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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세계의 환상
작가 : 아리본
작품등록일 : 2018.6.8

6개월 전 일어난 이상 세계 현상.
그 이후로 시작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World 4-2 This Illusion
작성일 : 18-06-15 08:49     조회 : 10     추천 : 0     분량 : 10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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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은 며칠 전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그것은 아미의 매니저를 쫓아 고속도로에서 추격전을 벌인 일이었다. 사유는 포우에 대해서였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아미의 매니저를 조사하여 정보를 얻으려 했었지만, 결론은 실패였다.

  느낌은 몇 번 정도 더 해보고 싶은 추격전이었다. 아미의 매니저는 굉장한 운전 실력을 자랑했고, 고속 역시 비슷한 속도로 달린 덕분에 만족할 정도로 흥미진진했었다. 충분히 속도를 앞질러 억지로 정보를 캘 수 있었지만, 고속은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그의 프라이드와도 관련이 있었다. 말로 잘 구슬려 정보를 얻는 것 까지는 그의 프라이드가 허락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말을 하지 않는다면 그에게서는 관련 정보를 얻기 힘들다고 판단, 그의 프라이드에 금이 가지 않기 위해 깨끗이 그 자리를 떠난다.

  강제적으로 뺏는 것은 폭력에 가깝다. 엄밀히 따지면 그는 평화주의자다. 살면서 폭력을 휘두른 일은 두 번이었는데, 고등학교 시절 오해를 받아 5명의 선배들과 싸웠던 일, 그리고 이터널에게 맞은 만큼만 돌려준 일이었다.

  정보상은 그 무엇보다 신용과 믿음이 중요했고, 결국에는 그가 평화주의자가 된 것도 이것 때문이었다. 정보를 뺏는다는 건 원하지 않고, 정보를 주기 싫다면 굳이 미련을 갖지 않는다.

  그래서 고속은 포우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 그랬기에 며칠간 쉬지 않고 달렸고, 결국에는 다리에 무리가 가버린 것을 느껴버리고 말았다. 다리 하나만큼은 튼튼하다 믿었지만, 그 믿음은 결국 배신해버리고 말았다.

  병원으로 향한 고속은 몇 가지의 검사를 받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잠시 돌아다녀 볼까? 걷기만 하면 아프지는 않으니까.”

  고속은 혼잣말하며 걷기 시작했다.

  병원은 여러 부류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처럼 진찰을 받으러 온 사람, 입원해 있는 사람, 그리고 문병을 온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그들만의 필요에 의해 병원을 찾는다.

  그것은 나쁠 건 없다.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것. 그것이 병원이다. 이곳에서 거절을 당할 이유가 별로 없다. 포우의 정보를 위해 수많은 거절을 경험해온 그는 그것을 부러워하며 계속해서 걸었다.

  한 병실에선 안경을 쓴 도도해 보이는 빨간 머리띠의 여인이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고속은 그녀의 모습에서 며칠 전에 본 ‘장미’라는 여자아이가 생각났고, 그녀에게 ‘드래곤’을 주기로 했던 약속을 상기시키며 계속해서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걸음이 멈춘 곳은 낯익은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있는 병실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이끌린 느낌이 아니었다면 그저 계속 걸어갔을 것이었다.

  대놓고 슬퍼 보이는 은색 머리칼이었다. 이미 그와는 몇 번 본 적이 있다. 혜성고등학교의 운동장에서 얼핏 본 것과 아파트에서 본 것. 두 번이었다. 그가 왜 병원에 있는지에 대해 궁금함이 느껴졌지만, 순간 그의 상태가 정상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니 궁금함은 이내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그곳을 바라보던 중, 고속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병실에는 그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편안한 모습으로 누워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잘못 봤다 생각되었다. 하지만 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봐도 병실에 누워있는 사람과 곁에서 간호하는 사람이 똑같이 생긴 모습이었고,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쌍둥이’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간호하던 그가 병실 밖으로 나오려하자, 고속은 재빨리 허공을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하지만 곧 조심스레 은색 머리칼이 가는 방향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옥상으로 올라온 슬퍼 보이는 은색 머리칼의 소유자 ‘소인’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바람을 쐬며 기분 전환을 하려 했다.

 “잠시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하지만 예고된 불청객인 고속의 등장으로 인해 그럴 수는 없었다.

