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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대형견 기사님의 순애는 역사를 쓴다.
작가 : 가우리키나키
작품등록일 : 2018.6.21

소녀가 세상의 전부였던 소년과 거대한 세상을 품은 소녀가 9년이 지나 다시 만나고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는 이야기.

바이안은 세이나가 죽은 줄로만 알고 절망하다, 소녀가 없기에 지킬 수 없게 된 많은 약속들 중에 유일하게 지킬 수 있는 기사의 길로 뛰어든다.

많은 비밀과 기억을 잊은 채로 평범하게 살던 세이나는 이유를 알지도 못한 채로 귀찮다는 성정을 내세워 드러나지 않게 살아왔지만, 옛 오빠를 만나고 진짜 자신을 찾는다.

삶과 죽음. 죽음과 탄생.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에, 끝이 있으면 새로운 시작이 있기에...


“세나야. 나 약속 지켰다. 내일 모래 진짜 기사가 돼. 얼른 너한테 보고하러 가고 싶다.”

어떤 별이 세이나의 별일지 찾다가 제일 크게 빛나는 별을 향해서 입 근육을 간신히 움직여서 이제는 어색해 힘들지만 작게라도 미소를 그려봤다.

“모래에 하는 기사 서임식에서, 내가 최고라고 멋있다고 해주는 네 말이 제일 듣고 싶어. 세나야.”

‘비록, 너의 기사는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 약속 지켰어.’

=====

“세나. 때릴 때는 이렇게 피고 때리면 더 효과적이야.”

늘 무표정에 무섭기만 한 바이안이 매우 상냥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세이나의 손 모양을 고쳐주고 있었다.

“어이, 얌마.”

“그리고 팔 동작은 이렇게.”

“이렇게?”

“응.”

서로 공중에서 붕붕 손을 휘젓고 있는 행태에 론은 바이안에게 항의했다.



“내가 그렇게 좋아?”

“응.”

고개를 끄덕이며 하는 즉답에 세이나는 자신도 모르게 생김새와는 딴판으로 노는 저 귀여운 생물은 뭔가 순간 고민했다.

“손! 하고 말하면 바로 주겠...”

손바닥을 펴 앞으로 내밀며 말을 꺼내다가 말아버렸다.

손이라는 말과 동시에 바이안이 텁 하고 제 손을 얹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환각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늘 따라 좌우로 흔드는 그 꼬리가 더 기운차다.



 
27. 그녀의 이야기 (1)
작성일 : 18-09-10 19:55     조회 : 24     추천 : 0     분량 : 5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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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궁의 복도를 빠르게 걷는 와중에 세이나는 하일을 불렀다.

 

  “하일경.”

 

  “예.”

 

  단장인 하일은 뒤따라가던 걸음을 빨리해서 세이나의 옆으로 바짝 다가왔다.

 

  “오늘부터 전 기사단들을 경계태세로 돌려. 언제라도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해줘.”

 

  주먹을 가슴에 대며 명령을 받아들이는 그를 확인한 세이나는 곧바로 추가적인 명령을 부여했다.

 

  “그리고, 황궁에 가서 재상이랑 폐하께 내가 뵙자고 한다고 전해줘.”

 

  “예. 다녀오겠습니다.”

 

  본격적으로 일이 일어날 것이라 짐작한 세이나는 미리 대비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려했다.

 

  “저새끼가..”

 

  세이나의 옆에서 호위하던 론이 갑자기 인상을 팍 쓴 채로 정면을 노려보며 욕을 뱉자 세이나의 고개가 저절로 정면으로 움직였다.

 

  확실히 기사들보다는 시력의 차이가 있어서 뒤늦게 론이 향한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보았고, 세이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

 

  굳은 표정만큼 입도 굳게 다물려 힘없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바이안을 가만히 지켜봤다.

 

  “세나야...”

 

  매우 가까워진 거리까지 온 바이안의 기운 없는 목소리와 세이나에게 뻗어지는 손길을 론이 가차 없이 막았다.

 

  “......”

 

  “나라고 이러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널 믿을 수가 없다.”

