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디디! 라이프! (DDD! LIFE!)
작가 : 구름향
작품등록일 : 2016.8.22

멸망의 위기에 처한 용들의 세계로 초대된 지우.
마지막 남은 용들과 용생한번 잘살아 보기 위해서.
지우의 유쾌한 용생 설계가 시작된다.

 
6. 문이 열리네요 - 7
작성일 : 16-09-19 22:21     조회 : 598     추천 : 1     분량 : 773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 망할 녀석들 같으니라고!”

 

 랍토르가 마수 흑곰을 떠올리며 짜증을 토했다. 지우와 새끼용의 흔적을 놓쳐 버린 것이다.

 

 뚝. 뚝.

 

 야수화가 풀려,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랍토르는 한눈에 봐도 크게 낭패한 모습이었다. 엉망이된 오른팔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짓이겨진 상태였다. 팔을 타고 흐르는 핏방울에 바닥이 붉게 물들어갔다.

 

 “…젠장, 너무 늦었나…!”

 

 기억하고 있던 녀석들의 체취는 이미 숲에 녹아든지 오래였다. 바닥이나 숲의 흔적을 추적하려고 해도 그것 역시 불가능했다. 숲의 수많은 생명들이 지우의 흔적을 덮어버린 것이다.

 

 “……”

 

 빠드득!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다. 복수의 발판이 되어줄 기회는 날아갔으며, 팔은 제 기능을 잃어 도움이 되질 않는 상태다. 울화가 치밀어 왼팔로 나무를 후려치자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부러져 버린다.

 

 회복불능의 상처는 아니지만 마력이 담긴 일격을 허용한 결과였다. 마력으로 인한 상처는 아무리 랍토르 종족 특유의 회복력이라고 할지라도 한달은 족히 요양을 취해야 했다.

 

 “허투로 시간을 낭비할 순 없지.”

 

 적혈정수는 사용할순 없다. 기적의 비약이라고 불리는 마법물약을 이런 상처에 사용한다니, 마수를 잡는 명검으로 토끼를 잡는 격이다.

 

 랍토르가 다시 숲을 거슬러 되돌아 갔다. 분지의 입구에 마련해둔 베이스 캠프로 돌아갈 작정이었다. 안전한 장소에서 회복에 집중하는게 최우선 과제였다. 숲을 내달려 빠르게 분지의 초입으로 향하자 코끝에 익숙한 향취가 스쳤다.

 

 독특한 배합과 숙성으로 만든 방향제였다. 여기저기 설치된 경계줄과 함정들을 빠르게 지나치자 수풀로 가려진 베이스 캠프가 나타났다.

 

 “응? 랍토르?”

 

 바위들이 엇갈려 비스듬히 서로 기대어진 지형으로, 그 사이 공간에 수풀과 나뭇가지로 외부의 시야를 가린 곳이었다.

 

 그 곳에선 제린트가 화염석을 이용해 물을 끓이는 중이었다. 뗄감을 태우지 않고 화염석의 화력을 직접이용 중이었는데, 근처 분지가 있음을 감안하여 최대한 조심하기 위한 조치였다. 혹여나 새어나간 연기로 불필요한 손님들이 꼬이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뭐야…? 파, 팔은 왜그래? 습격이라도 당한거야?”

 “…당했지, 크윽!”

 

 피가 흘러나오는 엉망이된 오른팔을 본 제린트가 깜짝 놀라서 일어났다. 지난 1년간 그와 함께해오면서 부상을 입은 모습을 보는 것이 처음이었던 까닥이다.

 

 “보고만 있지말고, 좀 부축 좀 해주겠나?”

 

 지금껏 숲을 질주해온 멀쩡한 다리가 바닥을 끌었다. 쩔뚝 거리며 지친 음색으로 랍토르가 말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제린트가 얼른 다가갔다.

 

 “괜찮은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정찰을 나간다던 인간이 거의 하루가 지나서 부상을 입은 채 나타났다. 도대체 분지안에서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크으으…!”

 

 랍토르의 왼쪽팔을 목에 두르고 어깨를 받쳐든 제린트가 궁금함에 묻자, 랍토르의 시선이 허리를 굽힌 제린트의 목을 향했다.

