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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세계의 환상
작가 : 아리본
작품등록일 : 2018.6.8

6개월 전 일어난 이상 세계 현상.
그 이후로 시작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World 5-2 블러드리아
작성일 : 18-06-16 07:26     조회 : 13     추천 : 0     분량 : 1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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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영에 대해 나름의 조사를 했던 고속은 찝찝하지만 그를 믿어보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강해성의 제자이자 오컬트 슬레이어라 불리고 있는 검은 모자의 사내. 그가 찝찝하게 여긴 것은 그에 대한 정보를 여기까지 밖에 얻을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만약 고속의 인맥과 정보력이 일반인보다 못한 수준이라면 이따위 정보를 얻은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렇지 않았기에 불만은 치솟을 대로 치솟았다.

  하지만 강해성의 제자라는 것은 좋은 스승을 두었다는 것이었고, 오컬트 슬레이어(살해자)라는 별명으로 불린다는 것은 현 사건이 ‘뱀파이어’에 관련된 이상 믿어볼 수밖에 없는 사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유마에게 요구했던 78만원은 받아놓은 상태였고, 시영에게는 그날 줄 수 있는 정보를 다 넘겼었다. 그랬기에 잠시 공원에서 햄버거라도 먹으며 이번 사건에서 발을 뺄 생각이었다.

  그때 그의 관자놀이 옆으로 한 자루의 창이 박혔다.

 “정보상…”

  고속은 다짜고짜 창부터 날려대는 창연이라는 기사에 대해 크게 분노했다. 하지만 얼음같이 차가운 감정의 창연은 그가 분노하는 것에 개의치 않은 표정이었다.

 “후우…”

  세상에는 이런 말이 있다. 먹을 때 건드는 것 같이 추접스런 행동은 없을 것이다. 고속은 햄버거를 한 입도 먹지 못하고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원인은 그가 날린 창 때문이었다.

 “마석에 대해 물어볼 게 있다.”

 “밥 먹을 때 창을 던져놓고는 꽤나 당당하네?”

 “아직 안 먹었잖나.”

  고속은 오버히트처럼 몸이 끓어오르는 듯, 열을 받았다. 비록 창연의 행동이 그를 화나게 한 것은 아니었지만, 갑작스레 공격한 것에 있어서는 충분한 불쾌함을 느꼈다.

 “먹기 직전이었지만, 그래도 네 행동이 잘되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음, 그런가? 그건 사과하지.”

  창연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고속은 혀를 차며 떨어진 햄버거를 주워 근처 휴지통에 버렸다.

 “정보상.”

  창연은 고속에게 돈뭉치를 던졌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던 고속은 갑작스레 날아든 돈뭉치에 손을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겨우 돈을 받았고, 이마를 쓸어내리며 돈뭉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무슨 돈이야?”

 “마석에 대한 정보 값이다.”

 “마석이라면 뱀파이어의 마석? 그건 지금 알아봐야 소용없을 거야. 시영이라는 이름의 탐정 제자가 사건을 해결하기 직전이라더군.”

 “그거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 없다. 그저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다른 마석’에 대해서다.”

  고속은 지그시 창연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슬그머니 손에 들린 돈뭉치에 시선이 옮겨졌다. 나름대로 알려진 뱀파이어의 마석의 가격 치고는 높은 가격을 넘기는 걸 이상하게 생각했었지만, 또 다른 마석의 값이라 하니 적당하면서도 약간 부족했다.

 “유마 교수가 보낸 건가?”

  고속은 그에게 넌지시 물었다. 현재 시영을 비롯한 마석에 관심 있는 자들은 대부분 ‘뱀파이어’의 마석에 관심을 두었다. 또 다른 마석의 행방을 묻는 것은 유마와 이터널이었고, 그 중에서도 이터널은 유마의 심부름으로 정보를 물을 뿐이었기에 결론적으로 그도 유마의 심부름으로 온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다.”

 “그런데 네가 그 마석에 대한 걸 어떻게 알고 있지?”

  고속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점에 있었다. 창연은 기본적으로 누군가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 백번 양보해서 그가 유마의 명령을 들어 또 다른 마석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가 또 다른 마석의 행방을 물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창연은 입을 굳게 다물었고, 그를 차갑게 노려보며 빨리 말하기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 돈이면 드래곤이든 뭐든 사줄 수 있을 거다.”

