소를 소각하자는 결정을 내린다.

생존자 구조를 포기하고 교도소를 통째로 소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손민우와 윤상근은
탈출을 시도한다.

* CNN의 '심해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는 기사에서 모티브를 얻어, 저예산 영화, 웹툰 등의 시리즈물을 염두에 두고 지은 글입니다.

 
좀비관찰(11) - 구조요청 셀프카메라
작성일 : 18-12-17 02:06     조회 : 442     추천 : 4     분량 : 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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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도소 천장.

  손민우는 맥없이 천장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저녁식사 시간이 지났지만 와이어를 보내지 않았다. 배가 고팠지만 무전기도 집어 던지며 화를 낸 마당에, 와이어를 불쑥 보내기에는 자존심도 좀 상했다.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여기에 갇혀 있어야 하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이 답답했다.

 

 “일주일이면 일주일. 한 달이면, 한 달. 딱! 정해 주던지... 아니 한 달은 너무 길다.”

 

  그동안 탈출 할 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해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바닥에 내려 간 다음. 그 다음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때 천장 구멍으로 레이저 포인트가 비춰졌다. 윤상근이 보내는 것이다. 응답을 할지말지 고민이 되었다.

 “에휴~ 나도 답답하지만, 저 사람은 또, 얼마나 답답하겠어.”

 

  손민우는 1층으로 낚시줄을 내렸다. 잠시 후, 그의 쪽지가 낚시줄에 매달렸다. 손민우는 낚시줄을 끌어 올려 쪽지를 읽었다.

 『 많이 답답하시죠? 저야 뭐, 구조가 되어도 다른 곳에 또 갇힐 몸이지만... 직접 나갈 방법도 한 번 생각해보시죠. 저도 최대한 돕겠습니다. 』

 

  쪽지를 받은 손민우는 좀 미안해졌다. 자신이 화가 났다고 이 사람까지 굶기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신을 돕겠다는 쪽지를 보내 준 것도 고마웠다. 손민우는 와이어를 올렸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바로 반응이 왔다. 도시락이 내려왔다.

 

  도시락 끝에는 무전기가 들어있는 작은 가방도 붙어 있었다. 도시락을 받자마자 낚시줄에 달아 1층으로 내려 주었다. 케이블 트레이에 털썩 주저앉은 손민우가 막 숟가락을 들었을 때, 공구박스에서 남기민의 소리가 들렸다.

 

  남기민과 통신을 하던 회사 무전기였다. 반가운 마음에 무전기를 꺼냈다.

 “기민아? 너, 임마 어디야?”

 “네, 손대리님~ 저 근처에 왔어요. 잘 지내고 계세요? 답답하시죠?”

 “답답하지 임마. 넌 좋겠다. 밖에 돌아다닐 수도 있고.”

 “뭐, 썩 그렇지도 않아요. 근데... 제가 박기자님을 만나고 왔거든요.”

 “박기자가 누구야?”

 “우리 여기 갇혔을 때 처음으로 신문기사를 낸 사람이에요.”

 “그 사람은 왜?”

 

  남기민은 손민우에게 박기자와 세운 계획을 상세하게 전달했다. 손민우는 반신반의했다. 좀비들의 영상을 찍어서 사람들에게 보여 준다면 치료에 대한 기대를 꺾을 수 있을 것 같긴 했다.

 

  또 한 편으로는, 박기자라는 사람이 자신의 특종을 위해서 영상을 원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도소 내부의 좀비를 찍어서 방송을 하면, 분명 특종은 특종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손해될게 없었다. 손민우는 남기민에게 해보자고 했다.

 

  손민우의 머릿속에는 한 번 밖에 없는 기회인데 이왕이면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윤상근이 떠올랐다. 어차피 그 사람도 구조를 받아야 하니 도와 줄 것이라 생각했다. 윤상근에게 쪽지를 썼다.

 

 『 부탁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 카메라로 좀비를 찍어서 방송에 내보려고 합니다. 그러면 구조를 해줄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아서요. 그런데 천장에서는 좀비를 제대로 찍을 방법이 없네요. 1층에서 촬영을 좀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일이 잘 풀리면 어차피 서로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부탁 좀 드려 봅니다. 』

 

  낚시줄에 매달린 쪽지는 윤상근의 방 앞으로 갔다. 레이저 포인트로 비춰서 흔드니 곧 낚시줄을 당겨서 들어갔다. 손민우는 그가 자신을 도와 줄 것이라 믿었다. 물론, 자기 방 철창 앞에 좀비들이 몰려들어 괴성을 질러대는 것이 썩 내키는 일은 아니겠지만 어차피 자신도 구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 사람 스스로가 탈출을 돕겠다고 했었다. 낚시줄을 잡은 손민우의 손에 신호가 왔다.

  『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잘은 못하더라도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

 

  장윤정이 야간근무를 서는 날. 남기민은 소형 액션카메라와 여분의 배터리를 준비해서 충전을 마쳤다. 손민우가 방안에 있는 좀비들을 유인하기 위해 미끼가 필요하다고 했었기 때문에 헌혈의 집으로 갔다. 거기서 헌혈을 한 후 사정사정을 해서 혈액주머니를 다시 받아왔다.

