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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세계의 환상
작가 : 아리본
작품등록일 : 2018.6.8

6개월 전 일어난 이상 세계 현상.
그 이후로 시작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World 8-4 Who is FOW?
작성일 : 18-06-19 07:08     조회 : 289     추천 : 0     분량 : 9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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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연의 발언은 모두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하지만 모두 잠시 동안 당황했을 뿐, 그의 말을 믿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시영과 포우는 별개의 인물이란 것을 방금 전의 상황으로 알 수 있었고, ‘포우가 있는 곳에는 시영이 있다.’라는 명백한 알리바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창연은 그것들을 모조리 무시했다. 고속, 소인, 민화가 본인 대신 그의 말을 부정했지만, 그럴수록 창연은 더욱 완고해졌고 시영으로 하여금 차가운 긴장감을 주었다.

 ‘나도 혼란스러운데… 어쩔 수 없는 건가.’

  시영의 눈동자에 들어온 창연이란 사내는 이미 눈이 돌아간 상태였다. 마치 살인을 할 각오라도 된, 무서운 눈이라 느껴질 정도였다. 시영은 평화주의자에 가까웠지만, 저 상태라면 말이 통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민화야…”

  시영은 나지막이 민화에게 말을 걸었다. 마찬가지로 당황한 그녀는 떨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도망쳐.”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도망치기 시작했다. 언제 정신을 집중했는지 손에는 회전하는 구체가 들려 있었고, 시영은 그것을 귀찮은 듯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무엇이 그들을 달리게 하는가.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포우!’

  창연은 시영에게 살기어린 시선을 보냈고, 시영은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소인과 고속, 그리고 이터널은 정말 그가 포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데없이 추격전을 벌인 그들의 뒤를 쫓기 시작했지만, 왜 그들을 쫓고 있는지, 시영이 무슨 이유로 도망치는지, 그리고 창연은 어째서 그에게 살기를 내뿜는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세 사람 모두 달리지 않으면 그 무엇도 알 수 없다는 것만은 이해하여 달렸다.

 

 

  도망치던 시영은 그림자에 걸려 넘어졌다. 재빨리 몸을 일으켜 계속해서 다리를 움직였다.

 ‘지금 시각은 9시 9분 9초. 아, 몇 초는 지났군.’

  창연은 시계를 확인했고, 그가 그림자에 걸려 넘어진 것인 것을 알아챘다.

 “고속이형? 제가 잘못 본 건 아니죠? 분명 시영이형이 그림자에 걸려 넘어진 것 같은데요?”

 “혹시 지금 몇 시야?”

 “9시 9분이요.”

 “초는?”

 “19초요. 왜요?”

  지금으로부터 10초 전에 넘어진 시영. 고속은 어이없음에 코웃음을 쳤다.

 “이 마을은 하루에 24번 정도 그림자에 걸려 넘어질 수 있어. 그것은 매 시, 매 분, 매 초가 같을 때 일어나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림자에 걸려 넘어질 확률은 극히 희박해. 작정하지 않는 이상 누가 매 시, 매 분, 매 초가 같을 때 그림자에 발이 걸리겠어? 저 녀석… 재수 하나는 더럽게 없네.”

  소인은 의외의 사실에 기묘함을 느꼈다.

 

 

  창연은 날카로운 얼음 창을 시영에게 던졌다. 그를 향한 살기가 더해진 평소보다 더 사나운 물건이었다. 하지만 시영의 의외의 재빠름으로 인해 그의 팔을 스치며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실망하거나, 아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얼음 창이 스친 시영의 팔에선 피가 나왔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마음만 먹으면 얼음 창은 얼마든지 생성할 수 있었다. 그가 제일 자신 있는 분야는 정밀함에서 나오는 ‘투창’이었다. 근거리에서 그와 겨루는 것보다 투창으로 승부하는 것이 오히려 창연에겐 더욱 이득이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미리 설치해 둔 함정이 있었고, 그것은 어느새 시영의 발밑에서 존재감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조금 전, 싸웠던 스펀지는 물을 머금어 젖어있는 상태였다. 민화를 잡고 도망칠 때, 물이 사방으로 튀어 이곳저곳이 흥건해진 상태였고, 그는 몇 군데를 얼렸다.

