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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추리/스릴러
탐정신부
작가 : 최극
작품등록일 : 2017.10.31
탐정신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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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하게 살인계획을 세워 정교하게 사람을 죽이는 천재 살인범에 맞설 자 누구인가.
12년 전 발생했던 가톨릭 신학생의 자살사건. 그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팀과 신학교의 수장들이 하나둘씩 살해되면서 과거 사건의 전말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형사팀을 그만두고 가톨릭 사제가 된 39세의 강바울 신부는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던 중, 절대로 태어나서는 안될 쌍둥이 중 한 명의 무서운 실체를 깨닫고 경악한다.
결국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뒤집어 쓴 강바울은 진짜 살인범을 추격하기 위해 기꺼이 가톨릭 사제직을 벗어던지고 추격자로 나선다.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프라도라면 개처럼 굴어야지
작성일 : 18-11-05 22:37     조회 : 508     추천 : 2     분량 : 7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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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예락 총장신부는 소파에 파묻힌 채 침묵하고 있었다.

 이미 두 서너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그의 얼굴로 쏟아져 내린 이 준의 끈쩍하고 따뜻한 피 비린내가 지워지지 않는다.

 

 [신학교에서 쫓겨난 것도 모자라서 이단적 교리를 주장했습니다.]

 

 누군가의 격한 음성이 귓가를 울린다.

 김 예락 총장신부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올려다본다.

 

 총장실에서는 한 시간 전부터 교수신부들의 긴급총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 준 학사가 요청한 문제적 인물 강 바울 신부.

 바로 그의 입성을 두고 팽팽한 논의들이 핑퐁처럼 왔다갔다하는 중이다.

 

 [이단이라뇨? 강 바울 신부를 모독하려는 일방적 주장일 뿐입니다.]

 [언론에다 가톨릭 윤리신학을 뒤집자고 주동한 인물입니다.]

 [낙태에 대해 개방적 의견을 낸 것뿐입니다. 그걸 가지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억설입니까.]

 [낙태를 찬성하자고 나섰습니다. 어떤 생명이든 지켜져야 한다는 가톨릭 윤리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단이라 이겁니까?]

 [교의를 위배하고 주교님께 불복한 자가 이단이지 달리 이단입니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단이냐 아니냐는 늘 교의논쟁의 중심에 있어왔다.

 하지만 지금 왜 강 바울 신부의 이단여부를 따져야 하는지.

 논의에서 벗어난 설왕설래에, 김 예락 총장신부는 고개를 젓는다.

 이들은 왜 여전히 4년전 일을 답습하는가.

 

 4년 전, 강 바울 신부가 이단이냐 아니냐를 두고 장상들의 논의가 있었다.

 결국 강 바울 신부는, 신학교의 교수신부에서 면직되었다.

 그렇게 교수직을 박탈당한 채 그는 도미니코 수도회로 복귀했다.

 하지만 교의에 위배되는 가르침은 외관상 면직의 이유였을 뿐 실상은 달랐다.

 

 강 바울 신부는 소외되고 외면 받는 사람들을 적극 옹호하고 나섬으로써 늘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노동하는 신부, 과격한 좌파, 심지어 빨갱이라는 보수주의자들의 맹공격을 받는 일이 허다했다.

 이에 가장 보수적인 가톨릭 권위가 그를 불편하게 여기고 있던 찰나,

 성폭행을 당해 13세의 나이로 미혼모가 될 위기에 처한 소녀의 낙태에 대해,

 강 바울 신부가 언론에 대고 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을 폈다.

 강 바울 신부의 인터뷰는 그가 면직되는 기폭제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단 이단 하지 마세요. 그가 언제 한번이라도 삼위일체 교리나 마리아론을 부정한 적이 있습니까? 솔직히 까놓고 얘기하면 그가 프라도라는 게 미운털 박힌 이유 아닙니까.]

 

 김 예락 신부가 몸을 조금 내밀며 미간을 좁힌다.

 그의 귀에 프.라.도, 라는 단어가 쏙 박힌다.

 프라도란 무엇인가.