 

  자신의 오래된 친구를 의심하고 살기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도, 론은 기어이 검을 빼들어 바이안을 향해 겨누면서 세이나와 그의 사이를 막아서서 살기를 드러냈다.

 

  바이안은 목적지를 찾지 못한 자신의 손을 거두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저..”

 

  “......”

 

  세이나에게 말이라도 제대로 건네려고 용기를 냈지만, 바이안은 차갑게 가라앉은 세이나의 눈빛을 목도하자, 목에 막혀 더는 꺼낼 수가 없었다.

 

  걱정까지는 아니어도, 차라리 화나 짜증이라도 냈으면 마음이라도 편할 테지만, 차갑게 굳어 자신을 바라보는 세이나를 처음 보는 바이안은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바이안을 무시하는 듯 세이나는 묵묵히 가던 길을 다시 걸었고, 애처로운 모습으로 맨 뒤에 떨어져서 따라가던 바이안은 세이나가 자신의 방으로 찾아 들어가는 모습에 이내 포기했다.

 

  “론. 미안하지만, 모두 나가 있어줘.”

 

  “하지만..”

 

  “괜찮아.”

 

  확고한 세이나를 확인한 론은 어쩔 수 없이 호위들 모두를 물렀다.

 

  “뭐해? 들어와.”

 

  자신을 불러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던 바이안은 자신을 돌아보면서 부르는 소리에 허겁지겁 세이나의 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세나야. 그.. 미안..”

 

  “후....”

 

  한 숨을 쉬려 앞으로 살짝 숙이자, 사락하고 떨어지는 앞머리를 한 손으로 슥 올려 거둔 세이나는 바이안의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양 손바닥을 쫘악 피더니 그대로 온 감정을 다 담아 바이안의 양쪽 볼을 우악스럽게 잡아당겼다.

 

  “오빠 바보야? 미쳤어?”

 

  “......”

 

  얼마나 고민하고 혼란했는지, 마음고생이 심해 보이는 바이안의 안색과 혼탁하게 흔들리는 눈동자를 제 얼굴을 가까이 붙여 올려다보면서 이리저리 좌우상하로 죽죽 잡아당겼고, 바이안은 세이나가 하는 대로 가만히 두었다.

 

  “궁금한 거나, 의문스러운 건 나한테 물어보면 되잖아. 거기가 어디라고 찾아가?”

 

  “하지만.. 말 안 해 줄 거잖아.”

 

  벌겋게 오른 뺨을 놓아준 세이나는 열이 올라온 바이안의 뺨에 살포시 손바닥을 가져가 대었다.

 

  “말 할 생각이었어. 오빠. 단지, 내가 확실하게 준비가 되었을 때 하려고 했을 뿐이지.”

 

  “뭘? 네가 죽는 다는 거? 아니면, 돌이 원래는 두 개였다고?”

 

  절로 언성이 올라가려는 것을 최대한 낮추려 노력하며 꺼낸 바이안의 말에 세이나는 그가 어느 정도까지 이야기를 듣고 왔는지 얼추 짐작했다.

 

  “하아~ 반 오빠. 오빤 내 성격 잘 알잖아. 내가 미쳤다고 죽어? 나 안 죽어.”

 

  “하지만...”

 

  잘게 떨리는 손으로 세이나의 머리카락을 한번 쓸어내리고, 그 손이 세이나의 왼쪽 귀에 닿았다.

 

  바이안이 하는 대로 가만히 있다가 그의 손에 머리를 살포시 기댄 세이나는 눈 커플을 접어 살짝 감았다가 천천히 떠 눈을 맞췄다.

 

  “오빠. 나 오빠 믿어도 돼? 그 놈이 원하는 대로 하지는 않을 거지?”

 

  “안 해. 난 그 새끼랑 달라.”

 

  “응. 그러면 됐어.”

 

  기댄 얼굴을 크고 거칠은 손에 살살 비볐고, 바이안은 가만히 세이나의 온기를 느꼈다.

 

  “나 지금 황궁으로 가야해서, 이야기는 있다 밤에 하자.”

