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정각. 남부교도소 민원실 입구에서 교정본부장의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어제 오후. 남부교도소 내에서 폭동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수용자 1,027과 교도직원 49명, 민간인 14명. 총 1091명이 교도소 안에 갇혀 있으며, 부상이나 사망 여부를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교정본부장의 말이 이어졌다.
“저희 교정 본부를 비롯한 전 교정직원들이 힘을 모아 이 상황을 조속히 해결할 것이라 약속드립니다. 이상입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본부장은 급히 자리를 피했고 그 자리에 교정단장이 올라가서 기자들을 진정 시켰다.
“네, 저는 교정본부의 교정단장입니다. 시간 관계상 질문을 세 가지만 받겠습니다.”
“KBC의 김기자입니다. 폭동이라면 어떤 요구사항이 있을 텐데, 아무런 연락을 못 받았나요?”
“네, 아직 연락을 받은 바는 없습니다.”
“다음신문 이기자입니다. 연락을 기다리실 건가요? 아니면 진입을 시도하실 건가요?”
“타협은 없습니다. 교정본부와 각 지역청의 기동대가 이미 도착했습니다. 준비가 끝나는 대로 즉시 진입을 할 계획입니다.”
“옥상에 있는 생존자 2명에게 구호 조치를 하셨나요? 어제 밤새 추위에 떨고 굶었을 텐데.”
줄 뒤에 있던 박기자가 큰 목소리로 질문을 하자, 다른 기자들이 잠잠해졌다.
“일단 구호조치부터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진입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을 텐데요.”
교정단장의 표정이 잠시 일그러졌다가 많은 사람을 의식하여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했다.
“구호조치는 진행 중입니다. 섣불리 접근하기에는 위험해서 시간이 좀 걸립니다. 교도소 내부의 폭도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과잉 취재는 삼가주길 부탁드립니다.”
대책본부에 도착한 교정단장은 불같이 화를 내었다. 어제 삭제한 카메라 사진이 왜 신문에 났냐며 투덜거렸다. 주변 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슬슬 피했다. 그런 교정단장을 본부장이 불렀다.
“교정단장! 어차피 큰 건을 만들려고 했으니까 좋게 받아 들여.”
“그리고, 옥상에 있는 생존자 2명 먼저 구조하는 게 좋겠어. 기자들이 사진 듬뿍 찍도록 말이야. 교정단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모습으로 말이지.”
“네, 본부장님. 감사합니다.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소방서에서 출동한 사다리차가 도착했다. 기동대원들은 몸을 보호해주는 방석복을 입고 방석모※를 썼다. 그리고 한 손에는 방패를 다른 손에는 교도봉을 들고 대기했다.
※방석모 : 교도관들이 진압 할 때 쓰는 보호용 헬멧으로 PC재질의 앞 커버가 있어 시야확보가 가능.
교정단장도 기동대와 같은 복장을 하고 접이식 교도봉을 들었다. 막 출발하려는 순간, 총무과장이 뛰어 들어왔다.
“교정단장님, 건물 옥상까지 사다리 접근이 안 된답니다. 이게, 교도소 주변의 펜스 때문에 각도랑 거리가 나오지 않는다고... 펜스를 뜯어야 가능하다고 합니다.”
본부장이 깜짝 놀라며 말렸다.
“펜스를 뜯어? 그건 안 될 일이지. 그것들이 나왔을 때 펜스가 없으면 막을 방법이 없잖아.”
“맞습니다. 본부장님. 그럼 옥상에는 일단 구호품만 전달하고 민원실을 통해서 내부로 진입하겠습니다. 민원실은 외부에서 촬영이 안 되니까 더 좋습니다. 저희가 체증용 카메라로 찍어서 기자들에게 제공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그래, 교정단장. 그 방법이 더 좋겠어.”
사다리차 주변에는 방패와 교도봉으로 무장한 기동대가 도열했다. 사다리차가 서서히 붐을 펼쳐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높은 펜스 탓에 더 이상 붐을 내릴 수가 없었다. 옥상에서 3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붐이 멈췄다.
곧이어 탑 사다리와 상단 사다리가 펼쳐졌다. 교정단장은 소방관의 도움을 받아 사다리차 위로 올라갔다. 구호물품이 들어 있는 배낭을 받아 등에 맸다. 그리고 한 칸씩 천천히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다른 대원 한 명도 배낭을 짊어지고 그 뒤를 따랐다.
옥상 위에 다다른 교정단장은 기자들에게 사진 찍을 기회를 주는 듯 천천히 가방을 벗어 옥상으로 던져 주었다. 이어 다른 대원의 배낭을 받아 들고 한 번 더 던졌다. 남기민과 장윤정은 옥상 옆에 멈춘 사다리를 바라보며 구조를 기다렸다.