 “어이, 어이. 그거야 말로 진짜 이해가 안 된다고.”

  드래곤에 대한 이야기는 그날 장미라는 소녀와의 약속이었다. 고속은 그 이야기를 남에게 하고 다니지 않았었고, 창연이 그걸 알 수 있는 이유는 전혀 없었다.

 “돈을 받아놓고 말을 해주지 않겠다는 건가. 정보상으로서 실격이로군.”

  이 점은 창연도 알고 있는 점이었기에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의 의문은 곧 그에 대한 의심으로 발전해갔고, 고속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정보상,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너야말로 같잖은 짓은 그만둬, 대체 네가 또 다른 마석이던, 내 비밀이던,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고속은 점점 창연이 두려운 존재로 느껴졌다. 그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눈빛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감이 잡히지도 않는 상황이 시너지를 일으켜 금방이라도 몸이 주머니 속 광선검을 휘두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드래곤과 또 다른 마석은 바람에 실려 온 누군가의 목소리가 알려준 것이다. 정보상 자네가 그 정도로 당황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군.”

 “이제야 확신하는 환청을 믿고 온 것 치고는 돈의 액수가 상당한데, 뭘 믿고 돈을 준비한 거지?”

  고속은 돈을 가볍게 흔들었다. 창연은 그것에 눈길도 주지 않았고,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내 돈이 아니다. 그 목소리가 알려준 곳에 있던 ‘눈물점이 있는 카디건 소녀’가 건네준 것이지.”

  고속은 그럼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창연은 보고 들은 사실만을 이야기 했고, 평소보다 많은 대화 량에 턱 관절을 만지작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로는 ‘바람에 실려 온 목소리’라는 존재가 그에게 돈과 정보를 주었고, 자신은 돈을 받았으니 또 다른 마석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맞는 이야기였다. 단지 고속의 마음이 껄끄러울 뿐이었다.

 “돈은 다시 가져가. 이 정도는 받아야 수지에 맞긴 한데, 아무래도 그 목소리라는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도 감도 안 오는데다, 그렇게 궁금하면 알려줄 수는 있어. 하지만 알고 있는 정보는 엄청나게 적지.”

 “이 몸의 돈도 아니니 상관없다. 그렇다고 이 몸도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기다려봐.”

  고속은 미친 듯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숨을 불규칙적으로 내뱉었다.

 “또 다른 마석은 내가 알기로는 ‘생명의 힘’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이 외의 정보는 모조리 미스터리야. 나도 이 마석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기는 해. 하지만 정말 존재하는 물건인지도 의문이고, 터무니없이 굉장한 물건이라는 것만은 확실할거야.”

  창연은 그가 말을 마치자 한순간 얼굴에 밝을 정도로 기쁜 미소가 나왔다. 눈 깜짝할 새였지만, 고속은 그 미소를 볼 수 있었고, 마음속으로 크나큰 충격을 받아버렸다.

 “그 정도면 충분한 값이 되었다. 오히려 내가 가진 재산을 조금 더 줘서라도 얻을 만한 가치가 있었군.”

  창연은 당황하여 눈만 깜빡거리는 고속을 뒤로 하고 그대로 어딘가로 터벅터벅 걸어가 버렸다. 그가 서 있던 장소에는 싸라기눈이 살랑살랑 내리고 있었다.

  이것이 시작이 될지 끝이 될지는 창연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시작이던 끝이던 그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존재 하는지 조차 의문인 ‘또 다른 마석’의 정보에 창을 가져다 댄 순간, 그의 마음은 조금씩 녹아갔고, 빠르게 얼어붙어갔다.

  기사는 걸어가고, 창끝은 향한다. 그 뿐이었다.

 

 

 

  한시름 덜 순간조차 고속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것일까. 누구보다도 빨리 달릴 수 있다는 것은 과연 축복받은 것일까, 저주받을 것일까. 그로써는 알 수 없었다.

  출발선이 어디였는지, 도착점은 과연 어떤 곳일지, 아는 순간에는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았다.

  그저 또 다른 마석에 대해 발을 들여놓은 지금 이 순간, 도저히 멈출 수 없을 것 같았다.

 “고속 씨!”

  그런 고속을 누군가 큰 소리로 불렀다. 그녀는 분홍 리본을 머리에 묶은 장미였다. 그녀는 고속을 향해 손을 도도하게 흔들고 있었다.

 “빠른 발 오빠다!”

