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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추리/스릴러
탐정신부
작가 : 최극
작품등록일 : 2017.10.31
탐정신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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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하게 살인계획을 세워 정교하게 사람을 죽이는 천재 살인범에 맞설 자 누구인가.
12년 전 발생했던 가톨릭 신학생의 자살사건. 그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팀과 신학교의 수장들이 하나둘씩 살해되면서 과거 사건의 전말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형사팀을 그만두고 가톨릭 사제가 된 39세의 강바울 신부는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던 중, 절대로 태어나서는 안될 쌍둥이 중 한 명의 무서운 실체를 깨닫고 경악한다.
결국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뒤집어 쓴 강바울은 진짜 살인범을 추격하기 위해 기꺼이 가톨릭 사제직을 벗어던지고 추격자로 나선다.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왜 나입니까
작성일 : 18-11-05 22:32     조회 : 471     추천 : 2     분량 : 7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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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장실 앞 복도에서 이 신부는 한참동안 망설이고 있었다.

 강 바울이라니! 하고많은 신부 중에 왜 하필 그인가.

 도대체 이 준 학사는 무슨 생각으로 도미니코 수도회 소속의 강 바울을 요청한 것일까.

 총장에게 이준이 강바울을 요청한다고 보고한다 해도 과연 들어줄까.

 총장신부와 강 바울은 기름과 물처럼 서로 섞이지 못했던 관계였다.

 결국4년 전 지금의 총장 신부가 총장에 선출됨과 동시에 강 바울은 신학교에서 면직되었던 것이다.

 어찌되었든 부딪쳐 볼 일이다.

 당장 이 준 학사의 피해사건이 급한 사안이니까.

 

 [똑.똑]

 

 이 신부는 노크를 하고 총장실 안으로 들어섰다.

 

 총장신부 김 예락 (金譽絡).

 그는 자신의 명패 앞에 부동자세로 서서 최대한 공손히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김예락 신부가 이 신부에게 눈짓을 한다.

 기다려달라는 의미다.

 이 신부는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에 앉아 대기했다.

 

 예락(譽絡). 명예로울 예와 즐길 락이라.

 어떤 명리학자가 만들어준 이름인지 모르나 사람의 인생이 이름을 따라간다면 참으로 절묘했다.

 권력과 정치에 강한 총장신부를 보며, 이 신부는 그렇게 생각해본다.

 

 [Mi(미) onoro(오노로)! 미 오노로! 미 오노로!]

 

 총장신부는 거듭 머리를 조아리며 [영광입니다]라는 이태리어를 남발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명패를 향해 절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자 두 주먹을 꽉 쥔 채 이 신부의 안면근육이 실룩인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는 모양새다.

 

 

 - 허허 참. 우리 대 신학교에 이토록 영예로운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통화를 끝마친 총장신부가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말끔한 피부에 건강한 혈색은, 마치 사탕을 목전에 둔 아이처럼 흥분상태다.

 한달 후 로마에서 교황특사가 방문하기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 다 총장신부님의 은덕이죠. 개교50주년 이래 교사에 길이 남을 영예로운 일입니다!

 - 그러믄요, 그러믄요. 대통령도 면담하기 어려운 교황특사님이 우리 대신학교에 오신다니! 게다가 이곳에서 학사들과 함께 점심을 드시겠답니다 하하!

 - 꿈같은 일입니다.

 - 말해 뭐합니까. 로마가 우리 한국의 신학교를 주목하고 있다 이거 아니겠습니까.

 - 총장신부님께서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신학교 발전을 위해 애써오신 것을 교황청에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계실겁니다.

 - 내 입으로 말해 뭣하긴 하지만, 내 정말 신학교를 내적으로 고양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했습니다.

 - 예, 제가 잘 알죠. 저 신부님 그런데 병원에서

 - 신학교에 만연된 학문적 영적인 게으름의 쇄신을 위해 그동안 얼마나 우리가 달렸습니까.

 - 예, 총장신부님, 그런데 저 병원에서

 - 병원? 무슨 병원이요?

 - 오늘 새벽에 일어난...

 - 아, 그렇죠. 그 일.

 

 

 총장신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자 이 신부가 안절부절 한다.

 마치 기분좋은 총장신부의 생일잔치의 흥이 물오르기 직전에 자신으로 인해 깨진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 죄송합니다, 총장신부님

 - 이 신부님이 죄송할 게 뭐 있겠소. 참, 그 뭐랬더라 그...학사... 그 이름이?

 - 이 준 요한입니다.

