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작가연재 > 추리/스릴러
탐정신부
작가 : 최극
작품등록일 : 2017.10.31
탐정신부 더보기

원스토어스튜디오북스
https://studio.onestorebooks.c...
>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치밀하게 살인계획을 세워 정교하게 사람을 죽이는 천재 살인범에 맞설 자 누구인가.
12년 전 발생했던 가톨릭 신학생의 자살사건. 그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팀과 신학교의 수장들이 하나둘씩 살해되면서 과거 사건의 전말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형사팀을 그만두고 가톨릭 사제가 된 39세의 강바울 신부는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던 중, 절대로 태어나서는 안될 쌍둥이 중 한 명의 무서운 실체를 깨닫고 경악한다.
결국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뒤집어 쓴 강바울은 진짜 살인범을 추격하기 위해 기꺼이 가톨릭 사제직을 벗어던지고 추격자로 나선다.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개는 짖는다.
작성일 : 18-11-07 22:36     조회 : 487     추천 : 2     분량 : 819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강 바울은 몹시 궁금했다.

 이곳이 사건현장임에도 불구하고 바닥과 주변이 이토록 깨끗한 이유가 무엇인지.

 

 네 다섯 시간에 걸쳐 대 수술을 받을 정도로 이 준의 얼굴은 엉망진창으로 부서져 있었다.

 아무리 하얀 천을 덮어쓰고 맞았더라도 피의 흔적은 반드시 남아있어야만 했다.

 폭력과 살의가 있는곳에서는 피의 낙하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흔적을 남긴다는 로카르드의 법칙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좀 전에 식복사인 레아가 말해준 정보를 전적으로 믿을 수만은 없다.

 그녀가 24시간 진종일 이곳을 지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신학교에서 세탁은 기껏해야 하루에 한 두번 정도.

 레아가 이곳을 드나든 것도 한 두번 정도일 것이다.

 그 사이 다른 누군가 드나들어 이곳을 청소하고 폭행의 흔적을 지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의문점을 가지고 공사현장을 둘러보던 강 바울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진다.

 공사현장을 수 차례 왔다갔다 하며 2시간 넘게 재조사를 했지만 그의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었다.

 공사현장이라는 분위기와 각별하게 다른 점은 발견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바닥에 쌓인 먼지의 형태도 일정하다.

 이곳에서 낯선 움직임이 있었다면, 그것이 폭행이든, 누군가 사건 후에 나타나 청소를 했던간에, 이 곳의 먼지의 패턴이 깨졌을 것이다.

 사방의 시멘트 벽도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토록 극심한 구타가 있었다면 최소한 벽에 미세한 혈흔이라도 남아있어야 했다.

 만약 누군가 청소를 했다면 루미놀 반응이 남아있기 마련인다.

 하지만, 강 바울이 가방 속에 넣어온 루미놀 분무액을 곳곳에 뿌려봐도 혈흔의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이상하다. 몇 시간 동안 세세하게 수 차례 열심히 들여다봤다. 하지만 이곳은 일상적인 공사현장일 뿐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야... 이곳은 그냥 공사현장이다... 사건 현장 같지가 않다.'

 

 생각에 잠긴 강 바울이 도서관 지하1층 계단을 막 올라선 순간이었다.

 

 [컹! 컹]

 

 사육장의 개들이 강 바울을 향해 일제히 가볍게 컹, 컹 짖는다.

 그러자 강 바울의 몸이 딱딱하게 굳는다.

 목줄이 풀려 미친 듯이 달려오던 한 마리의 진돗개.

 수십년 전 어린 그를 덮쳤던 환영이 강 바울의 머릿속을 사로잡는다.

 

 강 바울은 어릴 적 개에게 뒤꿈치를 물린 뒤로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어딘가에 검은 그림자만 보여도 몸이 굳는 증세가 시작되더니,

 나중에 증세는 더욱 심해져서 한동안 바지에 오줌을 지리기도 했었다.

 다행히 어른이 되면서 조금씩 극복이 됐지만, 지금도 개 짖는 소리를 들으면 저절로 몸이 굳어버리는 증세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어느 새 사육장 개들은 일제히 짖기를 멈추는가 싶다.

 강 바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사육장 앞을 조심스레 지나가려는 순간,

 사육장 개들의 시선이 일제히 강 바울의 뒤를 향한다.

