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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뱀파이어 검신
작가 : 랑이
작품등록일 : 2018.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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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무림의 절대자였던 검신 사천. 제자들의 배신으로 죽고 난 후, 이천 년 만에 뱀파이어가 되어 되살아난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검마로, 그의 제자들은 영웅으로 기억하고 있는 세상.
그 세상에 사천은 복수하기 위해, 그리고 한 여인을 지키기 위해 검을 든다.

 
[3화] 흑룡문파
작성일 : 18-12-09 11:31     조회 : 351     추천 : 0     분량 : 6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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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북.

 

 황색 물결이 수천리 넓게 퍼진 황하의 북쪽.

 

 그 경계선을 넘으면 드넓은 들판이 펼쳐진 광야가 있었고, 인구 2천만을 상회하는 커다란 도시가 있었다.

 

 비단 광야와 인구뿐이랴?

 

 하북에는 여러 문파도 모여 있었다.

 

 우선 남쪽으로는 칠대 문파 중의 하나 천진문파가, 북쪽으로는 대북문파, 한청문파 등 수십 개의 중소문파가 밀집해 있었다.

 

 그 이외에도-

 

 더 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다양한 민족들이 모여 사는 곳이 있었다.

 

 바로 항구도시라 불리는 천진.

 

 항구도시인 만큼 상업이 발달되어 부유한 세가의 가문들과 상인들이 많았고, 그들을 상대로 여러 신규 문파들도 생겨나며 최근 무림에서 가장 발 빠른 발전을 보이고 있는 도시 중 하나였다.

 

 그 중에서 가장 으뜸은 흑룡문파.

 

 백대 고수에서도 상위권에 있는 혈뢰의 명성과 정식제자가 아니어도 흑룡문파의 독문 무공을 배울 기회 때문이었다.

 

 오늘도 흑룡문파 내 무도관에서는 백여 명의 무도생들이 좌우 열을 빽빽이 맞추어 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훈련하고 있었다.

 

 무도관 가장 앞쪽에는 그들을 가르치는 교관이 서 있었고, 가장 뒤에서는 목도를 휘두르고 있는 사천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 걸까?

 

 콰당!

 

 엄숙한 분위기에 한참 목도를 휘두르던 사천이 목도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러자.

 

 휙-

 

 콩!

 

 사천의 앞에서 팔짱을 끼고 있던 사내가 사천의 머리를 목검으로 내리쳤다.

 

 근육으로 가득한 커다란 몸, 강렬하게 짙은 이목구비. 강인한 외모처럼 그는 무림 백대 고수에서도 상위권에 있는 흑룡문파의 문주 혈뢰였다.

 

 사천은 아픈 머리를 손으로 비비며 고개를 들어 혈뢰를 노려봤다.

 

 ‘언젠간 꼭 죽여주마.’

 

 무공을 잃어버린 그가 흑룡문파에 입관한 지도 삼 개월째.

 

 처음에는 잃어버린 무공을 되찾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다시 빠르게 무공을 익혀 자신을 잃어버린 세상에 다시 한번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켜야 했으니까.

 

 한데, 삼 개월째 새로 입관한 수련생들과 똑같이 그저 목도만 휘두르고 있었다.

 

 사천의 마음은 이미 그를 수백 번 죽여도 모자랄 만큼 썩어들어 가고 있었다.

 

 콩!

 

 혈뢰가 그의 머리를 한 번 더 가격했다.

 

 “눈빛이 굉장히 불손하구나.”

 

 “……”

 

 사천이 분노를 겨우 가라앉히며 입을 열었다.

 

 “그만 때려라.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콩!

 

 혈뢰는 목도로 다시 한번 사천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 후회 기대하마.”

 

 “……”

 

 후-

 

 참자 참아……

 

 무공만 배우면 죽여버릴 녀석이니까.

 

 “그럼 무공이라도 알려주던가! 언제까지 목도만 휘두르게 할 것이야?!”

 

 “더 맞고 싶지 않다면 목도나 주워 잡거라. 모든 무공은 기초가 우선이다.”

 

 “기초! 기초! 기초만 석 달째다.”

 

 이천 년의 세월에 무공을 잃어버렸지만, 한때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었던 무공을 지녔던 자신이었다.

 

 빠르게 무공 초식들을 익혀 몸의 감각을 살리고 싶은 사천에게 있어 다른 훈련생과 똑같은 훈련법은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혈뢰가 수련생들을 목검으로 가리켰다.

