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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세계의 환상
작가 : 아리본
작품등록일 : 2018.6.8

6개월 전 일어난 이상 세계 현상.
그 이후로 시작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World 10-1.5 Trinity
작성일 : 18-06-29 10:41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1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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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시영이 아미와 헤어지고 나서 한나절이 흘렀다.

 “힘이라…”

  사무소 식구들의 저녁을 챙긴 시영은 설거지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다. 곧 그의 몸은 책장 구석의 외로이 놓인 하나의 돌덩어리로 향했다.

  ‘뱀파이어의 마석.’ 블러드리아가 미처 폐기하지 못한 마지막 마석이었다. 시영은 그것을 잡아 뚫어져라 응시했다.

  시영은 한참을 바라보던 그것을 서랍 속에 넣어버렸다.

 ‘소민이도 폭주했던 힘이야. 적어도 뱀파이어보단 안전하다 생각된 포우도 내 실수로 인해 사람을 다치게 해버렸어.’

  시영은 노트 한 권을 꺼내 단숨에 적다 만 페이지를 폈다. 소인이 그를 찾아왔을 때 작성하던 그 노트였다.

  그 페이지엔 낙서처럼 보이는 온갖 동작들이 그려져 있었다. 시영은 그곳에 ‘나=환영’이라는 메모를 적어두고는 슬며시 눈을 감았다. 그러고선 ‘This Illusion’의 이미지를 생각하며,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온갖 생각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리던 시영은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떴다. 그는 자신이 그린 생각에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페이지엔 가로로 삼등분이 된 포우의 모습이 그려진 상태였다. This Illusion을 생각하고 그린 그림에 포우가 그려진 건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양 어깨에 그려진 금. 그것은 마치 구체의 회전과도 같았다. 조화되지 못하고 억지로 갈라진 모습. 마치 시영이 생성한 ‘이루어질 수 없는 양쪽 방향의 회전’과도 같았다.

 ‘벗어날 수 없는 건가?’

  구체, This Illusion, 그리고 포우. 이 모든 것이 조화롭지 못했다. 한쪽을 선택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나머지를 포기해서 얻는 손실은 너무나도 컸다.

  힘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시영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자신을 지킬 힘’만 있다면 충분하다 생각하는 시영이었다. 하지만 그가 지키고 싶은 것은 자신이 아니었다.

  ‘모두의 미소를 지키고 싶었다.’ 이상 세계 현상으로 잃어버린 사람들의 미소. 한 사람이라도 밝게 웃는 모습을 원했다.

  환영과 자신이 동일하다는 뜻은 지금으로서는 해석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아미는 바빠 보였고, 결국 시영은 텁텁해진 기분을 가진 채, 밖으로 나가버렸다.

 

 

 “오오, 시영아.”

  This Illusion을 수련하던 시영의 근처에서 강혁이 손을 흔들었다. 시영은 그의 모습에 수련을 중단하며,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꽤나 열심인 걸? 그것보다도 두 사람 아니었어?”

  This Illusion에 대해 잘 몰랐던 강혁은 그가 두 명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시영은 하는 수 없이 그에게 This Illusion에 대해 설명했다.

 “환영이라, 신기한데?”

  강혁은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환영의 움직임을 표현하려 했다. 신비로운 느낌에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 드리웠다.

 “그런데 강혁 씨는 어디 가시는 거예요?”

 “나? 나는 저녁 장사를 마치고, 잠시 장 보러 가는 길이지. 심야 식당을 준비해야 해서 말이야.”

  시영은 심야 식당이라는 말에 낭만적인 별 아래의 식사를 생각했다. 마침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들렸고, 강혁은 그 모습에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조금 이르지만, 오늘의 손님은 너 어때?”

 “네? 저 지금 돈 없는데요.”

 “심야 식당은 원래 돈 안 받아.”

  활짝 웃으며 식사를 권유하는 강혁의 친절에 시영은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하지만 지금 이 모습으로는…”

  시영의의 옷은 흙투성이였고, 이마에선 땀이 뻘뻘 흐르고 있었다.

