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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세계의 환상
작가 : 아리본
작품등록일 : 2018.6.8

6개월 전 일어난 이상 세계 현상.
그 이후로 시작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World 4-1 This Illusion
작성일 : 18-06-15 08:48     조회 : 11     추천 : 0     분량 : 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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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아침입니다.”

  유마는 동료 과학자들에게 인사를 하며 자신의 자리로 걸어갔다.

 “음? 저기 한 선생은 아직 출근 안했나요?”

  유마는 비어있는 옆 자리를 가리키며 근처의 동료에게 물었다. 동료는 그가 가리킨 한 선생의 자리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아, 교수님. 한 선생님은 오늘 하루 쉰다고 하시던데요?”

 “왜죠?”

  마음에 들던 사람은 아니었지만, 기본적으로 성실하기는 했던 그였다. 아파도 항상 회사를 나오던 그였기에 유마는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경찰서에 가야겠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도저히 견딜 수 없다는 말만 하셨어요. 뭐, 한 선생님은 하루정도는 쉬어도 괜찮잖아요?”

 “그, 그렇죠. 한 선생이니까.”

  유마는 떨떠름하게 말했다. 한 선생이라는 사람의 겉만 보자면 하루 정도는 쉬어도 괜찮은 사람이었지만, 유마는 이미 그의 질투로 가득한 내면을 알고 있었다. 특히 그 질투가 자신에게로 향한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넘어서기 위해서는 회사를 빠져서는 안될 거라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유마는 그의 걱정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가 나오지 않는다는 건, 그의 속마음을 읽어 기분이 나빠질 일도, 머리가 아파질 일도 없다는 것이었다. 경찰서에 무엇을 하러 가던 그와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이다. 왜냐면 그는 한 선생에게 피해를 가한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한 순간에 기분이 좋아진 유마는 오늘 하루는 즐거운 일이 생길 것 같이 느껴졌다. 행복이 떠나갈까 얼굴에는 만개한 미소를 짓고,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

 

 

  한편 경찰서에는 한 선생과 시영이 같이 있었다. 시영의 표정은 당황스러웠고, 한 선생은 그를 보며 겁에 질린 상태였다.

 “제발, 제발 저 사람 좀 어떻게 해주세요!”

  한 선생은 시영을 바라보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시선은 경찰에게 맞췄고, 한 손으로는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시영을 가리키며 난동을 부렸다.

 “좀, 좀! 가만히 계세요.”

 “저, 경찰님.”

 “아, 네. 시영씨.”

  친절하게 한 선생을 제압한 경찰은 시영에게는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저분이 왜 저러시는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전 단지 이 사진에 대해서 몇 가지만 여쭤볼 생각이었고, 성범죄 관련한 게 아니라면, 이런 도촬로는 처벌을 받기 힘들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왜 이분은 경기를 떨고 계신 거죠? 아무리 봐도 시영 씨가 찍힌 거 아닌가요?”

  경찰은 시영이 건넨 사진을 훑어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벌은 둘째 치고라도 겁에 질린다면 사진 속 인물인 시영이 겁을 먹어야 정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겁을 먹은 건, 여전히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있는 한 선생이었고, 시영은 무서울 정도로 태연한 상태였다.

 “저 눈! 저 눈이 무서운 거야! 저 녀석은 온갖 오컬트들을 학살하고 다닌 ‘오컬트 슬레이어’라고! 봐 바! 저 살해자의 눈!”

  한 선생은 마치 더러운 것을 가리키는 것 마냥 시영에게 향한 손가락을 부들부들 떨었다. 주변의 경찰들은 시영의 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살해자의 눈이라고 하기에는 별다른 살기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크고 아름다운 눈이었다.

 “뭐가 살해자죠? 오컬트 슬레이어?”

  한 선생을 제압한 젊은 경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시영이 도촬된 사진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사진들은 대체로 시영이 액체 괴물, 괴수, 해골머리 라이더 등 오컬트와 관련된 이종족들을 괴롭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곧 젊은 경찰은 웃으며 이 사진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파악할 수 있었다.

