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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세계의 환상
작가 : 아리본
작품등록일 : 2018.6.8

6개월 전 일어난 이상 세계 현상.
그 이후로 시작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World 4-4 This Illusion
작성일 : 18-06-15 08:51     조회 : 13     추천 : 0     분량 : 15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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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영 군?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뒤에 있는 세 사람은 어떻게 된 거죠?”

  엔트의 앞, 유마는 멋쩍게 웃고 있는 시영과 뒤의 세 사람을 가리키며 눈을 쉴 새 없이 깜빡거렸다. 하지만 시영은 그의 물음에도 쉽게 입을 열 수 없었다.

 “소인 군, 고속 군, 그리고 아미 양 까지? 대체 어떻게 이 사람들을 데려올 생각을 한 겁니까?”

 “아뇨, 이건 제가 데려오려 한 게 아니라. 병원에서 다 만난 거예요.”

  유마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시영과 세 사람을 쭉 훑어보았다. 시영의 말은 진실이었고, 나머지 세 사람은 각기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소인은 시영에게 원인 모를 질투심을 불태우고 있었고, 고속은 시영과 아미에게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시영에게 찰싹 붙어있는 아미는, 가까이서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유마가 아이러니함을 느낀 건 시영을 비롯한 저기 네 사람은 전부 해방기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해방기가 많이 모여 있다는 뜻은 결코 좋은 뜻으로 해석될 수 없었다. 그랬기에 유마는 침을 긴장된 침을 꿀꺽 삼키며 조심스럽게 네 사람을 가리켰다.

 “이상 세계 현상은 없었습니까?”

 “아, 그건 저랑 소인이가 같이 일시적으로 무력화 시켰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상 세계 현상이 크게 나타날 뻔 했던 게 저 두 사람이 해방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군요?”

  고속은 아미와 시영을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해방기를 숨긴 재킷 속과 핸드백을 가리며 몸을 움츠렸다. 그 모습에 고속은 자신의 예상이 진실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뭐, 그렇군요. 그건 그렇고. 저는 시영 군하고만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지만… 오늘은 상관없습니다! 제가 여러분의 몫을 다 사도록 하죠. 오늘은 기쁜 날이거든요.”

  아미와 소인은 환호성을 지르며 기쁨을 표출했다. 고속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시영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기쁜 일’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뇨. 전 제가 낼게요. 그건 그렇고 기쁜 일이라뇨?”

 “아, 시영 군. 그건 두 가지가 있는데, 일단 시영 군이 제게 준 마석이 아주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었고, 나머지 하나는 한 선생이 오늘 경찰서에 있다는 소식입니다. 글쎄 자세히 알아보니 지금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유마는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통쾌한 기분을 느꼈다.

 “아, 그분. 아마 저 때문일 거예요.”

 “시영 군이 그 사람을 신고했나요?”

 “아뇨? 그냥 자기가 알아서 가던데요? 제 눈이 무섭다나 뭐라나,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모두의 이목이 시영에게 집중되었다. 특히 유마는 아리송한 이야기에 눈을 빠르게 깜빡였고, 머리를 이마를 두어 번 긁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유마 씨가 보여주신 그 도촬 사진으로 한 선생이라는 사람을 어떻게든 찾아냈는데, 문제는 그 사람이 절 보더니 경기를 일으키는 거예요. 문제는 제가 신고하고 싶어도, 성 관련 법률이 아닌 이상 도촬 건으로는 신고가 어려워서 그냥 몇 가지만 물어보려 한 건데…”

  시영은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을 흐렸다. 도저히 도촬을 당할 것 같지 않은 그가 도촬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상황을 자세히 모르는 고속과 소인으로 하여금 고개만 갸웃거리게 만들었고, 아미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기분이 급격하게 안 좋아졌다.

 “지금 그 한 선생을 로제라는 이름의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고 해서 말이죠. 뭐, 어찌 되었든 전 지금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아무튼 다들 들어가시죠?”

  유마의 안내로 모두 가게(엔트) 안으로 들어갔다.

  엔트는 11시라는 이른 시각에도 사람이 많이 붐비는 가게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가게 안은 매우 한산했고, 평소와는 다른 모습에 유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늘은 휴일인가?’

 “아, 과학자님. 안녕하세요?”