 

  조금이지만 혼탁해보였던 바이안의 눈동자에 색이 돌아왔고, 끄덕이는 고갯짓을 확인한 세이나는 방에서 나왔다.

 

  대기하고 있던 모두는 세이나가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막 뒤따를 준비를 했을 때였다.

 

  “!! 쿨럭.. 웨엑~”

 

  “세나야!!”

 

  “주군!”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세이나가 갑자기 크게 허리를 숙이더니 토혈을 하면서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고, 쓰러지는 몸을 바이안이 서둘러 끌어안아 땅으로 헤딩하는 것을 막았다.

 

  그와 동시에 짧은 지진이 우르릉 일었다가 멈췄다.

 

  각혈을 하여 바닥을 붉게 적신 세이나보다 더 창백해진 바이안은 세이나를 놓칠까봐 필사적으로 안으면서도 온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면서 세이나를 살폈다.

 

  기운을 잃은 손을 들어 바이안의 볼에 얹어 씨익 미소를 지었지만, 바이안과 모두는 세이나의 얼굴에서 무언가가 크게 변하는 것을 목격하고 말을 잃었다.

 

  변하는 것이 무척 느려 현자의 돌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을 초반에 거의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은 눈에 보일정도로 그 돌의 크기가 속도를 붙여 줄어들기 시작했다.

 

  “급하면 체한다고 신중히 하려고 했는데, 미친놈이 시간을 안주네.”

 

  아무 일도 없는 사람마냥 신랄하게 욕하더니, 바이안의 가슴을 살짝 밀어 자리에 일어난 세이나는 허리와 어깨를 피고는 팔로 대충 입가를 닦고 날카롭고 단호하게 명령했다.

 

  “지금부터 비상령을 선포한다. 황궁과 현궁의 모든 관료들과 폐하께 회의장에 서둘러 모이라 전해.”

 

  ““충.””

 

  세이나의 명령이 하달되자마자 몇 분되지 않아 두 궁에서 요란한 소리가 쟁쟁하게 울려 퍼졌다.

 

  바이안의 걱정을 먼저 덜어주고 싶었지만 타이밍이 상당히 좋지 않아, 세이나는 그를 돌보지 못하고 황궁에서 제일 큰 회의장으로 빠르게 걸어갔고, 안으로 들어가자, 그 곳에서는 이미 많은 이들이 세이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단도직입적으로 본론만 꺼내겠습니다.”

 

  인사를 하려는 이들을 막고 세이나는 들어오자마자 상석으로 가 탁자에 손을 걸쳐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지금 시간부로 천공의 땅은 아래로 추락합니다.”

 

  앞뒤 자르고 내놓은 본론은 이곳에 모인 모두를 충격과 혼란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장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시끄럽게 떠들어 댔다.

 

  “조용!”

 

  자신도 혼란스럽지만, 황제는 한시가 급함을 인지해 모두의 말을 잘랐고, 이내 모두는 무겁게 침묵했다.

 

  “모두 느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조금 전의 진동. 이 곳만이 아닌 천공의 땅 전체에 일어난 지진 이예요.”

 

  “즉, 추락하기 전의 지진이라는 것이겠구려.”

 

  “예. 폐하.”

 

  의문도 많고,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지만, 황제는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 대책을 위한 질문을 서둘러 냈다.

 

  “지금은 괜찮아 보이지만, 언제쯤 본격적으로 추락할 것 같소?”

 

  모두가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질문에 세이나는 크게 숨을 들이 마시고, 천천히 대답했다.

 

  “삼일 뒤에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해서 점점 가속이 붙을 겁니다.”

 

  “어째서 삼일인가요?”

 

  어느 백작의 질문에 세이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힘으로 추락을 억제하는 동안의 안정권인 시간이 3일입니다. 그 뒤부터는 저도 어쩔 수 없이 추락을 막을 수는 없어요.”

 

  “......”

 

  세이나의 뒤에서 동료 기사들과 함께 도열해 있던 바이안은 덜컥 겁이 나 어쩔 줄 몰라 했다.