 “선생님. 이건 시영 씨가 저희 경찰의 허락을 맡고 개인적인 일을 조사하던 것입니다. 오컬트 살해자? 그런 건 아녜요. 단지 당시 시영이가 조금 열이 받았을 뿐, 별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 그럴리가! 경찰도 왜 이런 녀석의 편의를 봐주시는 겁니까? 이 녀석은 위험해요!”

 “그야, 시영 씨는 강해성 탐정님의 제자고, 저희와 나름 협력관계거든요.”

  한 선생은 ‘강해성’이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깜짝 놀라 시영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는 검지와 중지를 흔들며 활짝 미소 짓고 있었다.

 “확실히 강해성 탐정님과 시영이, 그리고 서연씨 덕분에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확실히 뛰어난 협력자분들이 세분이나 생기니, 저희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죠.”

  젊은 경찰의 친절한 설명에 한 선생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굳게 다물며 행동거지가 공손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영에 대한 분노에 찬 눈빛은 거두지 않았고, 시영은 애써 그를 무시하려 했다.

 “저, 어제 말씀드렸던 그 자료는 어떻게 되었죠?”

  시영이 젊은 경찰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아, 그거 말이죠? 잠시 만요.”

  젊은 경찰은 자신의 자리로 이동했다. 잠시 그곳에서 책상을 뒤적거렸고, 이내 시영에게 경찰협력증 한 장과 정보가 쓰인 종이 몇 장을 전달했다.

 “병원에는 미리 연락을 해두었습니다. 의식 불명인 환자들에 대한 정보는 그곳에서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이 의식 불명 사건에 대해 특이한 점이 있나요?”

 “특이한 점이라뇨?”

  젊은 경찰은 눈을 깜빡이며 그에게 되물었다.

 “뭔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던지 그런 점이요. 경찰 분들께서는 저보다 먼저 이 사건을 조사하셨죠? 제가 꼭 알아야 하는 의문 같은 게 혹시 있을까 하구요.”

 “아아, 뭔지 알았습니다. 음, 지금으로선 분명 사람들은 의식 불명인데, 혈색과 맥박을 비롯한 대부분의 상태는 엄청 좋은정도군요.”

 “예? 엄청 좋은 정도라뇨?”

 “그게, 쇠약해지긴 커녕, 오히려 상태가 더 좋아지고 있다고 하네요. 음, 정말 특이한 사건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상태가 오히려 더 좋아진다고?’

  시영은 범상치 않은 뒷이야기에 눈을 반쯤 감았고, 무언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시영 씨? 무슨 생각 하세요?”

 “예? 아, 아닙니다. 아무튼 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얼마든지요!”

  젊은 경찰과 시영은 서로에게 악수를 하며, 웃는 표정을 지었다. 업무를 보던 경찰들도 그들의 모습에 박수를 쳤고, 이내 두 사람은 머쓱해하며 서로에게 고개를 숙였다.

 “제가 가장 막내지만, 경찰들을 대표해서 항상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더군다나 시영 씨가 도와주신다니 더할 나위 없이 기뻐요. 저희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니, 계속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절 이렇게 까지 믿어주시고 정보를 제공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헤헤. 그럼 전 이만 일을 보러 가겠습니다. 아, 그분이 비록 늦게 출근하시지만, 잡히지 않게 조심하시고요.”

 “누가 늦게 출근한다는 거지?”

  한 순간에 경찰서 안에는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것은 위풍당당하게 경찰서의 문을 열고 출근한 한 명의 여경 때문이었다. 그녀는 어제 술을 많이 마신 것 마냥 이따금 딸꾹거렸고, 두 눈에서는 불길이 일어날 것처럼 모두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 아닙니다!”

  젊은 경찰은 당황했고, 고개를 들어 부동자세를 유지했다. 여경은 딸꾹거리며 그에게 위협적으로 다가갔다.

 “야, 막내. 내가 늦게 오니까 욕이 그냥 나오지? 응? 오면서 귀가 간지럽더라니.”

 “죄송합니다!”

