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특공대 버스 20여대가 교도소 앞으로 들어왔다. 질병관리본부(KCDC) 마크의 차량도 여러 대가 보였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화물차량들이 줄줄이 따라오고 그 끝에 크레인도 있었다. 수십 대의 차량들 내뿜는 불빛 때문에 온 하늘이 밝아질 정도였다.
교도소 건물 앞에 TF팀장 윤보경이 서있다. 공기전염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특수복을 입고 바이러스 필터가 부착된 전면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그런 그녀 옆에, 교정단장이 찾아 왔다.
무전기를 살짝 들어 보이며 옥상 위와 내부에 고립된 생존자로부터 구조 여부에 대해 답해줘야 한다고 했다. 마스크를 쓴 윤보경 팀장은 교정단장에게 답변 대신 질문을 했다.
“오늘 낮에, 교도소 내부로 진입을 시도하셨다고 했죠?”
“네, 맞습니다. 제가 진두지휘를 했습니다.”
“그때 있었던 사람들 모두, 여기로 모아 주세요.”
“지금요?”
“네, 지금 당장요. 단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안 됩니다. 빠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오롯이 교정단장님의 실책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교정단장은 서둘러 무전기로 연락을 취했다.
BL3(생물안전 3등급)에 맞게 설계된 컨테이너가 교도소 정면에 내려졌다. 윤팀장이 안으로 들어가서 마스크를 벗었다. 그리고 무전기를 들고 말했다.
“옥상에 계신 분, 응답 바랍니다.”
“네, 말씀 하세요~”
무전을 받은 남기민이 대답했다.
“저는 TF팀장 윤보경입니다. 지금 생존이 확인된 두 분 중 한 분이 맞습니까?”
“네, 아니, 세 명 중에 한 명인 것 같은데요.”
“옥상에는 두 분 계시죠?”
“네, 맞아요. 장윤정 교도관님이랑 저랑.”
“아쉽지만 오늘 구조는 불가능 합니다. 당분간은요.”
“네??? 왜요?”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지금 교도소는 전염병이 의심되는 상태입니다. 아주 심각한. 그래서 교도소 내부에 계시는 분이 먼저 협조를 하신 후에, 안전하다고 확인이 되면 그때 옥상에 있는 분들이 내려오실 수 있습니다.”
남기민과 장윤정이 서로의 얼굴을 보고 의아한데 윤팀장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교도소 내에 계시는 분이랑 대화를 하고 싶은데 가능 할까요?”
“아, 그건. 직접은 안 되고요. 제가 그쪽 말씀을 전해 드릴 수는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고요. 필요하신 게 있다면 보내드릴 테니, 생각을 미리 해두세요. 잠시 후에 담당직원이 연락을 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남기민은 팀장과의 통신을 마치고 장윤정에게 물었다.
“누나, 윤보경 팀장이라고 아세요?”
“아니, 처음 듣는데.”
“그런데 뭘 보내달라고 할지는 생각을 잘 해야겠다.”
“그럼, 할 수 없이, 오늘도 누나랑 같이 자야 되네. 흐흐”
“좋냐? 좋아?”
그렇게 그날 밤도 지나갔다.
다음날 아침. 교도소 주변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밤새 경찰특공대는 교도소 벽면에 폭탄을 설치했다. 건물을 완전히 붕괴하고도 남을 분량이었다. 컨테이너들은 빈틈 없이 딱 붙여서 내려졌다.
사람이 빠져 나갈 조금의 틈도 없는 완벽한 컨테이너 담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교도소 쪽은 담장 역할이지만 반대편에는 출입문이 있어 각 TF팀의 사무실로 활용되었다. 상황실로 쓰는 컨테이너 안에서 윤팀장은 남기민을 호출했다.
윤팀장은 남기민에게 드론으로 주사기를 보낼 것이라고 했다. 남기민과 장윤정이 피를 뽑아서 보내면 혈액검사를 한 후에 구조를 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교도소 안에 있는 감염자의 혈액을 채취 할 방법이 없냐고 물었다.
“아, 그건... 손대리님한테 말해 볼게요.”
“손대리님요? 교도소 안에 계시는 분요?”
“네, 천장에 갇혀 있는 손민우 대리님요.”
“그 분이... 어떻게...?”
“아~ 모르시겠구나. 저희가 배관에서 케이블 하나를 뺐거든요. 그 배관으로 배터리랑 사탕을 보내드렸어요.”
“네? 물품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요?”
“네, 그런데 큰 건 안 되구요. 28mm 배관이거든요. 길어도 안돼요. 배관이 직선이 아니라 구부러진 곳이 있거든요.”
“그럼, 28mm 이내로 짧은 건 가능하다는 얘기인가요? 예를 들면 주사기 같은 거요.”
“네... 주사기는... 아마, 될 것 같은데요.”
“알겠습니다. 준비 되는대로 물품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물품 안에 쪽지를 보낼 테니 잘 읽어 보시고 꼭 좀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컨테이너 담장 위로 대형 드론 한 대가 떠올랐다. 바리케이드 바깥으로 밀려나있는 기자들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드론의 아래에는 여행용 가방 크기의 박스가 달려 있었다. 공중에 멈춰서 잠시 균형을 잡던 드론이 교도소 옥상 위로 날아갔다.