 “음? 아냐, 괜찮아. 더군다나 지금 장 보러 가는 이유가 심야 식당에서 올 손님들을 위해 간단한 식재료만 사러 가는 거라서 그래. 집 가서 옷 갈아입고, 샤워 한 다음에 오면 되잖아.”

 “그렇군요.”

 “뭐, 묻고 싶은 것도 있고, 그래. 뭐 먹고 싶니?”

  시영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돈가스요.”

 “그래, 좀 이따 보자.”

 

 

 “자, 완성이요.”

  강혁은 시영에게 커다란 돈가스가 담긴 한 끼 식사를 건넸다. 먹음직한 모습에 시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정말 공짜로 먹어도 괜찮을까요?”

 “그럼. 심야 식당의 의도가 지친 사람들을 치유해주기 위해 기획한 거라서 말이야. 뭐, 최근에는 창연이 녀석 덕분에 심야 식당이지만, 10시에도 열고, 11시에도 열고 그랬거든.”

  돈가스 한 점을 입에 넣으려던 시영은 창연이라는 말에 포크를 멈췄다. 천천히 포크를 접시에 내려놓았다.

 “왜 그래? 설마 냄새만 맡고 배부르다는 건 아니지?”

 “그, 창연이라는 사람이 여길 자주 오나요?”

 “응. 당연하지. 고맙게도 녀석은 내가 만든 우동을 엄청 좋아해서 말이야. 유령 소동이 있던 날 기억해? 그 이후부터 하루에 한 번은 꼭 오던 녀석이었는데, 요즘 들어서는 잘 안 온단 말이야.”

  시영은 의외의 사실에 눈을 깜빡거렸다. 그저 냉혈한처럼 보였던 창연의 소박한 모습에 조금의 인간미를 느꼈다.

 “언제부터 안 오게 된 건가요?”

  시영은 돈가스를 드디어 먹기 시작했고, 강혁은 천장을 바라보며 기억을 더듬었다.

 “아마, 엄청 다친 날 이후? 며칠 됐을 거야. 누구한테 맞은 건지는 모르겠는데, 꽤 심하게 다쳐가지고 말이야.”

  강혁의 말이 끝나자, 시영은 사래가 들려버렸다. 창연을 두들겨 팬 그 누군가는 다른 사람이 아닌 시영 본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봐 괜찮아? 환영이랑 훈련하다 두 배로 지쳐버린 거야?”

  강혁은 다급하게 시영에게 물을 먹여주었다. 그는 몇 번의 기침 후에야 상태가 안정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환영이랑 훈련한 거랑은 전혀 상관없어요.”

 “아니 그게, 갑자기 네가 사색이 되더라고. 왜 그러는 거야?”

  거짓말을 못하는 시영은 당황한 마음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났었다. 갑작스레 입맛이 뚝 떨어졌고, 포크와 나이프를 접시에 올려놓았다.

 “왜? 입맛에 안 맞니?”

  강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시영과 먹다 남은 돈가스를 번갈아봤다. 시영이 썰어 놓은 돈가스 한 개를 음미했다. 특별히 맛이 이상한 건 아니었기에 강혁은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실은, 창연 씨를 공격한 게 바로 저에요.”

 “네가?”

  갑작스런 시영의 고백에 강혁은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시영이 싸움을 잘 할 것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거짓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하지만 공격 받았기에 어쩔 수 없었어요. 물론 결과적으로는 그 사람을 다치게 만들었으니 할 말은 없지만요.”

  시영의 표정에선 허탈감과 창연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했다.

  돈가스는 식어갔고, 강혁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시영을 곁눈질했다.

 ‘쟤가 사과할 일은 아니지 않나?’

  창연과 가깝게 지낸 강혁이었기에 그가 찾아온 마지막 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은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창연 본인이 그에게 시영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기에 휘말린 피해자인 시영의 태도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두 손을 모은 시영은 팔꿈치를 식탁에 대며 손을 이마에 가져다댔다. 마치 죄인이 죄를 회개하는 모습이었고, 강혁은 슬슬 시영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야, 밥 먹는 중에 뭐 하는 거야?”

