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 미치겠다 이거.”
한 눈에 봐도 건강을 생각해서 만들어진 도시락에 절로 손이 간다.
곧 그들의 손에 맛 들어진 음식이 닿기 직전, 순간적으로 마력을 방출해 지척에 껴들은 론이 그대로 도시락도둑놈들을 발로 까재끼며 뚜껑을 덮고 양 손으로 꽈악 안은 상태로 살기를 줄줄 뿜어댔다.
“손대지마라.”
“야 이 새끼야! 갑자기 무슨 짓이야.”
벌떡 일어나 손가락으로 론을 가리키고 소리를 꽥 질렀지만 론은 적을 바라보듯 살기가 날카롭다.
“누가 다 먹겠데? 궁금해서 한입만 좀 먹겠다잖아.”
“식당에서 쳐 먹어.”
“아 저 새끼가 진짜.”
모두 두 팔을 걷어 부치며 으르렁 덤빌 자세를 취해도 론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시녀장표 음식이 네가 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군다?”
“당연하지.”
“허이고.”
“꼬우면 출세하든가.”
아주 가관으로 행동하는 론에 불이 붙기 시작한 분위기는 흉흉해지기 시작했다.
“내 더러워서. 따로 부탁하고 말지.”
“시키지마. 히데아 바쁘다.”
“너는 되고 우린 안 된다 그 말이냐?”
“어.”
셋의 난리통에 주변에 따로 떨어져 있었던 모두의 시선이 한데 몰렸고, 다들 매우 흥미롭게 관전하고 있을 때, 오기가 동한 둘이 론이 소중하게 안고 있는 도시락을 힘으로라도 뺏어서 먹어야 직성이 풀리겠다고 작정했다.
서로 눈으로 신호를 주고받더니 그대로 연계해 들어가자 론은 이리저리 피하며 도시락의 정조 위기에 서둘러 입에 구겨 넣었다.
요리조리 피해가며 열심히 먹어대는 통에 더 약이 올라 다 먹기 전에 기필코 쟁취해야겠다는 승부욕이 발동이 된 것이 주변에 전염되기 시작했다.
“오~ 저거 우리도 껴들까? 재밌겠는데?”
이내 두 명이 셋이 되고 다섯으로 늘어가며 도시락 쟁탈전이 점점 커져갔고, 모두의 공격대상이 된 론은 그 주변상황에 황당해 하는 한편, 멀리서 걸어오던 로이에가 밝고 쾌활하게 달려오는 것에 기겁했다.
“재밌겠다. 나도 나도.”
“므친긋들”
볼이 가득 부풀어 이상한 발음을 내 뱉으면서 론은 서둘러 멀리 떨어져 병장기들이 놓여 있는 곳으로 달려가 마력으로 형태를 변형 시키더니 감옥처럼 창살로 자신의 주변을 막았다.
창살의 틈으로 손이 뻗어지기도 하고 단체로 마력으로 론이 만든 창살을 뜯고 부수려고 발악하자 첫 칸에 놓인 튀김을 한 움큼 입에 털은 채 위 칸을 싹싹 비우고 양손을 턴 후에 바닥에 두 손을 대고 그대로 자신이 보이지 않게 사면에 벽을 단단히 쳤다.
“이렇게 까지 하기 있는 거냐?”
“치사한 새끼야악.”
“도시락이 뭐라고 이러는 거야?”
“선배님들 비켜요.”
로이에는 이죽이죽 웃더니 론이 친 벽보다 강한 몸으로 바꾸고 그대로 주먹을 꽂아 넣으니 쉽게 구멍이 뚫렸다.
“픕~ 켁! 쿨럭. 얌얌”
제 얼굴 가까이 온 로이에의 주먹에 놀라 작게 사례가 걸려 기침을 하기도 잠시, 샌드위치를 우겨넣고 밀어 넣어 볼이 터지도록 미치게 씹고 삼켜댔다.
“우물우물 내가 냠 쁫글긋긑느”
로이에 덕분에 벽이 쉽게 허물어진 것은 좋았지만 한발 늦었는지 당당히 서서 빈 도시락을 뒤집어 탈탈 털어 보임으로 승리자의 면상으로 의기양양해했고, 모두 그런 론을 허탈하게 쳐다보았다.
그 것을 시작으로 론의 도시락 뺏기가 발발했고, 거의 매일 연무장은 쟁탈전에 난리가 났다.
“하아~ 무기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하일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론에 의해 제 기능을 상실해 이상한 모양을 한 병장기였던 잔해들을 상기하면서 무기의 구입에 갑작스러운 지출을 하게 된 원인들을 어떻게 말려야 하나 고민을 거듭했다.
다행히 훈련용으로 놓은 것들이라 날이 없어 저렴은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수가 상당하니, 주군에게 돈 달라 하기가 애매했다.
