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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굿나잇 파트너
작가 : 나비야
작품등록일 : 2018.6.11

“누워.”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시운이 젖은 머리카락을 가볍게 털었다. “둘이서 누워도 충분할 만큼, 침대도 가장 큰 거로 바꿨으니까.” 그 남자, 자꾸만 나를 침대로 끌어들이려 한다! [navi_yaa@naver.com]

 
<2> 온기를 느끼지 못하는 남자
작성일 : 18-06-12 15:12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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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온기를 느끼지 못하는 남자

 

 “…온기를 못 느낀다구요?”

 

  로연은 검게 번진 눈가를 톡톡 닦아내며 반문했다. 화장이 번진 눈가는 검은 물 범벅이었다. 게다가 아예 한쪽 눈을 벅벅 닦아낸 탓에, 짝짝이 눈이 된 상태였다.

 

  왼쪽 눈은 깨끗하고, 오른쪽 눈은 여전히 검은 물감이 가득했다.

 

 ‘…무슨 아수라 백작도 아니고…….’

 

  시운은 작게 한숨을 내쉬다가 물티슈 한 통을 더 건넸다. 조금 전에 건네주었던 물티슈는 이미 바닥을 보인 까닭이었다.

 

  로연은 자신에게 내밀어진 새로운 물티슈를 뜯어냈다. 새하얀 물티슈는 로연의 오른쪽 눈으로 향했다.

 

 “그게 말이 돼요?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는 거예요?”

 “말이 됩니다. 내가 직접 겪고 있는 일이니까.”

 “못 믿겠다면요.”

 “안타깝지만, 딱히 증거라고 내세울 만한 건 없습니다.”

 

  그게 사실이었다. 온기를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줄 만한 서류는 가지고 있지 않았으므로.

 

  로연의 두 눈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시운도 처음부터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믿어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부터 믿어주는 사람이 이상했다.

 

  온기를 느끼지 못한다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아니던가.

 

  하지만 시운의 말은 거짓말도, 농담도 아니었다. 그는 온기를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 늘 시린 겨울 속에서 살아왔다.

 

  따스한 봄날에도, 더운 여름에도, 시운은 늘 추위에 시달려야만 했다. 온기라고는 조금도 느끼지 못하는 이 저주받은 몸뚱이 때문에.

 

  집안 대대로 남자에게만 나타나는 이 증상은 저주였다. 10살이 되면 저주가 시작되는 것이다.

 

  아홉 살까지는 시운도 남들처럼 살아왔다. 보통 사람처럼 따스함을 느끼고, 평범하게 추위를 느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난로를 곁에 두면서 추위를 날려버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모두 만끽하며 자랐다. 하지만 그가 열 살이 되던 해, 시운의 계절은 오로지 겨울 하나만 남았다. 온기를 느낄 수 있을 때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따스함이 너무나 그리웠다.

 

  시운의 할아버지는 말했다. 이 저주를 푸는 방법은, 사람의 체온이라고.

 

  어불성설이었다.

 

  이불을 뒤집어써도, 뜨끈한 전기장판을 틀고 있어도 온기 한 톨조차 느끼지 못하는데 사람의 체온을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세상에서 가장 따스하고 포근하던 엄마의 품에서조차 더는 온기를 느낄 수 없게 되어버렸건만, 타인의 체온을 느낄 수 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오늘, 시운은 할아버지의 말이 사실이었음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날 믿어준다면, 아니, 믿는 척이라도 해준다면 난로연 씨에게 손해는 없을 겁니다.”

 “…혹시 사기꾼이에요?”

 “내 소개는 이미 한 것 같은데요.”

 

  시운은 뒤쪽에 있는 자신의 책상을 가리켰다. 그 책상에는 ‘채시운’이라는 이름 석 자가 명패와 함께 자리했다.

 

  지금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곳은 시운의 사무실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이라 일컬어지는 신화 병원의 이사장실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잖아요. 그래요, 만일 온기를 느끼지 못하는 병이 있다고 쳐요. 믿기지는 않지만, 그런 희귀병이 있다고 치자고요. 만일 그런 병이 있다면, 국내 최고인 신화 병원에서 그 병을 못 고쳐요?”