  그의 바람 이상으로 시영은 제대로 걸려들었다. 팔, 다리, 어깨 등 다양한 부위를 바닥에 부딪치며 데구루루 정신없이 굴렀다.

 ‘!’

  창연은 지금이 그의 숨통을 끊을 가장 절호의 기회라 확신했다. 속성으로 얼음 창을 만들어 그를 향해 힘껏 던졌고, 그것이 그의 목에 닿기 직전,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은은히 드러났다.

  하지만 그의 확신은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얼음 창으로 시영을 꿰뚫었다 생각했지만, 그는 마치 환상처럼 연기를 일으키며 서서히 사라져갔기 때문이었다.

  죽었다고 느낄 수 없었다. 팔에 흐르는 피처럼 새빨간 피가 터져 나와야 했다. 연기처럼 사라지는 건 용납할 수 없다.

 “This Illusion. 조금은 익숙해진 것 같아.”

  시영은 환영과 자신을 바꿔치기 하여 반대편으로 도망쳤다.

  창연은 시영이 자신을 유도하고 있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일은 없다 생각하여 그를 계속해서 쫓아갔다.

 

  시영은 자신들을 쫓아오던 고속, 소인, 이터널과 함께 다시 달렸다.

 “시영이형. 대체 무슨 일이에요?”

 “그것보다 왜 쫓아온 거야?”

 “그야, 당연히 형을 걱정해서 쫓아온 거죠. 그것보다도 무슨 일이에요?”

  소인은 숨을 헐떡거리며 물었지만, 시영은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와는 달리 그들이 자신을 쫓아온 것을 불쾌하게 여기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시영이라 했나?”

 “당신은?”

 “이터널이라 하는 녀석이지.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이터널은 달리는 와중에도 시영에게 정중히 물었다. 마치, 귀인에게 말을 거는 것 같이 조심스러웠다.

 “죄송하지만…”

  시영은 또 다시 연기처럼 사라졌다. 갑작스레 눈앞에서 벌어진 환상에 세 사람은 브레이크를 거는 것처럼 급히 다리를 멈췄다.

 “…질문은 나중에요!”

  시영은 찢어진 철조망 사이로 몸을 숨겼다. 너무나도 기상천외한 도주경로에 세 사람은 혀를 차며 그를 쫓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그들에게 합류한 창연은 한 겨울마냥 새하얀 김을 내뱉었다.

 “저 방향은, 공원이다. 녀석은 공원을 향하고 있지.”

  창연의 검지가 가리키는 방향은 공원이었고, 세 사람은 그 이야기에 일리가 있다 생각했다.

 “그 아가씨 때문인가?”

  창연은 시영과 같이 있던 당고머리의 민화를 떠올렸다. 유독 그가 그녀를 아끼는 모습을 여러 차례 봤던 덕분에 쉽게 연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과거의 로웬 공주와 자신의 모습이 겹쳐졌고, 이를 바득 갈며 성큼성큼 공원을 향해 달려갔다.

 

 

  창연의 예상대로 공원에는 민화가 곤란한 표정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시영은 민화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이곳으로 유인한 것이다. 창연은 확신할 수 있었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니 시영의 처리가 망설여졌지만, 죽은 듯이 잠자는 공주를 생각하여 사악한 각오를 되뇌었다.

 ‘지켜야 할 대상을 미끼로 쓰는 녀석이다. 그럴 것이다. 용서할 수 없다. 포우…’

  그때 어디선가 ‘힘차게 회전하며 돌아가는 소리’가 그의 귀를 자극했다. 그것은 점점 거세졌고,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대체 무슨 소리가…’

  창연이 그것을 자각한 것은 최대의 실수였다. 그가 소리를 듣기 위해 고개를 돌리자, 풀숲에서 시영이 기합소리를 내며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뒤늦게나마 창연이 대응을 해보려 했지만, 이미 시영은 창연을 향해 또 다른 구체를 머금은 발을 내밀었다.