 “죄송해요.”

  시영은 즉시 사과하고는 급하게 돈가스를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운 그의 행동에 강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시영아, 사실 나도 상황은 대충 알고 있어.”

 “강혁 씨가?”

  단숨에 돈가스 절반을 해치운 시영은 고개를 돌려 강혁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시영을 혐오하지는 않았지만, 걱정과 불쌍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거 솔직히 넌 정당방위고, 네가 포우라며? 그리고 왜 그렇게 인생을 힘들게 사는 거야?”

 “아무리 창연 씨가 먼저 그랬어도, 제가 그 사람을 다치게 했으니까요. 혹시라도 그 자리에서 제가 그의 목을 졸라서, 죽게 된다면…”

 “사람은 멱살 잡은 걸로 죽지 않아.”

  시영은 순간적으로 기억에 혼선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기억 속에선 그의 목을 졸랐다고 생각되었지만, 사실은 그의 멱살을 잡았을 뿐이었다.

  강혁은 귀신 사건 이후로 그에게 좋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 친근하게 반말로 다가간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영의 상태는 생각보다 이상했고, 그에게 가진 좋은 감정은 점점 나쁘게 변질되어갔다.

 “어떤 이유로 이성을 잃은 건지, 전혀 궁금하지 않아. 하지만 넌 포우라며. 6개월 전에 자연재해와 싸운 엄청난 녀석이 고작 이런 일로 겁을 먹고 있었다니…”

 “그게 제가 포우가 아니라…”

  시영은 그 순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상황은 최악이었다. 6개월 전 포우가 아니었음에도 포우가 되어버렸다. 거짓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렸다. 이미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말을 하면 할수록 모든 것이 악화된다.

  힘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랬기에 입은 자연스레 다물어졌다.

  강혁은 시영의 분위기가 조금 어두워진 것을 약간이나마 알 수 있었다.

 “아니, 그게 내가 널 기죽이려고 한 소리가 아니라, 여기서 꺾이지 말라는 소리였어.”

  시영은 눈을 깜빡이며, 강혁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눈의 초점은 사정없이 흔들렸고, 강혁은 그의 눈동자가 3쌍으로 보이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예… 꺾일 수는 없죠.”

  잠시나마 어두웠던 시영의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드리웠다. 그는 자연스레 돈가스를 모조리 먹어치웠고, 웃는 얼굴로 강혁에게 인사하며 접시를 넘겼다.

 

 

 ‘방금 그건 뭐였지?’

  시영의 접시를 설거지하던 강혁은 그가 계속해서 신경 쓰였다.

  한 순간에 드리운 어둠이 더 강렬한 빛을 맞아 사라진 느낌. 비록 빛이었지만, 결코 좋은 느낌이라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빛이던 어둠이던 어느 쪽이라도 좋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었다.

  슬쩍 시영을 곁눈질했지만, 그는 무서울 정도로 덤덤한 모습이었다. 스마트폰을 만지며 설거지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영아 혹시 북쪽 산에 갈 생각 있어?”

 “북쪽 산이요? 왜요?”

 “실은 되도록 안 가길 바라서 말이야. 하하. 창연이 녀석에게는 내가 나중에 네 이야기를 전해줄게. 알았지?”

 “네, 알았어요.”

  시영의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을 깜빡였고, 강혁은 그저 설거지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

 

 

  시영은 강혁이 설거지를 하기 전, 그에게서 재미있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그건 창연이 시영을 공격한 이유에 대해서였는데,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생명의 힘’이었다.

  블러드리아의 입을 통해 언급된 키워드. 시영은 마석 관련 사건이 다시 일어나질 않기를 바랐기에 그것을 얼마간 조사했었다.