 

 “…아, 영주급 마수가 자리하고 있더군. 나도 모르게 영역을 침범한 모양이야.”

 

 찢어 죽일, 덩치만 커다란 마수가 한 마리 있긴 했다. 새끼용을 발견한 이야기를 제외시키고 영주급 마수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자 제린트가 몸을 떨었다.

 

 “맙소사...! 여, 영주급이라니! 상처입고 다 죽어갈 거라고 예상했던 용과는 난이도가 다르잖아!”

 

 마법사나 마투사 같은 능력자를 20명은 모아야 대적이 가능한 존재가 ‘영주’급이다. 팔팔한 영주급이라면 적어도 노련한 상급의 능력자들과 파티를 맺어야 처치가 가능할 터였다. 단 둘뿐인 그들에게는 재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뭐, 분지에 위험이 없을 거라곤…, 생각하진 않았지 않은가? 그보다…”

 

 놀라 잠시 멈춰선 제린트를 향해 랍토르의 왼팔이 천천히 변하기 시작했다. 제린트가 눈치채지 못할 은밀한 부분 야수화가 끝났다. 날카로운 손톱이 제린트의 목을 겨냥했다.

 

 “자네 마력급수가 어떻게 되었지?”

 “…그야 중급? 아마 그정도는 될거야. 그것도 최근에 다다른 거지만.”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던 제린트가 별 의심없이 답해주었다. 바깥을 살아가는 사냥꾼과 용병등은 자신의 실력을 감추는 것은 일종의 상식이었다.

 

 “그렇군.”

 

 하지만 위험지역인 분지의 근처에서, 더더욱 영주급 마수의 습격을 당한 상태였기에 제린트가 순순히 알려준 것이다.

 

 “딱 적당해. 아주 좋아.”

 “…뭐가?”

 

 제린트 자신의 실력이,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 그나마 도움이 된다는 뜻일까?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랍토르가 흡족한 미소를 띄운 채 내려다 보고 있었다.

 

 “……!”

 

 분명 웃는 얼굴이지만 두 눈은 차갑게 빛난다. 제린트가 그토록 경계했었던 눈빛.

 먹이를 내려다 보는 야수의 눈동자를 들여다 보는 것 같아서 오싹한 소름이 돋아난다. 전혀 부상자 다운 태도가 아니었다.

 

 푸우우욱!

 

 “뭐긴, 적당한 마나량이라는 거지.”

 “…커흑!”

 

 말투마저 바뀐 랍토르가 비아냥 거리며 목줄기에 박힌 손톱을 거칠게 빼었다. 휘청, 비틀거리던 제린트가 목줄기를 부여잡고 막아보지만 생명의 근본이 빠져나가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르륵…!., 어, 어…째서…!”

 

 랍토르가 필사적으로 목줄기를 틀어막는 제린트의 허리에 발을 올렸다. 썩은 나무마냥 꼬꾸라진 행태가 우스워 실실 웃음이 흘러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비상식량은 이럴 때 필요하니까. 아, 나이브의 경우에는 식량은 아니었고…, 뭐 좀 다른 경우지만!”

 “….크륵! 커흐으…! 뭐, 뭘 하려…”

 “이렇게?”

 

 콰드득, 푸슛!

 

 “……!”

 

 덜컥, 몸이 흔들렸다.

 한계이상의 고통이 정신에 밀려오자, 입만 뻐끔거리던 제린트가 몸을 떨었다.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 자신의 몸을 파고들더니 소중한 부분을 꺼내가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꾸, 꿈인거야.’

 

 벌컥, 피싯!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제린트가 생명이 꺼져가는 눈빛으로 비정상적인 광경을 보았다. 랍토르가 어느새 그의 머리 맡에 앉아서 소중하게 쥔 것을 보여준다. 힘차게 맥동하는 물건이 핏줄기를 흘리며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

 

 제린트, 자신안에 있어야할 심장이 눈앞에서 펄떡이고 있는 것이다.

 

 “저런, 충격이 크겠군. 그래도 색다른 경험이니 실컷 봐둬! 자기 심장을 직접 구경할수 있다니!”