  노바라는 이름의 하얀 머리의 선글라스 소녀도 고속에게 반가움을 표했다. 그는 그녀들에게 애써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 장미 씨. 그리고 노바 씨.

 “고속 씨. 무슨 일 있으세요? 표정이 불안해 보여요.”

  장미는 걱정스러운 듯, 그에게 물었다. 노바도 입술을 쭉 내밀며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고속은 어색하지 않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때 문득 그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그녀들과 처음 만났을 때, 어렴풋이 느꼈던 ‘이끌리는 느낌’이었다. 당시에는 마법사와 드래곤, 그리고 뱀파이어의 이야기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던 느낌이었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나서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혹시, 두 분 중에 해방기라는 물건을 가지고 계신 분이 계신가요?”

 “해방기가 뭐에요?”

  노바가 팔을 흔들며 되물었다. 그녀들은 해방기라는 물건에 대해 잘 모르는 듯한 눈치였고, 고속은 품속에서 흑색 해방기를 꺼내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이렇게 생긴 물건인데, 혹시 안 가지고 계신가요?”

 “노바요! 노바가 가지고 있어요!”

  노바는 등에 멘 곰돌이 가방을 뒤적여 백색 해방기를 꺼냈다.

 “음… 색깔이 다르네.”

  노바는 시무룩한 목소리로 우물쭈물했다.

 “아, 아닙니다. 하얀 것이든, 검은 것이든 둘 다 똑같은 물건입니다.”

  고속의 말에 노바의 마음은 안심되어 해맑게 웃게 되었다. 장미는 노바의 해방기를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

 “노바 덕분에 저희는 안전하게 놀 수 있어요. 이상 세계 현상이 근처에서 일어나면 노바가 이걸로 없애버리거든요. 고속 씨와 처음 만난 그때에도 일어났었는데, 노바가 없애버렸어요.”

  노바는 해방기를 허공에 가져다대며 이상 세계 현상을 없애는 시늉을 했다. 고속은 그제야 자신이 그녀들을 만날 수 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해방기는 이상 세계 현상을 이끌고, 소지한 사람들은 이끌린다. 그랬기에 그들이 만난 것이었다. 비록 처음에는 정보를 얻기 위한 의도치 않은 만남이었지만, 지금으로서는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고속은 창연 때문에 마음은 심란했지만, 그녀들에게는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내 심호흡을 두어 번 쉰 그는 최대한 긍정적인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약속했던 드래곤을 사러 갈까요?”

  ‘드래곤’이라는 말에 장미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고속을 선두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그들은 번화가의 한 골목에 잠시 멈춰 섰다. 노바와 고속은 좋지 않은 느낌에 인상을 쓰며 이따금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골목길을 노려보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장미는 두 사람이 바라보는 곳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두 사람 다 뭐하세요?”

  장미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듯 정신을 차린 두 사람은 드래곤을 사기 위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한편 음산한 골목에 있던 또 다른 사람들인 소인과 젊은 경찰은 오컬트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소인이 사슬로 그들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젊은 경찰은 주먹질과 발차기로 그들을 하나 둘씩 제압했다.

  그들은 훌륭한 몸놀림과 실력을 보여주었지만, 많은 숫자에 밀려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소인 씨, 죄송합니다. 숫자가 많아서 그런지 점점 버거워지는군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하지만 저 녀석들도 이젠 쉽사리 덤비지 못하는 걸 보니 저희가 멋지게 싸우기는 했나보네요.”

  소인은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사슬을 위협적으로 휘둘렀다. 매서운 칼바람 소리를 내는 사슬은 오컬트들로 하여금 식은땀을 흘리게 만들었고, 그들은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오컬트 여러분? 저희는 쓸데없는 싸움은 가급적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젊은 경찰은 총의 탄창을 빼며 오컬트들에게 타협을 제시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오컬트들의 특징인 ‘오컬트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면 공격을 받는다.’라는 걸 몰랐고, 결과적으로 그들의 투쟁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늑대인간 중 하나가 젊은 경찰을 향해 높이 도약하며 입을 크게 벌렸다. 이내 늑대인간이 그에게 근접한 순간…

 “시, 시영이형?”

  회전하는 구체를 손에 감은 시영이 빠르게 달려와 늑대인간의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뜬금없는 공격에 늑대인간은 짧은 외마디 비명을 외치며 바닥에 뒹굴었고, 자세를 잘못 잡은 시영도 넘어지며 두어 번 굴러버렸다.

