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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세계의 환상
작가 : 아리본
작품등록일 : 2018.6.8

6개월 전 일어난 이상 세계 현상.
그 이후로 시작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World 13-1 무형
작성일 : 18-08-03 06:35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1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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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네가 시영이니?”

  호야는 그에게 인사하며 친근하게 굴었다. 하지만 시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멀뚱멀뚱 바라볼 뿐이었다.

 “누구세요?”

 “호야라고 하는 사람이야. 직업은 너와 같은 모험가지. 네 이름도 여행 중에 얼핏 들었거든. 뭐, 이름은 그렇다 치고, 너 혹시 신수라는 이름 알지?”

  호야는 다정하게 웃으며 두 손을 활짝 폈다. 그때 민화도 슬금슬금 그들에게 다가왔고, 시영은 눈을 작게 뜨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수형이라면 국가대표? 혹시 그 신수 형을 말하는 건가요?”

  곧 시영은 공을 막는 시늉을 하며 호야에게 되물었고, 호야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거렸다.

 “알지? 골키퍼.”

 “네, 알아요. 전화번호도 있어요.”

  시영은 신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신수의 연락처를 짧게 보여주었다. 호야의 눈에 얼핏 들어온 번호는 신수의 것이 틀림없었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난 말했다시피 모험가야. 낭만과 미소를 찾아 이곳저곳 움직이는 녀석이지. 그런데 그런 내가, 고향인 이 마을에 돌아온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니?”

  호야는 수수께끼를 내듯, 시영, 민화, 이터널 세 사람을 차례로 바라보며 넌지시 물었다.

 “알 게 뭔가.”

  이터널은 지친 와중에도 관심 없다는 투로 말했다. 냉정한 반응에 호야는 장난스럽게 찡그리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신수라는 사람에게 뭔가를 부탁 받아서?”

  민화는 검지로 그를 가리키며 말했고, 곧 호야는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미소를 지었다.

 “제게 볼일이 있는 건가요?”

  시영이 조심스레 답하자, 호야는 두 손 모두 엄지를 치켜세우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거렸다.

 “갑옷 씨는 조금만 둥글둥글하면 좋을 것 같아. 뭐, 시영이도, 아가씨도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줬군.”

  이터널은 평소 같으면 콧방귀를 뀌며 무시했겠지만, 묘하게 다정한 호야의 조언은 마냥 흘려들을 수 없었다. 그랬기에 지친 기색에도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고, 시영과 민화도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무형, 기원이 누구야?”

 “무형이요? 그게 뭐예요?”

  시영과 이터널은 난생 처음 듣는 ‘무형’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거려도 두 사람 모두 잘 몰랐기에 호야를 바라보는 게 유일한 답이었다.

  반면 태양에게서 무형이라는 말을 들었던 민화는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시영이 무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어렴풋이 파악할 수 있었다.

 “이거 곤란한데? 그렇게 모른 척하면 내가 널 보호해줄 수 없어.”

 “보호하지 않으셔도 괜찮은데, 저는 무형을 처음 들어봐요.”

 “무형이 뭔지는 설명하는 게 우선일 것 같다만?”

  시영과 이터널은 호야를 향해 각자 한 마디씩 내뱉었다. 일리가 있는 두 사람의 말에 호야는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거렸고, 곧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곧 그의 손에는 일렁이는 노란 에너지가 모였고, 시영은 그 에너지에 가슴이 일렁이는 특이한 느낌을 받았다.

 “아마 그 사진에서는 네가 구체를 손에 들고 있었을 거야. 한 번 그 구체를 생성해볼 수 있겠니?”

  호야의 권유에 시영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정신을 집중하여 손바닥으로 회전하는 보라색 구체를 생성했다. 세차게 회전하는 모습에 호야는 침을 꿀꺽 삼켰고 나름대로 뭔가를 깨달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게 바로 무형이야. 정신력을 구현한 무한의 형태. 줄여서 ‘무형’이라 부르지.”

 “이게 무형…”

  시영은 그동안 구체로만 알고 있던 능력의 본래 이름을 알게 되자 입을 달싹거리며 무형이라는 단어를 단숨에 외웠다. 하지만 5년 이상을 구체로 알고 있었기에 호칭이 단숨에 바뀌지는 않았다.

 “이제부터 너희들에게 무형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 하는데, 솔직히 시영이를 제외하면 두 사람은 굳이 듣지 않아도 괜찮아.”