 

 거리를 뒀었다. 경계를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뒷통수를 맞을 줄이야. 제린트가 죽음이 차오르는 눈동자로 힘겹게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을 보았다.

 

 “응? 뭔가?”

 

 시야가 어두워져서 일까? 랍토르의 얼굴이 암흑으로 물들어 있고, 두눈과 입가만 하얗게 떠있었다. 저 모습이야 말로 놈의 숨겨져있던 악취 가득한 괴물의 모습이겠지.

 

 뻐금. 뻐금.

 “……?”

 

 물고기 마냥 입을 벌렸다. 비록 소리는 낼 수 없지만 제린트는 온 힘을 다해서 자신의 의지를 전달했다.

 

 냄새나는 얼굴 치워, 병신.

 

 “…이 새끼가!”

 

 ‘올해는 돌아가지 못하겠어. 약속했는데…’

 

 랍토르의 짜증이 섞인 말을 마지막으로 제린트가 눈을 감았다.

 입가에 가득 미소를 띄운 채.

 

 “얌전히 죽을것이지, 쓰레기 같은 인간 따위가…!”

 

 힘들여 제린트의 마지막 메시지를 읽었던 랍토르가 발을 차올렸다. 강력한 힘에 채여진 제린트의 시신이 돌멩이마냥 바닥을 굴렀다.

 

 어차피 죽은 놈이다. 필요한것을 얻었으니, 불쾌했던 녀석의 말은 잊어 버리면 그만이었다. 죽은 자들이 산자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가듯이 말이다.

 

 “네 놈의 마력은 내가 잘 써주마.”

 

 마력에 의한 상처는 마력으로 다스리면 회복이 빨라진다. 하루 빨리 부상을 회복하고, 용을 추적할 준비해야 됐다. 반드시 잡아서 고통속에서 울부짖게 해줄 작정이다.

 

 콰즈즈즛! 찌걱!

 

 “절대 놓칠순 없지…!”

 

 랍토르가 심장을 거칠게 뜯어 삼켰다.

 

 

 * * * * * *

 

 

 “끼유웃!”

 “크릉!”

 

 어두운 동굴을 헤치며 한 무리의 일행이 나아가고 있다.

 정확히 인간 하나와 여섯 용.

 

 “크르릉!”

 

 앞서 달려가는 빨강이가 꼬리에 붙은 불꽃을 더욱 키우자, 주변의 어둠이 빠르게 물러난다. 빨강이가 힘써준 덕분에 용들이 더욱 속도를 올렸다. 짧은 발로 도도도 뛰어가는 이들은 한데 뭉쳐서 지우를 운반하는 중이었다.

 

 “꾸, 꾸우!”

 “캬우웃!”

 “끼, 끼융!”

 “…카르릇!”

 “쿠우…!”

 

 초랑이가 힘겹게 외치자, 나머지 아이들이 대답한다. 어쩐지 공사장 반장과 일꾼들이 생각나는 기합과 행태지만, 초랑이들은 진지한 표정이었다. 특히나 초랑이는 조급한 마음에 자꾸 발이 꼬여서 넘어질 뻔했다. 그때마다 앞서가던 빨강이가 호통을 쳤다.

 

 “으…, 으음...!”

 

 지우의 신음 소리가 들릴때마다 동요하는 용들을 다독이며, 빨강이를 등불삼아 달렸다.

 

 “꾸우!”

 

 빨강이가 선두.

 초랑이가 지우의 목을.

 노랑이와 검둥이가 지우의 등과 허리를.

 파랑이, 군청이가 지우의 다리를 머리에 받쳐들었다.

 

 “흐으…!”

 

 솔직히 편한 자세는 아닌지라, 울퉁불퉁한 지형을 지날때마다 지우가 괴로움에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초랑이와 용들은 지우의 신음에도 멈출 수 없었다.

 

 툭, 툭.

 그 이유는 용들의 기운으로 안정되었던 상처와 상관없이, 지우의 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되었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흘릴 피도 아까운 판국에 식은땀이 비오듯 흐르더니 몸이 차가워 졌다. 누가 보아도 위급한 상황임이 분명했다.