  여경은 검지로 그의 온몸 구석구석을 찌르며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녀는 검은 민소매와 핫팬츠의 불량스러운 복장이었지만, 그 어느 누구 하나 나서는 일 없이 그저 자신들의 일만 볼 뿐이었다.

 “그럼 전 이만… 아하하.”

  시영은 눈치껏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인사를 한 것, 그건 그의 가장 큰 실수였다.

  여경은 독수리 같이 날카로운 눈으로 시영에게 시선을 옮겼고, 이내 입가에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팔로 시영의 목을 잡았다.

 “동생!”

 “혀, 형?!”

 “형? 이 자식이 누님이라니까!”

  시영은 밀려오는 술 냄새에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하지만 경찰서에서 토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만약 그랬다간 이 사람에게 맞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아냐, 아냐. 넌 괜찮아. 끕!”

  여경은 시영의 사과에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딸꾹질을 했다. 시영은 그 행동이 자신에게 토를 하는 것으로 착각했고, 이내 사색이 되었다.

 “저, 로제 혀… 아니 누나.”

 “으응?”

 “저 병원가야 하는데요?”

 “왜? 어디 아파?”

 “아뇨. 의식 불명 환자들의 정보를 얻어야 해요.”

  로제는 그 순간 딸꾹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거 여기서 주지 않았어?”

 “제가 일부러 건네지 않은 겁니다. 시영씨에게는 비교적 최신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죠. 솔직히 이곳에서 정보가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그게 더 나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로제는 젊은 경찰을 지그시 바라보았고, 그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그녀의 다음 반응을 기다렸다.

 “그랬구나~ 누나는 몰랐어.”

  그녀는 이내 시선을 시영에게 돌리며 해맑게 미소 지었다. 젊은 경찰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조심스레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좀 놔주실래요?”

 “놓으려면 선물이 있어야 해!”

 “선물?”

 “응! 선물! 시영이 너 외국을 다녀왔는데, 누나한테 선물도 안줘?”

  딸꾹거리며 서운한 감정을 토로하는 그녀로 인해, 시영은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그가 놀러간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아직 숙취가 채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애써 그녀를 이해하려 했다.

 “죄, 죄송해요. 다음에 사올게요.”

 “에헤헤.”

  로제는 헤벌쭉 웃으며 더욱 시영에게 몸을 기댔다. 두 개의 커다란 공이 등에 닿는 느낌이 전해지자, 머릿속은 낙서한 것 같이 복잡해졌다.

  결국 시영은 힘으로 뿌리치는 방법을 택했다. 비록 이미 힘으로는 그녀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기에, 그녀가 힘을 뺄 즈음 손을 뿌리치고 달려 나가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녀의 힘은 빠지지 않았고, 결국 시영은 무리하게 돌파를 감행했다.

 “어딜 가시려고! 쓰읍!”

  로제는 역시 만만치 않았다. 시영은 신중하지 못한 자신을 한탄하며, 회전하는 구체로 그녀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로제는 그 자리에서 시영에게 관절기를 걸어버렸고, 그는 정신을 집중할 수 없었다.

 “끄아아아!”

 “누님의 손맛이 그리웠냐! 자식이!”

 “사, 살려주세요!”

  시영은 주변의 경찰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모두 하나같이 두 손을 모아 그에게 미안하다며 사과할 뿐, 아무도 그를 도우러 나서지 않았다.

  시영은 예전부터 경찰들은 이렇게 난동을 부리는 로제를 막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지금은 고통스러움으로 인해 도망치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 차오를 뿐이었다.

  그렇게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던 중,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마치 일시적으로 뭔가 몸에서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더 자세히는 몸에서부터 분리되었다는 느낌이었다.

  단 한순간이었지만,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생전 처음 느낀 것이었지만, 오히려 몸은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시영 역시 일시적으로 당황했을 뿐,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적어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방금 그것으로 인해 뭔가 발동했다 한다면 시영은 확실히 실패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의 몸은 자연스레 저항하는 걸 멈췄고, 로제는 항복의 의미로 해석하여, 힘을 풀어 그를 해방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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