 “아무리 최고라도 쉽게 고칠 수 있는 병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내 증상은 병도 아니고.”

 “…병이 아니면?”

 “저주.”

 “…예?”

 

  이번에는 저주란다.

 

  조금 전에는 온기를 느끼지 못한다더니, 지금은 저주에 걸렸다고. 그야말로 믿지 못할 말만 내뱉는 남자의 정체가 의심스러운 게 당연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채시운이라는 남자에 대한 의구심이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짙어가기만 했다.

 

 “저주입니다. 우리집 남자들에게만 내려오는.”

 

  시운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 저주를 푸는 방법은 사람의 체온을 느끼는 건데, 내가 느낄 수 있는 체온은 난로연 씨 하나 뿐입니다.”

 “……저요?”

 

  로연은 얼떨떨한 얼굴로 되물었다.

 

 “예. 난로연 씨, 당신이요.”

 “제가 왜…….”

 “그건 나도 모릅니다. 그저 나한테 느껴지는 온기가 당신뿐이니까, 난 당신이 필요합니다.”

 

  ‘필요하다’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굳이 물을 필요 없었다. 단정한 입술이 벌어지며, 시운이 그 의미에 대해 말을 이었다.

 

 “100일 동안.”

 “…….”

 “함께 밤을 보내는 겁니다.”

 

  이젠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허.”

 

  로연의 입에서 실소가 터졌다.

 

  더는 말할 것도 없다는 듯, 로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주든, 병이든 저랑은 관계없는 일 같네요.”

 

  복수를, 자신의 성공을 도와주겠다는 말에 홀라당 속아 따라왔더니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만 늘어놓을 줄이야.

 

  더는 들을 필요도 없었다. 로연은 휙 등을 돌렸다.

 

 “난로연 씨.”

 

  그러나 그녀를 붙잡는 목소리에 두 발을 멈추었다.

 

 “나한텐 당신이 필요합니다.”

 “나랑 관계없는 일이라니까요. 다른 사람 찾아봐요.”

 “다른 사람은 안됩니다. 난로연 씨, 오직 당신이어야만 해요.”

 

  지금까지 어떤 사람과의 접촉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온기는, 오로지 그녀에게서만 느껴졌다. 그래서 시운에게는 로연이 아주 절실하게 필요했다.

 

 “아, 몰라요. 난 상관없다니까.”

 “그래서 말했잖습니까. 서로 거래를 하자고.”

 

  이대로 그녀를 놓칠 수는 없었다.

 

  자신의 저주를 풀어줄 유일한 여자. 20년이 넘도록 시달린 추위를 없애줄 여자. 그 여자를 드디어 만났건만, 이대로 놓칠 수는 없다.

 

  열 살부터 서른두 살의 지금까지 이어져 온 추위에서 겨우 벗어날 방법을 겨우 찾았으니까.

 

 “성공하고 싶다고 했죠.”

 “그래요.”

 “그건 유명해지고 싶다는 거고.”

 “…맞아요.”

 

  유명해지고, 반드시 성공해서 자신을 배신한 이들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주고 말겠다. 그게 지금 이 순간 로연의 가장 간절한 소망이었다.

 

 “내가 도와주겠습니다. 그러니 당신도 날 도와주면 돼요.”

 “그러니까… 날 성공시켜 줄 테니, 앞으로 100일 동안 밤을 같이 보내자?”

 “맞습니다.”

 

  로연의 두 눈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그제야 시운은 그녀가 뭔가 오해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 뭔가 착각을 하는 것 같은데.”

 

  시운은 곧바로 말을 이었다.

 

 “밤을 보내자는 게 이상한 뜻은 아닙니다.”

 “…이상한 뜻이 아니면 뭔데요?”

 

  이번에는 또 무슨 소릴 하나 보자는 심정으로, 로연은 말을 툭 쏘아붙였다.

 

 “이상한 의미가 아니라, 그냥 단순히 밤만 보내자는 겁니다.”