 “전 민화라고 해요. 저도 무형에 대해 알고 싶어요.”

  민화는 적극적으로 나왔다.

 “그럼, 갑옷 형씨는?”

 “관심은 없다만, FOW가 사용하는 구체에 대해서는 알아둘 필요는 있지.”

 “넌 입고 있는 강철 갑옷같이 딱딱한 녀석이구나, 이름은?”

  호야는 자연스럽게 그에게 이름을 물었고, 이터널은 흠칫 놀랐지만, 곧 냉정을 되찾았고, 잠시 생각하더니 곧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진혁이다. 서진혁.”

 “진혁이라, 멋진 이름이야.”

  호야는 그에게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웠고, 이터널은 고개를 돌리며 콧방귀를 뀌었다.

 “이터널 씨도 이름이 있었어요?”

  그 순간 시영은 순수한 궁금증으로 물었고, 수준 이하의 물음에 이터널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나라고 이름이 없지는 않다만… 되도록 ‘이터널’쪽으로 불러줬으면 한다.”

  이터널은 시영을 바라보지 않은 채, 입을 열었고, 끝말에서 느껴지는 씁쓸함에 시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잘 들어둬. 특히 시영이는 무형술사니까 잘 알아둬야 하고.”

  시영과 민화는 고개를 끄덕거렸고, 이터널은 호야를 곁눈질했다.

 

 

 “우선 시영이 네 무형의 기원을 알아야해.”

 “그런 거창한 단어로 말씀하셔도 대답 드릴 건 별로 없어요.”

 “무형은 스승이나 각인으로 시작되는 무술이거든. 기원은 스승의 무형을 말하는 거야. 즉, 네가 쓰는 구체는 누가 사용하는 걸 보고 배운 거고, 그랬기에 우선 네 무형의 기원을 알아야 하지.”

  시영은 5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과거 일은 자연스레 잊어버리며 가끔씩 기억나는 정도였지만, 구체. 즉, 무형을 처음 봤던 그날은 달랐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그때의 일. 하지만 시영은 그것이 무형이라 생각하니 갑작스레 신수에 대한 위화감이 들었다.

 “신수 형 일거예요.”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 있니?”

  호야의 날카로운 물음에 시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신수형은 제 사촌누나와 친한 형이에요. 축구를 잘하는 형이기도 했죠. 저도 축구를 좋아했고, 신수형이 놀러올 때면 항상 같이 축구를 하고 그랬어요. 그때가 아마 5년 전, 제가 15살이었고, 신수형이 18살일 때였어요.”

  시영은 그때 느꼈던 전율에 다시금 몸이 떨렸고, 심호흡으로 마음을 진정시킨 다음에야 말을 이어갈 수 있었다.

 “사촌누나가 신수형에게 줄게 있다면서 잠시 기다리라 했었죠. 저는 신수형이 왔기에 형을 보러 나왔죠. 그렇게 축구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던 중, 갑자기 신수형이 보여줄게 있다면서 정신을 집중했었어요.”

  시영은 신수가 했던 자세를 그대로 재현하며, 양 손을 피며 가슴 앞에 가져다놓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보라색 구체가 생성되었다.

 “이렇게 정신 집중으로 구체를 생성하는 걸 보여줬어요. 당시 신수형은 파란색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맞아. 신수의 색은 파랑이지.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 신수는 18살 때, 축구 유학을 떠난 걸로 아는데?”

 “맞아요. 그 다음날 유학을 갔었어요. 그래서 사촌누나가 선물을 주려고 부른 거였고, 전 그날 이후로 가끔씩 전화로만 신수형을 만날 수 있었죠.”

  시영의 목소리는 급격히 시무룩해졌고, 괜스레 근처 돌멩이를 툭툭 건드렸다.

 “신수가 지금 23살이니, 잠시만. 갑작스레 든 생각인데, 혹시 그걸 4~5년 동안 독학으로 깨우친 거니?”

  호야는 자신의 발언을 어이없게 생각하며 한심함을 느꼈다.

 “네, 5년 동안 틈이 날 때마다 정신 집중을 하는 연습을 했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자유자재로 구체, 아니 무형을 돌릴 수 있죠.”

  하지만 곧 그것이 당사자 입에서 사실이 되자, 잠시 얼어붙듯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일 수 없었다.

 “그 정도라면 정말 신수한테 배운 게 맞구나.”

  호야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제가 잘못한 건가요?”