  소인이 그의 노트북에서 봤던 ‘이상 세계 현상과 생명의 돌’의 관계는 이것 때문이었다. 생명의 돌에 대해 조사하던 시영은 ‘하나의 책’에 의해 여러 가지 일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것을 얼추 파악할 수 있었고, 그로인해 ‘이상 세계 현상’도 어느 정도는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섣불리 내린 판단이었기에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조사해볼 명분은 충분했다.

 

 “창연 씨가 정말 그랬어요?”

 “그래, 너와 포우를 쓰러뜨리면 ‘목소리’라는 녀석이 생명의 힘의 일부를 녀석에게 넘겨준다고 그랬대.”

  시영은 목소리라는 존재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도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로 인해 오컬트에게 한 때나마 적의를 품었던 적이 있었다. 목소리의 존재가 동일인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미 불쾌한 만남을 가졌기에 별로 듣기엔 좋지 못했다.

 “그나저나 생명의 힘이라니… 그런 무지막지한 힘이 있을까?”

 “있으니까 움직이지 않았을까요?”

 “그렇겠지?”

  강혁은 넉살 좋게 웃어 보이며, 시영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강혁은 여전히 그가 신경 쓰였지만, 지금은 그렇게까지 나빠 보이지 않았기에 속으로나마 안심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아까 그 말은 진심은 아니었어. 나도 포우와 널… 아니, 너(포우)를 응원하고 있거든. 모두의 미소를 위해?”

  강혁의 물음에 시영은 피식하고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복잡한 의미에 강혁은 마냥 따라 웃을 수는 없었다.

 “모두가 행복하게 웃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요. 헤헤. 썩 좋은 건 아니겠죠?”

 “아냐, 얼마나 멋진 목적인데. 뭐, 거기 나온 전문가가 시끄럽게 널 깎아내리기 바쁘지만, 적어도 나는 널 응원하고 있어.”

  강혁은 시영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 모습에 시영은 마음이 울리는 느낌에 코를 슥 문질렀다.

 “감사합니다. 강혁 씨.”

 “시영아, 네 구체 말이야. 그거 대체 정체가 뭐야?”

 “구체요?”

  강혁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래! 구체. 그때 네가 날 구해줬을 때랑, 내가 만지려 할 때, 그때 구체에 대해 너무나도 궁금했었거든.”

  마치 어린아이처럼 신난 강혁의 모습에 시영은 정신을 집중하여 구체를 생성했다.

 “이거요?”

 “그래! 이거야, 이거! 뭐랄까 처음 본 순간 이게 날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었거든. 그래서 만지려 했던 건데, 네가 못 만지게 하니까 조금 슬펐어.”

  강혁은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시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게 만져 보시면 아는데, 만지는 순간, 회전에 의해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요. 저조차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큰일이어서요.”

  강혁은 시영의 경고에도 호기심에 이끌려 구체를 손가락으로 툭 건드렸다. 그 순간 구체의 영향으로 인해 강혁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건들지 말라니까요.”

  시영은 즉시 구체를 소멸시켰다. 강혁의 떨림은 멈췄고, 그는 일순간 느낀 강렬한 느낌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대단해…”

  한참 만에 입을 뗀 강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비록 한 순간이었지만, 회전의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 느낌은 곧 강혁으로 하여금 경외심을 느끼게 했다.

 “나도 가르쳐 줄 수 있니? 아니, 있으신가요?”

 “존댓말을 해도 제가 누굴 가르칠 입장은 아니거든요. 그리고 저도 이렇게라도 쓰는 데에는 엄청 오래 걸렸거든요.”

  시영은 난감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강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부탁이야. 난 꼭 그걸 사용해보고 싶어. 그렇게 내 마음을 움직인 ‘구체’야. 꼭 구체가 아니어도 좋아. 뭐라도 알려주면 안 돼? 정말 간단한 거라도 상관없어.”

