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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고양이 전쟁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8.6.9

길고양이를 전부 잡아들이자는 인간들의 선택과 그에 대해 반격하는 길고양이들.

 
또 다른 결말 1
작성일 : 18-06-23 19:38     조회 : 310     추천 : 0     분량 :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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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하네. 나 하나로는 분명히 부족하겠지만, 우선 나 하나라도 사과하겠어. 미안하네. 정말... 정말, 미안하네...”

  다시 찾아온 침묵. 하지만 아까 같은 한없이 무거워지는 침묵이기 보단 엄숙한 침묵이었다. 의원님의 사과 이후로 한 고양이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나머지 동물들, 심지어 호랑이도 지루해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 죽은 한 마리를 위해, 그리고 그 진정성이 보이는 사과 때문에 묵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묵념하고 있었다. 몇 분이 지나고 고양이가 한마디를 흘렸다.

  “...안 됩니다.”

  그 한마디는 나름 쌓아올려진 기대감을 한순간에 붕괴시켜버리는 한마디였다. 허탈한 표정으로 의원님은 앞에 있는 고양이를 바라봤다. 고양이는 아주 잠시 눈을 돌리더니 이내 똑바로 의원님의 눈을 마주하며 말을 이었다.

  “그 한마디로 저희들의 쌓여서 이젠 썩기 직전인, 몇은 이미 썩은 감정들을 풀 수는 없는 겁니다. 당신이야 정말로 우리와의 공존을 위해 여기에 왔고 그런 사과를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오로지 당신의 생각일 수도 있어요.”

  “그건 모르는 일이지 않는가...”

  한 눈에 보기에도 힘이 쭉 빠져버린 목소리로 의원님이 대꾸하셨으나 힘이 빠진 목소리로 이루어진 반박이나 의견 제시만큼 묵살되기 쉬운 것은 없다. 적어도 나는 살면서 그렇게 배웠다. 제우는 의원님에게서 시선을 떼고 울기 시작했던 고양이를 바라봤다. 시선을 받은 고양이는 눈물을 얼굴에 흐르게 두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 행위엔 무게감과 사형 선고와 같은 분위기가 섞여있었다.

  “그리고... 그 죽은 하나의 남은 가족들 중 누군가가 당신들을 용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제일 중요한 첫 단계부터 당신은 안 된 겁니다.”

  의원님의 표정은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그것이 비단 자신의 앞에 있는 호랑이가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당신의 협상은 실패로 돌아갔어요.”

  그 말을 끝으로 호랑이는 육중한 몸을 일으켜 한걸음씩 의원님에게 다가갔다. 의원님은 고양이의 마지막 단어인 실패를 곱씹듯이 입술을 꾹 다무신 채로 가만히 있으셨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가 생각이 나셨는지 뒤로 고개를 돌려 나에게 말씀하셨다.

  “미안하네...”

  호랑이의 그 큼지막한 앞발과 입이 의원님의 목덜미를 덮쳤고 피가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다 이내 시냇물처럼 졸졸 흘렀고 그 때 즈음 호랑이는 의원님을 내려놨다. 호랑이의 시선이 내게 닿자마자 일제히 모든 동물들이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나는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었고 솟구쳐 올라오는 공포감을 최대한 눌러 담은 채 자동차를 향해 몸을 돌렸다. 하지만 코끼리들의 발이 자동차를 짓뭉갰고 짓뭉개진 잔해 위를 아까 전에 내가 따돌렸던 치타가 올라가 서서 지배했다. 머릿속에 사면초가라는 사자성어가 밝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

 .

 .

 .

 .

 .

  눈앞에서 무릎을 꿇었었던 인간이 산산이 부서졌다. 나쁘지 않은 장면이었다. 고작 말 몇 마디로 모든 것이 좋게 해결될 줄 알았다면 그것은 큰 오산인 것이다. 그들 사이에서 깊게 뿌리내려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조차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 모르는 것일까. 알면서 말 몇 마디로 해결하려고 온 것이라면 그는 정말 멍청한 인간임이 분명하다. 그가 채운 기계를 그저 둔 채로 아직 남은 한 인간에게 다가갔다. 저 인간의 도주 수단과 도주 경로를 없앤 지금, 그는 망연자실한 채 모든 것을 포기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앞에 도착하고, 나는 말을 이었다.

  “어쩌시겠습니까, 당신은?”

  “무엇을... 말입니까?”

  “여기서 죽겠습니까, 아님 조금 더 살겠습니까?”

  “후자를 선택하면 뭘 해야 하죠?”

  “뭐... 여러 가지 잡일을 해주면 됩니다.”

  “노예와 같군요.”

  “당신들도 우리를 그렇게 대했을 때가 있었죠.”

  꽤나 불필요한 대화를 하고 있는 느낌이지만 이건 결국 저 인간의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 자신의 목숨을 중요시여기는 보통의 케이스라면 내 이 질문에 반드시 후자를 택할 것이다.

  “...어쩔 수 없군요.”

  나의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이참에 이 기계도 생겼겠다, 적어도 이 인간 하나를 여러 가지 일에 맡기기에 적합하다. 더군다나 그는 인간의 사회에 녹아들었었기 때문에 우리가 잘 모르거나 다루기 힘든 것들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알 것이다. 모르는 것은 그가 차차 알아가겠지.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등을 돌렸다. 등 뒤에서 한 인간의 울음소리가 들렸던 것 같지만 가볍게 무시하고 나를 바라보는 모든 동물들에게 외쳤다. 내 목소리가 아닌 이상하게 감정이 하나도 섞이지 않은 소리가 나왔지만 어떠랴, 이들도 다 알아듣는 언어이고 뒤에 있는 인간 또한 알아들을 테니 괜찮지 않은가.

  “방송을 시작합시다!”

  우리들의 세상이라는 무대는 이제 막을 걷어내기 시작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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