  시영은 그의 반응에 불안함을 느끼며 우왕좌왕했다.

 “아니, 그걸 포기하지 않고 독학으로 했다는 게 믿을 수 없어서 말이야. 나와 신수, 그리고 태양이라는 녀석의 경우에는 말이야…”

  그때 민화는 태양이라는 이름에 침을 꿀꺽 삼켰다.

 “무형의 스승님이 계셨고, 각자 스승님에게 체계적으로 배웠거든. 문제는 길어봐야 3개월? 그 정도인데다, 아무래도 스승님이 있으니 가능성이 많이 보였어. 그런데 독학으로 배우면 가능성이고 뭐고, 아무것도 되지 않을 수도 있고, 5년이면…”

  호야는 시영의 집념에 어떤 수식어도 붙일 수 없었다. 말 끝 또한 자연스레 흐려지며 입을 다물 수 없었고, 그저 박수를 치는 것으로 나름의 존경을 표했다.

 “그럼 혹시 평소에 무형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여줄 수 있니?”

  호야의 물음에 시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정신을 집중했다. 곧, 손에 들린 회전하는 구체를 던졌고, 그것은 둥글게 회전하며 시영에게로 돌아왔다.

 “이렇게요.”

 “그렇게 사용한다고?”

  호야는 생각과는 너무 다른 무형의 사용법에 고개를 갸웃거렸고, 시영은 또 다시 자신이 뭔가 잘못한 거라 생각하며 이마를 긁적거렸다.

 “무형은 말이야, 이렇게 사용하는 거야.”

  호야는 눈을 감아 정신을 집중했고, 곧 주먹을 불끈 쥔 상태에서 땅바닥을 그대로 내리쳤다.

  아주 간단하게 이뤄진 행동이었지만, 그에 비해 위력은 전혀 간단하지 않았다.

  땅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기며, 약간의 진동을 일으켰다. 땅바닥에 가져댄 호야의 주먹은 상처 하나 없었고, 이따금 노란 잔상이 일렁이며 곧 사라졌다.

  자연스레 세 사람이 호야를 보는 시선 또한 달라졌다. 공통적으로 모두가 그를 넉살 좋은 인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금으로선 무지막지하게 강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과녁을 향하는 화살처럼 박혔다.

 “가이아 포스만 있었다면 땅을 수복할 수 있었을 텐데. 아, 맞다.”

  호야는 밝은 미소로 시영을 바라보았다.

 “시영아 혹시 그 카드? 아, 스크롤. 그거 좀 잠시 빌려줄 수 있니?”

  호야는 빌려달라는 말에 스스로 의문을 느꼈지만, 곧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시영은 그에게 6장의 스크롤을 전부 내밀었고, 그는 그 중에서 노란 대지의 메모리 스크롤을 집었다.

 “이거 어떻게 사용하는 거니? 어라? 흔들면 소리가 나네?”

  호야는 마치 신문물을 발견한 옛날 사람처럼 신기한 듯 스크롤을 계속 흔들어댔다. 그 모습에 시영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려했지만, 곧 스크롤에서 빛이 나기 시작하며 호야의 손에서 점점 커져나갔다.

  시영과 이터널은 스크롤을 사용하는 방법을 물체에 끼워 넣거나, 해방기를 통해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흔든다고 하더라도 호야처럼 특이한 반응이 오지 않았다. 그랬기에 두 사람은 점점 호야를 무서운 사람 바라보듯 바라보았다.

  그럼에도 호야는 별 개의치 않으며, 모인 힘으로 움푹 파지고 뒤틀린 땅을 수복했다.

 “시영, 민화, 진혁. 세 사람 다 이 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호야는 노란 대지의 스크롤을 시영에게 넘기며 나지막이 물었다.

 “올바른 사람이 사용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진혁이 한껏 공손해진 말투로 조심스레 말했다.

 “나쁜 사람들이 사용한다면…”

  민화는 두려움을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지막지해요. 이렇게 위험하다면 봉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시영은 침을 꿀꺽 삼켰고, 완전히 수복된 땅을 바라보았다.

 “사람의 정신력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고, 강하지. 그런 정신력을 가진 인간은 당연히 강해. 무형의 존재는 인간은 강하다는 걸 증명하고 있어. 하지만 너희들은 그저 이 힘이 무지막지하다고 생각할거야. 맞지?”