배낭만 던져주고 구조를 해 줄 기미가 없자 마음이 급해진 장윤정이 교정단장에게 물었다.
“저기... 저희는요?”
“아, 장윤정 교위? 나 교정본부의 교정단장입니다.”
장윤정이 느릿하게 경례를 했다. 교정단장이 경례를 받으며 말했다.
“일단 오후까지는 여기 있어야겠습니다. 펜스 때문에 더 이상 사다리가 갈 수가 없어요. 오후에 기동대가 내부로 진입을 할 테니 그때 옥상으로 올라가겠습니다.”
“아니... 그러지 말고, 차라리 대피용 줄사다리라도 보내 주시면 저희가 알아서 어떻게... 복지과 창고에 많은데...”
“걱정하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준비되는 대로 진입 할 테니까요.”
“혹시, 실패라도 하면...”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때는 초고층사다리차를 불러서라도 내려 줄 테니 조금만 참아 주세요.”
그때 남기민이 나섰다.
“저기, 안에 생존자가 한 명 더 있는데요.”
“생존자가 한 명 더 있다고요???”
“네, 수용동 천장에. 손민우 대리라고 전기기사입니다.”
“그 사람은, 멀쩡합니까?”
“네, 저랑 무전기로 교신도 했는데 아무 문제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진입하는 대로 바로 구조하겠습니다.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무전기로 연락을 하세요. 배낭 안에 무전기가 들어 있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교정단장과 대원이 다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들이 3층 창문 앞을 지날 때, 갑자기 좀비 몇 명이 창살 밖으로 팔을 휘저으며 으르렁 거렸다. 그 바람에 깜짝 놀란 교정단장과 대원이 사다리에서 떨어질 뻔 했다.
이 장면은 여러 기자들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고 사다리를 완전히 내린 이후에야 좀비들의 으르렁거림이 잦아 들었다. 보도를 위해 차로 달려가는 기자들과 방금 본 좀비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수군거림 그리고 진입을 위해 이동하는 기동대가 뒤섞이며 정신이 없었다.
남기민은 무전기를 켜서 손민우에게 오후에 기동대가 진입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하고 좁은 공간에 갇혀 있던 손민우는 그 소식을 듣고 스스로 마음을 달랬다. 이제 몇 시간 후면 끝날 것이다. 그때까지 별일 없이 조용히 숨어 있으면 된다고 자기최면을 걸었다.
옥상에서, 남기민은 구호물품을 풀었다. 각 배낭에는 침낭이 들어 있었고 침낭을 푸니, 물과 빵, 사탕 그리고 무전기가 들어 있었다. 빵과 물을 챙겨 햇빛이 잘 들어오는 곳에 앉아 먹기 시작했다.
“손대리님도 배가 무지 고플 텐데...”
기동대가 진입 준비를 마쳤다. 기자들에게는 위험을 이유로 출입을 통제했고, 전 과정을 촬영해서 보도 자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민원실로 들어 갈 때는 교정단장이 선두에 섰다. 민원실의 문을 열고 교정단장과 기동대장 그리고 1, 2조 대원들이 들어갔다.
나머지 대원들은 조별로 줄을 지어 민원실 문 앞에 대기했다. 교정단장이 민원실과 수용동 내부로 통하는 방화문을 열라고 지시했다. 1조 대원 한 명이 방패를 옆에 놓고 교도봉을 높이 치켜든 상태로 문을 열었다.
“이상 무!”
다행히 방화문은 굳게 닫혀 있고 안쪽도 조용했다. 모두들 긴장한 상태로 교도봉과 방패를 꽉 쥐었다. 기동대장이 출입카드를 가져왔다. 철창 옆에 붙은 리더기에 카드를 대니 덜컹하며 잠금장치가 풀렸다.
“1조 투입!”
기동대장이 철창을 밀고 들어가려는 순간, 반대편에서는 좀비들이 달려 나왔다. 그들의 기괴한 모습에 기동대장은 물론 다른 대원들도 얼어붙었다. 하지만 좀비들은 거침이 없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원들을 향해 달려왔다.
하지만 그들은 철창에 부딪혔고, 반대편에 있던 기동대장은 대원들 쪽으로 튕겨졌다. 철창은 민원실에서 통로 안쪽으로 열리는 여닫이 구조였다. 다행히 좀비들이 대원들에게 달려들면서 철창에 부딪혀 다시 잠겨 버렸다.
평소 하던 훈련대로라면 다시 문을 열고 폭도들을 한 명씩 떼어 내어 제압을 하는 것이 정석인데, 지금 민원실 안에 있는 대원들 중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넋을 잃고 그들의 괴상한 얼굴과 온몸에 묻은 피, 길게 자란 이빨과 손톱, 초점 없는 눈동자를 보고 있었다.
“바.. 방. 화문 닫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