  엔트의 주인인 강혁이 당황한 유마와 그의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아, 강혁 군. 반갑습니다. 혹시 오늘 휴일인지요?”

 “아뇨, 그냥 사람이 없을 뿐입니다. 어서 자리에 앉으세요.”

  가게의 종업원 루나가 다섯 사람을 안내했다. 그때 루나는 아미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고, 이내 고개를 저으며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주문하시겠어요?”

 “마음껏 주문하십시오. 시영 군의 먹성은 아주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유마는 그들이 자칫 부담스러워 할 수 있기에 배려하는 차원으로 말했다.

 “볶음밥.”

  고속이 빠르게 손을 들며 말했다.

 “오! 저도 볶음밥!”

  소인도 손을 들며 말했다.

 “시영 씨는 뭘 드실 거예요?”

  아미는 시영을 바라보며 물었고, 시영은 그녀를 바라보지 않으며 메뉴를 생각했다.

 “저요? 저는 돈가스 덮밥?”

 “저도 그거로요.”

 “볶음밥 두 개, 돈가스 덮밥 두 개. 손님은요?”

  루나는 유마에게 물었다. 유마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장어덮밥’이라 말했다.

 “볶음밥 두 개, 돈가스 덮밥 두 개, 장어덮밥 하나.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루나는 친절한 목소리로 주문을 다시 확인하고는 꾸벅 인사를 하며 주방으로 돌아갔다.

 “자, 우선은 아미 양. 이따 싸인 부탁드립니다.”

 “아, 네. 얼마든지요. 호호호.”

  유마의 사심이 가득한 부탁을 아미는 웃으며 수락했다. 그러자 소인이 역정을 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유마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과학자님? 싸인은 제가 먼저에요!”

 “소인 씨도 해드릴게요. 화내지 마세요.”

  아미의 웃음에 소인은 금세 화가 풀려버렸다. 이내 헤벌쭉 웃으며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시영 씨는 제 싸인 어떠세요?”

 “아뇨, 전 괜찮습니다.”

  아미의 물음에 시영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러자 테이블에 있던 나머지 세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이내 시영은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모두 그를 제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특히 소인은 그동안 시영에게 좋았던 감정들이 하나 둘씩 휴지통에 버려지려 했고, 고속은 대체 저 인간의 정신 상태는 제정신인가 하는 극단적인 생각이 들 만큼 그를 기묘하게 보기 시작했다. 유마는 그의 마음을 읽어 그가 아미에 대해 잘 모르고, 별 관심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때야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자자, 시영 군은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으니. 너무 그렇게 보지는 맙시다.”

  유마의 중재에 소인과 고속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그리고, 고속 군. 만난 김에 제가 묻겠습니다. 마석은 총 두 가지가 있다는 정보를 이터널 군에게 들었습니다.”

 “교수님. 그런 정보를 이들 앞에서 해도 괜찮은 겁니까?”

  고속은 그의 질문에 깜짝 놀라 되물었고, 유마는 그의 반응에 별 개의치 않았다.

 “별 상관없죠. 오히려 시영 군에게는 마석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는데, 차라리 잘 되었습니다. 제가 오늘 고속 군이 밝히는 정보의 값은 나중에 청구하기로 하고, 오늘은 자유롭게 이야기 해 주시길 바랍니다.”

 “마석은 꽤 비싼 정보입니다.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죠?”

  고속은 마치 그에게 경고하듯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유마는 그에 전혀 개의치 않은 모습이었고, 오히려 콧대를 세우며 그를 안심시키듯 옅게 미소 지었다.

 “그 아까 은연 중 언급한 그 한 선생 덕분에 전 회사에서 나름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 이건 기업 비밀이니 더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단지 이 보너스가 고속 군이 만족할 만큼의 짭짤한 수익이라는 것만 알려드릴 수 있죠.”

  믿음직한 유마의 목소리에 고속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영이형. 마석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알려드릴 사실이 있어요.”

  소인이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모두의 관심은 소인에게 집중되었고, 특히 고속은 그의 표정을 보고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은 파악할 수 있었다.

 “이봐 소인아. 그걸 저 사람에게 그냥 이야기 해줘도 괜찮은 거야?”