 교구에서 발령받은 신부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수도회 신부처럼 청빈과 가난을 규율로 삼아 스스로를 청빈하게 사는 교구 사제를 일컫는다.

 

 강 바울 신부는 원래 수도회 소속 신부가 아니었다.

 그는 서울교구의 명문본당 학사였고 신학교 10년 정규과정을 거쳐 정식으로 서품을 받은 교구사제였다.

 하지만 본당으로 부임 받은 지 1년 만에 거부반응을 드러냈다.

 본당 신자들과 예산을 두고 다툼이 일었다.

 검소하게 성당의 프로그램을 운영하자는 그의 의견에 신자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강남에 위치한 그 성당의 신자들 면면에는 정치가도 있었고 대기업 대표도 있었다.

 그들은 소박하게 성당을 운영하고 싶어하는 강 바울 신부와 수도 없이 부딪쳤다.

 일례로 초등부 아이들의 여름 캠프를 야외에서 진행하고 직접 텐트치고 요리하자는 강 바울 신부의 제안도 쌍수 들고 막았다.

 한 여름 불볕 더위에 야외취침이 웬말이냐.

 에어컨 나오는 고급 수련원에서 조리사를 갖춘 영양식을 먹여야 한다, 등등.

 

 강 바울 신부는 본당을 떠나고 싶다고 교구청에 청원했다.

 그리고 어렵게 심사를 거쳐 수도회 신부로 전향했던 것이다.

 

 프. 라. 도. 그래 강 바울 신부는 프라도 출신이다.

 매달 교구와 본당에서 월급을 받는 교구사제들에게 있어서 청빈과 가난을 스스로 표본으로 삼는 프라도 신부는 아웃사이더였다.

 교구 사제들 사이에서는 은근히 질시와 따돌림을 당하는 게 프라도 사제였던 것이다.

 

 갑자기 김 예락 총장신부의 눈빛이 반짝인다.

 그래서... 인가!

 그래서 병원에 입원한 이 준 학사가 강 바울 신부를 요청한 것일까!

 

 이 준 학사는 가난한 고아 출신의 학사다.

 다행히 신학교에서는 그의 성품과 학업에 있어서 동료 신학생들의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가진 것 없는 낮은 곳에서 태어난 출신자였다.

 은근히 동기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강 바울 신부가 프라도였다는 것을 이 준이 알 리 없다.

 이 준이 신학교에 입학하기 전, 강 바울 신부는 이미 면직된 상태였다.

 설사 프라도임을 알았다고 해도 그게 이 준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 총장 신부님, 결정을 내려주시죠.

 

 

 학생처장 이 신부의 목소리가 다시 귓전을 맴돈다.

 하지만 김 예락 총장신부는 여전히 생각에 잠겨 있다.

 뭔가 생각이 날 것 같았다.

 분명 처음이 아니었다.

 

 총장 신부는 바닥을 깊게 응시한 채 골몰하기 시작했다.

 불과 몇 시간 전 있었던 이 준 학사와의 공포스런 대면.

 총장 신부의 로만칼라를 움켜쥐던 강인한 힘, 그리고 선명한 피 냄새, 솟구치던 피!

 그르렁거리는 쇳소리에 묻혀 들려오던 소름끼치는 질문.

 그 질문! 그래 바로 그 질문!

 

 순간 총장신부의 얼굴이 대리석처럼 창백하게 변한다.

 이 준이 괴이하게 내뱉었던 그 질문

 

 [왜... 나입니까...]

 

 생각이 났다!

 제어할 수 없는 고통과 공포의 암흑 속에서 두려움과 불안에 가득 차 물었던 그 질문!

 그것은 12년 전 총장신부 김 예락이 들었던 말과 똑같았다!

 

 

 

 * * *

 

 [왜 나인가]

 

 유령처럼 웅크리고 앉아있는 이 준을 보며 강 바울 신부가 물었다.

 4년 만에 온 연락이었다.

 익숙한 전화번호를 보며 받을까 말까 수어 초 망설이다가 총장 신부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신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의 복기를 묵묵히 전해 들었다.

 거절할 수 없었다.