 그리고는 사나운 송곳니를 거침없이 드러내며 으르렁 거리더니 몸부림을 치며 길길이 날뛰기 시작한다.

 

 강 바울은 사색이 되었다.

 온몸이 긴장된 채 얼음처럼 굳고, 이마에서 식은 땀이 비오듯 흘러내린다.

 

 [캉캉캉캉!! 으르렁 쿠르르]

 

 강 바울의 얼굴이 점점 흙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저렇게 격렬하게 난리를 치다가 사육장 문이 열리기라도 한다면!

 끔찍한 상상이 그의 머릿속을 사정없이 휘젓더니, 물렸던 상처의 아픔이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도망쳐야 한다! 강 바울 뛰어! 넌 어른이다 그러니 어서 뛰어!

 하지만 한 발짝도 꼼짝할 수가 없다!

 

 [윤곽은 잡았나?]

 

 강 바울은 얼른 등을 돌렸다.

 70대 노장인 백 신부가 흰 수단을 입고 서있었다.

 

 

 - 신부님!

 

 

 강 바울은 격렬하게 반가움을 표한다.

 하얀 수단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백 신부가 손을 내민다.

 강 바울이 그 손을 잡는다.

 그러자 순식간에 마음이 풀리고 굳었던 발도 풀린다.

 

 

 - 저놈의 개놈들 당췌 시끄러워서 원. 커피 한잔 쏴.

 

 

 백 신부가 강 바울의 수단을 강하게 잡아 이끌어준다.

 그러자 강 바울의 발이 날듯이 가볍게 그의 뒤를 따른다.

 

 어느 새 백 신부와 강 바울은 사육장을 저만치 마주한 채 휴게실 앞에 서있었다.

 

 백 신부는 주머니를 뒤적뒤적 하더니 주머니 속을 홀랑 뒤짚어 보였다.

 그러자 강 바울 신부가 피식- 미소를 짓는다.

 

 

 - 아까는 다 죽게 생겼드만, 이제 제 정신이 돌아오냐?

 - ... 예, 신부님

 - 저놈의 개들은 물지도 못하면서 짖고 지랄이다. 사육장에 갇힌 주제에 지들이 뭐라고. 알지?

 - 예?

 - 공포는 허상이다. 저 놈들 못 나와.

 - ... 알지만 여전히 두렵네요.

 - 인간이니까. 인간은 한 치 앞도 몰라. 그래서 늘 두렵지. 죽음이 어떤 형태로 올지 알지 못하니까.

 - ...

 - 뭐하냐?

 - 예?

 - 백원이 그렇게 아까워? 커피 쏘라니까 딴소린.

 - 아... 왜 그러세요~ 제가 백원이 아까울 리가 있습니까. 제가 아버지를 얼마나 사랑하는데요.

 - 입에 처발린 소리는!

 - 에이~ 아버지이~

 

 

 바울은 어느 새 노로의 아버지에게 재롱을 피우는 아이처럼 매달린다.

 백 신부가 호탕하게 껄껄 웃기 시작했다.

 강 바울은 재빨리 자판기 커피를 꺼내 백 신부에게 공손히 내밀었다.

 

 신학교에서 영성신학을 가르치는 백 서훈 신부.

 그는 12년 전 강 바울에게 신학교 추천서를 써준 아버지 신부, 곧 영적인 아버지다.

 당시 명문 본당의 주임이었던 백 신부는 가난한 고학생인 강 바울에게 어떤 선입견도 없이 추천서를 써줬다.

 그 덕에 이렇다할 연고도 없는 강 바울은 신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 준이놈은 좀 어때?

 

 

 뜨거운 커피를 후후 불며 백 신부가 물었다.

 그의 눈빛에 이 준에 대한 염려가 한 가득 묻어난다.

 

 

 - 고통과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 개놈. 어떤 놈인지 쪽을 뽑아서

 - 컥!

 

 

 사래 들린 강 바울이 입에 머금고 있던 뜨거운 커피를 그대로 삼키고 말았다.

 수년을 봐온 사이다.

 하지만 여전히 백 신부와의 대화는 그를 놀래킨다.

 

 백 신부의 말투는 원체 투박하고 거칠었다.

 초면의 백 신부는 그래서 늘 오해를 사고는 했다.

 하지만 강 바울은 안다.