 

 “여기 있는 모든 수련생이 그 기초를 석 달이 아니라 몇 년을 배우고 있다는 걸 아느냐?!”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할 때까지 수천 번 수만 번 수련을 전진해야 하는 게 무공. 머리로 기억했다고 끝난 게 아니란 말이다!”

 

 “개소리!”

 

 “개, 개소리?”

 

 그의 무례함에 혈뢰가 미간을 좁혔다.

 

 “머리는 잊어도 몸은 기억한다? 그거 전부 개소리다. 내가 경험해 봤으니까.”

 

 “그럼 그 수련이 부족했나 보구나. 그럴수록 더 기초에 매진해야겠지.”

 

 “으아아아악!”

 사천이 답답함에 고함을 질렀다.

 

 그 때문에 앞에서 수련하던 무도생들의 시선도 사천에게로 쏠렸다.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 것이야?! 나는 천재다. 다른 녀석들과는 다르다는 말이지.”

 

 “그러니 우선 무공을 가르쳐보란 말이다. 그럼 내 말을 이해할 테니.”

 

 꽁!

 

 혈뢰가 사천의 머리를 한 대 더 쥐어박았다.

 

 “겸손! 겸손!”

 

 “아오……”

 

 사천이 아픈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말 내가 무공만 안 잃어버렸으면…… 이딴 녀석 수백 번은 더 죽여 버렸을 텐데.’

 

 과거 그 누구도 감히 내 머리를 이렇게 쥐어박는 녀석은 없었다.

 

 마음 같아선 혈뢰를 두들겨 패고 싶었지만, 지금은 능력이 없으니 참아야 했다. 그 사실이 사천을 더 미치게 했다.

 

 “백대고수로 불리는 나도 일주일에 몇 시간씩 기본 초식에 투자하거늘. 네까짓 게 뭐라고 기본기를 무시하느냐! 고수들의 싸움에서도 그 간소한 기본기의 차이로 결투가 판가름 날 수 있다는 걸 아느냐?”

 

 “그래 그만하자. 더 말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사천이 목도를 발로 걷어차고는 몸을 돌려 무도장을 나갔다.

 

 “저! 저 녀석이!”

 

 혈뢰가 얼굴을 붉히며 사천의 뒷모습에 손가락질을 했다.

 

 “어?! 벌써 수업 끝난 거야?”

 

 사천이 무도장을 나오자, 그를 보러온 담예린이 눈을 번뜩였다. 사천이 생각보다 무도장을 일찍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나 여기 진짜 나갈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저 혈뢰한테는 답답해서 못 배우겠으니.”

 

 “또 왜? 이번에도 못 해서 혼난 거야?”

 

 “절대 아니거든!”

 

 “풉!”

 

 담예린이 사천을 비웃었다.

 

 “천재라더니. 다 허풍이었네.”

 

 “네 도발에 더는 안 넘어가. 나도 더는 못 참겠으니.”

 

 “정말? 그래도 혈뢰가 이 근방에선 가장 고수인데.”

 

 담예린이 사천에게 얼굴을 바짝 내밀며 말했다.

 

 그 순간.

 

 휘잉-

 

 그녀의 새하얀 피부에서 퍼지는 달콤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사천의 후각을 자극했다.

 

 성을 내던 사천은 몽롱한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또야. 정신이 혼미할 정도의 달콤한 냄새.’

 

 사천의 시선이 그녀의 뽀얀 목덜미로 향했다.

 

 그러자 두부처럼 말랑거리는 그녀의 피부가 사천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어서 물어줘.’ 사천에게는 그녀의 피부가 꼭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왜 아무 말도 없어?”

 

 담예린이 물었지만, 그는 대답이 없었다.

 

 ‘조금만.’

 

 천천히 그의 입이 그녀의 목덜미를 향해 전진했다.

 

 이내 그녀의 목덜미를 덮치려는 순간.

 

 쾅!

 

 갑자기 혈뢰가 무도장을 나왔다.

 

 정신을 차린 사천이 벌떡 고개를 들었다.

 

 “오셨습니까? 담예린 아가씨.”

 

 “네. 문주님도 안녕하세요.”

 

 둘이 인사를 나누는 사이, 사천은 도망가듯이 담예린의 옆을 지나쳤다.

 

 담예린은 몸을 돌려 사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외쳤다.

 

 “너무 오래 돌아다니지 말고. 빨리 들어와!”

 

 이내 멀어져가는 사천을 보며 담예린이 미소를 머금었다.

 

 사천이 안 보일 때 즈음, 혈뢰가 입을 열었다.

 

 “아가씨의 부탁으로 녀석을 가르치고는 있습니다만…… 무공을 배우려는 자세가 너무 불량해 걱정입니다. 혹시 무공을 배워 마두가 되지는 않을는지……”

 

 “까칠해도 마음은 따듯한 녀석이에요. 마두가 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담예린이 대답했다.