 총장신부는 부탁이 아니라 명령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강 바울 신부는 이 사건을 맡을 생각이 없었다.

 자신이 할 일도 아니었다.

 더욱이 신학교에서 일어난 문제라고 쉬쉬할 일도 아니었다.

 

 

 - 경찰에 신고부터 하게.

 

 

 타닥. 타닥. 타닥.

 

 이 준은 자신 앞에 놓인 태블릿 pc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천천히 입력했다.

 오전에 총장신부의 방문 후 봉합된 상처 일부를 다시 꿰매야했다.

 놀란 담당의사 박 과장은 모든 면회를 금지한 뒤, 태블릿 pc를 들여보냈다.

 이 준은 담당의 박 과장을 통해 강 바울 신부를 데려오라고 거듭 청했다.

 박 과장은 신학교에 이 사실을 요청했다.

 그리고 만약 환자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경찰에게 바로 신고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던 것이다.

 

 과정이야 어떻든 이 준이 그토록 갈구했던 강 바울 신부가 지금 이 준 앞에 서 있었다.

 그런데 이 준이 입력한 PC 내용을 읽던 강 바울 신부는 잠시간 말이 없다.

 마치 허를 찌른 듯싶은 문장이었다.

 

 [신부님께서 믿을만한 경찰을 추천해주시겠어요?]

 

 믿을만한 경찰이라니. 난감했다.

 정작 자신부터 경찰의 비리를 목격한 뒤 경찰복을 벗어던진 인물이 아닌가.

 

 

 -내가 알고 있는 경찰이 없네.

 [그렇습니까?]

 -자네에게 다시 묻겠네. 이 준 학사, 왜 나인가?

 [절 도와주세요, 강 바울 신부님, 제발...]

 -난 자네를 도와줄 수 없네. 자네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경찰과 의료진이야.

 [진실을 은폐할 겁니다.]

 -은폐? 진실?

 

 

 순간 강 바울 신부의 눈빛이 예리하게 빛난다.

 

 

 -자네 혹시 범인을 봤나? 자네를 이렇게 만든 자를 아나?

 [수단...]

 -수단?

 [무서워요 무섭습니다. 절 또 죽이려 들 겁니다!]

 -누가! 도대체 누군가!!

 [수단이요... 수단 입은 자...]

 -신학생이란 말인가?

 

 

 미라처럼 얼굴에 붕대를 감고 있는 이 준이 좌우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강 바울 신부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묻는다.

 

 

 -그럼? 그럼... 교수신부란 말인가?

 

 

 

 * * *

 

 신학교의 기숙사 복도가 술렁거리고 있었다.

 신학생이 복도에 모여서 복도 제일 끝에 위치한 방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45도쯤 비스듬히 열린 방문.

 삼일 만에 다시 열린 이 준 학사의 기숙사 방이다.

 

 재화는 천천히 이 준 학사의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3일 전 위급하게 실려 간 뒤 수술을 받은 이 준.

 첫날 이 신부와 같이 동승했다가 면회를 거절당했다.

 처음에는 병원장인 아버지와 큰 아버지인 총장신부의 일방적인 막음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 날 또 무단 외출을 감행했다.

 형제처럼 자신과 단짝이었던 이 준. 그가 몹시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동갑은 아니었지만 학년은 같았고, 재화는 이 준을 친형처럼 사랑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또 면회를 거절당한 것이다.

 이 준은 담당의사 박 과장에게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전달했는지 재차 확인했다.

 이 준에게 의사를 묻고 나온 박 과장은 정확히 이렇게 말했다.

 

 [이 준 씨는 김 재화 씨의 면회를 거절한답니다.]

 

 자신이 병실 문 앞에 있음에도 면회를 거절한 이 준을, 재화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그러던 찰나, 폐쇄되었던 이 준의 기숙사 방이 누군가에 의해 열린 것이다.

 

 이 준의 방안에는 40대의 수도회 신부가 있었다.

 그는 아까부터 한참동안 무언가를 뒤지고 있었다.

 

 

 -거기 그대로 멈추게.

 

 

 방문을 열고 들어선 재화를 강 바울이 제지한다.