  세 사람은 모두 고개를 끄덕거렸다. 특히 시영은 5년 동안 했던 정신 집중(무형 수련)이 자칫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특히 착잡하게 받아들였다.

 “이 정도도 부족했거든. 2007년에 일어났던 사악한 존재들의 부활은…”

  호야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말끝을 흐렸다.

 “2007년?”

 “나도 소식 들었어. 어떤 전문가가 97년, 02년, 07년, 09년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말했고, 그 때문에 이 책이 잘 팔리게 되었다는 소식 말이야.”

  호야는 가방에서 ‘저항할수록 쌓이는 History’ 한 권을 꺼내 보여주었다.

 “그 전에 한 가지만 물을게. 너희 나이가 아마 20살? 그 정도겠지? 그리고 지금은 2017년이고, 97년, 02년은 기억나지 않을 수 있어. 하지만 07년, 하다못해 09년에 일어났던 사악한 존재들의 사념은 기억하고 있지 않니?”

 “07년이 부활이고, 09년이 사념. 하지만 책에는 호야 씨의 이름은 없었어요.”

  민화는 저 책을 이미 다 읽은 상태였다. 책의 내용은 어느 정도 사실을 기반 한다고 쓰여 있었다. 특히 호야가 말한 사악한 존재들은 그대로 쓰였기에 사건은 진실이 확률이 높았다.

 “아마 내 역할은 ‘셜마’라는 이름으로 되어 있을 거야. 그렇다는 말은 민화는 그 책을 다 읽어봤다는 거지?”

 “네, 그리고 그 책의 결말에선 셜마, 아니 호야 씨가 왕을 처단했다고 돼있어요.”

  호야는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끄덕거렸고, 잠시나마 그들에게 검 집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사람들이 07년, 09년뿐만 아니라, 나이가 조금 되는 분들은 97년, 02년의 사건도 기억하셔야 정상이에요. 책에 나온 사건들 규모가 도저히 감추려 해도 기억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에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기억을 못하니 이건 아무래도…”

 “민화야, 혹시 네 말은 그 4가지 사건들에 관련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모두가 그 사건들을 잊어버렸다는 소리야?”

  시영이 말하는 도중 끼어들었고, 민화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아. 그렇게 생각될 수밖에 없어.”

 “그럼 시영아, 넌 어째서 그렇게 생각한 거니?”

  호야는 넌지시 시영에게 질문했다.

 “호야 씨는 07년에 대해 알고 계시잖아요. 검 집도 아마 그때와 관련된 거라 생각하고, 또, 왕을 처단했다는 말에 시선을 돌리셨죠. 그리고 그 붉어진 눈가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고요.”

  호야는 시영의 눈썰미에 감탄하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거렸고, 그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네 말대로 난 07년의 사건의 주역이라 볼 수 있어. 그리고 그 이후인 09년에도 연관 있는 사람이지. 그리고 너희보다 나이가 많고, 너희는 기억하지 못하는 02년 사건은 기억할 수 있었을 거야. 더군다나 난 그 이상 세계 현상을 몰라.”

  이상 세계 현상이라는 말에 세 사람은 일제히 고개를 들며 긴장된 눈빛으로 호야를 바라보았다.

 “너희들은 17년의 사건인 이상 세계 현상을 겪은 녀석들이겠지? 그렇다면 너희들은 이상 세계 현상만은 기억하고, 이 마을의 다른 사람들도 그 사건만은 알고 있지.”

 “아뇨, 그건 아녜요. 해방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이상 세계 현상도 잊어먹었대요.”

  시영은 고개를 저으며 호야의 말을 부정했다.

 “정말? 난 그 해방기가 없는데?”

  하지만 그의 말은 한 번에 무너지고 말았다. 해방기를 소지하지 않은 민화가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 정확히는 해방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 주변 사람들.”

  시영은 한 순간에 놀림거리가 되었다. 민화와 호야, 그리고 잘 웃지 않는 진혁(이터널)마저 그를 보며 쿡쿡 웃음을 참았다.

 “그럼 그 정보의 출처는 어디니?”

 “해방기를 제작한 유마라는 과학자분이요.”

  시영은 부끄러움을 참고 입을 열었고, 이터널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아, 미르 코퍼레이션.”

  호야는 넉살좋게 웃으며 시영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사실 시영이 네가 말하기도 전에 혹시나 해서 몇몇 사람들에게 이상 세계 현상에 대해 물어봤었거든. 차가워 보이는 사내, 캐주얼하게 입고 다니는 여인. 이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상 세계 현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더라고. 물론 앞서 말한 저 두 사람은 해방기라는 걸 가지고 있었고.”