 “형!”

  소인이 그를 반가운 듯이 불렀지만, 그는 부름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넘어진 몸을 빠르게 일으키며 쓰러진 늑대인간을 향해 눈에 불을 켜며 달려갔다.

  시영은 흙투성이가 된 늑대인간에게 더 이상의 응징은 하지 않았다. 그저 쓰러진 그에게 눈을 부릅뜨며 노려보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늑대인간은 더 이상의 투쟁심을 보이지 않았다.

 “대체 저 형의 정체가 뭐지?”

  소인은 오컬트를 너무나도 손쉽게 상대하는 시영에게 의문을 품었다. 방금 전까지 경찰과 함께 오컬트를 상대해본 소인은 의외로 오컬트들이 상대할 만한 존재라는 건 알 수 있었지만, 그걸 감안해도 시영은 오컬트들을 매우 쉽게 상대했다.

  그의 의문은 곧 시영이 생성하는 ‘구체’로 향했다. 그의 구체를 맞아봤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미지의 힘’이었다. 마법도, 괴수도, 과학도 아닌 제 4의 힘이라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마법 내지는 과학의 힘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그것들과는 다른 개념이었다. 마치 시영의 구체는 곧 ‘시영’이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늑대인간의 습격으로 상당히 놀란 경찰이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괜찮으세요?”

 “아, 네.”

  경찰의 상태는 몹시 흥분한 상태였다. 심장은 소인도 들릴 정도로 매우 빠르게 뛰었고, 숨 또한 급격하게 쉬며 마른 침을 계속해서 삼켜대었다. 정상적이지 않은 그의 상태에 소인은 어떻게든 그를 병원으로 데려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어이! 오컬트!”

  그때 시영이 몸을 일으키며 크게 소리쳤다. 소인을 비롯한 오컬트들은 화들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한승혁이라는 녀석 때문에 이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다면 조금 곤란해.”

 “그 한승혁이라는 녀석이 그랬어! 고유마와 오컬트 슬레이어를 없애 버릴 거라고!”

  오컬트 무리 중 액체 괴수가 자신의 몸이 떨릴 정도로 큰 소리로 외쳤다. 그녀의 말에 다른 오컬트들을 하나 둘씩 동의하기 시작했고, 시영은 그들의 원망 가득한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이를 바득 갈았고, 정신을 집중하여 구체를 생성하자마자 바닥을 향해 위협적으로 던져버렸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모두 당혹감을 느끼며 몸을 움찔거렸고, 시영은 눈을 부릅뜨며 오컬트들을 노려보았다.

 “그때, 너희들에게 강압적으로 정보를 캐낸 건 정말 미안해. 그건 지금도 후회하고 있어. 하지만 당시에는 내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어. 하지만 그렇다고 이 사람들을 공격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의 말에 따르지 않는다면 ‘N’이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으름장을 놓아서 어쩔 수 없었어! 우리라고 좋아서 이곳에서 사람들을 습격하는 건 아니라고. 특히 오컬트 슬레이어! 당신은 그걸 아주 잘 알고 있잖아!”

  액체 괴수가 몸이 뭉개질 정도로 큰 소리로 외쳤다. 그녀의 말 이후로 오컬트들은 하나 둘씩 그에게 항의하며 저마다의 불평을 늘여놓았고, 시영은 오컬트들이 잠잠해질 때 까지, 그들의 말을 묵묵히 들었다.

 “그걸 잘 아니까 너희들의 편이 되어주고 싶어. 지금이라도 너희들에게는 속죄하고 싶은 마음 뿐 이야.”

 “6개월 전에 외국으로 간 이유 중에는 너희들에 대한 미안함도 포함되어 있었어. 이상하게도 너희들과 마주하면 마음 깊은 곳에서 크나큰 분노가 올라왔지. 내가 그것 때문에 너희들을 많이 힘들게 했잖아. 지금 와서 이런 말 하는 것도 웃기긴 한데, 지금이라도 이야기 하지 않으면 솔직히 너무 늦어버릴 것 같아서 말이야…”

  시영은 눈시울을 붉히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금방이라도 눈에서는 위태롭게 눈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오컬트 슬레이어, 솔직히 우리 중 대부분은 널 원망하지 않아.”

  액체 괴수가 말했다.