 - 예. 그 학사. 편입한 별반 학사 이름은 외우기가 쉽지 않구만요.

 - 총장 신부님께서 학사들 이름을 일일이 외우시는 건 무리죠. 신학기 되면 90명 넘게 들어오는 데요.

 - 그렇긴 하죠.

 - 그런 일은 학생처장인 제가 다 할 일입니다.

 - 예. 예. 근데 갑자기 왜 나를 급히 보자고 하신 건지?

 - 방금 전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 그래요?

 - 예, 이 준 학사가 수술후에 깨어났다고 해서요.

 - 흠.

 

 

 맞은편에 앉은 총장신부는 여유롭게 다리를 꼬고 경청하는 자세를 취한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온전히 내맡기는 편안한 자세의 전형이다.

 하지만 이 신부는 그가 이미 머릿속으로 딴 생각을 시작했음을 재빨리 눈치챘다.

 지난 10년간 신학교에서 그를 보필하면서 체득한 경험이었다.

 총장의 머릿속은 벌써 교황특사에게 대접할 점심메뉴를 구상 중일 것이다.

 

 

 - 병원에서 대기 중인 오 신부가 제게 연락을 줬습니다. 그래서 학사 일을 책임지는 제가 대표로 만나기 위해 부리나케 달렸습니다.

 - 흠.

 - 그, 그런데 면회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담당의사도 거부했구요.

 - 뭐 환자의 상태가 아직 좋지 않나보구만. 그럼 나중에 천천히 만나보던가 하면 되겠네요.

 

 

 총장신부가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나폴리 피자가 어떨까, 스파게티나 피렌체식 스테이크로 할까. 아니면 불고기?

 실제로 총장신부는 한달 뒤 있을 교황특사의 점심 대접 메뉴를 바쁘게 구상 중이었다.

 

 그런데 이 신부는 굳은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고민이 있는 듯 침을 꿀꺽 삼킨다.

 

 총장신부는 20°정도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뭔가 불편하고 거북살스러운 상황에 직면하면, 이 신부가 침을 삼키고 뜸을 들인다는 사실을.

 

 

 - 이 준 학사가 따로 만나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하고만 말을 하겠답니다.

 - 뭐 절친한 동료신학생을 원하나본데...

 - 그게 아닙니다.

 - 그럼 누굽니까 대체?

 - 저... 그게...

 

 

 이 신부가 이마에 땀을 닦으며 다시 뜸을 들이자, 총장신부가 몸을 앞으로 쑥 내밀었다.

 안경너머로 총장신부의 눈빛이 번뜩인다.

 

 

 - 도대체 누구요?

 - 강... 바울 신붑니다.

 - 뭐!

 

 

 

 * * *

 

 

 달리는 차 안에서, 이 신부는 긴장한 채 옆 자리의 총장신부를 힐끔 본다.

 총장 신부는 두 눈을 감은 채 좌석에 기대 있었다.

 정수리가 빈 총장신부의 대머리에는 신경질적인 핏줄이 곤두서있었다.

 

 이 신부의 보고를 받자마자 총장신부의 얼굴이 파리하게 돌변했다.

 당장이라도 고함을 지를 것처럼 보였지만 총장신부는 고요하게 말했다.

 

 [내가 이준을 봐야겠소]

 

 이 신부는 내심 안도했다.

 강 바울의 주변은 늘 시끄럽고 번잡해졌다.

 차라리 강 바울 신부보다는 총장 신부가 이준에게 가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대신학교의 총장신부님이 직접 행차하시는 데 이준이라고 차마 거부할 수 없을 테니까.

 

 

 * * *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던 재화는 가만히 눈을 떴다.

 갑자기 병원복도가 몹시 부산해지고 있었다.

 간호사들이 차트를 챙기며 데스크에서 일어나 정렬했다.

 그러자 전공의를 거느린 전문의 군단과 함께 김 원장이 나타났다.

 재화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발딱 일어났다.

 

 

 - 네가 왜 여깄어?

 

 

 병원장이 미간에 주름을 모으며 묻는다.

 

 

 - 아, 아버지... 제가 여기 온 건... 제 친구 병문안을 왔습니다.

 - 친구?

 

 

 김 원장은 눈짓으로 병실 문패를 가리켰다.

 이 준이 네 친구냐고 무언의 확인을 하는 것이다.

 재화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 수업은 어쩌고?

 - 외출허락을 받아서...

 - 그래서? 지금 신학교 수업 빼먹고 여기 왔단 얘기야?

 - ... 네.

 - 너 임마 부제품이 코앞인데

 - 어허. 서품 앞둔 학사님께 임마가 뭡니까!

