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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좀비관찰
작가 : 용두삼
작품등록일 : 2018.12.14

전기 기사인 손민우와 남기민은 전선을 교체하기 위해 남부교도소로 출장을 간다.
작업을 위해 손민우는 천장에, 남기민은 옥상에 올라 간 사이, 좀비의 공격을 받은 교도소는
온통 좀비들이 득실대는 공간으로 변한다.

천장에서 옥상으로 통하는 지름 2.8cm의 좁은 배관을 통해 물과 음식을 공급받는 손민우.
정부의 요청으로 좀비의 혈액을 채취하던 그는,
1층 철창에 고립된 또 다른 생존자 윤상근을 알게 되고 음식을 전달한다.

교도소의 감염자들을 치료하라는 여론에 밀려 구조작전이 취소되자
손민우는 남기민과 장윤정 교도관의 도움을 받아 좀비를 촬영해서 언론에 공개하려 했지만,
윤상근의 배신으로 실패하고 교정단장과 싸우는 과정에서 며칠을 굶다가 결국 패배한다.

교정단장은 좀비연구에 필요한 여러 테스트들을 손민우와 윤상근에게 시키고,
그들은 미션을 하나씩 수행한다.
바이러스 최초 발견지인 도미니카가 좀비들의 공격으로 초토화 되는 과정이 국내에 알려지자,
여론도 반전되어 교도소를 소각하자는 결정을 내린다.

생존자 구조를 포기하고 교도소를 통째로 소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손민우와 윤상근은
탈출을 시도한다.

* CNN의 '심해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는 기사에서 모티브를 얻어, 저예산 영화, 웹툰 등의 시리즈물을 염두에 두고 지은 글입니다.

 
좀비관찰(9) - 감염자와 생존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
작성일 : 18-12-16 17:13     조회 : 424     추천 : 3     분량 : 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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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은 빠르게 바뀌었다.

 옥상에는 손민우와 윤상근을 지원하기 위한 대형 텐트가 설치되었고, 격리에서 풀려난 교정단장이 자원해서 운영과 관리를 맡았다. 남기민과 장윤정은 구조되어 자유를 찾았다.

 

  100mm 배관 덕분에 손민우에게 이불과 무전기 등 다양한 물품이 전달되었고 손민우는 이를 윤상근에게로 전해주었다. 그 뿐만 아니라, 윤팀장의 배려로 매 끼니마다 식사 메뉴를 고를 수도 있었다.

 

  윤팀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남부교도소 안에 있던 사람들이 페스카도르로 의심되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 중이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당장 다음날부터 남부교도소 앞에 시위대가 몰려왔다. 골치 아픈 것은 두 가지 성격의 시위대가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쪽 시위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좀비들을 당장 제거하고 고립된 생존자 2명을 구조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쪽은 감염자들도 국민이니 치료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교도소 내부에 갇힌 감염자들의 가족들이 여기에 합세했다. 인터넷이나 여러 TV 토론회에서도 두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손민우는 천장에 앉아 짜장면을 먹고 있었다. 원래도 짜장면을 좋아했지만 이렇게 맛있는 짜장면은 처음이었다. 저녁에는 대패삼겹살을 먹기로 했다. 물론 밖에서 구운 후 작은 보온도시락에 넣어 전달 받는 방식이다. 지금 1층에서는 윤상근도 짜장면을 맛있게 먹고 있을 것이다.

 

  윤상근도 무전기를 지급 받았지만 말소리를 내면 좀비가 달려들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는다. 윤상근의 쪽지와 자신의 경험을 종합하면, 좀비들이 사람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나 바닥에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 등에는 반응의 정도가 약하거나 없다.

 

  손민우는 다 먹은 짜장면에서 작은 면발까지 하나하나 건져 먹으며 생각했다. 오늘 저녁, 청와대에서 ‘감염자 및 생존자에 대한 대책회의’를 한다고 했다. 그 결과가 나오면 자신이 언제쯤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구조계획을 알아야 여기서 며칠을 더 있어야 할지를 알게 되고, 그래야 뭔가 시간을 때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어찌됐거나 자다가 바닥으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며칠 내로 세상 구경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대기실에 앉아 있는 윤팀장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감염자들을 제거하고 백신개발을 하여 혹시나 미래에 있을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다. 백신개발은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그 동안 감염자들을 그대로 놔두는 것은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교도소에 갇혀 있어 감염자들이 밖으로 나갈 수는 없겠지만, 모기나 쥐 등 다른 생물체가 교도소 내부로 들락거릴 위험성도 있다. 하지만 치료를 시도하지도 않고 1,000명이 넘는 감염자를 모조리 죽이기에는 부담이 컸다.

 

  감염자를 제거하자는 쪽의 여론이 약간 우세하기는 하지만, 감염자를 치료하자는 쪽의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 문제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가 곧 열린다.

 

  청와대 입구에는 양쪽 시위대가 경찰을 가운데 두고 격렬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의실에서도 양쪽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감염자 및 생존자에 대한 대책회의.

 “좀비들을 저대로 두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공기전염이 안된다고는 하지만 우발적인 상황도 고려해야 합니다. 지진이나 태풍 등의 자연재해도 그렇고 테러의 목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좀비라는 단어 자체가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어요. 감염자입니다. 그리고 감염자들도 우리나라의 국민이고요. 치료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는 건 너무 부당합니다. 헌법정신에 맞지 않아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판데믹(pandemic). WHO(세계보건기구)가 발령하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모든 인류가 감염될 수 있다는 의미죠. 회생의 확신조차 없는 사람들 때문에 인류가 멸망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위험을 떠안자는 겁니까?”