  호야를 제외한 모두는 차가워 보이는 사내가 창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이유는 달랐지만, 모두 좋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얼핏 드는 생각인데, 시영이는 믿을 만한 녀석인 것 같아. 진혁이는 믿음직한 녀석인 것 같고.”

  호야는 웃으며 이야기했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시영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진혁이는 뭐랄까, 과묵하지만 든든하잖아. 시영이 너는 뭐랄까, 뭐든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은 녀석이고.”

 “그러니까 왜 우리들을 그렇게 생각했는지 궁금하다는 소리입니다.”

 “이유를 들어야해?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는 건데. 그래도 뭐, 형식적으로라도 이유를 대자면, 여행을 오랫동안 하다보니까, 뭔가 사람 보는 눈이 생겼어. 정도로 해석해줘.”

  시영과 진혁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비록 진혁은 뭔가 떨떠름하게 생각했지만, 반박할 거리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진혁아, 몸이 좋지 않아 보이던데 괜찮은 거야?”

  호야는 구부정하게 서 있는 진혁을 바라보며 걱정스런 눈길을 보냈다. 그때 시영과 민화의 시선도 진혁을 향했고, 특히 시영은 그에게 은근히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부상을 조금 입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당분간 휴식을 취한다면…”

  진혁은 욱신거리는 상처에 인상을 쓰며 옆구리를 움켜쥐었다. 무형과 사악한 존재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에 집중했기에 의식하지 않았었지만, 의식하니 고통이 몰아치듯 다가왔다.

 “진혁이도 무형을 사용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호야는 안타까움에 가방을 뒤져 질척거리는 연고를 꺼내 그의 상처에 발라주었다.

 “무형을 사용한다면 뭐가 좋은 건가요?”

  민화가 조심스레 호야에게 물었고, 호야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들에게 몇 가지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걸 자각했다.

 “아, 미안, 미안. 아직 할 말이 조금 남아있었어.”

  호야는 연고를 진혁에게 선물로 주었다.

 “무형을 사용하면 몸의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거든. 시영이는 뭔지 알고 있지?”

  시영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정신 집중을 할 때마다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는 걸 수도 없이 경험했었다. 비록 그 원리가 무형에 있다는 것은 방금에야 알 수 있었다.

 “너희들은 내가 사용한 무형이 무지막지하다고 생각했을 거야. 하지만 그 사악한 존재들은 이 정도의 힘도 부족했던 녀석들이었어. 단적으로 정신력의 질만은 시영이가 나보다 훨씬 뛰어나.”

 “네?”

  생각지도 못한 말에 시영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 무형으로 호야 씨만큼 강력한 파괴력을 낼 수 없어요. 더군다나 호야 씨가 그러셨잖아요. 전 스승님에게서 배운 것도 아닌데다, 무형 자체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어요.”

 “집중력은 무형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말 그대로 요소에 불과해. 무형이라는 것 자체는 무술이고, 몸을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야. 즉, 신체의 움직임에 정신력을 담아 위력을 높이는 것. 이 모든 것을 무형이라고 호칭한다는 말이지. 네 말대로 넌 스승에게 제대로 배운 게 아니니까, 무형의 질이 높은 게 당연할 수밖에 없어. 왜냐고? 정신 집중을 기본기 수련으로 본다면, 넌 기본기 하나만 줄기차게 연습했잖아. 그래서 집중력 자체는 최상급이야.”

  호야는 편안하게 말했고, 진혁과 민화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보이지 않는 시영의 정신력을 우러러보았다.

 “그리고 혹시라도 실수할까봐 불안한가본데, 그렇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어. 무형의 진가는 강한 신체의 움직임과 깨끗한 정신력의 조화로 이루어지거든, 어느 한쪽만 너무 뛰어나도 제대로 된 위력이 나오지 않아. 솔직히 네가 무형을 사용한답시고, ‘정신력 덩어리’ 즉, 구체를 던지는 행동을 봤을 때는, 엄청 당황했었거든. 그래도 한 번 정신력을 신체의 움직임에 담아볼래?”

  시영은 신체의 움직이며 정신력을 담아 보았다. 하지만 정신력의 질이 무색하게도, 신체의 움직임에 정신력을 전혀 담지 못했다.