 “맞아, 당시에도 지금에도 넌 유일하게 우리를 이해하려 했던 녀석이잖아.”

  몸이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이는 유령이 힘겹게 말했다.

 “지금도 그렇게 마음에 드는 건 아니야. 하지만 네게 느껴졌던 알 수 없는 절박함은 도저히 널 원망할 수만은 없게 만들더라.”

  쓰러져 있던 늑대 인간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때린 건 미안하다.”

  시영은 눈가의 물기를 닦으며 그에게 사과했다.

 “아냐, 우린 오컬트잖아. 어쩔 수 없었어. 상대가 약해보이면 무조건 공격하려 하는 이런 건 솔직히 좋아서 이러는 건 아니라고.”

  늑대인간의 한탄에는 모든 오컬트가 동의했다. 시영도 그 부분에는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인은 한 순간에 상황이 정리된 것에 긴장을 느끼며 조용히 시영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일시적으로 일어난 위기는 시영이 쌓아온 나름의 흑역사로 인해 비교적 빠르게 마무리 되었다.

 

 

  젊은 경찰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는 지금까지 상황을 보고 있던 소인에게서 모든 설명을 들었고, 모든 이야기를 듣자 이 골목 자체에서 ‘의식 불명이 아닌’ 또 다른 위험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시영은 한 선생이 자신을 없애려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가 경찰서에서 보인 행위는 나름의 경고장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한승혁이라는 사람… 대체 왜 그런 짓을…”

  젊은 경찰은 하나 둘씩 떠나는 오컬트들을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시영의 오컬트들에 대한 보충적인 설명을 듣자 자신들을 공격한 저들이 그저 안쓰럽게만 느껴졌다.

 “저 새끼 잡아!”

  그 때, 로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영과 소인, 젊은 경찰은 소리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서 미친 듯이 달리는 승혁과 그를 죽일 각오로 뒤쫓는 로제를 볼 수 있었다.

  시영과 소인은 자연스레 그의 손에 들린 백색 해방기에 시선이 옮겨졌고, 눈이 번쩍 뜨였다.

 “다들! 뭐하고 있어 저 새끼 잡으라고!”

  로제의 앙칼진 목소리에 젊은 경찰은 토끼 눈을 뜨며 승혁을 쫓기 시작했고, 시영은 구체를, 소인은 사슬을 꺼내들어 승혁을 향해 던졌다.

  시영의 구체가 먼저 명중하여 그를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고, 다음으로 소인의 사슬이 그를 꽁꽁 묶어버렸다.

  한 순간에 움직일 수 없게 돼버린 승혁은 낑낑거리며 움직일 수 없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벗어나려 했다.

 “이 사람 수상하게 뭘 적고 있었어. 게다가 날 보더니 도망치더라고.”

  승혁은 당시 경찰서에서 로제를 봤었고, 그녀가 경찰인 것을 알아보고 도망친 것이었다. 하지만 로제는 당시 숙취 상태였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고, 그저 도망치는 승혁을 쫓기 시작했었다.

 “이봐, 한승혁 씨. 유마 씨와 날 왜 없애려 하는 거지?”

  시영은 자세를 낮춰 그와 눈을 마주쳤다. 승혁은 그와 눈이 마주치자 경찰서에서 그랬던 것처럼 두려움을 느꼈지만, 곧 거만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벌써 오컬트들이 거기 까지 말한 건가? 역시 쓸모없는 녀석들이었군.”

 “글쎄? 이번에야 말로 널 감옥에 보낼 수 있는 증거를 잡았는데 쓸모없지는 않지 않을까?”

 “너 따위가 오컬트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러는 거지?”

  시영은 신경을 건드리는 승혁의 말에 점점 열이 받기 시작했다.

 “적어도 그들을 위협하며 남을 해치려 하는 겁쟁이보다야 훨씬 잘 알 것 같은데?”

 “그래봐야 넌 위선자일 뿐이야. 알아? 네놈이 왜 오컬트 슬레이어라고 불리는지 여기에 다 불어버린다면 그 더러운 낯짝이 어떻게 바뀌어버릴지 개인적으로 미친 듯이 궁금하겠어!!”

  승혁은 궁지에 몰린 쥐처럼 이판사판으로 저주의 폭언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그의 신경을 자극하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에는 열이 오르던 시영도 점점 그가 말을 뱉으면 뱉을수록 화를 누그러뜨리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얼굴에는 평온함이 가득 맴돌았다.