  강혁의 간절한 외침에 한참을 고민하던 시영은 결국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발동하는 건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아요. 제가 이걸 처음 봤을 때는, 신수라는 형이 사용하는 걸 보고 생각한 거예요. 그때 신수형이 저희 집에 놀러왔을 때, 장난으로 구체를 회전시켰고, 전 그 이후로 시간이 있을 때마다 ‘돈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계속해서 뭔가를 회전시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니까, 생각에서 나온 힘이라는 거야?”

 “그런 것 같아요. 다만, 이게 제가 13살 정도에 해서 약 5년이 걸렸거든요. 그래서 지금 당장 하실 거라고 장담은 드리지 못하겠어요.”

  5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기에 강혁은 이해하며 고개를 떨떠름하게 끄덕였다.

 “돈다는 생각을 하면 된다고?”

  하지만 고민할 시간에 한 걸음이라도 더 움직인다. 강혁은 적어도 이렇게 생각했다.

 “생각은 어떤 것이던 상관없어요. 구체의 회전은 얼마나 집중을 했느냐에 비례하거든요.”

 “좋아. 기다려봐.”

  강혁은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집중이라는 게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았다. ‘요리’에 대한 생각에 집중했지만, 계속해서 온갖 잡념과 더불어 다른 주제의 생각들이 집중을 방해했다.

  하지만 강혁은 포기하지 않았고, 인상을 찌푸리며 계속해서 ‘요리’에 대해 집중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그의 주변에서 흐릿한 물결이 생성되었다.

 “서, 성공인가?”

  시영은 화들짝 놀라 소리쳤고, 강혁은 성공했다는 소리에 즉시 눈을 떴다.

  그도 볼 수 있었다. 단지 1초 정도에 불과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흐릿한 물결이 분명 나왔었다.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구체는 아니었지만, 그도 집중력에 의해 뭔가를 생성할 수 있었다.

  신이 난 강혁은 마구, 마구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공했다는 마음으로 인해 제대로 집중을 할 수 없었고, 몇 십번의 재도전 끝에 결국 좌절하고 말았다.

 “다음에 해보세요. 저도 수 백번의 실패 끝에 성공할 수 있었거든요.”

  시영은 그가 그랬던 것처럼, 그의 어깨를 토닥였고, 강혁은 코를 훔치며 애써 침울한 감정을 이겨내려 했다.

 

 

 “그나저나 구체 물어보려고 부르신 거예요?”

 “그것 때문만은 아냐. 네가 포우라는 걸 알았을 때, 한 가지 의문이 든 게 있었거든.”

  시영은 그와는 많은 접점이 없었기에 그가 말하는 의문에 대해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때, 공사 현장에 몇몇 사람들이 모였을 때, 포우가 나타났었지. 즉, 네가 나타났었잖아. 그런데 왜 굳이 포우의 모습으로 나타난 거야?”

  그는 공사 현상에서 나타난 포우의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시영은 자신이 포우의 모습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했고, 한참을 기억을 되짚어 얼추 앞뒤가 맞게 말할 수 있었다.

 “그때는 위험할 수 있었거든요. 사실 소민이의 이상을 아파트 앞에서 확인했었어요. 그냥 무시하려 생각했지만, 도저히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허겁지겁 쫓아가던 중, 고속 씨가 소민이를 쫓아가는 걸 볼 수 있었고, 몰래 몰래 쫓아가다가 도중에…”

  시영은 해방기를 꺼내 슬롯을 지그시 눌러 포우의 모습으로 변했다.

 “와우…”

 “이렇게 갔던 거예요. 하지만 당시에는 제가 모습이 바뀐 것조차 몰라서 조금만 살피다가 다시 가버렸지만요.”

  그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하지만 강혁은 그가 모습이 바뀐 것조차 모른다는 말은 거짓말이라 생각하여 흘려들었다.

 “그래도 그 조금의 등장이 모두를 동요시켰잖아. 그것보다도 네가 나서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 아냐?”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가 나선다면 적게나마 소인이 창연에게 증오를 품는 일은 없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실은 이상 세계 현상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으려 했어요. 하지만 점점 생각을 바꾸게 됐죠. 정말 사람들의 미소를 위한다면 거창한 목표만 신경 쓸게 아니라, 사소한 도움을 주는 것도 올바를 것 같아서 말이에요.”