옥상 위에 도착한 드론은 천천히 하강하여 옥상에 박스를 내렸다. 드론이 다시 상승하여 컨테이너로 돌아가니, 다른 드론 한 대가 박스를 가지고 교도소 옥상으로 날아갔다. 다섯 차례에 걸쳐 옥상으로 박스가 옮겨졌다.
남기민과 장윤정은 박스를 하나씩 풀었다. 4개의 박스는 요청했던 물품이고 1개는 윤팀장이 보낸 것이다. 폴대 2개로 세워지는 텐트를 두 개 설치했다. 남기민과 장윤정이 물품을 다 정리하고 나서 마주 보며 웃었다.
“텐트가 두 개라서 각자 하나씩 쓰면 되겠죠?”
“안돼! 무서워~”
“그럼, 하나는 뭐해요?”
“캠핑용 변기 왔으니까 화장실로 쓰면 되지...”
손민우는 와이어를 배관에 밀어 넣었다. 사탕이 아직 남아 있다고 했지만, 남기민은 그래도 보내라고 했다. 와이어를 받은 남기민은 장윤정과 함께 뭔가를 매달기 시작했다. 손민우는 기다리면서 다시 탈출을 구상했다.
1층 바닥에 내려 선 순간, 좀비들이 달려 들 것이다. 사람이라면 한두 명 정도는 제치고 달아 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좀비들은 단 한 놈만 있어도 어려울 것 같았다. 자신이 가진 무기라고는 공구박스에 있는 스패너나 공업용 커트칼 정도였다. 하지만, 어차피 이대로 있어도 굶어 죽을 판이다.
그때, 남기민에게 무전이 왔다.
“손대리님, 선물입니다. 당기세요~”
“임마, 사탕 가지고 생색은...”
손민우는 피식 웃으며 와이어를 당겼다. 그런데 사탕이 올 때와는 달랐다. 쉽게 당겨지지 않았다. 도대체 뭘 보냈는지 궁금해 하며 와이어를 당겼다. 배관 밖으로 와이어에 두껍게 붙은 전기테이프가 나왔다.
“도대체 뭘 보낸 거야?”
전기테이프를 뜯어내는 손민우는 깜짝 놀랐다.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시지가 줄줄이 붙어 있었다.
“기민아~ 임마. 이거 어디서 났어? 니가 진짜 천재다. 큭큭큭”
“드론으로 택배 받은 겁니다~ 아직 다 안보셨죠? 끝까지 풀어 보세요.”
“뭐? 다른 것도 있어?”
손민우는 와이어에 붙은 테이프들을 다시 뜯어내었다. 소시지가 한참 나오더니 그 다음엔 오징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리는 두세 개씩, 몸통은 길게 잘라서 지퍼팩에 넣고 와이어에 감은 것이다. 알갱이가 작은 초콜릿과 껌도 나왔다.
마지막으로 주사기가 나왔다. 와이어가 다 빠져 나왔는데 끝에 뭔가 달려 있었다. 링거호스였다. 손민우는 서둘러 테이프를 뜯어냈다.
“야, 기민아! 이 호스는 뭐냐?”
“물 드시라고요~”
“맞구나. 보내~ 보내~”
“지금요?”
“그래, 지금 바로 보내~”
손민우는 고개를 돌려 링거호스를 입에 댔다. 들어 온지 3일 동안 물을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해 입술이 빠작빠작 타들어가고 있었다. 한참 후, 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손민우는 꿀꺽꿀꺽 하며 물을 마셨다. 배가 부를 때까지 물을 마신 후에야 링거호스를 꺾어 잡았다.
이제 좀 살 것 같았다. 물이 나오지 않도록 링거호스를 꺾어 전기테이프로 감은 후, 다른 소시지와 오징어를 먹었다. 사탕 빼고는 이틀 만에 처음 먹는 음식이다. 목마름도 해결하고 배도 부르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손대리님, 식사 다하셨어요?”
“그래, 덕분에 잘 먹었다. 나가면 내가 밥 한 번 살게.”
“흐흐흐, 그 동안 얻어먹은 걸로 퉁 쳐요.”
“그래, 그런데 주사기는 뭐냐?”
“아, 그거 손대리님, 피 빼서 보내 달래요. 전염병 검사한다고요.”
“전염병?”
“네, 좀비들이, 무슨 병에 걸린 걸 수도 있다면서... 저랑 누나도 뺐어요. 정상 판정을 받으면 구조해준데요.”
“누나? 크크. 많이 친해졌구나. 근데, 왜 2개야?
“하나는 손대리님꺼, 하나는 감염자용이라고 하는데... 안되겠죠?”
“감염자? 누구, 저 좀비들???”
“네...”
“미쳤어? 누가 그랬어? 좀비한테 가서 피 빼오라고?”
“아니... 뭐...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백신을 만들려면 감염자 혈액이 필요하다고... 그런데 밖에서는 방법이 없다고... 일단 안 되겠다고 할게요.
“일단은 무슨! 절대 안 된다고 해! 직접 와서 하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