 백 신부의 가슴 속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70대가 넘은 노로의 몸이지만, 테니스면 테니스, 축구면 축구, 그는 여전히 신학교에서 소문난 운동광이었으며 땀내 나는 젊은 학사들을 거침없이 안아주고 함께 뒹굴어주는, 그야말로 격의 없는 교수 신부였다.

 

 강 바울은 타인에 대한 사랑이 백 신부만큼 차고 넘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 범인이 신학생이라며? 맞아?

 - 글쎄요. 놈들 중 한명이 수단을 입고 있었답니다, 하지만 단정 짓기는 어렵죠.

 - 허긴. 수단이야 나같은 교수신부도 입고, 신학교 안에서는 4학년 이상이면 개나 소나 다 입고 다니니까.

 - 다만.

 - 다만 뭐?

 - 아닙니다, 참, 신부님, 이 근처에서 종종 산책하십니까?

 - 산책은 하는데, 이 쪽은 잘 안온다.

 - 그런가요?

 - 저놈의 사육장 꼴도 보기 싫어서. 어린 강아지들한테 정 줬다가 복날 되면 다 잡아먹히고. 내 식탁에 올라오는 거 보면 구역질도 나고.

 - 정말... 기이하죠.

 

 

 강 바울의 눈빛이 모호하게 허공을 가른다.

 백 신부는 의아한 표정으로 강 바울을 본다.

 

 

 - 기이하다니? 뭐가?

 - 저 개들 말입니다. 제가 나타났을 때는 가볍게 경계하더니, 신부님이 오시니까 더욱 사납게 으르렁 거렸단 말입니다.

 - 그래서?

 - 아주 기이해요.

 - 그러니까 뭐가?

 - 이 준 학사 진술 말입니다. 복면을 쓴 자 여럿이 자신에게 린치를 가했다고 했어요.

 - 죽일 놈들. 도대체 어떤 쉐끼들이!

 - 아무래도 그 장소는 공사 중인 도서관 지하 1층인 것 같습니다.

 - 거긴 화장실 공사중인 것으로 아는데?

 - 네, 그런데 그곳에는 CCTV가 아직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 화장실에는 CCTV설치하지 못하게 되어있어. 요즘 몰카 방지차원에서 신학교도 CCTV를 상당수 철거했다네.

 - 그렇군요.

 - 그나저나 CCTV가 없는 곳에서 놈들이 준이를 폭행했고, 사육장 CCTV는 사건당일 박살이 나있었고. 그러면 범인은 알 수가 없지 않나?

 - CCTV에 노출될 수 있는 곳이 한 군데 있죠.

 - 그으래? 어딘데?

 - 이 준은 당일 밤 10시가 넘어서 자기 기숙사 방에서 성무일도를 했답니다. 성무일도를 끝마친 순간 놈들이 방문을 열고 들어와 얼굴을 가격했다고 진술했습니다.

 - 기숙사 복도에는 CCTV가 있네! 거기에 놈들의 낯짝이 찍혔겠군!

 - 아뇨...

 

 

 강 바울이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다.

 

 

 - 놈들이 안찍혔단 말야?

 - 그렇습니다, 오전에 관리실 통해 확인했습니다만 사건이 발생한 시각에 아무도 찍히지 않았습니다.

 - 거 참. 그렇다면 그 놈들이 사각지대를 알고 있었다 이건데.

 - 그렇죠.

 - 그래서 신학생이라는 소문이 파다했구만. 기숙사에서 생활해 본 놈이어야 가능한 정보니까.

 

 

 백 신부는 목이 마른 듯 가파르게 자판기 커피를 마셨다.

 

 어느 새 해가 기울고, 커피는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하지만 강 바울은 생각에 잠겨 멍하니 서있었다.

 백 신부는 그런 강 바울을 재촉하지 않고 지켜본다.

 

 강 바울은 신중하고 사려 깊은 석학 스타일이다.

 학사로 입학한 뒤에도 그의 진중함과 영민함은 성적으로 입증되었다.

 그에게 생각하는 시간은 그냥 흘러가지 않았다.

 그는 매사에 고민했고 논리정연하게 생각의 탑을 건설했다.

 

 

 - 신부님, 이 준 학사를 잘 아십니까?

 - 준이 놈은 요 근래에 내가 가장 아끼는 학사네.

 - 어떤 사람입니까?

 - 어떤 사람... 뭐 우선 외양을 묻는다면... 자네도 봤겠지만 마치 그 모습은...