 

  애초부터 이상한 흑심 따윈 조금도 없었다. 다른 무엇보다, 시운은 자신의 저주를 풀어줄 로연의 존재가 가장 절실했기에.

 

 “같이 잠드는 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녀의 온기가, 그 체온이 너무나 간절했으므로.

 

 “이해했습니까? 함께 밤을 보내는 건 맞지만, 그저 잠만 자는 것뿐이라고요. 이상한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

 

  이상한 의도가 없었다고는 해도, 분명 이상한 제안이었다.

 

  무엇보다, 이 남자가 가장 이상했다.

 

  온기를 느끼지 못한다느니, 저주에 걸렸다느니, 느낄 수 있는 온기가 오직 자신뿐이라느니…….

 

  온통 믿기 힘든 이야기뿐이었지만, 너무나 간절한 눈동자는 모든 게 사실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단정한 눈매에 깃든 절실함이 호소하듯 로연을 응시했다.

 

  거짓말일 수밖에 없는 소리건만, 그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냥 믿어주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이게 바로 미남계?!’

 

  그건 바로 이 남자가 쓸데없이 잘생겼기 때문일 터였다. 무릇 여자란 잘생긴 남자에게 약한 법이었다.

 

 ‘진짜 사기꾼 아니야?’

 

  만일 이 모든 표정과 눈빛이 거짓이라면, 이 남자는 연기자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배우인 로연이 연기를 배우고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말없이 시운과 눈을 마주하고 있던 로연은 푹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하죠.”

 

  지금 이 자릴 박차고 나간다 하더라도, 이 남자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포기하게 만드는 수밖에.

 

 “일주일 안에, 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1위로 만들어봐요.”

 “…….”

 “무슨 수를 써도 상관없으니까, 당신의 능력을 증명해보라구요.”

 

  자신을 성공시키겠다던, 그 능력을 조금이나마 보여달라는 의미였다.

 

 “만일 실패한다면, 우린 앞으로 절대 만날 일 없는 걸로 해요.”

 “성공하면?”

 “성공한다면…….”

 

  설마, 그럴 리가 없다.

 

  이제껏 실시간 검색 50위 안에도 든 적 없던 자신이었다. 10위권 안에 드는 것도 기적일 텐데, 고작 일주일 안에 1위를 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로연은 자신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당신이 했던 제안, 받아들이죠.”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던 건, 로연이 자신의 승리를 무조건 확신하기 때문이었다.

 

 “못하겠다면, 지금 포기해도 좋아요.”

 

  로연은 마치 인심 썼다는 투로 말했다. 그러나 시운은 너무 어려운 임무라며 징징거리는 대신 입꼬리를 위로 말아 올렸다.

 

 “그럴 리가.”

 

  앉아있던 시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말, 반드시 지켜야 할 겁니다.”

 

  스윽, 시운이 팔을 뻗었다. 로연은 멀뚱멀뚱 그 손을 내려다봤다.

 

 “…뭐예요?”

 “핸드폰이든 뭐든, 중요한 물건이라도 내놓고 가요. 볼모라도 잡아둬야 마음이 편하겠으니까. 혹시 도망칠지도 모르고?”

 “지금 날 못 믿겠다는 거죠? 나,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 아니거든요?”

 “당신도 날 못 믿는데, 나라고 당신을 믿어야 합니까?”

 “…하, 참.”

 

  슬쩍 미간을 찌푸린 로연은 자신의 핸드폰을 내밀었다.

 

 “암호 걸려있으면, 다 풀고.”

 “…네, 네.”

 

  걸려있는 암호까지 모조리 다 풀어낸 다음에야 로연은 다시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러자 시운도 자신의 핸드폰을 로연에게 건넸다.

 

 “서로 연락은 되어야 하니, 내 거 가져가요. 이러면 공평하니까.”

 “당연히 그래야죠.”

 

  각자 서로의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

 

 “딱 일주일이에요.”

 

  로연이 강조하며 말했다. 시운은 이번에도 입꼬리를 씩 올렸다.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

 “내가 무슨 수를 쓰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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