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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여우와 소년이 있었지만 감정은 없었다.
작가 : 웨인이
작품등록일 : 2018.6.9

#현대 판타지 #여우 #불쌍한 주인공 #각성 #조금 다크

세상의 그늘 속에 남몰래 살아온 존재 '일족'.

인간임에도 감정이 없는 소년 한태경은 선배의 심부름을 받고 산을 오르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잃고 또 잃기만 하던 그가 얻어낸 건 바로, 여우 일족의 소녀 '미호'!

그러나 그가 얻어낸 것은 또 다른 위협의 시작이기도 했는데?!

쓰레기 선배의 괴롭힘, 학교를 습격한 의문의 집단, 그리고 지독한 운명까지.

그럼에도 소년은 맹세한다.

"이 망할 운명에 대고 말해주겠어. 내가 잃어버린 것들까지 합해서, 모든 걸 돌려받겠다고…!"

이것은 두 세상을 그린 것이자,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 <가족의 비밀>
작성일 : 18-12-01 11:22     조회 : 180     추천 : 0     분량 : 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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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불어온 돌풍이 먼지를 갈랐고 돌풍의 중심에는 누더기 천으로 온몸을 덮고 언월도를 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달려오던 미호와 류는 갑작스러운 '누더기'의 등장에 놀라 발걸음마저 멈추고 말았다.

 

 태경은 그리 놀라지 않았지만 할 말을 잃고 멍하니 그 누더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둠에 가려진 얼굴로 태경을 마주 보던 누더기는 이내 고개를 돌리더니 기절한 선배에게 다가갔다.

 

 누더기는 기절한 선배 앞에 서서 더니 자신의 신장 보다 큰 언월도를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 내리치려고 했다.

 

 “이봐 멈춰!”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류는 황급히 누더기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누더기는 들은 체 만 체 계속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류는 기운까지 써서 누더기에게 달려들었다.

 

 “멈추라고 했잖아!”

 

 기운을 사용하여 일반인을 능가한 속도로 뻗은 류의 손은…닿지 못했다.

 

 누더기는 들어 올린 언월도를 빙글 돌려 손잡이 부분으로 류의 손을 쳐냈다.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괴력에 류는 한순간 놀랐지만 곧바로 다시 손을 뻗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누더기는 손잡이를 이용해 류의 손길을 막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미호는 류의 공격을 누더기가 막을 때마다 조금씩 경악에 물들어 갔다.

 

 “부대장인 류 씨를, 그것도 손잡이 만으로 손끝 하나 못 닿게 만들다니, 도대체 저분은…”

 

 류가 속한 부대는 사람으로 따지면 특전사 이상으로 혹독하고 강한 부대다.

 

 그리고 류는 이래 보여도 그런 부대의 부대장인 몸이다.

 

 부상당하긴 했지만 겔르한도 그를 보고 꼬리를 말고 도망치지 않았던 가.

 

 그런데 그런 류가 지금은 자신보다 작은 누더기에게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어째서 닿지 않는 거야!'

 

 류의 과거의 기억이 순간 수면 위로 내비쳤다.

 

 '이래선…그때와 똑같잖아…!'

 

 이와 비슷한 기억을 끄집어낸 류가 그에 발버둥이라도 치려는 듯 이를 악물고 전력을 다하려는 그 순간이었다.

 

 주위에서 성이 난 한 교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기 당신들! 학교에서 뭐 하는 겁니까!!”

 

 아까의 소동을 눈치챘는지 교사들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아챈 누더기는 황급히 싸움을 멈추고 달아나려 했다.

 

 “어딜-”

 

 “-도망치려고!!”

 

 그러나 뒤를 쫓으려던 류를 다가온 교사가 잡아 버렸다.

 

 그사이 저 멀리 도망가 버린 누더기를 보고 류는 짜증이 물밀듯이 끓어올랐다.

 

 “놓으세요! 공무 집행 방해죄로 고소 당하고 싶으세요?!”

 

 “공무 집행이 건물 철거입니까?! 무단 침입에 바닥을 이따위로 만들어 놓고?!”

 

 “아니, 그건 제가 한 게 아니라고요!”

 

 류와 교사가 의미 없는 말다툼을 하는 동안 미호는 태경에게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

 

 “고마워…근데 나, 기름 묻었는데...”

 

 “알고 있어요, 그러니 어서 씻으셔야 해요.”

 

 “…응, 그럴게. 난 괜찮으니 나 먼저 갈게. 다음에 봐.”

 

 "아, 태경…"

 

 태경은 미호를 부축을 마다하고 교무실로 갔다.

 

 그런 태경의 뒷모습을 보곤 미호는 아쉬운 듯이 작게 손을 흔들었다.

 

 

  *

 

 

 그 후 태경은 학교에 조퇴 허락을 받으러 교무실로 갔고 그의 미끌미끌한 자태 앞에 냅다 조퇴증을 주었다.

 

 그리고 사건의 전말은 일단 퇴학당한 학생의 보복에 의한‘방화 미수’로서 현장을 우연히 목격한 공무원(류) 덕에 저지된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결과적으로 류는 누명을 벗게 되었지만 그 담임과의 말싸움 때문인지 아니면 누더기에게 가지고 놀려진 게 분한 건지 운전을 하는 내내 이러쿵저러쿵 어울리지 않게 중얼중얼 거렸다.