그런 하일에게 세이나는 재미있다며 방치하고 옹호하고 있어서 모두에게 더 뭐라 하기가 어려워졌다.
“원인이 뭐가 되었든, 훈련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방법인데? 하나를 목표로 합동하니 자연히 서로의 연계에 도움이 될 테고, 몰입을 하게 되니 실력향상에 크게 이로워지는 것은 맞잖아.”
세이나는 그렇게 대꾸하는 것으로 끝냈고, 자연스럽게 납득을 해버린 뒤라 낮의 훈련은 그렇게 도시락 뺏어먹기가 자리잡아버렸다.
자신이 만든 도시락이 큰 상품처럼 기사들이 열을 올린 덕분에 히데아는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쑥스럽고 부끄러웠다.
다른 분들의 것까지 만들어 드리겠다고 말을 꺼내자마자 도시락을 안아든 론이 히데아의 어깨에 손을 얹고 아주 진지하게 타일렀다.
“안 돼. 항상 새벽부터 바쁘잖아. 저것들 것까지 만들다가 피곤해서 쓰러지면 어떻게 하려고. 네가 쓰러지면 주군한테 내가 혼나. 내 것만 만들어. 다른 놈들 건 만들지 말고.”
얼굴을 바짝 들이밀며 심각하게 꺼내는 론의 말에도 자신은 괜찮다고 세이나님에게 허락을 받고 만들겠다 하자마자 론은 더 가까이 다가와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안 돼. 내거에만 집중해.”
저리 말하며 뒤돌아 평소에 다니던 연무장이 아닌 다른 연무장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론의 뒷모습에 왜 자신의 얼굴이 화악하고 열이 올라오는지 영문을 몰라 하면서 제 볼을 차가운 두 손으로 감싸고 열을 식혔다.
남을 미워할 줄 모르고, 타인을 챙겨주고 배려해 주는 것이 즐거움인 착한 히데아는 론의 말을 자신이 걱정이 되어 해준 소리라고 고마워하면서 세이나에게 쪼로록 다가가 잠시 시간을 낼 수 있게 허락을 구했다.
시간을 비우면 딱히 무리를 하는 것이 아니니 괜찮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 그녀에게 세이나는 쉽게 시간을 비워줬다.
“응. 괜찮아. 그런데 사람이 많으니까 가벼운 간식 같은 게 좋겠다.”
허리를 꾸벅 숙이고 쉬는 시간을 길게 뺀 히데아가 주방으로 뿅 사라지자마자 세이나는 음흉한 웃음소리를 길게 뿌렸다.
“흐흐흐 므흐흐흐~”
“나쁜 계략을 획책하는 못된 군주같이 웃네.”
바이안은 초승달 모양처럼 눈을 깊게 휘고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있지만 입 꼬리가 광대뼈까지 올라간 착각이 일정도로 다 가려지지 않을 것처럼 주욱 찢어 웃는 세이나의 볼을 손가락으로 톡 가볍게 건드렸다.
“그럼~ 과연 론이 어떻게 나오려나. 후후후”
상상만 해도 즐거운지 바이안에게 연병장이 잘 보이는 명당으로 데려가 달라 졸랐고, 히데아가 준비가 다 되었을 즈음에 느그적 자리를 이동했다.
갈수록 사수하기가 어려워져 상당히 진을 뺀 론은 간신히 승자로서 빈 도시락을 위로 번쩍 들어보였다.
그리고 역시나 오늘도 패배를 한 모두에게 마무리로 거나하게 트림을 해 보였다.
승리를 한껏 만끽 중이던 그 때, 동료들의 등 뒤에 바퀴가 달린 음식을 놓는 트레이를 끌고 오는 히데아를 발견하자마자 자신의 부른 배의 토닥임을 멈추고 후다닥 달려 나갔다.
“말 진짜 안 듣네.”
순식간에 가까이 다가온 론에 깜짝 놀라던 히데아는 자신이 만든 간식을 몇일을 굶은 사람처럼 허겁지겁 먹어대는 론과 사악하고 단체로 고개가 돌아가며 닿는 많은 눈동자들에 당황해 모든 동작을 멈췄다.
상당히 많은 양임에도 뒤를 흘끔 이면서도 쉬지 않고 먹다가 먹이를 찾은 맹수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옴에 그 속도를 더 빨리했지만 이미 배가 불러 입과 손이 더뎠다.
손으로 들고튀기에는 전부 가져갈 수 없는 양과 상당히 많은 마력을 소비해버린 뒤라 버겁지만 쥐어짜내 서둘러 흙벽을 겹겹이 쳐 올렸다.
순식간에 빛이 가려져 조금 어두워진 좁은 공간에 남겨진 히데아는 벽을 두드리는 소리와 늘 여유로운 모습만 보여주던 론의 처음 보는 다급함에 고개가 벽과 론을 이리저리 번갈아보느라 바빠졌다.