 “누구?”

 “그냥 정보상이야. 잠시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지금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소인은 한숨을 쉬며, 그와의 대화를 단박에 거절했다.

 “그런가. 알았다. 며칠 전 공사현장 관련 일로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랬는데, 뭐, 당사자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

  고속은 아쉬움을 드러내며 깨끗하게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소인은 그의 말을 듣고 눈을 깜빡이며 가려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 일은 아마 제 쌍둥이인 소민이가 그랬을 거예요.”

  고속은 우뚝 걸음을 멈췄고, 소인은 그의 행동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늦게 와버려서 자세한 건 모르지만, 그건 소민이가 한 짓일 거예요.”

 “이야기할 생각이 생긴 건가?”

 “조금은?”

  고속과 소인은 몸을 뒤를 돌려 서로를 제대로 바라보았다. 소인은 그가 며칠 전 운동장에서 본 빠른 발의 사내라는 걸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반면 고속은 그를 소민으로 착각하며, 공사 현장에서와의 다른 선량한 모습에 턱에 손을 가져다대며 눈을 깜빡였다.

 “그 쌍둥이라는 게 혹시 지금 누워있는 너와 닮은 그 녀석을 말하는 건가?”

 “후우, 네. 맞아요. 그것보다 절 놀리러 오신건가요?”

 “그럴 리가. 단지 조금 놀랐을 뿐이야. 쌍둥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정말 그랬을 줄은…”

  고속은 소인의 근처로 걸어가, 그와 함께 난간에 기대며 시선을 어지러운 병원 아래로 향했다. 그곳에선 응급실을 향하는 구급차의 다급함, 입원한 환자를 생각하는 가족의 걱정스러움, 장례식장의 비통함 등 부정적인 것들로만 가득했다. 병원이라서 당연하다 생각될 수 있지만, 별로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고속은 참견이라 느꼈지만, 손바닥으로 그의 눈을 가렸다.

 “뭐하세요?”

 “시선을 하늘로 향하라는 뜻이지. 땅은 영 아닌 것 같아서 말이야.”

 “하늘?”

  소인은 고속의 손가락이 가리킨 하늘을 향해 고개를 올렸다. 오늘따라 구름 한 점 없는 회색의 하늘이었다. 이따금 하늘색의 하늘도 보였지만, 그럼에도 회색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적어도 어수선한 옥상 아래보다는 훨씬 나았다.

 “난 이상 세계 현상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정보상이야. 하지만 지금은 원인 모를 의식 불명에 대한 조사를 이어나가는 중이지.”

 “그래서 제게 무슨 정보를 얻어 가시려는 거죠?”

  소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시선은 그에게 마주치지 않았고, 만사가 귀찮은 듯, 한숨만 쉬었다.

 “네게 얻을 정보는 없어.”

  의외의 대답에 소인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고속은 그에 전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확실하게 해야 할 사항이 있어서 말이지. 그건 네가 아니면 확실하게 할 수 없어서 말이야.”

 “대체 뭘…”

  소인은 근질근질한 정수리를 긁적였다. 마음이 심란한데다, 기분까지 우울했다. 더군다나 저 사내가 자신에게 뭘 원하는지 조차 알 수 없었기에 짜증이 식도를 타고 올라오려 했다.

 “얼마 전, 한 여인에게서 뱀파이어에 대한 특이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고속의 말로 인해 소인의 짜증은 금세 소멸되었다. ‘뱀파이어’문제로 심란해 있던 그에게 찾아온 이유가 적어도 이유가 없던 건 아니었다는 걸 깨닫자, 우울함을 침과 함께 삼켜버렸다.

 “그 여인이란 게…”

 “어린 소녀더군.”

 “어린 소녀? 당신! 설마 블러드리아를 만난 거야?”

 “블러드리아? 아니, 이름은 ‘장미’였다.”

  고속은 눈을 작게 뜨며 그를 주시했고, 소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

 “당신… 정보상이랬지?”

  소인은 숨을 천천히 쉬며 콩닥거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렇지. 그 누구보다도 발 빠른 정보상이지.”

 “그럼 정보를 살게! 물론, 지금은 돈이 없어! 하지만 나중에라도 꼭 갚을게! 제발… 정말로 지금은 정보가 필요해서 그래!!”