 

 "쳇, 이길 수 있었는데 괜히 그 안경 인간이 나타나선 정말, 인간은 마음에 안 들어. 누더기 녀석도 그렇고, 좀 멋진 모습 좀 보여주고 싶었는데 녀석 때문에 내 망신만……"

 

 "저…류 씨?"

 

 "…아, 부르셨어요? 무슨 일이세요, 옥녀 님?"

 

 류는 방금까지의 투덜투덜 거리는 어두운 분위기는 어디로 갔는지 언제나처럼 밝은 얼굴로 말했다.

 

 평소같이 밝은 그를 보며 미호가 말했다.

 

 "열세 번이나 불렀어요."

 

 "아, 아하하하 운전에 집중을 한다고…"

 

 "신호를 네 번이나 어기셨어요."

 

 "……잠시 잡생각을 좀."

 

 "예, 이해해드릴게요."

 

 미호의 대답을 들은 류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보기보다 류는 뒤끝이 긴 것 같다.

 

 "그래서 무엇 때문에 그러시죠?"

 

 "아까 그 누더기…어떻게 생각하세요?"

 

 "…."

 

 류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강합니다. 꼬리로는 아마 '육(六) 미'나 '칠(七) 미', 여우든 늑대든 간에 빨리 수색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 저항군 소속은 아닐까요?"

 

 "저도 그랬으면 합니다."

 

 둘만이 있는 차 안에 갑자기 정적이 찾아왔다.

 

 "근데 그 소년, 그냥 둬도 괜찮겠습니까?"

 

 "…류 씨."

 

 "네, 옥녀 님."

 

 "차를 돌리세요."

 

 

  *

 

 

 현관 앞에서 10분 가량 고민하던 태경은 결국 단념하고서 기름 묻은 손으로 현관을 열었다.

 

 "다른 사람이 잡기라도 하면 기분 나쁠 텐 데."

 

 […넌 참으로 대단한 녀석이구나.]

 

 "그렇게 말해도 기쁘진 않……."

 

 신발을 벗으려 던 그때, 태경은 현관 바닥에 떨어진 어떠한 액체를 발견했다.

 

 "이건…"

 

 [기름이군. 네 몸에 묻은 거랑 같구나.]

 

 "혹시…"

 

 태경은 서슴없이 신발을 벗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알고 있었던 거야?"

 

 태경이 갑자기 그렇게 묻자 '남자'는 자연스럽게 답했다.

 

 [집안의 거미일 뿐이니 말이다.]

 

 "다음에 진지하게 이야기를 한번 나눠보자."

 

 [네가 원한다면 야.]

 

 태경은 살금살금 집으로 들어와 주위를 샅샅이 살폈다.

 

 집안은 아침에 나왔을 때와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하지만 집안은 무언가 사뭇 이상함이 느껴졌다.

 

 망둥이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욕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그 안에서는 샤워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욕실 앞에 무언가 떨어져 있었는데 태경은 그것을 들어 보였다.

 

 아까 보았던 누더기 옷이다.

 

 태경은 이내 자신의 예상을 확신으로 바꾸었다.

 

 "…준비를."

 

 천천히 욕실이 열리고 문틈 사이로 따뜻한 수증기가 뭉게뭉게 빠져나왔다.

 

 수증기가 앞을 가렸지만 상대의 모습은 선명하게 보였다.

 

 "…."

 

 "…."

 

 눈이 마주쳤다.

 

 분명히 눈앞에는 누군가 있었다.

 

 하지만 태경은 눈으로 보고서도 그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왜냐하면 그 누군가는…

 

 '여자애…?'

 

 나체의 여자아이였다.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아니 매우 달랐다.

 

 태경을 바라보는 두 눈은 고귀한 황금빛을 가졌고 목까지 내려온 젖은 머리카락은 잿빛으로 물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머리 위에는 '늑대 귀'가 쫑긋 거리고 있었고 꼬리 뼈 부근에 붙어 있는 늑대 꼬리는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태경 못지않게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 분위기는 그와 상대되 게 기뻐(?) 보였다.

 

 "태경이…."

 

 그녀가 낮지만 고운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

 

 "나, 몰라…?"

 

 "…혹시, 저항군 인거야?"

 

 "그런 거…이제 안 해."

 

 "?"

 

 갑자기 여자아이는 샤워기를 물을 잠그고 성큼성큼 태경에게 다가왔다.

 

 귀와 꼬리로 봐서는 확실히 일족임에 틀림없었다.

 

 방금 한 말을 고려하면 그녀는 저항군 소속이 아닐뿐더러 혹여나 연합군일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태경은 그녀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가만히 있었다.

 

 여자아이는 태경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으며 그에게 안겼다.

 

 아직 물기가 바르지 않아 물이 줄줄 흘러내렸지만 태경도 기름 범벅이라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쓰다듬어줘."

 

 "어? 아,어…."

 

 태경은 부탁대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어째서 자신이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는지는 몰랐지만 '왠지 익숙하다'라는 생각이 들어 계속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 느낌…설마…"

 

 태경은 여자아이를 내려다 보았다.

 

 "망둥이?"

 

 그 말을 듣고 여자아이는 고개를 들고 말했다.

 

 "…어서 와, 태경아."

 

 그녀의 입가가 살짝 미소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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