  시영의 깊은 생각에 강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생각에 동의했다. 또한 어떻게든 그가 사람들의 미소를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뭐, 잘 생각한 것 같아. 그리고 네가 정말 포우가 아닌 건 아니잖아? 그런데 왜 굳이 포우가 아니라는 투로 말하는 거니?”

  하지만 그를 이해할 수 없던 것은 포우와 자신을 별개로 생각하는 그의 입장이었다.

  창연의 증언과 더불어 시영이 마을로 돌아온 뒤 자주 나타나는 포우, 그리고 직접 봤기에 그가 포우라는 알리바이는 충분하고도 넘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영은 마치 포우에 대해 몰랐다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고, 강혁은 그것에 대해 전혀 동감하지 못했다.

 “그게, 전 정말 이게 포우인지 잘 몰랐거든요. 모습이 바뀌는 것도 잘 몰랐고…”

  더군다나 시영의 말 속에선 진심이 느껴졌다. 오히려 거짓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강혁은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뭐, 믿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믿어볼게.”

  강혁은 떨떠름하게나마 그를 믿어보려 했다.

 “감사합니다. 강혁 씨.”

 

 

  그 이후로 국수도 얻어먹은 시영은 든든해진 배를 두들기며 구체와 This Illusion의 연습을 위해 한적해진 공원을 찾았다.

 ‘창연 씨의 생각은 알았어. 그도 이용당하고 있던 거야. 원해서 날 공격한 게 아니란 걸 알았어. 그러니까 내가 빨리 생명의 힘에 대해 알아내야 해.’

  시영은 당분간 포우의 힘을 봉인하려 했다. 구체와 This Illusion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포우는 궁지에 몰렸을 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트에서도 침식된 포우, 그리고 시영이라는 확고한 자아가 존재했지만, 모두가 자신을 포우로 여기고 있는 차에 점점 자신을 잃어버리는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만약 구체와 This Illusion마저 없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정말 난 뭘까.’

  모든 힘과 자기 자신에게도 위화감을 느끼던 중, 조용히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시영아?”

  인기척의 주인공은 민화였다. 시영은 그녀를 보고 잠시 당황했지만, 곧 변함없이 미소를 보이며 손을 흔들었다.

 

 

 “이 시간에 여긴 무슨 일이야?”

  시영이 그녀에게 자판기에서 구매한 녹차를 건네며 물었다.

 “고마워. 실은 며칠 전에 본 로즈마리가 신경 쓰여서 말이야. 저대로 있으면 죽을 수도 있잖아.”

  민화는 애써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생각한 것보다는 멀쩡한 눈빛이었다.

 “그랬구나.”

 “그러는 시영이 너야말로 여기까지는 무슨 일이야?”

  민화의 물음에 시영은 몸을 움찔거렸다. 하지만 곧 심호흡을 하며 말을 천천히 이어갔다.

 “포우를 최대한 봉인하려고, 아무래도 나는 이 힘을 사용할만한 재목이 되지는 못하는 것 같아.”

  시영은 시선을 해방기에서 창연의 멱살을 잡은 공원 한 가운데로 옮겼다. 지금도 그때의 일이 눈앞에 생생했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잊어버리려 했다.

 “포우를 봉인해?”

 “내게는 포우 말고도 구체, This Illusion 등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있어. 더군다나 포우는 위험해. 최대한 힘을 조절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 그게 잘 되지 않는 것 같아.”

 “하지만 그건 네가 잘못한 게 아니잖아. 더군다나 창연 씨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고…”

 “그 이야기라면 이미 알고 있어.”

  시영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바람에 민화는 입을 모으며 말을 하지 못했다.

 “다들 믿지 못하는 것 같더라. 난 포우가 아니고, 포우라 불리는지도 몰랐는데. 휴우…”

 “정말 네가 포우가 아니니?”

  민화는 그에게 조심스레 물었고, 시영은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정말 네가 포우가 아니냐고 물은 거야.”