  소인은 그에게 무릎을 꿇어가면서 부탁했다. 금방이라도 오열할 것 같은 시한폭탄과도 같이 절박한 상태였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진심은 느껴지는 그의 행동에 고속은 뺨을 긁적이며, 먼 산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휴우, 여태껏 정보는 그때그때 사고팔았고, 돈이나 정보가 없다면 절대 팔지는 않지만…”

  이내 시선을 소인에게 옮겼고, 그의 턱을 들어 강제적으로 눈을 마주쳤다.

 “…넌 예외다.”

 “예, 예외?”

 “그렇지. 예외. 솔직히 남자끼리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뭔가 네게는 이끌리는 느낌이 들더군, 공사 현장 당시의 너의 쌍둥이에게도 같은 느낌이 들었지. 즉, 널 도와주고 싶다는 말이다.”

  고속은 소인처럼 진심이 담긴 미소를 보내며, 그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소인은 그의 말을 듣고는 코를 훌쩍였다.

 “이끌리는 건 나도 마찬가지야. 아니, 마찬가지예요. 죄송해요. 제가 흥분하면 반말을 하는 성격이라.”

 “신경 쓰지마. 그럴 수 있어.”

 

 

  두 사람은 옥상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어색함과 더불어 무엇을 말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기에 입은 자물쇠를 채운 것 마냥 자연스레 다물어졌다.

 “네게는 정보의 가격 따윈 받지 않고, 도와주고 싶어. 하지만 우선 서로의 비밀을 알아야 할 것 같다.”

  먼저 입의 자물쇠를 푼 건 고속이었다. 소인은 갑작스레 그가 뜬금없는 소리를 해대는 차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친해질 계기가 필요하다는 거야.”

 “굳이 그게 필요해요? 얼마 전에 만난 형은 그냥 친해졌었는데.”

 “나도 이런 게 처음이야. 솔직히 사람이 신념을 지키다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이유로 그걸 깨버렸는데, 적어도 형식적으로라도 비슷하게 해줘야지.”

  소인은 그때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계산적이고 원칙적인 사람이었다. 즉, 너무나도 융통성이 부족하여 피곤한 사람이다. 그나마 신념을 깨며 자신을 도와주려는 행동으로 인해 적어도 융통성이 없다고는 느끼지 않았다.

 “네, 네. 그럼 누구부터 비밀을 말할까요?”

 “당연히 너지.”

 ‘그럴 줄 알았어.’

  소인은 앞을 바라보며 똥 씹은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 비밀은 제 이름이 소인이라는 거예요.”

 “야! 그게 무슨 비밀이야?!”

  어이없는 비밀에 고속은 역정을 내며 그에게 따졌다. 갑작스레 화내는 그에게 소인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침을 삼키며 반박했다.

 “형은 제 이름 알아요? 저도 형 이름 몰라요. 이름은 정보 아녜요?”

 “아니, 그걸 그렇게…”

 “불만 있으면, 이름을 대시던가.”

  고속은 배신을 당한 것처럼 뒤통수가 얼얼했지만, 한편으로는 소인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기에, 분노의 한숨을 쉬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런데 친해지려면 이름을 알아야 하는데, 나도 이걸로 이름을 알려주면 쟤랑 똑같은 사람이 되는 건가?’

  하지만 고속은 화가 풀리며 걱정스런 생각을 하며 소인을 바라보았다. 소인은 고개를 돌리며 얄밉게 키득거렸다. 그 모습에 그는 화가 나려 했지만, 이내 피식 웃으며 화를 누그러뜨렸다.

  적어도 그가 얄밉게 웃는 것이라도, 침울해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서 한 행동이었다.

 “내 이름은 고속이야. 이건 비밀은 아니고, 그냥 알아두라고.”

 “별로 궁금하진 않아요.”

 “내 비밀은 간단해. 난 해방기라는 물건의 소유자라는 거지.”

  고속은 해방기를 꺼내기 위해 품속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저도 해방기의 소유자라는 게 비밀이에요!”

  하지만 소인이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백색 해방기를 꺼냈고, 혀를 내밀며 그를 놀리자 이번만큼은 그도 참을 수 없었다.

 “이 애새끼가…”

 “화, 화내시는 건가요?”