 

 “도대체 어디를 보고 마음이 따듯하다 하시는 건지…… 이건 다른 수련생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사천이 이천 년 전의 검마를 찬양하는가 하면, 그로부터 세상에 평화를 가져다준 칠 인의 영웅들에게는 배신자라며 욕까지 했다고 하더군요.”

 

 담예린이 고개를 돌려 혈뢰를 바라봤다.

 

 “그래도 저는 사천 덕분에 살아 있지 않습니까. 무공도 모르는 녀석이 약자인 저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무릅썼어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녀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조금 변태 같았기는 했지만……’

 

 담예린이 그때를 회상하며 풉 미소를 띠었다.

 

 “그게 저도 의문이긴 합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

 

 흑룡문파 내부의 한 정원.

 

 조금 통통한 달걀형의 얼굴에 동글동글한 이목구비를 가진 한 남자가 전지가위를 들고 나무의 묵은 가지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누가 보면 그저 평범한 정원사의 모습이었지만, 그는 다름 아닌 흑룡문파의 부문주 은자호.

 

 실질적으로 흑룡문파 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남자였다.

 

 허나 혈뢰와의 압도적인 무공 실력 차이로 어쩔 수 없이 문주의 자리를 내어준 사내이기도 했다.

 

 그가 열심히 일에 집중하는 사이.

 

 터벅터벅.

 

 그의 뒤로 흑룡문파의 한 장로가 다가왔다.

 

 “후우- 불필요한 가지들을 솎아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군요.”

 

 인기척을 느낀 은자호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먼저 입을 열었다.

 

 “허허허. 그런 일은 하인들에게 시키시지요. 쉬워 보여도 고된 일이랍니다.”

 

 “누군가를 시키면 제 마음에 들지 않으니 그것이 문제지요. 그냥 지나치려 해도 못나게 자란 가지들이 눈썹을 찌푸리게 만드니……”

 

 싹둑.

 

 은자호가 삐죽 못나게 튀어나온 나뭇가지 하나를 잘라내며 말했다.

 

 “허허. 하인들을 집합시켜 부문주 맘에 들도록 단단히 교육을 해야겠습니다. 한데 소신은 무슨 일로 부르신 겁니까?”

 

 “……”

 

 장로의 물음에 한참 아무 말 없던 부문주가 나뭇가지 하나를 잘라 장로에게 건넸다.

 

 “이건 갑자기 저에게 왜?”

 

 “저희 문파에도 모난 나뭇가지가 있지 않습니까.”

 

 장로는 무슨 의미인가 싶어 한참을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그렇지요. 몇 모난 녀석들이 있지요. 그런데 그중 누구를 말씀하시는 건지.”

 

 “담예린.”

 

 “흠.”

 

 예상외의 이름에 장로가 턱의 흰 수염을 쓰다듬으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을 했다.

 

 그러자 부문주가 길게 쭉 뻗은 커다란 나무를 두들기며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저희 문파는 지금 이 나무처럼 한창 커가는 중입니다. 그러다 보니 남들의 눈에 띄기도 하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모난 부분들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하지요.”

 

 “하지만 부문주. 그분도 엄연히 검황님의 후손입니다.”

 

 “압니다. 부담되시겠죠. 하지만 그분이 세상을 다스리던 시절도 벌써 이천 년이 지났습니다. 저희에게 그분의 핏줄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보기 안 좋다며 쳐내지는 것보다는 저희 스스로 정리하여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씀은……”

 

 “네. 천진문파에서 그녀의 목을 원하고 있습니다.”

 

 “흠… 어려운 문제군요. 문주는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은자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문주에게는 알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은자호가 뒤로 돌아서 다시 나뭇가지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희가 직접 개입하지도 않을 것이니, 세간의 질타를 받을 일도 없을 겁니다.”

 

 “흠. 저희가 개입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다면야……”

 

 “그저 정보만 제공하면 됩니다. 오늘 담예린이 청룡파의 사람들과 만날 겁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부터 우선 부탁드립니다.”

 

 “그 정도는 어렵지 않은 일이군요. 그러도록 하지요.”

 

 장로가 말을 마치고 돌아서려는 그때 은자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천이라는 아이는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요?”

 

 “오늘도 수련 중에 무도관을 박차고 나갔다더군요. 허허.”

 

 “큰일이군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문파의 물을 자꾸 흐리고 있으니……”

 

 “그러게 말입니다. 아무리 담예린 아가씨의 부탁이라지만…… 쯧쯧.”