 “응! 정말 난 포우가 아니야. 이유는 얼마든지 들 수 있어. 그리고 난 포우라는 존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였어. 정말이야.”

  시영의 눈빛은 흔들리며 울먹였다. 민화는 볼 수 있었다. 거짓이 조금도 섞이지 않은 진실만이 담긴 눈빛을.

 “그럼 이거 기억 나?”

  민화는 두 손으로 그의 손을 포갰다.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이 마치 시영을 보듬듯 잡고 있었다. 온기가 전해지고, 눈은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이게 뭐야?”

  한참 만에 시영의 입에서 나온 것은 의문이었다. 민화는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이것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뭐야, 정말 아니잖아.”

  허탈하듯 터진 그녀의 웃음, 하지만 한편으로는 홀가분한 안심이었다.

 “저, 정말 믿어 주는 거야?”

 “그래. 믿어 줄게.”

  단 한마디였지만, 시영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한 번 터진 눈물은 봇물 터지듯 계속해서 흘러나왔고, 그는 애써 눈물을 닦아내려 했지만, 닦는 것보다 흐르는 게 더 많았다.

 “미안해, 눈물이 계속 흐르네.”

  시영은 코를 훌쩍이며 계속 눈물을 닦아내었다. 그 모습에 민화는 웃으며 손수건을 건넸고, 그의 등을 따스하게 토닥였다.

 “힘들면 울어도 괜찮아. 내가 언제나 믿어줄게. 넌 거짓말 잘 못하잖아.”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다. 멈추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시영의 눈물도 어느 정도는 진정되었고, 그들은 벤치에 앉아 가로등 아래에서 가만히 앉아 있었다.

 “창연 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긴 침묵을 깨고 민화가 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자칫 예민할 수도 있는 질문이었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묻지 못할 것 같았다.

 “이상 세계 현상의 피해자이자, 스스로를 원망하는 사내라고 생각해.”

 “그래? 그렇구나.”

  민화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넌 포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이번에는 역으로 시영이 물었다. 단순한 질문이었지만, 속에 담긴 의미는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시영은 포우의 존재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그랬기에 포우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도 알지 못했고, 그나마 약간의 조사를 통해 ‘도시전설’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가 묻는 의도는 단순히 포우의 존재에 대해서가 아닌 ‘포우라는 존재가 갖는 깊은 의미’에 대해서였다.

  민화는 어렴풋이 그의 의도를 알아챌 수 있었고,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자연재해와 단신으로 맞선 엄청난 사람이잖아. 뭐,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그 사람 덕분에 이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 세계 현상이 여기서만 일어나고 끝날 수 있었고, 그 때문에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자 사람들에게 영웅이라 칭송받아야 마땅한 존재?”

  시영은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 엄청난 존재가 자신 같은 사람과 비교된다는 것은 크나큰 실례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자신이 했던 일은 경찰들과 함께 사람들을 구조하는 것뿐이었고, 자연재해에 구체를 들고 맞설 엄두조차 내지 못했었다.

 ‘역시 봉인해야해. 그 분이 내게 이걸 맡겼다는 건, 봉인하라는 뜻이었구나.’

  시영은 의도치 않게 포우로 활약한 날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몸이 변했다는 것도, 그것이 사람들에게 희망을 줬다는 것도, 그리고 의도치 않게 표적이 되었다는 것 마저, 주제넘은 호들갑에 불과했었다.

  그리고 거짓말을 못하는 그의 특성상 얼굴 표정으로 모든 감정이 다 드러났고, 민화는 그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너무 그러지 마. 네가 한 일이 나쁜 일은 아니었잖아.”

 “예전부터 눈치 하나는 정말 좋았는데, 여전하구나.”

  시영은 그녀가 독심술이라도 쓰는 것 마냥 마음을 훤히 읽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표정에서 다 드러난다는 것은 알지 못했고, 그 바람에 민화는 그만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려버렸다.

 “얼굴에 다 쓰여 있어.”