  고속으로써는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그는 옥상에서 나눈 대화 중 뱀파이어에 관련된 이야기를 할 것이었다. 사실상 현재로써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정보였고, 그걸 그냥 알려준다는 것은 마치 일확천금을 용암 속에 빠트리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음…”

  고속의 말에 소인은 잠시 시영과 아미를 번갈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솔직히 시영이형이 이렇게까지 남을 우롱하는 존재인줄은 몰랐는데요.

 “아니 글쎄, 그게 아니래두…”

  소인은 마치 랩을 하는 것처럼 또박또박 발음했고, 시영은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도 이 형 덕분에 나쁜 길로 빠지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요. 시영이형은 소중한 사람이에요.”

 “동감이에요. 시영 씨는 소중한 사람이에요. 우흣~”

  소인의 말이 끝나자 아미는 기다렸다는 듯이 해맑게 웃으며 시영의 칭찬을 거들었다.

 “저기, 아미 씨. 정말 당신하고 저는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요.”

  하지만 시영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고, 소인과 고속은 두 사람 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기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어머? 그럼 지금부터 만들어 가면 되죠.”

  아미는 능청스레 말하며 얌전하게 웃어댔고, 고속과 소인의 생각은 정말로 아무런 사이가 아닐 수 있다는 것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아무튼 시영이형을 믿을게요. 자, 그럼 알려드릴 사실은 의식 불명 사건과 뱀파이어의 연관성에 대한 거예요.”

  시영과 유마는 침을 꿀꺽 삼키고 긴장을 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현재 가장 해결하고 싶은 사건이었기 때문이었다.

 “고속형의 정보 덕분에 재미있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그건 뱀파이어의 마석, 즉, 형이 주워온 그 마석이 한 개가 아니라는 것이에요.”

 “이게 한 개가 아니라고?”

 “네.”

  시영은 의외의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유마도 처음 듣는 정보였기에 다시 침을 삼키며 소인의 이야기에 더더욱 집중했다.

 “하지만 시영 군은 하나밖에 발견하지 못했었는데, 왜 그런 거죠?”

  유마는 조심스레 의문을 제시했다.

 “그건 간단해요. 뱀파이어 마석의 특징 때문이에요.”

 “특징?”

 “시영이형. 잘 생각해보세요. 뱀파이어 마석의 특징이 뭐가 있었죠?”

  소인은 마치 시영에게 시험하듯 물었다. 시영은 잠시 마석에 대해 생각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답을 할 수 있었다.

 “가만히 두면 보통의 돌과 다를 게 없고, 피를 묻히면 붉게 물들며 피로 쓴 글씨? 그런게 나타나지.”

 “바로 그거에요. 경찰도 탐정도 그 누구도 밝히지 못한 이유가 있었어요. 그건 마석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보통의 돌과 다를 게 없어진다는 특징 때문이에요.”

  그때, 유마와 시영은 뭔가 깨달은 것 마냥 눈을 크게 떴다. 반면 아미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깜빡였다.

 “이건 소인, 아니지. 시영이라 했나? 자네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이지. 어떻게 거기서 정확히 뱀파이어의 마석을 가져올 수 있었지?”

  고속은 소인의 말을 거들며 시영을 바라보았다.

 “그야, 당시에는 소민이랑 그 차가운 인상의 창병이 싸우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마석도 제 빛을 내고 있었고, 우연히 가져온 것뿐이에요.”

  시영의 대답에도 고속은 그를 믿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우연으로 발견할 수 있었으면, 오히려 그가 더 잘 발견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그러고 보니 그 직후 아미 씨와 마주쳤었지…’

  시영은 덜덜 떨리는 고개를 아미에게로 옮겼다. 영문을 모르는 아미는 그저 그를 바라보며 행복에 찬 미소를 지었고, 시영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특이한 소녀를 만났었는데, 왜 자꾸 그 아이가 생각이 나는 거지?’

  시영은 허공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진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유마는 그의 생각을 읽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시는군요?”

  그때 강혁과 루나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주문한 음식을 쟁반위로 들고 있었고, 그것을 서빙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특히 시영이 시킨 돈가스 덮밥의 양이 상당히 많았고, 앉아 있던 모두는 의문 가득한 눈빛으로 요리사인 강혁을 바라보았다.

 “아, 검은 모자 씨. 그때 절 유령에게서 구해주신 건 정말 감사드립니다. 구해준 보답이라 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지만, 대신 밥과 돈가스를 팍팍 넣어드렸으니 부족하면 얼마든지 더 시켜주세요!”

