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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고양이 전쟁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8.6.9

길고양이를 전부 잡아들이자는 인간들의 선택과 그에 대해 반격하는 길고양이들.

 
그들의 이야기 3
작성일 : 18-06-21 17:47     조회 : 307     추천 : 0     분량 : 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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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합의죠? 우선 저희는 그런 것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만.”

  당연한 대답이긴 하다. 그들은 우리들이 펼친 정책에 반감이 있고 실제로 피해를 받아서 이런 일을 벌인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우린 그것을 원해.”

  이것 또한 당연한 대답이다. 실제로 의원님과 나는 합의를 보러 이곳에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벌써부터 합의라는 이름의 협상은 결렬이지 않습니까?”

  고양이는 기계를 통해 비꼼이 담긴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지금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늘어져있던 호랑이가 이빨을 드러냈다. 그들은 그들의 언어로 나오기 전에 말을 맞추고 온 모양이다. 의원님은 여태껏 내가 봐온 것 중에 최고로 긴장한 상태셨다. 식은땀을 흘리시며 긴장할 때마다 나오시는 버릇인 헛기침을 5초도 지나지 않아 반복하시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에라도 도망치고 싶으시겠지만 맹수 앞에선 등을 보이는 순간 끝이라고 생각하시고 있을 거다. 그게 사람이든 동물이든 말이다.

  “처음부터 결렬인 것처럼 보이는 협상도 대화를 통해 풀 수 있지.”

  “어떻게 그걸 장담하시죠?”

  “내가 살아오면서 배운 것 중 하나이기 때문이야.”

  그 말을 끝으로 동물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각자만의 소리를 내며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흡사 다른 나라의 사람들을 전부 모아두고 각자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들이 사람 같은 건지 사람이 동물 같은 건지 이 자리에 있으니 혼동이 오기 시작했다. 아마 이 일이 좋게 끝나든 나쁘게 끝나든 내 가치관을 조금 흔들어줄 것 같다.

  “우선 말씀해보시죠.”

  “우리가 원하는 건 이곳의 평화야.”

  “당신들만 없어지면 평화가 찾아올 텐데 말이죠.”

  “그건 자네들이 원하는 것인가?”

  “당연하죠.”

  “공존할 수는 없는 것인가?”

  의원님의 그 말에 고양이가 찬 제품에선 기계음으로 이루어진 조금은 소름이 돋을 만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공존이요? 하, 당신들이 내세운 그 정책은 그럼 공존을 위함이었습니까? 공존하겠다고 해놓고 늘 피해를 보는 건 우리입니다. 여기서 그럼 정확히 한 번 말해보시죠, 그 분은 왜 죽었어야만 했습니까?!”

  웃음 뒤에 따라오는 세찬 분노에 의원님과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여기가 회의장이었다고 치더라도 그 누구도 말을 선뜻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한 동안 너무 무거워 이대로 땅을 뚫고 가라앉지는 않을지 착각이 들 정도의 침묵이 이어졌고 그 침묵을 견디다 못 한 호랑이가 크게 울음소리를 냈다. 그리곤 고양이를 보더니 고양이와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 후에 이어지는 호랑이의 큰 입이 의원님의 머리를 향하는 광경, 난 다급하게 의원님에게 달려갔고 의원님은 가만히 있으시다가 머리를 바닥에 쿵 내리찧었다. 호랑이의 입은 빗나갔고 내 달림도 멈췄고 동물들의 시선 또한 의원님에게 멈췄다. 그리고 의원님은 고개를 조금 들고 짜내듯 한마디를 내뱉으셨다. 의원님의 이마에선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미안하네. 나 하나로는 분명히 부족하겠지만, 우선 나 하나라도 사과하겠어. 미안하네. 정말... 정말, 미안하네...”

  다시 찾아온 침묵. 하지만 아까 같은 한없이 무거워지는 침묵이기 보단 엄숙한 침묵이었다. 의원님의 사과 이후로 한 고양이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나머지 동물들, 심지어 호랑이도 지루해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 죽은 한마리를 위해, 그리고 그 진정성이 보이는 사과 때문에 묵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묵념하고 있었다. 몇 분이 지나고 고양이가 한마디를 흘렸다.

  “...우선 원하는 것을 들어보죠.”

  “이 곳, 인장구는 당신들이 써도 좋아. 다만, 우리도 나머지 구들이 수용할 수 있는 인구에 한계가 있어, 그럴 시에 이곳에 사람이 사는 구역을 만들어줄 수 있게 해줘.”

  “그게 전부입니까?”

  “나머지는... 차차 조정해나가면 되지 않겠나.”

  숙이고 있던 머리를 들어 올리시며 의원님이 고양이와 호랑이, 주위의 동물들을 전부 바라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양이가 의원님에게 말했다.

  “우선 이걸 빼주시죠, 저희들끼리 의논을 좀 해야 합니다.”

  그 말에 의원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제품을 목에서 풀어줬고 고양이가 큰소리로 울부짖으니 동물들이 같이 울부짖었다. 호랑이과 고양이 세 마리는 조용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나머지 동물들도 우리가 오기 전에 있었을 자리로 돌아갔다.

  의원님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이마에 흐르고 있던 피를 대충 손수건으로 닦으시곤 뒤를 돌아보며 내게 “가지.” 라고 말씀하셨고 난 고개를 끄덕이며 차의 문을 열었다. 의원님이 올라타시고 내가 운전석에 다시 앉은 후에야 의원님은 여태껏 참아온 감정들을 전부 쏟아내듯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에 내뱉으셨다. 천천히 다시 의원님이 있는 곳으로 차를 몰며 의원님께 말을 걸었다.

  “의원님은 이걸로 첫 동물과의 화합에 성공한 자가 되겠네요.”

  “처음인지 아닌지는 모르지. 누군가가 먼저 내가 한 일을 시도했을 수도 있어.”

  “다른 분들은 어찌 되셨을까요?”

  “어디 벙커에 숨어있거나 돌아가셨을 테지. 그 분들의 일은 차차 정리하면 될 거야.”

  “그런데... 이렇게 되면 의원님이 주최자가 되시는 거 아닌가요? 이렇게 쉽게?”

  “쉽다니, 이 사람아. 호랑이 앞에 무방비하게 가서 말이나 해보고 오게.”

  “어쨌든... 대단하세요, 고양이랑 이야기를 하실 생각을 하다니.”

  “고양이가 아닐세.”

  “네?”

  “‘제우’라네. 누가 우리를 향해 이름이 아닌 사람이라고 부르면 기분 나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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