  민화는 마냥 해맑게 웃어댔다. 시영은 거울이 없어 자신의 표정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악의 없이 웃는 그녀의 미소를 보고 자신도 따라 웃어대었다.

 “그런데, 시영아.”

 “응?”

  시영은 한결 밝아진 눈빛으로 민화를 바라보았다.

 “억측일수도 있는데, 그 포우와 널 다르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시영은 귀를 의심하며 고개를 갸웃거렸고, 인상을 쓰며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선을 행하는 사람은 누가 하던 옳은 일을 하는 거잖아. 그리고 네가 그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건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 중요한 건, 네가 시영이던 포우던 너는 널 잃지 않는 것 같아. 아무래도 조금 포우 때문에 네가 널 잃어간다는 느낌이었거든.”

  시영은 정곡을 찔린 것 같았다. 포우라는 존재로 인해 자신을 잃어간다는 느낌은 없잖아 있는 느낌이었다. 힘에 먹히듯 당연하다 생각하고 있었지만, 중요한 건 그것을 이겨내는 것이었다.

 “포우는 네가 원하는 목표인 모두의 미소를 위해 필요할 거야. 그리고 난 믿고 있어. 너라면 그 힘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을 거야.”

 “민화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미소를 지킨다는 그건… 하지 않았으면 해.”

  하지만 그녀의 본심은 지금부터 시작이었고, 예상치 못한 대답에 시영은 어리둥절했다.

 “너 또한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것 없잖아. 더군다나 넌 6개월 전의 그 사람이 아니야. 일반인인 네가 다른 사람들의 미소를 지킬 이유는 없어.”

  사실만을 말하는 탓에 시영은 반박을 할 수 없었다.

 “행복을 위한 희생은 결국 또 다른 슬픔을 낳고 말거야. 어쩔 수 없다는 건 알아. 하지만 그 희생하는 사람이 네가 아니었으면 좋겠어.”

  민화는 그를 걱정하고 있었다. 친구이기에 누구보다 그를 걱정하고 있었다. 오히려 생각하면 할수록 그가 희생하려는 부조리한 마음과 어이없는 동기에 마음이 아팠다.

 “네가 진짜 원하는 게 정말 널 희생하는 것으로 모두의 미소를 위한 거니?”

 “그것도 있는데, 아무래도 지금으로선 이상 세계 현상의 진실을 밝히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아.”

 “진실?”

 “내가 원하는 건 투쟁도 희생도 아니야. 물론 필요에 따라 희생을 해야 할 수밖에 없다면, 그건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진실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해야 한다면 그것만큼 이기적인 건 없다고 생각하거든. 물론 나도 내 자신까지 희생할 일은 나오지 않았으면 해. 그리고 충고 고마워. 아미 씨도, 강혁 씨도, 그리고 민화 너도. 모두 좋은 말 해줘서 고마워.”

  민화는 그의 말 속에 담긴 숭고한 무언가에 경의를 느꼈다. 여전히 희생은 옳지 않다 생각하고 있었지만, 적어도 그의 목적이 희생을 볼모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기에 그녀는 웃으며 반박하지 않았다.

 “시간 늦었다. 데려다줄게.”

 “괜찮아. 혼자 갈 수 있어. 나쁜 사람들이 나타나면 네가 나타나 줄 거잖아.”

  민화는 웃으며 혀를 살짝 내밀었고, 시영은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내일 아침에 일찍 가게로 와줄 수 있니? 새로 만든 빵이 있는데, 먹어줬으면 해.”

 “좋아. 대신 맛있게 만들어 줘야 해.”

 “응! 꼭 일찍 와야 해. 알았지?”

  민화는 해바라기처럼 밝게 웃으며 그에게 인사하고는 집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가냘픈 모습의 여인이었지만, 시영의 눈에는 절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하늘을 향해 높게 솟아오르려는 거대한 해바라기와도 같았다.

 “모두, 고마워요.”

  시영도 사무소로 돌아가기 위해 그녀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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