 

 

 김 원장과 재화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 새 총장신부와 이 신부가 나타났다.

 총장신부는 몹시 경멸스런 표정으로 김 원장과 재화를 번갈아 노려본다.

 

 

 - 김 원장님, 아직도 학사님이라고 존대 안하십니까?

 - 죄송합니다, 형님!

 - 형님? 이 사람이 증말!

 

 

 [공적이든 사적이든, 그 어떤 자리에서도 신부님이라고 부르라고 몇 번을 말했어!]

 

 

 총장신부가 김 원장의 귀에 낮게 대고 으르렁거린다.

 그러자 김 원장이 이마의 땀을 삐질 닦으며 어색한 미소를 날린다.

 총장신부는 혀를 끌끌 차더니 다시 재화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던졌다.

 

 

 - 김 재화 학사는 왜 지금 여기에 있습니까.

 - ... 이 준 학사를 면회하려고 왔습니다.

 - 누구 맘대로 신학생이 신학교를 무단이탈합니까?

 - 외출허락을 받았습니다.

 - 그러니까 누가!

 

 

 재화가 총장 신부의 뒤에서 선 이 신부를 바라보았다.

 이 신부는 경기를 하듯 화들짝 놀라며 입술을 깨문다.

 오전에 오 신부의 연락을 받은 후, 재화를 대동하고 병원으로 온 것은 전적으로 이 신부의 판단 하에서였다. 평소 이 준과 절친한 재화를 대동한다면 쉽사리 면회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이 준은 재화의 면회도 거부했다. 그리고 오로지 강 바울 신부하고만 면회를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었다.

 

 

 - 김 재화 학사.

 - 네. 총장 신부님.

 - 당장 신학교로 복귀합니다.

 - 네.

 - 학생처장 신부님.

 - 네, 총장신부님.

 - 오늘 무단 외출 건에 대해서 김 재화 학사에게 징계 조치하세요.

 - ... 예.

 

 

 재화는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무겁게 발걸음을 돌려 사라졌다.

 

 재화의 뒷모습을 본 김 원장은 내심 안도 한다.

 총장신부는 자신의 형님이자 재화의 큰 아버지다.

 그는 재화에게 방패가 되어주지는 못할망정 늘 차갑고 엄격하게 재화를 몰아붙이기만 했다. 하지만 김 원장은 큰 형님인 총장신부의 조치에 대해 한 번도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형님의 뜻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톨릭 사제의 길은 험난했다. 더욱이 총장신부를 거쳐 교구장을 거쳐 추기경의 영예까지 가는 길은 온통 제약과 가시밭길 천지였다. 단 한 번의 일탈이나 실수가 사제의 추락을 의미할 수 있었다. 오늘처럼 한 번의 무단외출이 영원히 사제복을 벗어야 할 엄청난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

 

 

 - 이 신부님, 들어갑시다.

 

 

 총장신부가 병실 문고리를 잡았다.

 그 순간 병실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나온다.

 

 

 -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 나 신학대학 총장신부요.

 - 네, 그렇더라도 들어가실 없습...

 - 박 과장, 비켜요.

 - 원장님, 환자분이

 - 비켜요, 내가 책임집니다.

 - ... 알겠습니다, 원장님.

 

 

 담당의사인 박 과장이 비로소 한발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경직된 표정으로 덧붙였다.

 

 

 - 환자 상태가 외관상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총장 신부가 뒤에 선 이 신부를 돌아본다.

 이 신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다.

 몹시 긴장된 표정이다.

 평소 부정맥을 앓고 있는 이 신부에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사태는 견디기 버거울 지도 모른다.

 오늘 오전만 해도 백 신부와 한 판을 벌인 뒤 가슴을 거머쥔 채 소파에 주저 앉았었다.

 

 

 - 이 신부님

 - 예?

 - 여기서 기다리세요.

 - 괜찮습니다, 저도 함께 들어가...

 

 총장신부가 이 신부의 말을 끊을 듯이 병실문을 열었다.

 순간 이 신부는 빠르게 뒷걸음질 친다.

 안에서 비릿한 피 냄새와 소독약 냄새가 역하게 몰려나와 복도를 휘감는다.

 이 신부는 울럭, 치솟는 구역질을 겨우 참아낸다.

 

 

 - 여기서 대기하세요.

 

 

 총장 신부가 다시 한 번 이 신부에게 명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병원장과 담당의사인 박 과장도 들어가고 병실 문이 닫히는 순간, 이 신부는 갑자기 화장실을 향해 허겁지겁 달려가기 시작했다.