  설상가상으로 공원을 향해 회전하는 구체가 창연을 향해 달려들었고, 시영과 함께 앞뒤로 공격하는 탓에 피할 수 없었다.

 ‘설마! 아까 그 구체인가?’

  창연은 그것이 그가 공원에서 도망칠 때 던졌던 그 구체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즉, 그가 창연을 이곳으로 유도한 직감은 정답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달랐다.

 “시영아…?”

  민화는 그를 바라봤고, 시영은 민화가 이곳에 있는 것을 알자, 당황한 기색을 금치 못했다. 창연의 생각과는 달리 시영은 그저 창연을 제압하기 위해 공원으로 유도했을 뿐, 민화를 미끼로 쓰려는 것은 아니었다.

  집중력이 흐트러져버린 시영은 발에 감긴 구체가 빛을 잃어 사라져버렸다. 더불어 창연의 뒤를 급습하려던 구체는 갑작스레 불안정한 회전을 보이며 궤도를 벗어났다.

  시영의 발은 창연의 가슴팍에 큰 소리를 내며 명중했다. 머릿속에 붉은색이 가득한 크나큰 충격에 창연은 자연스레 가슴을 움켜쥐었다.

  궤도를 벗어난 구체는 시영의 얼굴을 거머리처럼 덮쳤다. 시영은 구체의 영향으로 몸을 주체할 수 없이 멀리 밀려나갔다.

 

  ‘구체’의 시전자인 시영은 누구보다도 구체라는 개념의 특징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다.

  구체의 생성 조건은 그가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구체는 완전한 구형에 가까울수록 오랫동안 회전할 수 있었고, 이것은 그의 집중력의 질에 비례하여 생성되는 것이다.

  특히 대충 던졌다 보인, 지금의 구체는 완전한 구형에 매우 가까웠기에 그 회전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구체를 해제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집중력과 연관이 있었다. 하지만 고속으로 회전하는 구체가 얼굴에서 춤을 추고 있는 지금 상태로는 그는 집중을 할 수 없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창연도 세게 얻어맞았기에 덩달아 싸우지 못하는 상태였다.

  뒤늦게 도착한 세 남성은 각기 다른 두 사람의 모습에 섣불리 다가설 수 없었다. 더군다나 그 사이에 선 민화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몸을 벌벌 떨었다.

  그리고 그때, 구체에 닿은 시영의 근처에서 또 다른 시영이 나타났다.

 “This Illusion?”

  그 모습에 고속은 며칠 전, 그가 아미에게 전수받던 때를 생각했다. 당시에는 잘 다루지 못했었지만, 지금은 꽤나 자연스러워진 모습이었다.

  그렇게 환영과 바꿔치기한 시영은 나무를 지지대 삼아 털썩 주저앉았다. 그에 맞춰 창연은 그 나무에 창 한 자루를 던져버렸다. 마치 그를 향한 마지막 경고메세지라도 되는 것처럼 나무는 크게 울리며, 낙엽이 되려는 잎사귀들이 사르르 떨어졌다.

 “포우…”

  창연은 가슴을 움켜쥐며, 분홍색 포션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더욱 살기가 새긴 그의 눈빛에 시영은 몸을 벌떡 일으켰다.

 “뭘 원하는 거지?”

  시영의 물음에 창연은 괴로운 기침을 두어 번 한 다음에야 입을 열었다.

 “창 끝에 묻을 색을 결정하는 한 편의 춤을 춰보지 않겠나?”

  창연은 창 끝으로 시영을 가리키며 말했다. 시영은 그가 최대한 자신에게 예를 표하기 위해 돌려서 말했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대답에 등골은 더욱 오싹해졌다.

 “미안하지만, 아픈 건 싫어서 말이야. 더군다나 증거도 없이 사람을 포우로 몰아세우는 건 꽤나 큰 실례라고 보는데?”

 “그런가? 사과하지.”

  창연은 고개를 살짝 숙여 그에게 사과를 표했다.

