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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굿나잇 파트너
작가 : 나비야
작품등록일 : 2018.6.11

“누워.”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시운이 젖은 머리카락을 가볍게 털었다. “둘이서 누워도 충분할 만큼, 침대도 가장 큰 거로 바꿨으니까.” 그 남자, 자꾸만 나를 침대로 끌어들이려 한다! [navi_yaa@naver.com]

 
<7> 술과 입술
작성일 : 18-06-20 17:02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4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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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술과 입술

 

 “술 마실래요?”

 

  조수석에 있던 로연이 물었다.

 

 “아니요.”

 “왜요? 우리 이제 친해져야죠. 내일부터 진짜 공개 연애하게 될 텐데.”

 

  막 운전석으로 올라탄 시운의 고개가 그녀에게 돌아갔다.

 

 “내가 좋은 곳 아는데, 거기로 가요.”

 “난 술 안 마십니다.”

 “그럼 술은 마시지 말고, 말동무라도 해줘요.”

 

  재헌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이기는 했지만, 아직 로연의 속에는 답답한 돌덩이가 얹혀 있었다. 오늘 밤은 술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혼자서 밤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옆에 있어 줄 사람이 필요했다.

 

 “자, 갑시다. 출발!”

 

  로연이 시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머지않아 두 사람을 태운 차가 출발했다.

 

 

   *  *  *

 

 

 “…여기가 좋은 뎁니까?”

 

  어이가 없어 실소가 삐져나왔다. 시운의 반응은 뒤로한 채, 로연은 옥상에 있는 판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좋은 데죠, 그럼. 이렇게 탁 트인 곳, 좋지 않아요?”

 

  어서 앉으라며, 로연은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두드렸다. 그리고 편의점에 들러 사 왔던 캔맥주들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여기 멋대로 올라와도 되는 겁니까.”

 

  하는 수 없다는 듯, 시운이 로연의 옆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괜찮아요. 내가 아는 데니까.”

 

  대수롭지 않게 대꾸한 로연은 차가운 캔맥주를 손에 쥐고, 뚜껑을 땄다.

 

  타악!

 

  시원한 소리와 함께 캔 뚜껑이 열렸다.

 

  꿀꺽꿀꺽, 로연은 지체없이 맥주를 들이켰다. 답답하게 말라 있던 입안에 차가운 기운이 흘렀다.

 

 “진짜 안 마셔요?”

 

  로연이 시운에게 캔맥주 하나를 내밀었다. 시운은 딱 잘라 고갤 저었다.

 

 “안 마십니다.”

 “술 못 마셔요?”

 “안 마시는 겁니다.”

 “그러니까, 못 마셔서 안 마시는 거 아니에요?”

 “아닙니다.”

 

  시운은 제 앞에 있는 캔맥주를 다시 로연의 앞으로 밀어냈다.

 

 “난 몸에 나쁜 건 안 하는 주의라서요.”

 “…으음, 그래요? 그럼 흡연도 안 하겠네요?”

 “당연하죠. 그렇게 치명적인 걸 왜 합니까?”

 

  시운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투였다. 로연은 벌써 세 번째 맥주캔을 따는 중이었다. 빈 맥주캔은 한곳으로 모아두었다.

 

 “그럼 이거라도 마셔요.”

 

  로연이 내민 건, 여러 음료수였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던 시운을 생각해 자신이 마실 맥주와 함께 사 온 것이었다.

 

  나름 종류별로 골라 담았건만, 시운의 시선은 영 마뜩잖았다.

 

 “말했다시피, 난 몸에 나쁜 건 안 합니다.”

 “…그냥 음료수일 뿐인데?”

 “탄산이 몸에 나쁘단 거 모릅니까?”

 

  결국, 시운이 선택한 건 투명한 생수병이었다. 로연은 뭐 이런 새침데기가 있나 하는 눈길로 시운을 흘낏댔다.

 

 “건강 염려증……, 뭐 그런 거 있어요?”

 “내 건강 내가 챙기는 게 이상합니까?”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조금 과한 것 같긴 하다고 생각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누구나 속사정이 있는 법이었으니,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었다.

 

  로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네 번째 캔맥주를 땄다.

 

  밤하늘은 새까맸고,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은 화려했다.

 

  문득, 로연은 생각했다.

 

  저 빛나는 야경처럼, 자신도 화려하게 반짝일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한 일일까.

 

 “…고마워요, 오늘.”

 

  술은 꼴깍꼴깍 넘어갔다. 로연은 빈 캔을 한쪽에 놓아두며 다섯 번째 캔을 집었다.

 

 “대충 눈치는 다 챘죠? 재헌이랑 나.”

 “…….”

 

  멀리 보이는 전광판에서 재헌의 모습이 떠올랐다. 눈이 부셨다. 전광판 안의 재헌은 굉장히 눈부셨다.

 

  이렇게 멀리서 쳐다보는 것이 고작일 만큼.

 

  그래서일까.

 

  소리도 없이 눈물이 새어 나왔다. 로연은 고개를 푹 숙였다.

 

 “…‘허니’라는 사람한테 계속 연락 오던데.”

 “…….”

 “그게 정재헌 씨입니까?”

 

  시운이 볼모로 잡아놓은 로연의 핸드폰에 매일 같이 연락하던 이가 있었다.

 

  ‘허니’라고 저장되어 있던 이름.

 

 “아, 그거 지워야겠다.”

 

  이제 생각났다는 듯, 로연은 자신의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곧장 연락처에 들어가 삭제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삭제를 해도 재헌의 번호는 머릿속에 저장된 상태였다.

 

  눈 감고도 외울 수 있는 이 번호를 과연 머릿속에서도 삭제시킬 수 있을까.