 - 전 이 준의 목소리도 듣지 못했고 얼굴도 못 봤습니다. 얼굴 전체에 붕대를 감고 있어서 태블릿으로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 그 아름다운 아이를...!

 - 아름답다구요?

 - 그렇지. 준이는 한 마디로 말하자면 아름다워. 그 놈을 보면 누구나 두 손을 들고 찬양하게 되지. 밝은 갈색 머리카락이 늘 햇살에 반짝거려. 한국사람 같지 않아. 게다가 깔끔하고 하얀 피부를 가졌어. 마치 다비드 상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그 외모에 걸 맞는 신의 목소리마저 가졌지. 천사강림! 그 뿐인가. 여기. 여기가 아주 비상하다네.

 

 

 백 신부가 자기 머리를 톡톡 치며 말한다.

 

 

 - 신학교 역사상 4년 내내 철학과목을 만점 맞은 놈은 준이가 최초일 거야. 영어, 이태리어, 독일어, 불어, 라틴어, 희랍어. 모두 올 탑이야. 천재지. 그런데 더 기막힌 건 뭔지 아나?

 - 뭡니까 그게?

 - 준이 녀석은 절대로 난 척 하지 않아. 그 외모와 그 천재성, 게다가 탁월한 운동감각까지 가졌는데 온전히 겸손 모드야.

 - 그래요?

 - 믿을 수 없지? 인간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어. 하지만 준이는 그런다네. 오히려 성적이 안 나오는 후배나 동료학사들에게 코덱스(시험정리 노트)를 나눠주고 챙겨주지. 운동도 기똥차게 잘 해. 어디서나 리더로 추앙 받지. 그 아이가 있는 곳은 모두가 건강하고 생기가 넘쳐. 생명의 신이지.

 - 그래서 얼굴인가... 아름다움이 불러온 질투와 증오...

 - 이 준의 얼굴이 엉망진창으로 부서졌다는 이야기는 들었네. 하지만 단언할 수 있어. 학사들 누구도 절대로 그 아이를 싫어하지 않아.

 - 과연 그럴까요?

 - 준이 놈은 천성적으로 원수를 가질 수가 없는 성격이야. 심지어 학교의 식복사나 영양사 아주머니들도 모두 준이를 잘 알지. 다정하고 배려심 깊고. 신학교 청소부들이 쓰레기를 치울 때도 함께 치우고, 화장실 청소도 돕지.

 

 프.라.도

 이 준은 전형적인 프라도의 삶을 살았군!

 

 ‘프라도라면 개처럼 굴어야지’

 

 놈들은 이 준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놈들은 어쩌면 이 준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알고 있었던 것일까.

 

 

 - 이 준이.. 프라도였습니까?

 - 프라도?

 - 네.

 - 갑자기 왜 그런 걸 묻지?

 - 이 준에게 린치를 가한 놈들이 '프라도라면 개처럼 굴어라'고 했답니다.

 - 뭐!

 

 

 백 신부의 얼굴이 어둡게 일그러진다.

 강 바울은 잠시 백 신부를 살핀다.

 

 

 - 신부님?

 - 이 준이 신학교 용역자들의 일을 도와준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 준의 평소 성정 때문일세. 그 아이는 절대로 프라도가 아니야.

 

 

 백 신부는 확신을 가지고 단언하고 있었다.

 강 바울은 의아했다.

 어떻게 그 아이가 절대로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무슨 근거로.

 강 바울이 보기에는, 지난번 이준과 긴 시간 나눈 대화를 통해서도, 이 준은 전형적인 프라도의 삶을 살고 있었다.

 

 

 - 프라도는... 신학교에서 자네가 마지막이었어.

 

 백 신부의 반응도 총장신부의 반응과 거의 같았다.

 다만 백 신부의 말에는 강 바울을 향한 약간의 원망이 담겨있었다.

 

 10년 전, 프라도의 삶을 살고싶다고 첫 고백했을 때 가장 극렬하게 반대한 백 신부.

 백 신부는 그때 강 바울을 거듭 만류하며 말했었다.

 

 '자네처럼 아름다운 자가 왜 그런 천한 일을 하려는가.'

 

 

 - 강 신부.

 - 네 신부님.

 

 

 백 신부가 진지하게 부르자,

 강 바울이 진중한 눈빛으로 백 신부를 바라본다.

 

 

 - 자네가 정말 궁금한 게 뭔가.