 “그리고 증거 말인가?”

 “그래. 증거.”

  창연은 그의 물음에도 오히려 당당하게 나왔다. 시영은 적반하장으로 그에게 강하게 나왔었지만, 그의 입가에 올라온 차가운 미소에 긴장을 느꼈다.

 “일단 이걸로 시작하지.”

  창연은 자신의 허리춤에 장착된 흑색 해방기를 꺼내들어 슬롯을 지그시 눌렀다. 그의 모습이 ‘하늘색 갑옷을 입은 기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외모와 체형은 변하지 않았다. 바뀐 것은 의복뿐이었지만, 분위기 자체는 다른 사람인 것 마냥 변해버렸다.

  시영을 제외한 모든 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시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골목이었나? 자네가 저 은색 머리칼 소년과 경찰 두 명과 함께 오컬트들을 상대하던 때, 보고 있었지. 미행은 취향이 아니지만, 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믿을 수 없었지. 자네가 해방기의 슬롯을 눌러 포우로 변하던 그 모습을!”

  시영은 당황한 기색을 금치 못했다. 그 모습에 창연은 전에는 볼 수 없던 미소를 지었고, 얼음 창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포우와 시영이형이 따로 있는 그 모습은 어떻게 설명할거지?”

  소인이 시영의 앞을 막아서며 창연에게 물었다. 그의 모습에 은근히 낯이 익었던 창연은 그를 자세히 바라보더니 이내 피식 비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 보니 은색 머리칼, 자네는 일주일도 전에 쓰러뜨렸던 그 광인과 매우 닮았군.”

 “뭐?!”

  소인은 그의 말에 어렵지 않게 광인이 뜻하는 사람이 ‘소민’이라는 걸 알아챘다.

 “공사 현장이었나… 힘은 훌륭했지만, 결국에는 이 몸의 승리로 막을 내려버렸지.”

 “그럼… 소민이를 쓰러뜨린 건?”

  창연은 생성한 창연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말했다.

 “그렇다. 이 몸이다.”

 “그럼 그때 소민이를 죽이려 한 건… 단순히 위험해서가 아닌, 네놈의 손으로 완전히 끝장내기 위해서…?”

 “그렇다.”

  창연은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원하리만큼 그의 대답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소인의 감정은 철을 녹이는 용광로처럼 들끓기 시작했다.

 “소인아…”

  시영은 소인의 감정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어느새 사슬을 꺼내든 손을 피가 날 정도로 세게 잡고 있었다. 이미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지만, 시영은 소인을 강하게 말릴 수 없었다.

  이미 블러드리아의 집에서의 행동과 최근 그가 보여준 이상 행동으로 인해 시영은 소인을 껄끄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에게 악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가 보여준 가족을 향한 애정과 더불어 순수할 정도로 쉽게 분노하는 걸 깨달아버렸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손에서 막 붉게 물들기 시작한 사슬은 앞에 보이는 가족의 원수에게 그 분노를 여지없이 드러내버렸다. 창연은 잠시 당황했지만, 평소 이상으로 빠른 사슬의 속도에 별다른 저항을 하지도 못하고 묶여버렸다.

 “분노는 쉽게 잠들지 못하지…”

  사슬에 전해진 분노에 창연도 어느 정도 그의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소인은 그의 말을 단순한 비아냥으로 알아들었고, 입술을 피가 나도록 세게 깨물었다.

 “입 닥쳐!”

  소인은 그림자 스크롤을 꺼내 사슬에 꽂았다. 그림자를 삼킨 사슬은 검은 형체로 물들어 창연의 몸에 더욱 강하게 감기며 침식되듯 그의 몸을 점점 까맣게 삼켜버리려 했다.

 “스크롤인가? 뭐, 있는 걸 사용하는 건 전혀 나쁜 게 아니지.”

 “아까부터 그 주둥이 계속 놀릴래?!”

  소인의 분노를 넘은 격노에 창연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가 고개를 들어 소인을 똑바로 바라본 순간, 소인의 얼굴을 제외한 모든 것이 얼어버렸다.