 

  세이나의 말이 마치 돌의 힘을 사용하겠다는 선언으로 들리자, 너무나도 불안해 지금이라도 앞으로 나서서 말리고 싶었지만, 곧게 핀 등을 보여주며 침착하고 당당한 세이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차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재상.”

 

  “예.”

 

  세이나는 나이가 지긋한 재상과 그 옆에 함께 와 있는 케리프에게 시선을 옮겼고, 모두의 시선이 절로 그들에게 집중됐다.

 

  “천공의 땅 전체 지도와, 인구도 조사표등 필요한 모든 것을 가져와 주세요. 그리고,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귀족들의 능력이 무엇인지도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챙겨주세요.”

 

  재상이 담당 학자들과 관료들을 데리고 자료를 찾으러 서둘러 나가려는 때, 세이나는 서둘러 말을 덧 붙였다.

 

  “하루 안에 전부 가져와 주세요.”

 

  이 곳에 사는 이들의 숫자가 무척 많아 하루는 너무 촉박한 시간이지만, 급함을 알기에 불평은 나오지 않았다.

 

  재상과 케리프는 어떻게 해서든 그 시간 안에 정리를 하겠다 다짐을 보여주며 급하게 회의장에서 빠져나갔고, 남은 이들도 바짝 긴장을 한 채로 세이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폐하.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무엇이오?”

 

  “오늘부터 한동안 전권을 저에게 넘겨주세요.”

 

  자칫 잘 못 본다면 황제를 무시하는 처사일 수도 있지만 현제 상황에서는 이곳에 있는 모두와 황제도 납득했고, 황제는 당연하게 세이나에게 전권을 넘겼다.

 

  그 덕분에 이것저것 빠르게 명령을 하여, 각자의 역할에 맞춰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천둥처럼 지나간 사건을 뒤로 하고 텅 빈 회의장에 서있던 세이나는 힘이 탁 풀려 그제서야 의자에 쓰러지듯이 앉았고, 바이안이 조심히 세이나의 앞에 다가와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췄다.

 

  “세나야. 설마, 돌을 사용하려는 건 아니지?”

 

  바이안이 가장 크게 걱정하는 부분을 알고 있는지라, 세이나는 자신의 무릎에 손을 얹은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오빠가 무엇을 신경 쓰고 불안해하는지는 알지만, 걱정 마. 아무 일도 없을 거니까.”

 

  “하지만, 조금 전만 해도 갑자기 피를..”

 

  세이나의 옷에 묻은 핏자국을 신경 쓰며 아파하는 바이안을 어떻게 달래 주어야 하는지 난감했지만, 설명할 시간이 없더라도 조금이라도 달래놔야 할 것 같아 천천히 입을 떼었다.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던 흐름이 끊겨서 어쩔 수 없었던 거야. 지금은 괜찮아. 봐봐 나 멀쩡하잖아.”

 

  어디를 봐서 멀쩡하다고 하는지, 평소처럼 개구지게 웃고 있는 세이나가 거짓말을 하는 것밖에 보이지 않아 어떻게 해서든 세이나를 말리려 힘을 주어 손을 그러잡았다.

 

  “오빠는 누구 편이야?”

 

  “세나 편.”

 

  바이안의 손을 들어 그의 손등에 자신의 턱을 톡 가져다 대며 예쁘게 입을 올려 웃어보였다.

 

  “그래. 그러니까, 날 믿어. 오빠가 걱정하는 것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거니까.”

 

  “...그래.”

 

  올려다보는 세이나의 이마에 있던 현자의 돌이 어느새 1센티 정도로 작아졌고, 반대로 세이나의 눈자위는 돌의 색으로 물들어갔다.

 

  세이나가 돌의 영향을 받을 때의 현상이었고, 그것을 처음 보는 바이안은 그런 그녀가 지금이라도 사라질까 전전긍긍 무서워 그녀의 말에도 차마 편하게 대답 할 수 없었다.

 

  “대현자님.”

 

  각각의 대표들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세이나를 찾았고, 각자의 일들을 차례로 보고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밤이라는 시간을 버렸는지, 잠을 자지 않고 이어져 피로하고 졸렸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 없이 빠듯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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