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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고양이 전쟁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8.6.9

길고양이를 전부 잡아들이자는 인간들의 선택과 그에 대해 반격하는 길고양이들.

 
고양이들의 이야기 4
작성일 : 18-06-16 20:44     조회 : 331     추천 : 0     분량 : 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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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자리가 과연 내가 늘 참석해오던 그 자리가 맞을까? 문자적인 의미만을 두고 보자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문자적인 것 이외의, 즉 비문자적인 것들로 미루어보자면 여긴 내가 늘 나온 그 회의라고 보기엔 약간 달랐다. 그들의 표정과 그로 인해 보이는 감정들은 흔히 이 자리에서 봐왔던 그것은 아니다. 그래, 굳이 비유하자면 최후의 회의 같은 느낌이다.

  분노라는 감정은 익히 보고 듣고 느꼈다. 그 감정의 발동 조건은 가지각색이지만 대체적으로 슬픔, 불합리, 불의, 언쟁, 몸싸움 등등이다. 하지만 이 감정은 그 불타는 속도만큼 꺼지는 것 또한 빠르다(적어도 내가 봐 온 것들은 그랬다). 그래서 이 회의에서 분노라는 감정이 한 주제나 이야기를 통해 퍼져나가도 금방 다시 진정되고 다양한 감정들이 표현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모든 고양이가 한마음 한뜻으로 분노를 드리우고 있고 심지어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물론 그것은 나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지경이 된 것엔 냉정하게 말해 특별하다면 특별했고 예상이 가능했다면 가능했던 일이 영향을 끼쳤다. 여태까지 지켜보자는 의견을 지켜온 별의 배우자가 어제, 정확히는 오늘 새벽에 인간들의 그 정책의 영향으로 죽었다. 별이 오늘 이른 아침에 산책을 하다가 옆에서 흐르는 물 위에 익숙한 색의 동물이 떠있어서 집중해 들여다보니 그 동물이 별 자신의 배우자였던 것이다. 별은 그 즉시 슬픔과 분노를 느꼈고 이렇게 회의가 다시 긴급소집으로 열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긴급소집을 지배하는 단 하나의 논제는 바로 인간들을 어떻게 칠 것인가에 대해서다.

  저번에 내가 대립된 두 의견을 한 데 모아 결정한 의견이 바로 오늘 실행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에 반대하는 이는 없다. 문제는 방법이었다. 무력으로 해결하자고 하긴 했지만 그 의견을 내세운 펀 또한 논의를 통해 방법을 낼 생각이었고 그렇다고 나에게도 방법이 마땅히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부터 한마음으로 그들을 칠 방법을 궁리해야한다.

  “죽은 동물의 시체를 그들의 보금자리 앞에 둘까?”

  “무슨 효과가 있는데?”

  “그들이 두려워하는 전염병?”

  “그런데 그것은 우리의 힘이 아니잖아요.”

  “아니면 그들이 위험할 때 쓰는 걸 우리가 쓰자.”

  “우리가 다루기엔 너무 크지 않아?”

  ...역시 아무래도 적당한 의견이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모두들 이렇게 얘기를 나누면서 펀과 별, 나를 한 번씩 힐끔 쳐다본다. 아마 저번처럼 무언가 현명한 답안이 나오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우리라고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건 아니다. 나 스스로도 많은 선택지를 떠올리고 버리기를 반복하고 있고 펀은 이 의견의 첫 발설자이니 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거다. 고로 생각중일 테고 별은 현재 이 회의의 중심에 서있다고 봐도 좋을 고양이다. 생각을 안 하고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역시...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답이 안 나오는 건 안 나오는 거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다들 아이디어가 고갈이 났는지 바닥만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기 바빴다. 역시 제일 걸림돌이 되는 것은 이 고양이라는 몸뚱이의 한계다. 저번에 그 크고 네모난 기계를 통해 본 것 마냥 몸집도 큰 그런 동물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생각을 그만 멈추고 잠깐 쉬려다가 나도 모르게 숨을 헉 들이마셨다. 방금 내가 생각한 것들 중에 가장 확실하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무언가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비교적 최근에 한 생각이다. 순간적으로 스치고 간 방안을 떠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그 결과 안간힘의 결실을 맺었다. 모두들 생각이 안 나는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쨌든 침묵만이 존재하는 이 공간에 난 헛기침이라는 소리를 불어넣었고 다들 그것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빳빳하게 들었다.

  “여러분. 저희의 힘으로 역부족이라면 저희와 비슷한 동물에게 힘을 빌려오면 되지 않겠습니까?”

  “힘이 전달된다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전염병을 퍼트리자는 말인가?”

  “더더욱 아닙니다.”

  “그럼 대체...?”

  “지금부터 설명할 테니 모두들 집중.”

  나의 말에 일제히 내게 시선을 꽂고 입을 다물었다. 은근한 부담감에 짓눌리는 기분이 들어 무리에게서 조금 시선을 올려 먼 곳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생각을 해봅시다. 저희는 무슨 동물이죠?”

  “고양이입니다.”

  “정답. 저희는 큽니까, 작습니까?”

  “작지.”

  “그것 또한 정답. 자, 그러면 여러분. 이 회의의 주제에 제일 큰 걸림돌은 뭐죠? 제 생각엔 고양이라는 몸집과 힘입니다.”

  몇몇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한다.

  “그렇다면 역으로 생각해보자. 작은 고양이와 작은 힘이 문제면 큰 고양이와 큰 힘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여기까지 말하니 공간 안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내 말 뜻을 이해한 고양이들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놀랐다는 뜻인가? 아마 그럴 확률이 높다. 나 또한 이 생각을 하고 나서 왜 이것을 생각하지 못 했는가에 대해 놀랐으니 말이다. 몇 고양이들은 이해하지 못 했는지 나와 이해한 무리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위해 정답을 정확하게 말해줬다.

  “호랑이는 고양이 쪽 동물입니다.”

  그제야 나머지 무리들도 이해한 건지 같이 술렁이고 놀라기 시작했다. 그러다 펀이 내게 물었다. 좀 크게 말하는 것으로 보아 분명 펀이 할 질문이 펀 혼자만의 의문이 아닌 것 같다.

  “발상은 좋은데 호랑이를 어디서 찾죠? 바다라도 헤엄칠까요? 그들이 타는 하늘을 나는 기계에 타서 날아갈까요?”

  “좋은 질문입니다. 다만 저희는 헤엄칠 필요도, 날 필요도 없이 걸어서 호랑이를 찾을 수 있어요. 그것도 무려 이 1구역 안에서요.”

  “어떻게 찾죠?”

  “이 나라에 있지 않아야 할 동물들을 모아두고 구경하는 그곳을 공략하면 됩니다.”

  난 일부러 대화의 한 턴을 쉬었다. 숨이 차서도 있지만 모두의 반응을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까와 비슷한 반응. 누군가는 이해하고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 했다.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동물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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