 강 바울의 손에는 몇 권의 책이 들려있었다.

 이 준이 즐겨보는 책 중 하나였다.

 

 

 -신부님, 뭘 찾고 계신 겁니까?

 -자네가 알 바 아니야. 돌아가게.

 -제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전 준이 형과 가장 친했으니까요.

 -그런가?

 

 

 강 바울 신부가 비로소 관심이 있는 듯 재화에게 눈길을 돌린다.

 재화가 재차 확인해주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책에 대해서 아는 게 있나?

 

 

 강 바울 신부가 [오즈의 마법사]라는 책을 내밀며 물었다.

 

 

 -형이 아끼는 책입니다. 오래 전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선물? 누구한테서?

 -잘 모릅니다만 아마도 가족 중 한 명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렇군. 이 벽에 붙은 그림에 대해서는?

 

 

 강 바울 신부는 벽에 붙여진 신학교 건물 조감도를 가리키며 물었다.

 연필로 스케치된 신학교 건물들이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었다.

 

 

 -형이 직접 그린 겁니다. 한때 꿈이 건축학도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군.

 

 

 강 바울 신부는 다시 서랍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뭘 찾고 계신 건지 제게 알려주시면...

 

 

 [여기서 지금 뭐하는 겁니까!]

 

 별안간 방문이 활짝 젖혀졌다.

 그리고 어느 새 문 앞에 학생처장 이 신부가 우뚝 섰다.

 재화는 옆으로 재빨리 물러난 뒤 꾸벅 인사를 한다.

 하지만 이 신부는 눈을 부라리며 강 바울 신부만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데 강 바울 신부는 아랑 곳 없이 이 준의 서랍장을 샅샅이 뒤지는 것이 아닌가.

 

 

 -이봐요 강 바울 신부님!

 -클립텍스군요.

 -뭐, 뭐요?

 

 

 강 바울 신부의 손에는 어느 새 작은 클립텍스가 쥐어져 있었다.

 

 

 -그게 뭐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발명했던 클립텍스. 암호를 풀면 열리는 원통형 기구죠.

 -암호? 무슨 암호 말이요?

 -글쎄요, 이제부터 풀어봐야죠.

 

 

 강 바울 신부가 재화와 이 신부 앞을 지나, 문 밖으로 나섰다.

 그러자 일순간 복도에 정막이 깔린다.

 웅성거리던 신학생들이 입을 다문 채 강 바울 신부를 주시하고 있었다.

 

 

 [강 신부님, 도대체 뭐하자는 겁니까.]

 

 

 이 신부가 강 신부 옆에 바싹 다가와 낮게 으르렁거렸다.

 

 

 -범인 찾고 있습니다.

 -강 신부님!

 -제게 요청하셨지 않습니까.

 -조용히 찾아야죠. 신학생들이 동요하고 있는 거 안보입니까. 범인이 신학생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번지고 있어요.

 -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문득 의문이 드는 군요.

 -의문? 무슨 의문이요?

 -신학생이 범인이라고... 누가 그랬을까요? 이 신부님 추측이십니까?

 -아니 내가 그런 게 아니라 소, 소문이

 

 [흠!]

 

 기숙사 복도 끝에 총장신부 김 예락이 서있었다.

 이 신부와 강 바울 신부가 총총히 다가갔다.

 강 바울 신부가 목례를 하자 총장 신부가 물끄러미 바라본다.

 

 

 -4년 만이군요, 얼굴을 마주한 게.

 -그렇습니다, 총장 신부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두 분, 나랑 같이 좀 걸읍시다.

 

 

 총장 신부가 돌아서 앞서 간다.

 이 신부와 강 바울 신부가 그의 뒤를 따라 나섰다.

 

 

 * * *

 

 신학교 교정에는 이제 막 가을이 절정에 달했다.

 은행의 얄궂은 냄새는 곳곳에 가득했다.

 감골이라는 동네 이름 답게 감나무에 붉은 감이 무겁게 매달려 있었다.

 

 은행나무와 감나무 사이를 지나 총장 신부 김예락은 한참을 앞서 걷는다.