 

 ‘……자신 없는데.’

 

  그동안 재헌과 함께해온 시간을 모조리 저버릴 자신이 없었다. 혼자서는 도무지 자신 없는 일이라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시운의 제안을 받아들인 건, 그 때문인지도 몰랐다. 재헌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짠 한 번만 해요, 짠.”

 

  로연은 애써 눈물을 닦아내고 캔맥주를 내밀었다.

 

 “…….”

 

  시운은 말없이 생수병을 가져갔다.

 

 “짠!”

 

  캔맥주와 생수병이 서로 맞닿았다. 로연은 씩 웃으며 캔맥주를 단번에 들이켰다.

 

 “…너무 많이 마시는 거 아닙니까?”

 “이 정도로는 끄떡없어요.”

 

  벌써 한 쪽에는 비어있는 캔이 여러 개 쌓여 있었다. 로연은 물 마시듯 맥주를 들이켰다. 한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선선한 바람이 두 그림자 사이를 지나치듯 감싸주었다.

 

  야경을 내려다보며, 로연이 다시 말을 열었다.

 

 “나, 혼자서 잘 못 자요.”

 “…….”

 

  술이 들어간 탓일까. 로연은 저도 모르게 말을 뱉어냈다.

 

 “특히 밤에.”

 

  맥주를 홀짝이며, 그녀는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불면증입니까?”

 “아뇨, 불면증은 아닌데…… 어렸을 때 트라우마가 있어서요.”

 

  로연은 고아였다. 그런 로연을 집으로 데려와 키워준 건 다름 아닌 서 대표였다.

 

 “나, 어렸을 때부터 서 대표님 밑에서 자랐어요. 고아인 나를 많이 보살펴주신 고마운 분이시죠.”

 “…….”

 “서 대표님 곁에서 아역 때부터 연기했고, 소윤이와 재헌이는 그 시절부터 알았던 친구예요.”

 

  조곤조곤 이어가는 말소리가 노곤히 풀려 있었다. 술기운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증거였다.

 

 “어느 날은 서 대표님께서 밤늦게까지 들어오지 않으셨어요.”

 

  워낙 바쁜 분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 어렸던 로연은 먼저 잠들었다.

 

 “그런데 그때…… 도둑이 들었어요.”

 

  낯선 기척을 느낀 로연이 잠에서 깨어났다. 당연히 서 대표일 거라고 생각했건만, 그 상대는 도둑이었다.

 

  당연히 빈집이라 예상하고 들어온 도둑은 어린아이가 있음을 뒤늦게 발견했다. 어렸던 로연은 낯선 이의 침입에 겁을 먹었다. 소리조차 지르지 못했다.

 

  울먹거리는 로연이 시끄럽게 울음을 터트리기라도 할까 봐, 도둑은 날카로운 칼로 로연을 위협했다.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로연은 두 눈을 질끈 내리감았다.

 

 “…아무튼, 그때 이후로 혼자서는 못 자게 됐어요.”

 

  조용하게 흐르는 목소리에는 아직도 옅은 두려움이 느껴졌다.

 

 “지금은 시간이 꽤 많이 지나서 낮이나 아침에는 그래도 혼자 잘 수 있는데, 밤에는 여전히…….”

 

  다행히 나쁜 짓을 당하기 전에 서 대표가 돌아와 어렸던 로연은 다치지 않았지만, 그 공포감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말없이 로연의 목소리를 듣고만 있던 시운이 말문을 열었다.

 

 “나도, 혼자서는 못 잡니다.”

 “……?”

 

  푹 숙이고 있던 로연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나른하게 풀린 눈동자가 시운을 담아냈다.

 

 “너무 추워서.”

 “…추워서?”

 “난로연 씨와는 다른 이유지만, 나도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어요.”

 “……온기를 느낄 수 없으니까?”

 

  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언제나 짙은 추위에 시달렸지만, 특히 밤에는 더 심했다. 밤마다 살을 에는 추위에 시달리느라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한텐 난로연 씨가 필요한 겁니다.”

 “…….”

 

  너무 추워서 잠을 잘 수 없다…….

 

  사실 아직까지도 그 말을 믿기 힘들었다.

 

 “곁에 누군가가 있으면 잘 수 있는 겁니까?”

 

  문득, 시운의 물음이 들려왔다. 로연은 긍정의 의미로 고갤 끄덕였다.

 

 “잘됐네요.”

 “…뭐가요?”

 “난로연 씨의 체온이 날 데워줄 수 있는 것처럼, 내가 난로연 씨를 재워주면 되는 거니까.”

 

  서로 밤마다 잠을 설치고, 잠들 수 없는 거라면.

 

  게다가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걸 가지고 있다면.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로연은 시운에게 따스한 온기를, 그리고 시운은 로연에게 충분한 수면을.

 

 “이를테면……, 굿나잇 파트너라고 할까.”

 “…굿나잇 파트너?”

 

  그건 어디서 만들어낸 단어인지. 로연은 작게 웃음을 흘렸다.

 

 “그럴듯하네요, 굿나잇 파트너.”

 

  로연은 손에 쥐고 있던 캔맥주를 한꺼번에 들이켜고, 판자에 탁 내려놓았다.

 

 “잘 해봐요, 앞으로.”

 

  스윽, 로연은 시운에게 손을 내밀었다. 악수의 의미였다. 시운이 그 손을 잡으려던 찰나, 로연의 상체가 옆으로 쏠렸다.

 

  갑작스럽게 취기가 확 올라온 로연의 상체가 고꾸라진 것이다.

 

 “……!”

 

  예상치 못한 사고는 그때 일어났다.

 

  로연의 입술이, 시운의 입술로 다가와 툭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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