 - 신부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사건은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 그게 뭔지 말해봐. 준이 놈을 그렇게 만든 놈을 때려잡을 수 있다면 내 뭐든 할 수 있네.

 - 제가 궁금한 건 이겁니다. 개는 짖기 마련인데, 주먹은 왜 멀쩡할까요.

 - 뭐?? 자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 정말 아주 이상하죠.

 - 자네 질문이 더 이상해. 도무지 납득이 안가는 문장이구만.

 - 그러니까 말입니다.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거죠.

 

 

 

 * * *

 

 [개 소리요?]

 

 

 신학교 정문을 지키는 최 수위가 큰 눈을 끔벅이며 되묻는다.

 

 

 - 네, 사건 당일에 전혀 못 들었습니까?

 - 그게, 실은...

 

 

 최 수위가 눈치를 살살 보며 망설인다.

 

 

 - 사안이 사안인 만큼 솔직히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 강 신부님! 제가 뭐 큰 잘못을 한 게 아니거든요!

 

 

 갑자기 최 수위의 목소리가 커진다.

 자신이 근무한 당일, 신학교에서 피 비린내 나는 폭행이 있었다.

 이에 사안이 중대하다는 사실에 불현 듯 두려움이 인 것이다.

 

 

 - 신부님도 잘 아시다시피 제가 신학교에 근무한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잘 아시죠? 제가 일을 게을리 하는 타입이 아닌 거 말입니다.

 - 제게 솔직히 말씀해주시면 위에는 보고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그 밤에 보거나 들었던 부분을 상세히 말씀해주세요.

 - 그게... 11시는 못 됐고... 10시 반은 넘은 것 같은데요, 아주 잠깐 개소리가 들리긴 했죠.

 - 잠깐이라면 얼마나요?

 - 진짜 잠깐입니다. 한 10초나 20초 쯤? 사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후레쉬 들고 바로 일어났어요. 진짭니다. 나가보려구 했어요. 근데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지더만요. 그래서 잠시 생각했죠. 개소리를 듣긴 한 건가, 잘 못 들은 건가, 착각했나.

 

 

 최 수위가 강 바울의 눈치를 살살보며 말꼬리를 흐린다.

 

 강 바울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개 소리를 들었을 때 최 수위가 바로 사육장으로 달려갔더라면!

 아주 잠깐의 방심과 게으름 때문에 이 일이 일어난 것임을!

 

 

 - 신부님, 진짭니다! 아주 잠깐 들은듯 만듯 했어요! 게다가 기숙사 근처 담벼락에서 무슨 소리가 나길래 거길 살펴보러 갔었다니까요.

 - 그래서 거기서 뭐라도 발견했습니까?

 - ... 딱히 뭐. 그냥 예전처럼 개구멍으로 오소리가 드나든 것 같더라구요.

 - 그리고 나서 개 사육장으로 다시 안 가봤나요?

 - ... 개 짖는 소리가 멈춰서. 아니 안들렸어요.

 - 개구멍에서 사육장까지는 3분도 안되는 거립니다!

 - 알죠 잘. 하, 하지만 교문 수위실을 마냥 비워놓는 것도 예의가 아니죠.

 

 

 강 바울은 울컥 치미는 분노를 다시 꽉 참는다.

 최 수위의 잠깐의 방심이 엄청난 파국을 몰고 왔다.

 이 자는 10년 넘게 신학교에서 일하면서 늘 게으름을 피웠다.

 학생들이 몰래 외출해도 방조하기 일쑤였다.

 늘 TV를 틀어놓고 야구경기에 빠져 있고는 했다.

 

 강 바울이 차갑게 최 수위를 일갈했다.

 최 수위가 꿀꺽 침을 삼킨다.

 

 

 - 신부님! 제가 진짜 맹세하는데요, 저는 정말 게으른 사람이 아닙니다.

 - ... 이만 가보겠습니다.

 

 

 강 바울은 문을 박차고 수위실을 나섰다.

 최 수위와 더이상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

 강 바울은 어둠 속으로 성큼 성큼 발걸음을 재촉했다.

 

 

 - 신부님! 진짜 확실하지가 않아요. 그 개소리 말입니다. 잘 못 들은 걸 수도 있다니까요!

 

 

 최 수위의 변명 따위는 더이상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어느 새 강 바울의 머릿 속은 단서를 조합하기 위해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 새로운 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개는 짖기 마련이다.