 

 장로가 혀끝을 찼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은자호가 고개를 돌려 장로를 다시 바라봤다.

 

 “이상하다니요?”

 

 장로가 눈을 부릅뜨고 은자호를 주시했다.

 

 “소문으로는 그가 담예린 아가씨를 구할 때, 천자대 단장을 상대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무공을 할 줄 모른다니 말입니다.”

 

 “흠. 전에도 한 번 비슷한 말씀을 하셨죠. 혹시 정체를 숨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직접 비파월에 의뢰해 그 녀석에 관한 정보를 캐보았습니다.”

 

 “어떻던가요?”

 

 “정말 부모에게 버려진 건지 비파월조차도 그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흠. 그것도 이상하군요. 아무리 길거리의 부랑자로 살았어도 스쳐 지나가면서 만난 사람이 한 둘은 있었을 텐데 말이죠.”

 

 은자호가 의심이 든다는 듯 미간을 찡그렸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여 한동안 유심히 지켜보았지만, 별다른 이상한 점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하는 짓이 너무 천박하여 봐줄 수가 없더군요. 무공도 정말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흠.”

 

 은자호가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금강불괴에 관한 이야기는 천자대 단장이 착각한 것인가? 뭐 상관은 없겠지. 혈풍회가 의뢰를 받기로 했으니.’

 

 “그럼 저는 물러나겠습니다.”

 

 장로가 인사를 마치자 은자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담예린의 일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많은 사람을 죽인 건 사실이었다.

 

 무림 정벌 동안 자기 뜻을 거스르는 적들의 목을 무참히 베었고, 많은 유명세가와 명문 문파들을 불태웠다.

 

 무림맹 본부와 마교의 본교는 흔적도 없이 지워버렸다.

 

 허나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 설득하였지만, 적폐가 뿌리 깊게 박힌 그들은 바뀌지 않았으니까.

 

 그뿐인가?

 

 천한 핏줄이라며 끝까지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고 먼저 맞선 것은 그들이었다.

 

 하지만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서는 최대한 피를 안 보려 노력했다.

 

 무림의 뿌리 깊이 박힌 부패와 신분의 차이를 없애려고 온 힘을 다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성공의 기회를 제공했고, 과거에 자신을 괴롭히던 유명세가의 자식이라고 멀리하지도 않았다.

 

 실력이 있다면 그 누구든 자신의 직계제자로 받아들여 자신의 모든 무공을 전수했다.

 

 자신의 후손이 권력을 승계하여 또 다른 적폐를 만들까 싶어 자식도 만들지 않았다.

 

 물론 그 이유로 사랑조차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자신이 늙어 힘이 약해지자 제자들은 자신을 배신했다.

 

 말도 안 되는 혈통이라는 대의명분을 들이대면서……

 

 나는 분노했고, 억울함과 한 때문인지 죽지도 못하고 제자들을 원망했다.

 

 그러나 그 분노는 오랜 세월에 무뎌졌었다.

 

 내가 검마로 세상에서 지워졌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내가 검마라니……’

 

 끼룩끼룩

 

 사천이 항구 구석 끝에 놓여있는 방파제에 앉아 파란 하늘 위의 갈매기들을 바라봤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무공을 되찾을 다른 방법이 없을까? 정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건가……’

 

 사천이 답답한 현실에 한숨을 쉬었다.

 

 과거에 사천은 그 누구보다 노력하는 무림인이었다.

 

 어렸을 적에는 세가 주인의 눈을 피해 잠도 줄여가며 무공 초식을 익혔고, 그 덕분인지 하인이라는 미천한 신분으로도 운 좋게 무관에 입관까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관에서 더 처참한 차별과 탄압 그리고 질시를 받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피땀 흘려 강해졌다.

 

 사천은 지금도 그렇게 하라면 못 할 것도 없었다.

 

 혈뢰에게 다른 무도생들처럼 차근차근 배워가며 강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불안했다.

 

 가끔 담예린에게 이상하게 반응하는 자신의 몸. 저번에는 심장이 터져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든 적도 있었다.

 

 젊어졌지만,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몸. 언제 죽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었다.

 

 “후우.”

 

 사천이 그렇게 계속 한숨을 쉬는 사이.

 

 ‘뭐지?’

 

 등 뒤로 뭔가 날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휙- 탁!

 

 사천이 몸을 돌려 자신에게 날아온 물체를 잡아냈다.

 

 “돌?”

 

 손에서 주먹크기만한 돌을 확인한 사천은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자 한 사내가 사천의 곁을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여기 있었네. 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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