 한적한 낙산 중턱에 이르자 이 신부의 얼굴이 붉어지고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린다.

 

 강 바울 신부는 걱정스레 이 신부를 본다.

 항상 자신과 날을 세워 온 이 신부.

 하지만 결국은 사제의 길을 함께 가고 있는 동료다.

 홀로 살아야 하는 외로움에 대한 강박적 스트레스는 독신서원을 한 신부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다.

 이 신부는 특히 스트레스에 예민했다.

 그는 강 바울 신부가 신학교에 재직하던 때에 두 번이나 발작을 일으킨 전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신부는 자신의 지병에도 불구하고 나름 최선을 다해 신학교 일을 도맡아오고 있었다.

 

 흐억. 흐억.

 이 신부의 숨이 턱까지 차오르자 비로소 총장신부의 걸음이 멈춘다.

 성벽을 따라 신학교의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우뚝 선 백년 수령의 감나무 아래.

 세 사람이 드디어 마주보고 섰다.

 

 

 -두 분 신부님들은 이곳이 어딘지 잘 알 겁니다.

 -여기는...

 -신학생들이 동요하고 있어요.

 -총장신부님, 신학생들의 동요는 제 탓이 아닙니다.

 -강 바울 신부님.

 -네 총장 신부님.

 -나는 지금 강 바울 신부님을 비난하려는 게 아닙니다. 내가 여기 침묵의 숲에, 두 분을 데려온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두 분도 아시다시피 이곳은 12년 전 한 신학생이 자살한 곳입니다.

 -총장신부님, 갑자기 왜 그 일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 신부님, 우리는 불운한 일을 12년 전에 이미 겪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끔찍한 사건을 지금 마주하고 있어요.

 -그렇습니다만...

 -이 준 학사가 내게 질문하더군요.

 -뭐라고 말입니까?

 -왜... 나입니까, 이렇게 묻더군요.

 -그게 무슨 의미죠?

 -이 신부님, 12년 전 박 찬 학사도 죽기 전에 같은 질문을 내게 했었습니다.

 -예?!

 

 

 이 신부와 강 바울 신부가 깜짝 놀라 총장 신부를 바라보았다.

 총장 신부의 얼굴은 무섭도록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공포와 두려움, 맞설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을 목전에 둔 자가 그런 질문을 던지죠. 이 준 학사는 지금 그런 상황에 놓여있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강 바울 신부를 부른 겁니다.

 -그랬군요, 전 총장 신부님께서 왜 강 신부를 불러들이라고 명하셨는지 납득이 안됐습니다만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준 학사가 약속했습니다.

 -뭘 말입니까?

 -강 바울 신부를 불러온다면 사건의 진상을 말하겠다고 했습니다.

 -오! 그럼 사건의 범인을 알려줬단 말입니까!

 

 

 이 신부가 흥분한 채 다급하게 강 바울을 쳐다본다.

 그러자 총장신부도 침묵하는 강 바울 신부를 본다.

 

 

 -강 바울 신부님. 이 준 학사의 방을 수색한 이유가 뭡니까?

 -증거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증거! 무슨 증겁니까! 아까 그 클립텍스와 관련 있습니까? 그런가요?

 

 

 이 신부가 다시 다급하게 물었다.

 강 바울 신부는 깊은 고뇌의 표정으로 이 신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강 바울 신부님. 이제 이 준 학사가 신부님께 이야기한 사건의 진상을 말해보세요.

 

 

 총장신부가 무겁게 말했다.

 

 

 -그래요, 어서요! 범인이 누굽니까! 신학생 중에 한 명이 맞습니까? 그런가요?

 -범인은...

 -범인은?

 -이렇게 말했답니다.

 

 [프라도라면 개처럼 굴어야지]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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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프라도라면 개처럼… 2018 / 11 / 5 509 2 7377   
4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왜 나입니까 2018 / 11 / 5 478 2 7871   
3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말할 수 없는 2018 / 11 / 5 450 2 4083   
2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새벽을 가르는 비… 2018 / 11 / 5 452 2 8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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