  고속은 끝끝내 화를 억눌렀다. 순간적으로 돕는 다는 말을 함부로 꺼낸 자신이 한심스럽게 생각되었다. 그의 분노를 어느 정도 눈치 챈 소인은 손바닥을 모아 그에게 사과하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그럼 다른 비밀을 알려드릴게요. 보시다시피 전 원래 장난기가 좀 심해요. 헤헤.”

 “조금이 아니라 성질을 건드는 무언가가 있어.”

 “그래서 지금이 가을이고, 고등학교는 2학기죠? 제가 1학기 때는 장난기 때문에 문제아였어요. 교무실에 안가는 날이 드물고, 뭐 그랬죠.”

 “갑작스레 궁금한 게 있는데, 그렇게 장난기가 심한 녀석이 갑작스레 바뀌는 계기가 뭐지? 분명 무슨 일이 있을 텐데?”

 “그건 다음 비밀 때 알려드릴게요.”

  소인은 장난기를 빼고 진지하게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고, 고속은 심란하게 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 비밀은 내 고민이야. 난 최근 한 가지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할지 고민 중이야.”

 “제게 고민 상담을 바라시는 건가요?”

  소인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놀리듯 말했다. 고속은 묘하게 그에게 자꾸 주도권이 넘어간다는 생각이 들었고,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며 차근차근 설명하려 했다.

 “솔직히 싫은데, 마음속에 숨겨둔 이야기를 비밀이라 하잖아? 겸사겸사 비밀도 털어놓으면서 좋은 선택지를 바란다는 뜻이지.”

 “아하. 그랬군요.”

  소인은 쿡쿡 웃어가던 것을 점차 멈추고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한 번 터져버린 웃음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고, 자신의 가슴팍을 쳐가면서 멈추려 노력했다.

 “드래건이라고 알지?”

 “알죠. 그 도마뱀. 현 가문에서 판다는 도시 전설이 있는데, 소문 듣고 간 사람들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제시해서 전부 구경도 못하고 쫓겨났다는 그거요.”

 “잘 아네?”

  소인의 의외의 모습에 고속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랐다.

 “후후. 저도 정보상인 고속형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특이한 정보는 몇 가지 알죠.”

 “그렇구나. 아무튼 그게 내 고민이야. 난 지금 드래건을 한 사람에게 사줘야 해. 하지만 알다시피 드래건은 비싸잖아?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난 그 정도의 돈은 가지고 있어.”

 “그럼 사주면 되지 않아요?”

  소인은 너무나 간단한 고민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고속은 고개와 손을 저으며 그의 말을 부정했다.

 “그게 아니야. 진짜 고민은 내가 이걸 돈으로 사야 할지, 정보로 사야할지 결정하지를 못하겠어.”

 “정보는 왜요?”

 “정보상에게는 정보가 곧 무기이자 귀중한 자원이지. 어느 쪽이 더 싸게 먹힐지…”

  고속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했다. 하지만 소인은 그런 그의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귀 좀 줘보세요.”

  고속은 눈을 깜빡이며 그에게 귀를 대주었다. 소인은 그에게 무언가를 속닥였고, 이내 고속은 귀신이라도 본 것 마냥 경기를 일으키며 손바닥을 미친 듯이 흔들었다.

 “야! 넌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정보상이요. 보통 정보상들은 사기꾼도 겸하지 않나요?”

 “소인아. 제발… 정보상은 그 누구보다도 신용과 정직이 중요해.”

  고속은 울먹이며 그에게 타이르듯 말했다. 이제 그가 하는 말은 더 이상의 분노를 유발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제발 입을 다물어 줬으면 했다.

 “가짜 정보로 사라니… 그럼 당장에는 아무렇지는 않겠지만, 곧 신용이 실추되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될 거야.”

 “아아, 그랬군요. 그건 몰랐네. 킥킥.”

  고속은 눈을 감으며 고개를 저었다. 잠시 거짓말로 드래건을 사는 걸 머릿속으로 생각했지만, 곧바로 몸을 떨어가며 잊어버리려 발버둥을 쳤다.

 “그럼 이제 제 차례네요. 음, 제가 장난을 안 치려는 이유라… 간단해요. 방학 때 만난 뱀파이어 때문이거든요.”