  강혁은 그에게 감사를 담아 외쳤다. 의도치 않게 선행이 들킨 시영은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라 했지만, 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쳐주었다.

 “아, 아뇨. 그렇게 고마워하시면 제가…”

  시영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부끄러움으로 인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하하, 칭찬을 싫어하는 분이시군요?”

  강혁은 당황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그것보다도 궁금한 게 있어요!”

  그때 강혁의 옆에 있던 노란 양 갈래머리의 루나가 손을 들며 외쳤다. 그녀의 시선은 아미를 향해 있었고, 시영을 제외한 다른 모두는 루나와 아미를 번갈아 주시했다.

 “당신, 인기 아이돌 아미 맞죠?”

  아미는 본인임을 밝히려 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 이유는 엔트 안에 있던 또 다른 손님들이 ‘아미’라는 존재를 확인하며 가까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를 밝혀도 괜찮은 부류와 아닌 부류로 나눠지는데, 이것은 그녀의 경험에서 나오는 직감이 알려주었다.

  종업원인 루나 같은 경우, 알려줘도 괜찮은 부류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단지 자신이 그 아이돌인지 아닌지 궁금했을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또 다른 손님들은 알려주면 귀찮아지는 부류였다. 이유는 더더욱 간단했다.

  스마트폰을 들고 화면을 계속해서 눌러대며 걸어온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사진을 찍을 것 같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즉, 저들은 사진을 SNS에 올릴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다. 더군다나 남성 4명과 같이 찍은 사진을 올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치명적일 수 있었다.

  그녀는 내심 시영과 같이 찍은 사진만은 상관없다는 위험한 생각도 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선 아직도 고개를 내리고 있는 시영의 귀에 속삭이기 시작했다.

 “시간을 좀 끌어주세요.”

  시영은 갑작스레 간질거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낯빛은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낯선 사람의 등장으로 인해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시간을 끌어 달라는 거야?’

 “맞죠? 방금 아미라고 했잖아요. 와 진짜 아미네? 연예인 처음 봐요!”

  낯선 사람들의 말로 시영은 상황을 대충은 파악할 수 있었다. 유마를 비롯한 다른 남자들은 좋지 않은 예감을 직감이라도 한 것 마냥 모두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었고, 루나는 자신이 실수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긴장된 눈빛으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저기요! 저 사람은 아미가 아니에요!”

  그렇게 어수선한 상황에서 시영은 식탁을 들썩거릴 정도로 크게 치며 몸을 일으켰다. 때문에 이곳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어색한 그의 모습은 모두를 웃기게 하기 충분했고, 낯선 사람들은 그를 비웃기 시작했다.

 “저 사람 뭐래? 크큭.”

 “그러게, 누가 봐도 아미인데.”

  모두가 시영의 어색한 거짓말로 인해 골머리를 앓을 무렵, 가녀린 하나의 팔이 출구를 가리켰다.

 “저 사람이 아미 아닌가요?”

  그녀의 말에 모두가 출구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서는 다리를 절뚝거리는 아미가 밖으로 나가려 하고 있었다. 그녀는 특유의 눈웃음으로 모두를 힐끗 바라보고는 자연스럽게 가게를 나갔다.

 “하지만 분명…”

  낯선 사람들은 가녀린 팔의 아미를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화장을 진하게 한 아미가 큰 눈을 깜빡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진한 화장으로 인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고, 낯선 사람들을 비롯한 모두는 혼란을 느꼈다.

 “어, 뭐, 뭐지?”

 “아미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곤 해요. 헤헤.”

  능청스럽게 말하는 탓에 낯선 사람들은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계산을 하고 그녀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유마를 비롯한 손님들과 강혁을 비롯한 엔트의 사람들 모두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이해할 수 없었고, 이내 모두가 아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우흣~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아미는 그대로였다. 방금 전 화장을 진하게 한 모습이 아니었다.

 “저건 환영이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걱정이 문제가 아니라… 아미 씨. 너무 혼란스러워서요.”

  유마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모두 그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This Illusion. 환영을 만드는 일종의 기술과도 같아요. 환영의 모습은 같을 수는 있지만, 다르다는 증거가 하나씩은 있어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 환영과 위치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에요. 화장은 아슬아슬했지만, 성공했네요.”