 

 

 

 * * *

 

 가림막이 쳐진 침상 옆에 총장신부와 김 원장이 섰다.

 

 [으으으...]

 

 가림막 안에서 고통을 쥐어짜는 듯한 환자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서늘한 가위질 소리와 능숙한 간호사의 처치놀림이 가림막에 실루엣을 그린다.

 

 

 - 상태는 좀 어떤가요?

 

 

 비릿한 피 냄새를 애써 외면하며 총장신부가 물었다.

 

 

 - 수술 후 출혈이 심해서 붕대를 갈아주고 있는 중입니다.

 - 주여...

 - 안면근육 훼손이 심각합니다. 찢어진 상처 부위만 50바늘 넘게 봉합했습니다. 문제는 입 속과 콧속의 자상들입니다. 때문에 당분간 고통도 심하고 말은 못합니다.

 - 흠...주여... 입원은 언제까지 해야 합니까

 - 우선은 이 주 정도 경과보고 결정하겠습니다. 저 그런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경위 설명을 자세히 들어야겠습니다. 이런 경우는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자세히 들어야겠어?

 총장신부의 시선이 날카롭게 박 과장을 향한다.

 자세히 들려주세요, 가 아니라 반드시 들어야겠다는 거만한 선전포고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 본인이 자해를 한 것이 아닌 이상, 타자에 의한 폭행임이 분명하다고 인지할 때 관계기관에 고지할 의무가

 - 박 과장, 나중에 이야기 합시다.

 

 

 총장신부의 눈치를 빠르게 살피던 김 원장이 박과장을 제지했다.

 

 

 - 원장님 하지만 이건

 - 나가봐, 여긴 내가 알아서 할테니

 - 환자의 상태가 매우 위중합니다. 이런 경우는 경찰에 경위서를 제출해야

 

 

 김 원장이 입술을 씰룩이며 박 과장을 쏘아본다.

 그리고 나가라는 눈짓을 강하게 어필한다.

 

 

 - ... 알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의논드리죠.

 

 

 비로소 박 과장이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가림막이 휙 열리고 피에 젖은 붕대와 처지도구를 든 간호사와 전공의가 나온다.

 

 

 - 모두들 나가봐요.

 - 네. 원장님.

 

 

 의료진들이 김 원장에게 인사를 하고 썰물처럼 병실을 빠져나갔다.

 이제 병실에는 총장신부와 김원장, 그리고 침상에 모로 누워, 등을 돌린 이 준 학사 뿐이었다.

 그는 간헐적인 신음소리를 내며 자신만의 고통의 세계를 헤매고 있었다.

 

 

 - 형님, 병원쪽은 제가 잘 정리할 테니까 걱정 마세요.

 - 신부님!

 - 아, 예 신부님. 거참 까탈스럽기는.

 - 습!

 - 알았어요. 근데 이게 다 무슨 일입니까. 어쩌다가 이렇게 두들겨 맞은 거예요? 거 이야기 들어보니까 개 사육장에서 알몸으로 발견됐다던데.

 - 누가 그런 헛소리를 해!

 - 구급대원이...

 - 다 헛소리요. 사고가 좀 있었어.

 - 아... 예...

 

 

 김 원장은 여전히 미심쩍은 시선을 거두지 않고, 침상쪽을 슬깃 거린다.

 

 

 - 원장님은 그냥 병원쪽만 잘 수습하면 되요. 험한 소문 새지 않게.

 - 저야 형님, 아니 신부님 뜻에 따르죠 늘.

 - 그리고 재화 여기 못 오게 하고.

 - 제가 전화로 다시 한 번 따끔하게 야단치겠습니다.

 

 - 뭐하고 있어요?

 - 예?

 - 병원장 일 바쁘지 않습니까? 하루 종일 이 병실에 있을 거요?

 - 아, 예. 알겠습니다. 그럼 전 나가보죠.

 

 

 병원장이 눈치껏 자리를 비켜주고 물러났다.

 총장신부는 병실문 쪽을 잠시간 응시한다.

 혹여 누군가 엿듣지 않을까 가늠하기 위해서였다.

 잠시 후 복도는 쥐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 이 준 학사. 좀 어떤가.

 

 

 총장 신부가 침상에 한 걸음 다가가 물었다.

 하지만 답은 없다. 그저 고통에 팔닥이는 신음소리만 들릴 뿐이다.

 

 

 - 이 준 학사. 묻고 싶은 게 있네. 자네를 이렇게 만든 자가 누군가?