 

  이제, 장윤정의 차례가 되었다. 카메라와 혈액주머니를 손민우에게 보내고, 메모리카드를 다시 받아 오는 역할이었다. 장윤정은 카메라와 혈액주머니를 받아 출근을 했다.

 

  장윤정은 주간 근무자들과 교대를 하고 난 후 신호를 기다렸다. 약속대로라면, 손민우는 저녁 8시쯤 라이트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요구 할 것이다. 만약 그때 장윤정이 배터리와 함께 카메라를 전달하지 못하면, 9시 10분쯤 손민우는 치약을 달라고 할 것이다.

 

  그때도 카메라 전달에 실패하면 10시 20분에 손민우는 신문을 요구하기로 했다. 7시 50분쯤 장윤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텐트 안을 서성였다. 8시가 조금 넘자 무전기에서 손민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교도관님, 라이트 배터리 좀 주시겠습니까? AAA 사이즈입니다.”

 

  장윤정이 무전기를 들고 답을 했다.

 “몇 개가 필요하시죠?”

 “2개만 있으면 됩니다.”

 “네, 지금 보내겠습니다.”

 

  장윤정은 배터리를 꺼내 고리가 달린 주머니에 넣고 와이어 끝에 달았다. 이제 그 주머니 뒤에 카메라와 혈액주머니가 담긴 작은 백을 연결해서 보내면 된다. 하지만 다른 교도관이 자기도 무전기 배터리가 필요하다며 장윤정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카메라를 보내는 건 실패했다.

 

  다시 한 시간을 기다렸고, 9시 8분쯤. 손민우가 치약을 보내 달라고 했다. 미리 생필품 근처에 서있던 장윤정이 치약을 꺼내 주머니에 담으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자기 할 일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장윤정은 치약 주머니 뒤에 카메라 백을 걸어 배관 속으로 밀어 넣었다.

 

  와이어를 꺼내던 손민우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치약 주머니 뒤에 뭔가 다른 주머니가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손민우는 두 번째 주머니에서 카메라와 혈액주머니를 확인한 다음 남기민에게 연락했다.

 

 “기민아, 카메라 받았다. 성공했어.”

 “으아, 잘됐네요. 오늘 주면 더 좋겠지만, 촬영하는데 시간이 필요 할 수도 있으니 늦어도 모레 장윤정이 출근할 때 다시 보내주셔야 되요.”

 “알았다. 지금부터 바로 시작해볼게.”

 “네, 손대리님, 파이팅!”

 

  손민우는 자신의 구조요청 장면을 먼저 찍기로 했다. 케이블 트레이 위에 앉아 라이트를 켜고, 불쌍한 표정도 지어보고 심각한 표정도 지어 보았다. 몇 차례 연습을 했다. 먼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녹화 버튼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저는 주식회사 OO전기의 손민우 대리입니다. 저는 11월 17일 오후 4시. 전기공사를 하려고 남부교도소에 왔습니다. 작업을 하러 천장에 올라 온 사이 교도소 전체가 좀비들 천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14일째 여기 갇혀 있습니다.”

 

  정지 버튼을 누르고 일어섰다. 그리고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 녹화 버튼을 눌렀다.

 “보시다시피 허리를 펴고 일어 설수도 없는 공간에서, 여기 보이는 이 배관으로 보내주는 음식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좀비들을 치료하기 위해 저를 구조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손민우는 카메라를 정지 시킨 후 표정을 바꾸고 다시 녹화를 시작했다.

 “국민 여러분! 제발 좀 살려 주세요. 여기서 저를 좀 꺼내 주세요. 좀비들은 치료가 되어도 다시 살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목이 찢겨 나가고 배가 찢어진 채로 2주가 지났습니다. 이제 그런 좀비들의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다시 정지 버튼을 눌렀다. 이제 좀비를 찍는 일이 남았다. 손민우는 천장 위에서 바닥으로 카메라를 비춰보았다. 물체가 너무 작아 보였다. 좀비가 제대로 찍혀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치료를 해도 되살아나기 힘들다는 것을 믿어 줄 것이다.

 

  손민우는 윤상근에게 쪽지를 썼다.

 『 준비가 되시면 레이저로 신호를 주세요. 그럼 제가 위에서 피를 뿌려 좀비들을 유인하겠습니다. 혹시 너무 철창 가까이 가시지는 마시구요. 혹시 피로 좀비들 유인이 안 되면, 소리를 좀 내셔서라도 꼭 찍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쪽지를 카메라 백에 넣고 낚시줄에 달아서 내려 보냈다. 다행히 그의 손에 카메라가 안전하게 도착했다. 손민우는 혈액주머니를 찢어서 바닥에 뿌릴 준비를 했다. 첫날, 좀비가 사람을 공격할 때 분명 피를 빨아 먹는 것을 봤기 때문에 성공을 확신했다.

 

  1층에서 레이저가 날아왔다. 손민우는 윤상근의 방 앞에 피를 뿌리고 시계를 보았다. 1초, 2초, 3초, 4초, 5초, 6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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