  아미는 시영을 바라보며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러던 중, 아미의 환영이 자연스레 그녀의 곁에 나타났고, 그들은 그제야 그녀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두 사람은 절 보더니 실망한 표정으로 다른 곳으로 가버렸어요.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수고했어.”

  아미의 말을 마지막으로 환영은 웃으며 사라졌다.

 ‘저거였구나. 아미 씨가 사라졌던 이유가.’

  시영은 그녀와 처음 만난 날의 의문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그때부터 This Illusion을 사용한 것이었고, 어쩌면 자신도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혁은 아미를 비롯한 현재의 손님들을 배려하기 위해 문고리에 ‘임시 휴업’이라는 팻말을 걸어놓았다. 하지만 앤트가 장사가 잘 된다는 소식을 알고 있던 고속은 그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었고, 급히 물었다.

 “왜 금일 휴업입니까?”

 “아, 실은 얼마 전에 이 주변에서 유령이 나타났었거든요. 그게 밤중에 일어난 일인데도 소문이 퍼져버려서 말이죠. 원래대로면 지금쯤은 가게가 붐벼야 하는데…”

  강혁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고속은 며칠 전 들려오던 ‘귀신 소동’의 이야기인걸 알아챘고, 당시 그곳에 있던 시영, 소인, 아미는 눈을 깜빡거렸다.

 “그 귀신 소동이라… 뭐, 당시 어떻게 된 이야기인지 설명을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죠. 그것보다도 어서 들어요.”

  강혁은 음식을 먹지 않는 유마 일행에게 식사를 권유했다. 그들은 일시적으로 일어난 해프닝에 모두 식사를 잊어버린 상태였고, 뒤늦게 음식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저기,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곤란해지셔서…”

  루나는 쟁반으로 얼굴 절반을 가리며 아미에게 사과했다. 이따금 보이는 그녀의 뺨은 부끄러움에 벌겋게 올라왔다.

 “네? 아아, 그 일이라면 괜찮아요. 우흣.”

  아미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생각대로 이 종업원은 ‘괜찮은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아미는 이내 루나의 귀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마워요. 우흣.”

  루나의 표정은 금세 웃는 얼굴이 되었다. 비록 벌겋게 된 뺨은 그대로였지만, 적어도 마음은 편해질 수 있게 되었다.

  한편 고속은 강혁에게 귀신 소동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당시 상황은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시영과 아주 잘 알고 있던 소인은 그날의 일이 새록새록 떠올라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도 어느새 두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했고, 시영은 유독 고속의 말하기 방식에서 의문을 느꼈다.

  고속은 성격이 급하게 느껴진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다급해 보이는 점이 간간히 눈에 들어왔고, 그렇게 귀신 소동의 이야기가 마무리 되자 시영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고속 씨는 뭐랄까 조금 조급해 보여요.”

  시영의 말에 가게 안에 있던 모두의 시선은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고속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는 딱히 부정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뭐, 그렇죠. 이름처럼 빠른 속도로 해결하고 싶은 일이 있거든요. ‘이상 세계 현상’이라고 모르시진 않겠죠?”

  시영은 그가 천천히 말한 내용에 수긍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 세계 현상의 빠른 해결. 그것은 그가 원하는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시영 군도 처음 만났을 때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하.”

  장어덮밥의 장어를 숟가락으로 누르던 유마가 웃으며 말했다. 시영은 그 이야기에 머쓱한 웃음을 지었고, 소인은 그 이야기에 공감하며 웃음을 크게 터뜨렸다.

 “하지만 지금은 여유가 많이 생긴 모습입니다. 제가 다 보기 좋군요.”

  유마는 한결 보기 좋아진 시영의 모습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소인과 아미는 시영을 웃으며 바라보았다. 하지만 시영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자 부끄러움이 얼굴이 새빨개졌고, 덕분에 가게 안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다방면으로 신뢰받고 있군. 그것보다도 저 사람도 처음에는 조급했었군. 별 이야기는 아니지만, 왜 이렇게 신경 쓰이는 걸까…’

  고속은 볶음밥을 입에 넣으며 알게 모르게 시영을 주시했다.