 “호야 씨, 혹시 무형을 사용해서 ‘귀신과 사람을 분리’하는 일을 할 수 있나요?”

  민화가 조심스레 호야에게 물었고, 호야는 처음 듣는 사용법에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다.

 “해보지는 않았지만, 무형이 정신력에 관련되어 있으니 마냥 못하지는 않을 것 같아.”

  민화는 귀신 소동에서의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 시영은 정신력을 사용하는 무형을 사용할 수 있었고, 그가 귀신을 타격할 수 있던 것도, 강혁에게서 귀신을 분리해낸 것도 전부 무형과 관련돼있었다.

 “저도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그 스크롤, 혹시 당신의 것입니까?”

  이터널은 그가 사용했던 노란 대지의 메모리 스크롤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상태였다. 기존 스크롤의 사용법과는 전혀 다른 사용법. 그에게 뭔가 있다고 밖에 생각될 수 없었다.

 “아마 그럴 거야. 저 스크롤이라는 물건은 내 힘이 담겨 있는 물건이거든.”

  호야가 말을 마쳤을 때, 지친 시영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무형의 반동으로 인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치유를 위해 손에 구체를 들고 있었지만, 땀만 뻘뻘 흘릴 뿐, 상태가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이상 세계 현상이 일어날 당시에 내가 혜성 시에 있었어. 문제는 당시 겪었던 상황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신기하게도 시영이와 닮은 어떤 여인이 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에게 힘을 빌려달라면서 찾아왔거든.”

  호야는 슬그머니 시영을 바라보았고, 진혁과 민화도 그를 바라보았다.

 “그 여인에게 받은 거니?”

 “모르겠어요. 누군가에게 받은 건 기억나는데, 정확히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아요.”

  시영은 뜨거운 숨을 내뿜었고, 호야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뭐, 앞으로도 우리들의 힘을 잘 사용해주길 바라.”

  호야는 그럼에도 웃으며 그의 어깨를 토닥거렸지만, 시영은 자신감 없는 표정으로 입을 앙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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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World 13 무형-4(강혁) 2018 / 8 / 11 241 0 8752   
55 World 13 무형-3(유마) 2018 / 8 / 10 237 0 4574   
54 World 13-2 무형 2018 / 8 / 4 264 0 5408   
53 World 13-1 무형 2018 / 8 / 3 257 0 10136   
52 World 12-4 마법사 2018 / 7 / 28 266 0 4790   
51 World 12-3 마법사 2018 / 7 / 27 256 0 6519   
50 World 12-2 마법사 2018 / 7 / 22 272 0 5662   
49 World 12-1 마법사 2018 / 7 / 20 272 0 2825   
48 World 11-4 심야 식당 2018 / 7 / 15 248 0 6680   
47 World 11-3 심야 식당 2018 / 7 / 14 250 0 6119   
46 World 11-2 심야 식당 2018 / 7 / 13 277 0 10972   
45 World 11-1 심야 식당 2018 / 7 / 8 254 0 6451   
44 World 10-5 Trinity 2018 / 7 / 7 261 0 13607   
43 World 10-4 Trinity 2018 / 7 / 6 243 0 12442   
42 World 10-3 Trinity 2018 / 7 / 1 262 0 8403   
41 World 10-2 Trinity 2018 / 6 / 30 227 0 10650   
40 World 10-1.5 Trinity 2018 / 6 / 29 244 0 13820   
39 World 10-1 Trinity 2018 / 6 / 29 254 0 10804   
38 World 9-4 잠자는 공주 2018 / 6 / 24 259 0 7745   
37 World 9-3 잠자는 공주 2018 / 6 / 23 239 0 11530   
36 World 9-2 잠자는 공주 2018 / 6 / 22 251 0 23208   
35 World 9-1 잠자는 공주 2018 / 6 / 22 283 0 6406   
34 World 8-4 Who is FOW? 2018 / 6 / 19 283 0 9419   
33 World 8-3 Who is FOW? 2018 / 6 / 19 280 0 5891   
32 World 8-2 Who is FOW? 2018 / 6 / 19 250 0 5490   
31 World 8-1 Who is FOW? 2018 / 6 / 19 259 0 6364   
30 World 7-4 오해 2018 / 6 / 18 275 0 5282   
29 World 7-3 오해 2018 / 6 / 18 275 0 5699   
28 World 7-2 오해 2018 / 6 / 18 239 0 11517   
27 World 7-1 오해 2018 / 6 / 18 237 0 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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