  고속은 ‘뱀파이어’라는 단어에 곧장 정신을 차렸다. 그가 소인에게 접근한 이유이자, 확실하게 알고 싶던 그 키워드였다.

 “그 뱀파이어가 저희 소민이의 친구거든요. 뭐, 저도 그 녀석을 알고 있기는 한데, 저는 그렇게까지 친한 건 아녜요. 그 아이랑 만난 이후로 소민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음, 그러니까 그때는 이상한 건 아니었어요. 단지 뭔가를 각오한 눈빛? 원래 소민이의 성격도 저랑 비슷했거든요. 말썽 꾸러기였거든요.”

 “각오한 눈빛?”

 “그런 거 있잖아요. 누가 봐도 뭔가 있었던 그런 눈빛 말이에요. 그때 이유는 모르겠는데, 제가 마냥 장난만 치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그 뱀파이어의 이름이 아까 언급한 블러드리아?”

  고속의 물음에 소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이후로 장난을 최대한 줄이게 되었다는 말이지?”

 “그렇죠. 솔직히 소민이 상태가 저렇게 되어버려서 그런지, 장난을 치는 게 더 나았을 거라는 생각도 가끔 해보고 그래요.”

 “그러기에는 나한테 너무 익숙하게 장난을 해서 그런지, 설득력이 부족한데?”

  고속은 은근히 소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소인은 그 모습에 머쓱하게 혀를 내밀며 미소 지었다.

 “형이 제게 이끌리는 느낌이라 하셨죠? 저도 그렇거든요. 고속형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친형처럼 친근하게 느껴져서요.”

  소인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후로 두 사람은 몇 가지의 비밀을 더 주고받았다. 비록 이따금 소인은 고속의 화를 돋우었지만, 두 사람은 점점 더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고속이형.”

 “왜?”

 “형이 확실하게 하고 싶은 게, 뱀파이어에요?”

  고속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소인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다른 이야기에는 제가 장난친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과민반응 하시는 걸로 끝났는데, 유독 뱀파이어 관련 이야기는 꼬치꼬치 캐물으시려는 것 같아서요.”

  고속은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았다. 그의 말대로 그가 장난식으로 말한 내용에는 심하게 반응했었고, 유독 뱀파이어의 이야기만은 빠짐없이 알아내려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고속은 의식 불명 사건과 뱀파이어 사이의 관련도 확실하게 하고 싶었고, 소인도 돕고 싶었다. 하지만 그 두 가지는 처음 만난 두 사람으로서는 억지로 친해지며 동시에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는 그에게 크나큰 손해였다.

  두 가지 일은 동시에 할 수 없다. 한 가지만을 해야 그나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는 있었다. 그랬기에 이상 세계 현상을 조사하던 것을 잠시 중단하고, 원인 모를 의식 불명 현상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던 것이었다.

 ‘휴우, 두 가지의 행동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속은 개인적인 바람을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맞아. 뱀파이어야. 미처 말하지 못한 비밀인데, 최근 혜성 시에 일어난 원인 모를 의식 불명 현상 알지?”

 “알아요. 잠깐, 그게 비밀이라면 진범이 형이에요?”

 “아냐, 나 아니야. 아무리 장난이라도 그러지 마. 난 그런 능력이 없고, 솔직히 그런 취미 같은 건 전혀 없어.”

  소인은 키득거렸다. 하지만 고속은 그에게 과민반응하면 바보가 되는 느낌에, 더 이상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의외의 반응에 소인은 잠시 황당했다.

 “아무튼 확실하게 하고 싶은 건, 뱀파이어와 의식 불명 현상의 연관성이야.”

 “연관성이요?”

 “응. 연관성. 두 가지만 확실하게 했으면 했거든. 하지만 지금은 널 돕기로 했으니까.”

 “아뇨, 충분히 도움이 되었어요.”

  소인은 진심을 다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갑작스런 그의 말에 고속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겨우 몇 마디 나눈 걸로?”

 “헤헤. 당연히 아직도 심란하긴 해요. 하지만 적어도 형이랑 대화를 나눴기에 적어도 기분 전환은 된 것 같아요.”