 

  그렇게 시영의 돈가스 덮밥이 바닥을 보일 무렵, 소인과 고속은 돈가스 덮밥을 추가로 주문했다. 한편 유마는 누군가의 연락을 받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때 시영의 스마트폰으로 ‘병원으로 와주십시오.’라는 서연의 연락이 왔고, 시영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네, 네. 아, 알겠습니다. 티가 님.”

  그렇게 유마의 통화가 끝이 날 무렵, 시영이 슬그머니 그에게 접근했다.

 “아, 시영 군.”

  인기척에 시선을 돌린 유마는 시영이 온 걸 확인하자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전화 하고 계셨어요?”

 “아, 네. 중요한 연락이어서요.”

  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마는 결코 즐겁지만은 않은 통화에 힘겨운 미소를 보냈다.

 “그나저나, 이번 사건… 해결하실 수 있으신지요?”

 “네. 짐작 가는 사람도 있고, 몇 가지만 밝혀낸다면 바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시영의 마음은 확신이 있었다. 그의 마음을 읽은 유마는 서서히 뿌듯한 마음이 들었고, 자신의 선택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역시 시영 군을 부른 건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이 일이 끝나고 이상 세계 현상도 잘 부탁드립니다!”

 “얼마든지요!”

  시영과 유마는 악수를 하며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았다. 서로가 서로를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비록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마음은 거짓을 말하지 않았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아, 그리고 미처 말하지 못했었는데, 저번에 빌려주신 그 마석에 대해 할 말이 있습니다. 시영 군의 말씀대로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그 자료를 시영 군의 메일로 보내드릴 테니.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시영은 일이 술술 잘 풀려가는 것에 밝은 미소를 지었다. 유마도 그의 마음과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이 사건의 해결책이 보이기 시작했고, 시영이라는 유능한 인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는 더더욱 기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영의 기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의문과 걱정으로 덮이기 시작했다. 흠칫 놀란 유마는 눈을 부릅떴고, 이내 시영이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시영 군. 제게 할 말이라도?”

 “잠시 저랑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무슨 일이시죠?”

 “그, 한 선생에 대해서 잠시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유마는 한 선생이라는 말에 미간이 찌릿찌릿 하는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

 “한 선생이라. 말해주시죠.”

 “그때 제게 하신 말씀 기억하시나요? 한 선생이 ‘의식 불명 사건’이 가장 많이 일어난 장소로 번화가의 으슥한 골목길을 언급했었죠.”

 “그렇죠. 제가 웬만한 건 잊어먹지 않기에 시영군에게 모조리 알릴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그 골목길에 뭐가 있었나요?”

  유마는 슬그머니 시영의 생각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을 읽은 것을 잘못 판단했다 느껴버리고 말았다. 그의 마음에서는 오싹한 두려움이 느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아뇨, 그게 경찰에서 조사한 내용을 확인했고, 또 저희 스승님이 조사하신 내용을 확인했었는데요. 번화가의 골목길에서는 관련된 어떠한 자료도 확인되지 않았어요.”

  시영은 애써 무덤덤하게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오싹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유마는 당시 상황에서 이상함을 눈치 챘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한 선생이 자신의 마음을 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그의 말에 숨겨진 함정과 거짓을 파악하지 못했었다. 생각해보면 경찰과 탐정도 알아내지 못한 사실을 그가 자신 있게 말한다는 그 사실부터가 이미 함정이었던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한 선생은 그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해버렸다. 그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다는 것에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가 자신과의 심리전에서 이미 승리한 것과 다름없었다.

  자존심에 지울 수 없을 정도로 크나큰 상처를 입어버렸다. 유마는 이를 바득 갈았고, 스마트폰을 세게 쥐며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 경찰서에서 그 분의 행동도 조금 이상했어요. 절 보고 두려워하는 모습이 마치 오컬트 같았거든요.”

 “음…”

 “어떻게 하죠?”

 “휴우, 그러게 말입니다.”

  시영은 갑작스레 분노한 그에게 의문을 느꼈다. 시영은 유마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유마는 그런 그의 마음마저 읽었고, 억지로 분노를 삼키며 숨을 가쁘게 쉬었다.

 “제가 한 번 그 골목길로 가볼까요?”

