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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고양이 전쟁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8.6.9

길고양이를 전부 잡아들이자는 인간들의 선택과 그에 대해 반격하는 길고양이들.

 
고의든 아니든, 어쨌든 원인들의 이야기
작성일 : 18-06-14 17:26     조회 : 357     추천 : 0     분량 : 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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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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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엔 밤에 일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졸음이 쏟아져 내렸다. 옆에 있던 내 동료를 봤더니 이 사람도 졸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꽤나 멘탈이 나가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에게 미리 사 온 차가운 캔커피 하나를 볼에 대주고 건넸다. 차가운 느낌에 정신이 확 드는 건지 어깨를 크게 들썩이더니 나를 보고 쓴웃음을 짓곤 캔커피를 받아들었다. 나는 캔커피를 꺼내 목에 대고 몽롱한 정신을 어느 정도 깨운 뒤에 커피를 마셨다. 목 안으로 들어와 가슴 내부에 퍼지는 차가운 느낌을 느끼며 차에서 내렸다. 동료를 보며 “이제 일해야지.” 라고 말을 하니 동료는 어깨를 으쓱이곤 차에서 내렸다.

  밤에 일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왜 밤에 커피까지 마셔가며 나와 있느냐면 오늘 시행된다고 공표된 길고양이 정책의 시행 시간이 지금이고 우린 그 정책의 시행원이기 때문이다.

  차 뒷자석에 둔 덫과 그물망 등을 꺼내고 준비를 갖췄다. 개인적으로 이런 일은 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다. 거부권이 없는 건 둘 째 치더라도 돈이 없어져 가는 타이밍에 기가 막히게 들어온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한다고 우리를 욕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만 그들이 돈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일이 들어오면, 즉 나와 같은 상황이라면 과연 그 일을 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밤이라 그런지 차도, 사람도 많이 안 지나다니기에 적당한 곳 아무데나 찾아보기로 했다. 둘이 다니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겠지만 그 날랜 고양이들을 잡기 위해선 별 수 없이 둘이서 다녀야 할 것 같다. 우선 차에서 가장 가까운 곳의 주택가 골목을 돌아보기로 했다.

  발걸음을 재촉해 목표로 정한 골목에 도착하니 그곳의 풍경은 말 그대로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누군가 살고 있는 흔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이 없는 스프레이 낙서가 적혀있다. 처음엔 뭐라고 적혀있는지 몰랐지만 한 발자국 떨어져 살펴보니 ‘재개발 구역될 곳=망한 곳’ 이라고 적혀있었다. 나도 모르게 불쾌감이 솟구쳤다. 물론 골목의 황량함 자체는 지금 내가 보고 있지만 지금은 밤이다. 번화가도 아닌 주택가가 이런 시간에 시끌벅적한 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 좀 낡은 곳이란 말이 사실이라면 그 낡은 곳이 누군가의 터전이고 누군가의 추억인 것 또한 사실 아닌가? 이런 저런 생각들로 그 장소를 떠나지 못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손가락을 튕겨 낸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발생지를 찾아 고개를 여기저기 돌려가며 찾아보니 먼저 앞서나간 내 동료가 전봇대 뒤에, 내 시점으로 보면 앞에 어정쩡하게 앉아 손짓을 하고 있다. 한숨을 쉬었지만 이내 돈을 생각하고 조용히 그의 옆으로 갔다.

  동료의 옆으로 가니 그가 기다렸다는 듯 검지를 쭉 뻗어 바로 건너에 있는 전봇대 밑을 가리켰다. 그의 검지를 따라 그 장소를 보니 그곳엔 한 길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뜯고 있었다. ‘저것 좀 봐, 음식물 쓰레기가 있다는 건 이 곳에 아직 사람이 산다는 거잖아.‘ 같은 말을 마음속으로 하고 있는데 동료가 날 꿈에서 깨워주기라도 하듯이 어깨를 툭 내리쳤다. 그리곤 내 귀에 대고 “일 시작이야.” 라는 말을 밀어 넣었다.