“끄읍..”
목이 메어 가슴을 툭툭 치는 론에게 서둘러 음료를 건네주며 그의 안색을 살펴도 차마 천천히 먹으라고 말을 건넬 수가 없었다.
론은 처음에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지만 모두가 죽자고 달려드는 통에 자신역시 더욱 질수가 없어져 죽자고 구겨 넣어댔다.
오기와 고집의 싸움에 끼게 된 히데아만 우왕좌왕 여린 손만 파닥였다.
두껍게 쌓아올린 흙벽이라도 역시 내구도가 약해서인지 쉽게 무너져 내렸고, 그 덕분에 론은 혀를 강하게 차 올렸다.
“쯧.”
아직 상당히 남은 음식과 궁지에 몰린 론을 확인한 이들의 눈빛이 기세등등해져갔다.
“적당히 하자. 괜한 사람 말려들잖아.”
“네가 순순히 백기를 들면 끝날 일이지.”
자신들의 가운데에 낀 아무 힘도 없는 히데아를 신경 쓰며 막아보지만 모두 그것을 감안하고 움직일 셈이라 론의 말을 차단했다.
론은 점점 자신과 히데아의 주변을 에워싸는 동료들을 경계하며 접시에 많이 줄어든 간식들을 차곡차곡 담은 뒤, 히데아의 허리를 감아 안아들었다.
“에?”
론의 품에 안겨진 히데아는 얼굴을 들어 정면을 응시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자 론의 고개가 돌려지며 진지한 눈을 히데아에게 맞췄다.
“꽉 잡아.”
“꺄악~”
강하게 발을 굴러 허공으로 크게 점프를 한 덕분에 히데아는 론의 옷깃을 꽈악 틀어쥐고 고개를 가슴에 묻었다.
론은 그런 히데아의 허리를 더 강하게 틀어 안고 동료들의 뒤로 넘어가자마자 그대로 내달렸다.
“야이 독한새끼야!”
설마 한손에 간식을 바리바리 들고 한 손에는 시녀장을 안아든 상태로 도망칠 줄은 몰라 방심했던지라 단체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길길이 날뛰었지만 론의 독함에 쫒을 생각을 접고 잔뜩 투덜댔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세이나는 손뼉을 치며 오늘의 승리자인 론에게 열렬히 박수를 보냈다.
“모두 히데아에게 위해를 끼치지 않을 텐데, 굳이 히데아까지 안고 튈 생각을 다한데?”
“난 조금 알 것 같은데.”
“그래?”
바이안은 론의 행동을 곱씹으며 중요한 것을 사수하다보면 그 메인까지 위협을 받는다고 무의식적으로 몸이 움직이면 저러지 않을까 나름 납득했다.
더는 쫒아오지 않는 것을 확인했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현궁의 후미진 곳까지 도달한 론은 그제 서야 바닥에 드러누워 가쁜 숨을 골랐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 격하게 운동하면 배가 엄청 당기고 아프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게 된 론은 갖은 인상을 찌푸려가면서 위가 있는 부분을 손으로 살살 달랬다.
“저.. 카시어스님.”
론의 머리맡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힘들어하는 그를 부르자 턱을 올리며 눈으로 왜 부르냐고 물었다.
“다 같이 드시면 되는데 왜..”
“맛있으니까.”
말을 딱 잘라 보란 듯이 간식을 입에 넣어 씹었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것은 무척 기뻤지만 이해가 되지 않아 갸웃 모로 기울어졌다.
“그.. 하지만 상당한 양인데, 혼자 다 드시게 되면 탈나세요. 이제 그만 드세요.”
“남기면 벌 받는다.”
더 이상 들어갈 배가 없어서 힘들어 보여도 어떻게 해서든 챙겨 넣는 모습에 쩔쩔맸다.
“끄윽 푸우”
끝내는 싹싹 비워 마지막 트림으로 마무리를 하고야 만 론은 이번에는 무거운 배 때문에 움직일 수 없게 된 상태로 바닥에서 머리만 움직여 세운 무릎을 모아 손을 가지런히 포갠 히데아를 올려다봤다.
“내 탓인 것 같네. 미안하다.”
시선의 각도 덕분에 밑에서 히데아의 얼굴이 자세히 보였다.
눈을 그녀의 얼굴에서 떼지 않은 채로 자신 때문에 곤란했을 히데아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자 앞 머리카락의 커튼에 그늘이진 주근깨 주변의 색이 살짝 변했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는 히데아에게 더 말을 걸지 않았고, 그런 둘의 주변에 부드럽고 조용한 바람으로 옷과 머리카락이 스치는 소리만 맴돌았다.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어느 정도 소화를 시켜 상체를 일으킨 론은 손으로 히데아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자리에 일어났다.
“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