 “이, 이건!”

 “아무래도 스펀지가 나타난 건 이 몸의 승리를 위한 최고의 절정이로군!”

  스펀지와 싸우고, 땀을 흘렸기에 소인을 비롯한 모두의 몸은 조금이나마 젖어있던 상태였다. 그랬기에 창연은 소인을 너무나도 쉽게 얼릴 수 있었다.

  그림자를 삼킨 사슬은 얼어버린 주인의 영향을 받아 그림자를 뱉어냈고, 꽁꽁 얼어붙었다. 창연은 그것을 힘을 주어 부숴버렸고, 얼어붙은 소인도 깨지듯 바닥에 쓰러졌다.

 “포우, 광인, 그리고 정보상과 이터널. 검은 모자와 포우가 어째서 둘인 게 궁금한 건가?”

 “안 궁금해 새끼야…”

  소인은 엎드린 상태에서도 그를 향한 분노를 내보였다. 가까이 있던 시영이 그에게 손을 댔지만, 손끝에서부터 느껴지는 절대영도의 추위에 손을 댈 수 없었다.

 “This Illusion이라면 설명이 가능하지. 검은 모자가 두 사람이 되고, 둘 중 아무나 해방기의 슬롯을 누르면 검은 모자와 포우가 동시에 존재하는 게 가능하지.”

 “어째서 그런 가설이 나온 거지?”

  고속이 소인에게 다가가 포션을 먹이며 창연에게 따지듯 물었다.

 “직접 봤고, This Illusion으로 만들어진 환영은 진짜 같은 환영이자, 환상 같은 진실. 포우, 자네가 환영과 위치를 마구 바꿔대던 그게 This Illusion이라는 걸 증명하지.”

  그 말로 고속은 창연의 설명에 해방기가 떨어진 이유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해방기의 슬롯, 이걸 눌러본 적이 있는 사람이 있나?”

  창연의 질문에 아무도 손을 들지 못했다. 그러다가 시영이 마지못해 손을 들었고, 모두가 그 모습에 의아하게 생각했다.

  해방기 소지자들은 해방기를 단순히 ‘이상 세계 현상’을 없애는 기계장치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슬롯을 눌러본다는 생각은 단 한 사람도 해본 적 없었고, 정확히는 버튼도 아닌 슬롯을 누른다는 생각을 그 누구도 하지 못했었다.

 “포우가 있는 곳에는 항상 저 검은 모자가 있다. 정확히는 포우는 검은 모자고 This Illusion을 사용해 자신임을 숨겨왔던 것이다.”

 “아냐! 그렇지 않아! 숨길 생각은 전혀 없었어! 난 정말 포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고!”

  시영은 손짓으로 그의 의견을 부정했다. 하지만 창연의 대답은 너무나도 완벽한 알리바이이자, ‘정체를 숨기는 영웅’이란 구절에 가장 잘 부합했기에 정작 당사자의 진심이 담긴 외침이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결국 민화마저도 시영의 외침을 의심했고, 시영은 울먹이기 시작했다.

 “대체 왜 믿어주지 않는 거야…”

 “지금까지 계속해서 자네를 지켜봐왔다. 그야말로 이 몸의 시련에 어울리는 덧없는 사내더군. 자네에게 개인적인 원한은 없지만, 이 몸의 목적을 위해 피로 물든 한 편의 비곡(祕曲)을 써내려가지 않겠나?”

 “비밀스러운… 곡조?”

 “그렇다. 기사로서 자네에게 권유하는 마지막 예의라 할 수 있지. 비곡을 써 내려갈 잉크는 자네의 붉은 피요, 펜은 이 몸의 얼음 창이다. 그리고 저 광인은 절정의 비곡의 흥미를 돋울 ‘전조’와 다름없는 존재.”

  소인은 자신을 물건 취급 하는 것에 분노하여 땅바닥을 주먹으로 세게 쳤다.