  문득 승혁은 시영의 행동에 의문을 품었다. 그가 자신을 때릴 정도의 폭언을 내뱉었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더욱 표정이 평온해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가 평온해질수록, 승혁은 더더욱 두려움에 휩싸였고, 오히려 입을 다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나는 당신이 오컬트와 어떤 관계인지도 모르고, 또 그건 전혀 궁금하지 않아.”

 “그, 그게 어쨌다는 거지?”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지. 적어도 오컬트들은 이용당하는 존재였고, 당신은 그들의 약점을 잡아 이용하는 쪽이었다는 걸 말이지.”

  시영은 그를 지그시 노려보며 말했다. 하지만 승혁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정도는 들킬 거라 예측했었기에 오히려 큰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이용할 수 있었기에 몇 마디 나눴을 뿐이야. 나에게 약점을 잡힌 그들이 잘못 한 거라고!”

 “당신이 오컬트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시영은 눈을 무섭게 부릅뜨며 그의 멱살을 잡았다. 갑작스런 그의 과격한 행동에 승혁은 바지에 약간의 실례를 범했다.

 “대화란 건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대화지. 하지만 당신이 한 행동은 그저 협박에 불과하다고.”

 “힘에 논리에서 내가 우위에 있었고, 그걸 이용했을 뿐이다. 자신이 가진 패(힘)를 잘 이용한 게 뭐가 나쁘다는 거지?”

 ‘힘의 논리?’

  소인은 문득 ‘힘’이라는 단어에 눈이 번쩍 뜨였다. 한편에서는 점점 이기적으로 흘러가는 승혁의 발언에 로제와 젊은 경찰은 짜증이 치솟았다. 특히 로제는 승혁을 두들겨 팰 생각으로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으나, 말리는 시영의 손짓으로 인해 씩씩거리며 화를 억눌렀다.

 “그래, 백번 양보해서 당신이 가진 힘을 이용한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마지못해 인정하는 시영의 말에 승혁은 콧방귀를 뀌며 그를 노려보았다.

 “당신이 그렇게 입을 잘 놀리고 똑똑한 사람인건 알겠어. 그런데 그렇게 대단하신 분이 왜 ‘협박이 나쁜 행동이라는 것’과 ‘힘의 논리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거지?”

  승혁은 이 물음만큼은 반박할 수 없었다. 계속해서 자신의 정당함을 주장하던 그 역시 ‘협박’이라는 것이 나쁜 행동이라는 것 자체는 자각은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어떻게든 반박하고 싶었지만, 딱히 반박할 거리는 없었다.

 “역시 힘은 과하게 있으면 낭비야.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힘이라는 순수하면서 강력한 단어가 그저 과시하기 위한 용도로 변질되어 버렸다고. 알아?”

 “있는 걸 사용했을 뿐이라고! 오컬트에게는 내 힘이 몇 배로 통하기 때문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 힘이라는 단어를 네가 사용할 건 아닌 것 같은데? 오.컬.트.슬.레.이.어!”

  승혁은 마지막 단어만은 한 글자씩 또박또박 발음했다. 그의 말에 반박하기 위해 한 말이었지만, 그것은 곧 승혁의 크나큰 실수가 되어버렸다.

  지금까지 그의 어떠한 폭언에도 잘 견뎌오던 시영이었지만, 더 이상은 그도 참기 힘들었고, 서서히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게 힘의 논리지?”

 “당연하지! 강한 자야 말로 살아남는 게 약육강식! 사회는 방식만 달라졌다 뿐이지 지금도 약육강식이라 할 수 있…”

  힘의 논리에 대해 신나서 설명하려던 승혁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시영의 손에는 그가 그렇게도 칭찬하는 힘(구체)이 들려 있었고, 그것은 곧 이루어질 수 없는 두 방향으로 위풍당당하게 회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소인은 ‘힘’에 대한 생각을 다르게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힘을 가진 것이 가장 강한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시영과 고속의 조언, 그리고 승혁의 경우에서 해답을 확실하게 얻을 수 있었다.

  힘은 가진 것으로는 강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힘에 대한 욕망에서부터 벗어났을 때야 말로 진짜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고마워요. 형들…’

  소인은 아무도 모르게 미소 지으며, 눈가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닦아내었다.