 “시영 군이?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유마는 걱정이 되었다. 그곳에는 위험한 것들이 즐비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한 선생이라면 그러고도 남았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범벅된 인간 말종 중 하나였고, 그의 날카롭고도 치밀한 함정에 당한 유마로써는 더더욱 잘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유마 씨가 가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혹시 모르죠. 정말 골목길에서 의식 불명 사건을 많이 봤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시영의 말처럼 그가 정말 골목길에서 의식 불명 사건을 목격한 것이라면 조사해 볼 필요는 있었다. 하지만 유마가 조사하기에는 발바닥이 땅에 붙은 것 마냥 발이 떨어지지 않았고, 시영을 보내기에는 너무나도 미안했다.

 “죄송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만약 위험한 상황이 있다면 제 연락처로 연락 주십시오. 아, 혹시 제 전화번호는 알고 계시죠?

 “헤헤. 저번에 메일로 교환했었잖아요. 제가 여기 온 것도 유마 씨의 전화를 받고 온 거잖아요?”

 “그렇죠. 휴우…”

  어느 쪽이든 유마가 졌다는 건 변하지 않았다. 그걸 너무나도 잘 느끼고 있던 유마는 더더욱 속이 답답해졌다. 그렇게 시영은 병원을 향했고, 그가 떠나자마자 때마침 고속도 유마에게 접근했다.

 “저, 시영이라는 남자. 믿을 만한 사람인가요?”

  고속은 내심 시영을 신경 쓰고 있었다. 어딘가 자신과 비슷한 점이 있는 그를 신경 쓰지 않고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내심 유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고속 군과 비슷합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유마가 넌지시 던진 대답에 고속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생각을 읽는 유마는 이내 피식을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으시는 거죠?”

 “아뇨, 두 사람의 공통점을 생각하니 조금 웃음이 새어나와서요. 하하.”

  거짓말이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내심 그렇게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보다도 저 시영 군을 한번 믿어 보시지 않겠습니까?”

 “저 사람을?”

  유마의 알쏭달쏭한 권유에 고속은 시영이 나간 문을 째려보았다. 신용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자신과 비슷한 사내라면 믿어볼 만은 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석연찮은 부분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자신과 정말 비슷하다면 그것은 그는 어딘가 믿기 힘들다는 뜻이었다. 유마는 이 생각을 읽었지만, 고속이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기에 생각할 수 있는 겸손함.’으로 받아들였다.

 “뭐,

 “그것보다도. 한 가지만 말해도 괜찮을지요?”

 “뭡니까?”

 “78만원.”

  유마는 뜬금없는 그의 액수에 잠시 사고가 정지했지만, 이내 그가 말하는 액수가 ‘정보 값’이라는 것을 알았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밥은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빨리 돌아가는 게 좋을 거예요. 소인이가 지금 4그릇 째 먹는 중이라…”

 “아, 네.”

  그렇게 고속은 슬그머니 밖을 향해 나가며, 재빠르게 사라졌다. 유마는 그의 뒷모습을 아련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사람은 가끔 보면 정말 철저하게 인간미가 없어…”

 

 

 “서연 씨?”

  시영은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그곳에선 그를 기다리고 있던 서연이 단정한 모습으로 안경을 고쳐 쓰고 있었다.

 “오셨군요.”

 “네, 점심 먹고 바로 왔어요. 그런데 왜 부르신 거죠?”

 “특이한 점을 알아냈기 때문입니다.”

 “특이한 점? 그게 뭐죠?”

 “일단 절 부축해주세요. 좀 움직이고 싶어요.”

 

 

  병실 복도로 나온 서연은 환자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단정한 걸음으로 걸었다. 그녀는 시영과 함께 중환자실이 있는 2층으로 내려갔고, 그곳에서 ‘의식 불명’에 빠진 피해자들을 조용히 지나가며 바라보았다.

  시영은 그녀가 왜 이곳에서 걷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움직일 수 있는 곳은 병원 밖을 비롯해서 얼마든지 있었고, 특히 이곳은 환자들의 안정을 위해 가급적 일이 없다면 오지 않은 것이 예의였기 때문이었다.

  돌아가자 이야기하려는 시영이었지만, 서연의 심각한 표정과 최대한 소리 내지 않고 걷는 모습이 뭔가 있다고 생각되었기에 입을 다물었다.

  그저 그녀가 하는 것처럼 천천히 피해자를 바라볼 뿐이었다.