 

 어둠을 어느정도 꿰뚫어 볼수있는 용종들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초랑이들이 빨강이의 불빛에 의지하는데는 혹여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꾸…”

 

 초랑이가 깨우친 능력을 사용하여 이동할수도 있겠지만, 쉴새없이 둥지로 달려가는 지금은 사용할수가 없었다. 나중을 위해서 아껴둬야 했다. 그 것을 알고는 있지만 답답한 마음에 초랑이가 입을 꾸욱 다물었다.

 

 “크르릉!”

 

 타다다닷!

 빨강이의 꼬리를 횃불삼아 얼마나 내려갔을까? 배고픔에 다들 꼬르륵 소리를 냈다. 지우를 찾아 올라오고서 지금까지 거의 이틀이상을 굶은 셈이다. 어린 용들이니 만큼 배고픔은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꼬륵, 꼬르르릇!

 

 “끼, 끼융!”

 

 노랑이의 꼬르륵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평소 같으면 배고픔에 칭얼거리거나, 먹이를 찾아 어슬렁 거릴때였지만 노랑이는 가쁜숨을 내쉬면서도 발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힘내라며 다른 아이들을 위로했다.

 

 “크아앙!”

 

 주변 동굴의 풍경이 익숙해지고 경사도가 점차 완만하게 바뀌어 갔다. 빨강이가 꼬리를 휘둘러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반쯤 정신을 놓고 기계적으로 달려오던 초랑이들이 숨을 헐떡이며 멈췄다.

 

 “…크릉.”

 

 바들바들 떨리는 짧은 뒷다리들이 안쓰러워 보였다. 빨강이가 다가오자 지우를 내려놓은 용들이 다들 앞으로 나섰다. 20여 미터 아래에 둥지가 보인다. 절벽에 당도한 것이다.

 

 “카우웅…”

 

 파랑이가 그 아찔한 높이에 겁을 집어먹고 침을 꿀꺽 삼켰다. 새삼 절벽의 높이를 실감한 용들이 잠시간 아래를 내려다 볼때였다.

 

 “끼유우! 끼융! 끼유우우우웅~!”

 

 멍하니 정신줄을 놓았던 다른 용들이 노랑이의 손짓발짓과 콧소리가 섞인 말에 정신을 차렸다. 초랑이가 노랑이를 지긋이 쳐다보자, 노랑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계획을 실행할때가 된것이다.

 

 “끼융!”

 

 척. 척. 척.

 노랑이의 인솔하에 발맞추어 용들이 도착한 곳은, 절벽에서 어느정도 떨어진 위치였다. 도대체 절벽을 내려갈 생각은 하지않고 어째서 물러났던 것일까?

 

 “끼융!”

 

 노랑이들이 동굴 벽, 한쪽에 작은 구멍에 다가섰다.

 

 “끼, 융!”

 

 처억!

 노랑이가 꼬리와 앞발을 절도있게 구멍으로 향했다. 눈빛을 반짝이며 자랑스러워 하는 것이 노랑이의 작품으로 보였다. 사실, 능력을 깨닫고 절벽 밑에서부터 길을 뚫어둔 노랑이의 노력의 결실이었다.

 

 “……”

 

 잠깐의 침묵이 내려앉았다. 절벽을 올라올때는 초랑이의 능력을 이용해서 올라왔다. 능력의 사용이 능숙한 초랑이 덕분에 쉽게 올라온 것이다. 때문에 내려갈 방법이 있다며 노랑이가 자기만 믿으라고 조그만 가슴을 탕탕칠 때 그렇구나 하고 넘어 갔었다.

 

 “…크르릉.”

 

 아주 쪼오금은 미심쩍었지만…, 빨강이가 어정쩡한 자세로 굳어있는, 다른 아이들을 돌아보더니 그대로 구멍으로 뛰어들었다. 맨날 티격태격하더니 노랑이에게 행동으로 믿음을 보여준 것이다. 노랑이가 감동한 얼굴로 구멍을 볼 때, 가느다랗게 울려퍼지는 비명소리가 구멍에서 새어 나왔다.

 

 …크르아아앗…!

 

 “…카앙…”

 

 파랑이의 안색이 더욱 파랗게 질렸다.

 

 “끼유유우우~! 끼융!”