 

  승혁에게는 구체에 닿는다는 간단하지만 너무나도 잔혹한 체벌이 내려졌고, 그것은 약 20분이 흘러, 유마와 경찰들이 올 때 까지 이루어졌다.

 “시영 군!”

 “유마 씨!”

  시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에게 달려오는 유마를 반갑게 맞이했다.

 “다친 곳은 없으신가요?”

 “어, 없어요!”

  시영은 화들짝 놀라며 상처 난 오른손을 뒤로 숨겼다. 그때 소인은 시영의 오른손의 상처에서 피가 흐른 흔적을 뒤늦게 발견했고, 이내 그 상처가 빠르게 아물어가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꽤 큰 상처처럼 보이는데, 아물고 있네?’

  소인은 또 다른 의문을 느꼈지만, 지금은 시영의 존재 자체가 크나큰 의문 덩어리였기에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 다행이군요.”

  하지만 유마는 그의 생각을 읽어 그가 다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나저나 위험하다는 연락을 받고 오긴 했는데,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이죠?”

 “한승혁이란 사람은 저와 유마 씨를 없애기 위해 이곳에 트랩을 설치했고, 오컬트들을 매수했던 거였어요.”

 “네?!”

  유마는 귀를 의심했다. 한 선생이 자신을 질투하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없애버릴 생각까지 했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다. 정확히는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없었기에 몰랐던 것이었지만, 예상조차 하지 못했었고, 그랬기에 그의 몸에 닭살이 돋는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두 방향의 회전으로 인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의 무방비한 모습을 보자 그런 오싹함은 단번에 날아가 버렸다.

 “유마 씨가 오기 전에 경찰님과 로제 누님으로부터 이 골목에 대한 일이 있냐고 물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저희 네 사람이 유일하게 이 골목에서 습격을 받은 사람들이래요.”

 “그 말은 정말로 한 선생이 꾸민 짓이라는 거군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어쩐지 이상하긴 했어요. 경찰과 탐정이 짐작조차 못했기에, ‘몰라서 알아내지 못한 정보’를 일개 과학자가 안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더군다나 이 사람은 알고 있었음에도, 이렇게나 위험한 일이 벌어졌는데 경찰에게 말도 안 한다고요?”

  시영은 말을 하면서도 점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어이가 없는 상황에 분통이 터지기 시작했고, 이해는커녕, 힘을 통해 지배하려는 그의 사상을 비겁하고 더럽다고 느꼈기에 분노는 더더욱 솟구쳤다.

  눈에 띄게 열 받은 그를 유마가 진정시키려 했다.

 “진정하세요.”

 “진정하기에는 너무 어이가 없잖아요. 저 사람이 뭔데 오컬트를 지배해서 저희들을 없애려 하냐고요.”

 “제게 하는 건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시영 군은 대체 왜…”

  유마는 승혁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승혁은 고개를 돌려 입을 닫아버렸다.

 “보나마나 뻔하죠. 오컬트의 약점을 잡은 김에 ‘오컬트 슬레이어’라 불리는 절 같이 없애버리려 한 거죠. 이유는 모르겠는데, 이해는 돼요. 이유가 너무나도 간단하거든요. 오컬트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저에요.”

  승혁은 흠칫 놀라며 숨소리를 죽였다. 동요하는 그의 감정을 느낀 유마는 슬그머니 그의 마음을 읽었고, 이내 시영이 하는 말이 일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이구나…’

 “경찰분들이랑 저희 스승님이 이 의식 불명 사건에 대해 조사하지 못한 이유는 사람들이 ‘오컬트’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이에요. 존재하는 건 알고 있지만, 조용히 살고 있는 그들에게 그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고, 그럴 이유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멋대로 지껄이지 마!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승혁은 시영이 입을 놀리는 것에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그곳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영의 말에만 집중할 뿐, 그가 역정을 내는 것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확실히 한 선생이 유독 오컬트 슬레이어에 격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금도 말이죠.”

 “치잇…”

 “동생, 동생이 오컬트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건 알겠어. 우리들은 확실히 오컬트에 대해서 잘 몰라. 하지만 확신하는 건 이르다고 생각되지 않아?”

  로제가 그의 어깨를 톡톡 건들이며 조심스레 물었다. 하지만 시영은 그녀의 말에 별 개의치 않았다.

 “그럼 증명하면 되잖아요.”

 “어떻게?”

 “제가 그랬잖아요. 뱀파이어가 그랬을 가능성이 제일 크다니까요.”