 오늘 낮, 도서관 계단에서 올라온 나를 보며 가볍게 으르렁 거렸다...

 그리고 백 신부님이 나타난 사육장의 개들이 사납게 날뛰며 돌변했다...

 개에게 나와 백 신부님은 모두 낯선 자의 침략이다.

 한 명도 아닌, 두 명의 침입자에게 개는 엄청난 공포심을 느끼고 그래서 거칠게 날뛰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왜 이 준을 끌고 온 놈들, 서너 명으로 예상되는 놈들에 대해 개는 침묵했는가.

 왜 가볍게 짖다가 소리를 멈췄는가.

 

 또 하나.

 태블릿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입력하는 이 준의 주먹은 깨끗했다.

 

 이 준은 운동을 잘 하는 건장한 체구의 남자.

 수컷 냄새가 물씬 나는 이 녀석의 주먹은 왜 깨끗했을까.

 이 녀석은 왜 반항조차 포기하고 순순히 고통을 감내한 것일까.

 개는 짖기 마련인데.

 자신을 공격하려는 적에게는 사납게 방어하며 혈투를 벌이는 게 개란 말이다.

 

 어쩌면...

 어쩌면 이 준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 다음에 계속

 
작가의 말
 

 성무일도는 가톨릭 신학교에서 매일 잠들기전 바치는 기도를 말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현재 수정을 하고 있습니다. 2019 / 3 / 7 959 1 -
공지 다음 회차부터는 다른 곳에서 연재합… 2019 / 2 / 11 992 1 -
공지 2편의 전체제목을 변경하였습니다. 2019 / 1 / 23 993 0 -
공지 2편을 시작합니다. 2018 / 12 / 7 977 1 -
공지 전회차를 삭제하고 새롭게 다시 시작… 2018 / 11 / 5 861 1 -
31 2편 다크웹 마부스 : 사라진 바른손 2018 / 12 / 30 33 1 5483   
30 2편 다크웹 마부스 : 붉은 원피스 (수정본) 2018 / 12 / 22 26 1 5355   
29 2편 다크웹 마부스 : 마담 이브 (2) 2018 / 12 / 14 29 1 6129   
28 2편 다크웹 마부스 : 연자매 살인 (2) 2018 / 12 / 6 34 1 4307   
27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피의 세계로 (2) 2018 / 11 / 27 39 1 7771   
26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체크메이트 (2) 2018 / 11 / 26 30 1 5890   
25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뒤바뀐 아이 (2) 2018 / 11 / 25 24 1 5931   
24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숨겨진 아이 (6) 2018 / 11 / 24 42 1 6112   
23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기다리는 손님 (수… 2018 / 11 / 23 26 1 4881   
22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거짓의 탑 (3) 2018 / 11 / 22 41 1 4100   
21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빗속에 전화벨이 … 2018 / 11 / 21 28 1 4614   
20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아뉴스데이 미세레… 2018 / 11 / 20 46 1 4645   
19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신의 음성 2018 / 11 / 19 40 1 7088   
18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노란 봉투 (2) 2018 / 11 / 18 43 1 5375   
17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다섯개의 눈 2018 / 11 / 18 40 1 5582   
16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그날 2018 / 11 / 16 38 1 5338   
15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15분 전 2018 / 11 / 15 37 1 7277   
14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Find Him 2018 / 11 / 14 41 2 6845   
13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오버 랩 (2) 2018 / 11 / 13 49 2 9945   
12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소문과 동요 2018 / 11 / 13 44 2 6384   
11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니므롯 2018 / 11 / 11 494 2 8456   
10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가장 유력한 용의… 2018 / 11 / 10 501 2 5137   
9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완벽한 신학생 2018 / 11 / 9 496 2 9195   
8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첫번째 용의자 (2) 2018 / 11 / 8 511 2 6047   
7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개는 짖는다. 2018 / 11 / 7 488 2 8194   
6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누가 청소를 했는… 2018 / 11 / 6 496 2 5202   
5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프라도라면 개처럼… 2018 / 11 / 5 510 2 7377   
4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왜 나입니까 2018 / 11 / 5 480 2 7871   
3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말할 수 없는 2018 / 11 / 5 451 2 4083   
2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새벽을 가르는 비… 2018 / 11 / 5 454 2 8653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청동거울의 비밀
최극
블랙 스완
최극
풀어주세요
최극
봄과 늑대
최극
49일
최극
당신은 왜 품절
최극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