  애매한 발언에 고속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적어도 짧은 시간 안에 우울한 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건 충분히 좋은 일이었기에 그는 그러려니 하며 설렁설렁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원하시는 대답이 될 줄은 모르겠는데, 소민이는 뱀파이어의 영향을 받아 폭주했었고, 지금은 의식 불명 상태에요.”

 “그래 그게 첫 번째였어. 그리고 두 번째로 확실히 해야 할 건, 소민이에게 수상한 돌덩어리가 있었냐는 거야.”

 “그거 혹시 마석 이야긴가요?”

 “응, 맞아. 마석이야. 뱀파이어의 마석.”

 “그렇다면 아마 형이 물어본 건 전부 확실하다고 볼 수 있어요.”

 “그래?”

  저 말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저 말 조차 장난으로 여길 수 있었지만, 고속은 소인이라는 사람에 대해 ‘장난을 좋아하지만, 실상은 그 누구보다 진지한 아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랬기에 뱀파이어와 의식 불명의 연관성에 어느 정도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도움을 주려 했지만, 오히려 이쪽이 도움을 받을 줄은…’

  고속은 떨떠름한 기분으로 소인을 곁눈질했다. 명목상으로는 그가 소인에게 도움을 주기로 했었지만, 오히려 도움을 받은 건 자신이었다. 소인은 아까보다는 괜찮아졌지만, 아직도 이따금 우중충해 보였기 때문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든 기분을 풀어줘야 하겠는데, 으음…’

 “형.”

 “으, 응?”

 “혹시 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소인은 고민하던 고속에게 넌지시 의문을 제시했다. 고속은 잠시 당황했지만, 어쩌면 가볍게 해결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으음, 힘이라…”

  하지만 그가 던진 의문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다. 힘이라는 간단하고도 설명하기 어려운 개념. 몇 번 정도는 생각해 본 적은 있었지만, 그때마다 자기 자신의 생각임에도 제대로 답하기 어려웠었다.

 “그 전에 왜 힘이라는 걸 물어보는 거야? 이건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거야.”

 “음, 잠깐만요.”

  소인은 입술에 주먹을 가져다대며 헛기침을 한 다음에야 말을 이어갔다.

 “사실 병원에 입원한 건 소민이 뿐만이 아니거든요. 이 병원에 친형이 한명 더 입원했어요.”

 “아…”

  고속은 아차 하며 실수했다는 생각이 가득 차올랐다.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수습하려 했다.

 “괜히 물어본 것 같다. 미안해.”“네? 아녜요. 헤헤. 사실은 그 두 사람이 입원한 이유가 힘에 관련이 있거든요.”

  소인은 입술을 문질거리며 시선을 왼쪽 아래로 돌렸다.

 “부모님이 예전에 돌아가시고 셋이서만 지냈거든요. …그랬기에 더 힘이 필요했었나 봐요.”

 “소인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묻지 않을게. 혹시 위험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

  고속은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그의 눈에 들어온 소인의 모습은 마치 위험한 선택을 하려는 극단적인 모습이었다.

 “그건 아녜요.”

  소인은 그의 말을 강력하게 부정했다.

 “저는 힘 때문에 잘못된 생각을 하지 않을 거예요. 저까지 그렇게 돼버리면 나 씨 집안사람으로써 부끄럽잖아요.”

  소인은 웃으며 말했다. 고속은 그의 웃음에서 여러 가지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약간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해줄 말이 이게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역시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어갔다.

 “네게도 힘이 있고, 그 힘은 시련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줄 거야. 대체로 자멸하는 사람들의 주된 원인이 강해지기 위해 자신에게 맞지도 않은 힘을 강제로 얻으려 해서 그렇거든. 강해지려면 그만한 경험이 중요해. 강해지는 방법은 많고, 그만큼 힘의 종류도 다양하지. 하지만 그걸 알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경험이 필요해. 그러니 네 형과 쌍둥이의 일을 거울삼아 힘에 대해서는 당분간 미련을 갖지 않았으면 해.”

  그에게 해답이 될지 되지 않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는 유마처럼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도 없을뿐더러, 그저 신념을 저버리며 소인을 돕고 싶다는 순수한 의도에서 나온 행위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해답의 의미는 그동안 답을 하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에 대한 대답이기도 했다.

 “감사합니다. 고속이형.”

  소인은 미묘한 표정으로 활짝 웃어 보이며 그에게 감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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