 

 노랑이의 앞발과 손이 다른 아이들을 번갈아 가리키며 움직였다. ‘누구를 먼저 보내볼까~?’라는 선택지가 자신을 가리킬때마다 다들 몸을 움찔거린다.

 

 “……”

 

 초랑이는 멀찍히 떨어져서 자신은 상관없다는 태도로 흥미롭게 관전모드를 유지중이었다.

 

 “…끼유우~!”

 

 드디어 다음 희생자가, 군청이가 선택되었다.

 

 “쿠우우우와아아….!!”

 

 아련하게 들리는 군청이의 비명을 들으며 덜덜 떠는 남은 아이들에게, 자비없이 노랑이의 꼬리와 앞발이 왔다갔다 움직이다 멈췄다. 그때마다 지옥의 구덩이 마냥 음침한 구멍에서 비명이 울려퍼진다.

 

 검둥이가 떨더름한 표정으로 뛰어들었다. 노랑이가 선택을 하기도 전에 스스로 뛰어들었는데, 불안감에 선택 당함의 공포를 받느니, 본인의 의지로 들어간 가기로 한 것이다.

 

 “캬아으아으아아~!”

 

 덜덜덜.

 하나, 또 하나씩.

 공포영화의 틀에 박힌 플롯마냥 마지막 남은 희생자.

 

 “…카아앙…”

 “끼, 융!”

 

 애처롭게 떨며 들어가길 거부하는 파랑이를 향해서, 노랑이 교관이 단호하게 외쳤다. 제군 이럴수록 그대의 고통이 가중될 뿐이라고.

 

 “…카우웅…”

 

 정말 이 방법뿐일까? 조심스레 노랑이의 눈치를 살펴보지만 단호할 뿐이었다. 안절부절 못하며 자꾸 시간을 끌자, 노랑이가 두터운 꼬리로 파랑이를 후려쳤다.

 

 “카, 카우우으아우아―!

 

 깨끗한 홀인원.

 

 “……”

 “끼융!”

 

 노랑이가 최종임무를 끝마친, 전장의 노장처럼 꼬리로 흐르지도 않는 땀을 딱았다. 초랑이는 쟤가 도대체 왜 저러나 싶었지만, 이제 자신의 임무에 집중할 때였다. 바로, 지우를 안전하게 절벽 아래로 안착시키는 중요한 일이다.

 

 방법은 간단했다. 초랑이가 가진 능력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다른 용들도 초랑이와 함께 내려가면 되지 않겠냐고 따질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사실 초랑이의 능력은 체력과 정신력에 부담이 많이가는 기술이었다.

 

 특히, 능력을 적용시킬 대상이 많아질수록 부담이 가중되기에 인원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의논한 끝에 나온 것이 노랑이의 개구멍 작전이다.

 

 “꾸후우!”

 

 초랑이가 심호흡을 하며 정신을 맑게 유지하도록 시도했다.

 

 “후우욱!”

 

 지우와 자신, 둘이라면 20미터 아래로 여유있게 갈수있을 듯 싶었다. 지우에게 다가간 초랑이가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막 정신을 집중할 때.

 

 톡. 톡.

 누군가 옆에서 건드리는 손길이 있었다.

 

 “……꾸우?”

 “끼, 끼융!”

 

 노랑이가 뻘쭘하게 서있었다. 왠지 모르게 얼굴이 붉었다.

 초랑이가 안가고 뭐하냐고 쳐다보자 노랑이가 뒷발로 괜스레 땅을 판다. 눈을 굴리며 초랑이와 지우를 번갈아 보더니 슬쩍 지우의 곁에 섰다.

 

 “……?”

 

 이해할수 없는 행동에 초랑이가 고개를 갸우뚱 하자, 노랑이가 지우에게 철썩 붙더니 초랑이의 눈길을 피한다.

 

 “……”

 

 초랑이가 설마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자, 노랑이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딴청을 피었다.

 

 “끼, 끼유우웅~!”

 

 사실 노랑이가 개구멍을 개척하고 단 한번 사용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 지우가 올 때 몰래 마중을 가겠다며, 신이나서 구멍을 사선으로 파고 올라갈때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이놈의 꼬리가 무슨 수작을 부린것인지 바닥을 쓸때마다 매끈하고 미끈미끈한 재질로 바뀌었다.