 - 아...

 - 아, 말하기 어렵다고 했지. 내가 펜과 종이를 가져왔네. 자, 여기.

 

 

 총장 신부가 침상 옆에 작은 수첩과 펜을 놓아준다.

 잠시간 침묵이 흘렀다.

 혹시 잠이라도 든 것인가.

 그의 신음소리마저 이제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 이보게 이 준 학사. 자네 지금 내 말 듣고 있나? 혹시 범인을 봤다면

 

 

 이 준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순간 총장신부의 얼굴이 사색이 된다.

 붕대를 칭칭 감은 이 준의 얼굴은 거대한 복어처럼 엄청나게 부풀어 올라있었고, 온통 붉은 핏물이 빠르게 번지고 있었다.

 생각 이상으로 심각한 이 준에 모습에 총장신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 당장 의사! 의사를 불러오겠네!

 

 총장신부가 몸을 돌리려는 순간, 그의 수단 한 끝을 이 준이 강하게 잡는다.

 아이쿠.

 총장신부는 자신도 모르게 놀라 멈췄다.

 온 몸이 얼음처럼 굳어서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 왜....

 - 뭐, 뭐라고?

 - 왜...

 

 

 붕대 안에서 이 준의 입술이 뭐라 작게 실룩이고 있었다.

 상처가 하도 심해서 입술인지 콧등인지 모를 그 뭉뚝한 근육이 작게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희미한 쇳소리가 계속 들린다.

 그럴 때마다 핏물이 그 안에서 쿨럭쿨럭 흘러내린다.

 

 총장신부는 이 준이 붙잡고 있는 자신의 수단을 빼내려 애써본다.

 하지만 이 준의 힘은 강력했다.

 환자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엄청난 괴력이었다.

 총장신부가 그의 손아귀를 벗어나려 손가락을 풀어보지만 꿈쩍하지 않는다.

 도리어 이 준이 총장신부의 목덜미를 힘껏 부여잡는 것이 아닌가!

 

 

 - 이, 이보게 컥. 이거 놓게 당장... !

 

 

 총장신부가 사력을 다해 그의 손아귀를 젖히려 발버둥 쳤다.

 하지만 이 준은 더더욱 그의 목덜미를 조여 온다.

 자신의 로만칼라가 종잇장처럼 구겨지자, 총장신부는 자신도 모르게 힘껏 이준의 얼굴을 두 손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으아악-------------

 이 준이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을 쳐대자, 그의 얼굴을 감싸고 있던 붕대가 살덩이처럼 푹 뭉개지며 벗겨져버렸다.

 총장신부는 자신의 손에 핏덩이처럼 뭉개진 붕대를 보며 기겁을 한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던 총장신부는 의자에 걸려 그대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헉 헉 헉.

 총장신부는 바닥에 주질러 앉아 공포에 질린 두 눈으로 침상을 바라보았다.

 어느 새 링거줄을 거칠게 뽑아버린 이 준이 성큼성큼 총장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서 솟구치는 핏줄기가 총장신부의 얼굴과 수단을 순식간에 벌겋게 물들인다.

 

 

 - 왜... 납...니...까... 왜...

 

 

 프랑켄슈타인 괴물처럼 이 준이 쇳 소리를 내뿜는다.

 총장신부는 엑스자로 팔을 뻗어 자신의 눈앞을 가렸다.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었지만 총장신부는 두 귀로 똑똑히 들었다.

 

 

 [왜 나입니까 왜.]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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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15분 전 2018 / 11 / 15 37 1 7277   
14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Find Him 2018 / 11 / 14 41 2 6845   
13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오버 랩 (2) 2018 / 11 / 13 49 2 9945   
12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소문과 동요 2018 / 11 / 13 44 2 6384   
11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니므롯 2018 / 11 / 11 487 2 8456   
10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가장 유력한 용의… 2018 / 11 / 10 492 2 5137   
9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완벽한 신학생 2018 / 11 / 9 488 2 9195   
8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첫번째 용의자 (2) 2018 / 11 / 8 503 2 6047   
7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개는 짖는다. 2018 / 11 / 7 479 2 8194   
6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누가 청소를 했는… 2018 / 11 / 6 487 2 5202   
5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프라도라면 개처럼… 2018 / 11 / 5 501 2 7377   
4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왜 나입니까 2018 / 11 / 5 472 2 7871   
3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말할 수 없는 2018 / 11 / 5 444 2 4083   
2 1편 나는 왜 옷을 벗었나 : 새벽을 가르는 비… 2018 / 11 / 5 445 2 8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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