 

 “그건 너무 극단적인 생각입니다. 지금 그나마 안전하게 감염자들이 갇혀 있으니 백신 개발을 서두르면 되지...”

 

 “백신이 만들어지는데 몇 개월이 걸릴지, 몇 년이 걸릴지, 몇 십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저들을 그냥 저대로 둔다고요? 백신은 개발해야 되지만 지금 감염자들을 처리를 해야 됩니다. 저대로 둬선 안 됩니다.”

 

 “말씀 잘하셨습니다. 백신 개발에 얼마나 걸릴지 아세요? 아무도 몰라요. 짧은 기간 안에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죠. 한두 명이 아닙니다. 사람이 1,089명입니다. 그 많은 사람을 병에 걸렸다고 그냥 죽이자는 겁니까?

 

 “아니, 그럼. 백신주사를 맞아도, 살지 죽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진짜 살아있는 2명은 어떻게 하구요? 백신이 개발 될 때까지 저 안에 그냥 둡니까? 좀비, 아니 감염자들하고 같이요?”

 

 “정치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국민정서를 고려해야 합니다. 자칫하면 정부가 감염자 1,089명을 죽이는 집단살인 행위에 대해 국민들이 크게 반발 할 수도 있습니다.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이대로라면 회의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윤팀장이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잠깐만요. 잠깐만요. 지금 이대로는 결론을 낼 수 없겠네요. 경찰특공대장님! 감염자를 다치지 않게 하면서 생존자 2명을 구조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네, 그동안 설계도면과 동영상을 분석하고 교도관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지금 상황에서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생존자를 구조 할 방법은 없습니다.”

 

 “만약, 무기를 사용하면서 인질을 구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면요?”

 

 “교도소 내부의 문들이 모두 열려 있는 상태인데, 사고 당시 누군가가 비상레버를 돌렸기 때문에 외부에서 조종하여 문을 닫을 수는 없습니다. 민원실로 진입하면서 감염자들을 사살하고 수용동까지 들어 갈 계획입니다. 나올 때도 같은 루트입니다.”

 

 “그럼, 새로운 희생자가 생길 가능성도 있겠네요?”

 

 “네, 맞습니다. 진입을 하게 되면 전체 감염자들. 즉 1,089명의 공격이 예상됩니다. 총기를 사용한다 해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 쪽 희생자가 나올 수도 있고 감염자가 탈출 할 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당장 교도소 외벽에 안전망을 설치하여 모기나 야생동물의 침입을 막겠습니다. 백신 개발은 이미 시작되었으니 계속 진행 할 테고요. 생존자 2명에게는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감염자들의 특성을 관찰하도록 부탁을 하겠습니다. 뭔가 확실한 정보가 더 생길 때까지 보류하는 거죠.”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던 대통령이 거들었다.

 “네, TF팀장 말대로 일단 보류하도록 합시다. 믿고 맡겼으니 좀 더 기다려 봐야죠.”

 

  회의가 끝났다. 회의 결과가 ‘보류’이기 때문에 양쪽 시위대가 돌발행동을 할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생존자 2명이 문제였다. 사실 언제까지라는 기약도 없이 갇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느 식당.

  남기민은 장윤정과 함께 예스일보의 박기자를 만나고 있었다. 이미 소주가 몇 병 비워진 상태라 그들의 혀는 이미 마비되고 있었다. 남기민은 손대리를 위해서 뭔가 도움을 얻고자 했다. 하지만 박기자는 남기민의 요청에 난감해 했다.

 

 “남기민씨, 국민들의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어요.”

 “박기자님, 인간적으로 생각을 해보세요. 손대리님이 너무 억울하고 불쌍하잖아요.”

 “네, 그건 맞죠. 억울하고 불쌍하고 재수 없고, 젠장.”

 

  그 틈새를 장윤정이 끼어 들었다.

 “그냥 억울한 정도가 아니라,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정도의 억울한 경우죠. 아무런 잘못도 없이 종신형을 받은 상황이니까요.”

 

 “맞아. 누나. 아무런 잘못도 없이 종신형. 거기다가 좀비들과 함께, 허리도 못 펴는 천장에서 말이야. 인간적으로 이건 아니잖아.”

 

 “그래, 맞아. 기민아. 이건 일제 강점기 때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 내가 교도관 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만난 죄인들이 억울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거든.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억울한 경우가 손대리님이다.”

 

 “그러니까 말이야. 누나~ 아니, 박기자님. 우리 손대리님 좀 살려 주세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제가 시키는 대로 다 할게요.”

 

  박기자가 소주잔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가 말문을 연다.

 “기민씨, 윤정씨. 손민우씨를 진짜 살려 보고 싶으세요?”

 

 둘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렇게 하세요. 일단 손민우씨에게 연락을 해야 해요.”

 

 “제가 근무 설 때 몰래...”

 “아니야, 아니야. 누나! 누나는 위험한 일 하지마! 내가 다 할게. 나한테 회사 무전기 있거든. 손대리님도 아직 가지고 있을 거야.”

 

 “네? 기민씨가 손민우씨랑 연락이 된다고요?”

 “네~ 되죠. 손대리님과 저만의 통신이 아직 가능합니다.”

 술이 깬 듯, 눈빛이 살아나는 박기자가 말을 이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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