 

 개구멍을 완성하고 신이나서 뛰어들었다가 쾌속한 어둠의 질주를 맛볼때의 기분이란…, 혹시 검둥이는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20미터가 넘어가는 50도 이상으로 기울어진, 노랑이제 미끄럼틀이 완성이었다. 의도하지 않은 완성이지만 말이다.

 

 “……꾸…”

 “끼유유우웅!”

 

 노랑이의 재촉에 초랑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뭐, 노랑이 하나쯤 추가되어도 상관없지 싶었다. 노랑이 덕분에 깨졌던 마음의 평정을 다스려, 마침내 능력을 발휘하자 용들과 지우가 공중에 부드럽게 떠올랐다. 이제는 완숙해진 능력의 운용이었다.

 

 “끼유우우~”

 “……”

 “으으으음…!”

 

 천연덕스러운 노랑이의 신이난 외침이 동굴안을 울렸고, 지우와 초랑이 노랑이는 무사히 둥지가 있는 바닥에 안착할 수 있었다.

 

 “…크르르르.”

 “…캬르르르.”

 “…카, 카르르.”

 “…쿠르르르.”

 “끼융?”

 

 물론 친히 마중나온 사인용들이 배신감과 분노를 담아서 덮쳐온 것은 사소한 일이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8 9. 문의 변신 - 6 2016 / 11 / 27 10 0 7049   
37 9. 문의 변신 - 5 2016 / 11 / 24 14 0 4800   
36 9. 문의 변신 - 4 2016 / 11 / 19 17 0 4849   
35 9. 문의 변신 - 3 2016 / 11 / 18 17 0 4146   
34 9. 문의 변신 - 2 2016 / 11 / 17 17 0 3454   
33 9. 문의 변신 - 1 2016 / 10 / 19 18 1 5846   
32 8. 수련을 하다 - 6 2016 / 10 / 13 18 1 4729   
31 8. 수련을 하다 - 5 2016 / 10 / 4 19 1 5896   
30 8. 수련을 하다 - 4 2016 / 10 / 2 18 1 6923   
29 8. 수련을 하다 - 3 2016 / 9 / 29 19 1 5170   
28 8. 수련을 하다 - 2 2016 / 9 / 28 24 1 5981   
27 8. 수련을 하다 - 1 2016 / 9 / 28 20 1 6180   
26 7. 준비된 안배 - 2 2016 / 9 / 24 22 1 8390   
25 7. 준비된 안배 - 1 2016 / 9 / 24 23 1 5949   
24 6. 문이 열리네요 - 8 2016 / 9 / 22 458 1 3426   
23 6. 문이 열리네요 - 7 2016 / 9 / 19 599 1 7734   
22 6. 문이 열리네요 - 6 2016 / 9 / 13 460 1 5959   
21 6. 문이 열리네요 - 5 2016 / 9 / 13 411 1 4893   
20 6. 문이 열리네요 - 4 2016 / 9 / 12 419 1 4991   
19 6. 문이 열리네요 - 3 2016 / 9 / 8 453 1 6324   
18 6. 문이 열리네요 - 2 2016 / 9 / 7 427 1 5515   
17 6. 문이 열리네요 - 1 2016 / 9 / 6 518 1 4139   
16 5. 사냥꾼과 사냥감 – 4 2016 / 9 / 5 424 1 5755   
15 5. 사냥꾼과 사냥감 – 3 2016 / 9 / 3 403 0 8029   
14 5. 사냥꾼과 사냥감 - 2 2016 / 9 / 1 539 1 7529   
13 5. 사냥꾼과 사냥감 - 1 2016 / 9 / 1 546 1 7662   
12 4. 육룡이 나오샤 - 4 2016 / 8 / 30 464 1 8518   
11 4. 육룡이 나오샤 - 3 2016 / 8 / 28 395 1 6369   
10 4. 육룡이 나오샤 - 2 2016 / 8 / 27 530 1 5288   
9 4. 육룡이 나오샤 - 1 (1) 2016 / 8 / 26 515 2 6857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