 

 

 ‘뭔가 이상하네?’

  서연과 함께 그녀의 병실로 돌아가던 시영은 약간의 의문이 들었다. 한두 명이 그런 거라면 그럴 수 있다 생각할 수 있었지만, 의식 불명의 피해자 모두가 같은 증상에 빠졌다.

  그것은 혈색이 너무나도 좋았다는 것이었다. 겉으로 봐선 전혀 환자 같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편히 잠을 자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이 사건과 관련 없는 환자들과의 비교로 인해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뭔지 눈치 채셨나요?”

 “혈색이 좋다는 점이요?”

 “제대로 보셨군요. 잠시 움직일 겸 중환자실을 확인하러 갔던 거였습니다. 시영 씨가 남겨주신 정보를 분석했더니 ‘전부 의식 불명’인데 ‘혈색을 비롯한 대부분의 상태 양호’로 되어 있더군요.”

  병실로 돌아온 서연은 시영에게 진료 차트를 건넸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차트를 확인하던 시영은 그녀의 말대로 피해자들의 상태가 좋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득 젊은 경찰이 말했던 내용과 정확히 들어맞는 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경찰들의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짐작도 되지 않는 원인과 이해할 수 없는 현상 때문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렇게 마지막 차트만을 남겨둔 시영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마지막 차트, 즉 가장 최근 의식 불명이 된 환자는 소민이었기 때문이었다. 차트 한 구석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그녀의 사진을 보자 그동안 본 그녀의 사악한 웃음과 교차되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고, 시영은 차트를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실 거죠?”

  서연은 그가 들고 있던 차트를 조심스레 가져오며 물었다.

 “빨리 진범을 밝혀내서 사건을 해결해야죠.”

  시영은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서연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각오에 찬 그의 눈빛에 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고, 시영은 그 손을 잡았다.

  서연은 간호사에게 외출 신청을 했고, 승인되자마자 그들은 강해성 탐정 사무소를 향했다.

 

 

  시영은 지금까지 얻은 정보와 자신이 직접 돌아다니면서 확인한 것들을 종합하여 추리를 시작했다. 추리는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차근차근 진행되었고, ‘진범은 뱀파이어’라는 것으로 결과를 도출했다. 하지만 경찰들은 그것을 믿지 못했다.

  하지만 시영은 당연히 믿지 못하는 것을 수긍했다. 그 이유는 그들이 뱀파이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었고 실언일수도 있었지만, 뱀파이어를 비롯한 오컬트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본인이라 자신할 수 있었다.

  그것은 ‘오컬트 슬레이어’라 불릴 정도로 오컬트들을 쥐 잡듯이 괴롭힌 것에 있었다.

  이상 세계 현상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그에게 바람에 실려 온 듯 살랑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었다. 그것은 ‘이상 세계 현상’의 원인은 오컬트에 있다는 것이었다.

  조용한 분노가 제일 두렵다고 했던가… 시영은 그 날로 혜성 시의 대부분의 오컬트들에게 강압적이다 싶을 정도로 위협적으로 정보를 뜯어내었다. ‘오컬트 슬레이어’라는 명칭도 이 시기에 얻은 것일 것이었다. 그런 불명예스러운 칭호도 얻어가며 발 빠르게 뛰어다녔지만, 그들에게선 이상 세계 현상에 대한 정보는 전혀 얻을 수 없었다.

  그랬기에 솔직한 그의 마음으로는 후회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상 세계 현상에 대한 원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오컬트에게 얻은 정보는 그들에 대한 사소한 정보들뿐이었다.

  당시에는 전혀 쓸데없는 것이라 생각했고, 시간만 낭비했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거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시영은 어이가 없었다. 즉, 그가 오컬트에 대한 정보를 주어 사건이 빠르게 해결될 수 있다는 말은 ‘그를 제외하고는 오컬트에 대한 정보를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즉, 그 누구도 오컬트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또 다른 의문을 품은 시영이 이 사건에 대해 남은 일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용의자로 추정되는 ‘밤이 어울리는 소녀’와 ‘뱀파이어’들을 조사하는 것.

  두 번째는 한 선생이 언급한 ‘번화가의 으슥한 골목’을 조사해보는 일이었다.

  어느 쪽이든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었지만, 시영은 이 사건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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