  그리곤 시작되는 작전 브리핑. 말이 좋아 브리핑이지 실은 굉장히 간단한 계획이다. 초등학생, 아니 유치원생이 진지하게 임해도 할 수 있는 그런 계획. 동료가 뒤로 크게 돌아 우리끼리 정한 장소에 덫을 두고 내가 그물망으로 고양이를 그곳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그가 “알겠지?” 라고 말하며 일어나 뒤로 크게 돌아가는 것을 별 생각 없이 보고 있었다. 그가 덫을 설치했다는 사인은 팔로 크게 ‘O’ 자를 만드는 것. 조용히 기다리기 시작한지 3분 정도 지났을까, 눈을 찡그리지 않으면 못 볼 것 같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사인이 보였다. 무릎을 짚고 일어나 그물망을 펼칠 준비를 하며 발소리를 죽여 길고양이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역시 어릴 때 비둘기를 잡겠다고 다가갔을 때와 비슷하게 보기 좋게 들켜버렸다. 길고양이는 입을 크게 벌리고 털을 잔뜩 곤두세우며 위협 아닌 위협을 했다. 나 또한 그에 질세라 그물망을 크게 펼쳤고 그것을 본 길고양이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잽싸게 달리기 시작했다. 난 그 뒤를 최대한 쫓아 그물을 던지고 펼치며 덫으로 향하는 길로 유인했다. 여러 가지 돌발행동을 했지만 다행히도 우리가 짠 길을 그대로 밟았고 이내 그것이 덫 안으로 고개를 들이미는 순간 그가 덫 문을 확 내려버렸다. 속으로 ‘좋았어!’ 라고 생각하며 남몰래 주먹을 불끈 쥐었는데 이내 드는 큰 위화감에 주먹을 다시 풀었다. 원인이 뭔지 모르겠어서 잠깐 생각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볼륨을 높여 문을 누르고 있는 동료에게 소리쳤다.

  “당장 문에서 손 떼!”

  예상하지 못 한 내 큰 소리에 그도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뜨더니 버벅거리며 문에서 손을 뗐다. “제발. 제발...” 이라며 나도 모르게 말을 흘리면서 다가갔다. 내가 생각해낸 원인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서일 것이다. 그렇게 다가가 확인의 과정을 거친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타이밍이 안 좋은 것이 문제였다. 동료가 길고양이가 들어오고 문을 닫아야 하는데 전부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서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그 상태로 목이 문에 깔려버린 길고양이는 내 친구의 무게, 중력, 문의 무게를 견디지 못 하고 죽어버린 것이다. 목뼈가 부셔진 건지 아니면 질식인 건지 난 모르겠지만 현재의 상태로 봐서 그것이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나와는 달리 별 감정이 없어 보이는 표정으로 이제 어쩌냐는 것 같은 제스처로 어깨를 으쓱였고 난 고개를 떨어트렸다. 머릿속에 포획 과정 속에 죽어버린 고양이는 묻든 버리든, 어쨌든 가져오지 말라는 당부가 스쳐지나갔다.

  차를 타고 좀 멀리 나가 그렇게 유명하지 않은 저수지인지 강가인지 모를 곳에 우리가 죽여버린 길고양이를 버렸다. 결국 첫날은 수확이 없었다. 차를 몰고 가는 도중 나는 나도 모르게 아까 전의 상황을 머릿속에서 재생시켰다. 좋은 꿈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나쁜 꿈은 기억에 비교적 선명하게 남는 것처럼 지우고 싶은 아까의 상황이 펼쳐졌다. 그러다 다시 한 번 문득 드는 위화감. 내 동료는 과연 그것을 몰랐을까? 덫의 문을 닫을 때 손에 촉감이 있지 않았을까? 아니,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대체 왜 손을 떼지 않았는가. 거기에 더해 누르기까지 했는가. 그 눈을 크게 뜬 것과 버벅거림은 대체 무엇을 의미한 걸까? 게다가 아까 전의 그 표정...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는 질문 속에서 찾아낸 오싹한 답을 마주했을 때 신호에 맞춰 차를 멈추고 옆에 있는 동료를 바라봤다. 기분 좋게 가벼운 코골이까지 동반해가면서 깊게 잠에 들어있다. 그가 자고 있는 것이 다행이다. 아마 그가 내 표정을 봤다면 대판 싸움이 날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닭살이 돋은 내 팔 한쪽을 다른 팔로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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