 “아니, 난 싸우지 않아. 오해를 풀 거야. 민화야, 소인아, 고속이형, 이터널 씨. 전 정말 포우라는 존재를 방금에야 알았고, 숨길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소인은 한 사람씩 눈을 마주치며 자신의 진실을 전하려 했다. 하지만 모두 그에게서 시선을 돌렸고, 창연은 안쓰러운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그들뿐일까?”

 “…무슨 소리지?”

 “아가씨, 한 번 설명해주시죠. 정보상이나, 이터널, 광인… 아니 전조 네 녀석이라도 말해주지 그래?”

 ‘어떻게 말하라는 거야…’

  민화는 두 눈을 질끈 감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심하군.’

  이터널은 역시 고개를 돌린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네놈 말은 안 들어… 이 몸이 회복 되는 순간 죽여 버릴 거야…”

  소인은 살기를 내뿜으며 이를 갈았다.

 “시영아 넌…”

  결국 고속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도 말하기 상당히 껄끄러웠다. 하지만 언젠간 그도 알아야 했기에 힘들게 입을 열었다.

 “언론에서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혔어. 최근에 한 인터뷰로 인해… 네가 어떤 생각으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모두가 널 믿지 못해…”

  TV를 안보는 시영으로선 처음 듣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랬기에 충격은 더더욱 배로 다가왔고, 진실이 거짓이 돼버린 상황에 머릿속이 칠흑처럼 새카매졌다.

 ‘창연이 녀석…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더군다나 저 녀석은 기사답지 않은 녀석이긴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선은 지키는 녀석인데. 대체 왜 저렇게 까지 시영이를 몰아붙이는 거지?’

  고속은 의문을 품었다. 그가 이렇게 까지 한 사람을 몰아붙인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창연도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지만 가슴팍에 맞은 그의 발차기를 맞고 생각이 바뀌었다. 회전하는 보라색 무언가가 다리에서 사라졌지만, 충격만은 그대로 전해졌었다. 평소 지는 것과 실패할 것을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그와 제대로 붙는다면 질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는 도시전설의 포우. 그랬기에 스스로도 이런 부조리한 상황은 이해할 수 있다.

 “자, 포우! 와라!”

  창연의 외침에 시영은 억울함에 벌벌 떨며 품속에서 해방기를 꺼내들었다.

 ‘왜 모두 믿어주지 않는 거야…’

  그때 붉은 스크롤을 스스로 해방기 속으로 들어갔다.

 ‘난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고 싶었을 뿐이고…’

  시영은 그것을 왼손으로 들었다.

 ‘This Illusion을 같이 사용해서 보다 효율적으로 누군가를 돕고 싶었을 뿐이야…’

  해방기를 잡은 왼손은 뺨 위치까지 올라갔다.

 ‘그저…’

  떨리는 엄지가 해방기의 슬롯으로 천천히 움직인다.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웃음을 보고 싶었을 뿐인데…’

  엄지가 해방기의 슬롯을 누르고, 몸은 하얗게 변했다.

  하얀 몸이 붉게 타오르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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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World 10-1.5 Trinity 2018 / 6 / 29 249 0 13820   
39 World 10-1 Trinity 2018 / 6 / 29 261 0 10804   
38 World 9-4 잠자는 공주 2018 / 6 / 24 265 0 7745   
37 World 9-3 잠자는 공주 2018 / 6 / 23 245 0 11530   
36 World 9-2 잠자는 공주 2018 / 6 / 22 258 0 23208   
35 World 9-1 잠자는 공주 2018 / 6 / 22 289 0 6406   
34 World 8-4 Who is FOW? 2018 / 6 / 19 290 0 9419   
33 World 8-3 Who is FOW? 2018 / 6 / 19 286 0 5891   
32 World 8-2 Who is FOW? 2018 / 6 / 19 256 0 5490   
31 World 8-1 Who is FOW? 2018 / 6 / 19 265 0 6364   
30 World 7-4 오해 2018 / 6 / 18 281 0 5282   
29 World 7-3 오해 2018 / 6 / 18 280 0 5699   
28 World 7-2 오해 2018 / 6 / 18 244 0 11517   
27 World 7-1 오해 2018 / 6 / 18 244 0 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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