 “하지만, 정보가 부족하잖아…”

 “누님은 그때 안계셨잖아요? 나머지 경찰 분들에게 뱀파이어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알려드렸는데요?”

 “그, 그랬어?”

  로제는 당황했고, 그녀를 제외한 모든 경찰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뱀파이어는 오컬트 중에서도 가장 친절한 존재들입니다. 로제 님.”

 “시영이의 말을 들어보니 뱀파이어들이 그랬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뱀파이어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경찰들에게 시영이 특강 형식으로 설명하던 당시 유일하게 로제만 그 자리에 없었다. 그랬기에 그녀 혼자만 뱀파이어에 대한 사실을 몰랐던 것이었고, 그녀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괜히 시영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치며 심술을 부렸다.

 “그럼 다른 곳에 벌어진 참극은 대체 뭐죠? 피로 쓰인 글씨 하며, 뼛조각에 보기 좀 흉한…”

  유마가 말하는 참극은 시영과 로제가 발견한 ‘N’이라 쓰인 곳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건 아마 오컬트 중 한 종족이 트랩에 걸려 죽은…거일 거예요. 그들은 트랩을 설치할 줄도 모르고, 이게 무슨 물건인지도 몰랐을 테니까요. 그리고 여기까지 온 인간들은 저희 네 사람이 처음이라 하고, 또, 이곳은 원래도 음산해서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다고 하네요. 뭐, 큰 길 놔두고 골목길로 가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겠지만요.”

  유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골목이 음산한 골목이라 불리는 이유도 이곳 특유의 음산한 느낌과 더불어 오컬트가 나온다는 소문이 있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곳은 골목길임에도 큰길로 다니는 것 보다 좋은 점이 단 한 가지라도 없었기에 피해자가 나오지 않을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이곳에서의 일’은 한승혁이란 사람이 저희들을 미워해서 벌인 자작극인 것 같아요. 이곳을 선택한 건, 저희들만 없애기 위해서였을 것 같고요. 유마 씨에게 저와 여기서 만날 것을 제안했다는 걸 보면 100%죠. 휴우, 그나저나 다행이에요. 그나마 여길 이렇게라도 발견할 수 있어서.”

 “시영 씨의 말이 맞습니다. 저희 네 사람이 피해가 없어서 다행이었지, 자칫 잘못했으면 이곳으로 잘못해서 들어온 시민들에게 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 테니까요.”

  젊은 경찰은 고개를 끄덕이며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그렇고, 지나오면서 봤는데, 이곳의 모든 트랩이 이유 없이 사용되었던 흔적이 있는데, 그건 어떻게 된 건가요?”

 “제가 이걸로 사용된 것처럼 만들었어요.”

 “그걸로요?”

  시영은 손가락으로 구체를 돌리며 유마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유마는 보라색 구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시영을 바라보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전 이제 경찰들과 함께 한 선생을 끌고 경찰서로 갈 생각인데, 시영 군은 뭘 하실 건가요?”

 “전, 이제 용의자로 생각되는 뱀파이어를 만나러 가야죠.”

  시영은 지그시 고개를 돌려 소인을 힐끗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소인이랑 같이 갈 생각이에요.”

 “형?”

  소인은 갑작스레 호명된 자신의 이름에 화들짝 놀라 어깨를 들썩였다.

 “소인아, 네가 같이 가야지. 그 블러드리아인지 블러디인지 그 녀석은 네가 잘 알고 있을 거 아냐?”

 “그, 그렇죠.”

 “그리고 종지부는 네가 찍어라. 내가 나서는 것보다는 네가 해결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시영은 활짝 웃어 보이며 말했다. 소인은 그의 나름의 배려에 조금은 마음에서 감동을 느꼈다. 하지만 어떻게든 장난을 치고 싶다는 마음이 치솟기 시작했다.

 “형 치고는 아주 괜찮은 말 이었던 것 같아요.”

  소인은 장난으로 비아냥거리며 깐죽대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시영은 어이가 없었고, 아까부터 손가락에서 돌리고 있던 보라색 구체를 조심스레 그의 몸으로 튕겼다.

 “혀, 형! 죄송해요! 끄아아아아!”

  소인은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회전하는 구체의 영향으로 몸이 덜덜 떨렸다. 그렇게 한참을 죄송하다는 말로 목이 쉴 정도로 외친 뒤에야 시영은 구체를 소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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