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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림자 이야기
작가 : 문려현
작품등록일 : 2018.6.11

대기업의 사생아로 태어나 조용히 삶을 이어가던 요한.
하나뿐인 혈육이었던 누나마저 괴물에 손에 처참히 살해당하고...
그를 구해준 남자, 단테의 도움을 받아 복수를 결심한다.

스스로를 촉매로 타오르는 한 줌 불꽃이 된 요한.
이제 그의 칼날이 부유하는 환영의 땅, 그림자의 세계를 향한다

 
No pain No life (2)
작성일 : 18-06-11 00:44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7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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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김덕배 사장은 나름 대구에서 유서 깊은 폭력조직의 우두머리였다.

  조부로부터 시작한 칠성파의 내력은 그가 짊어지고 있는 가장 커다란 짐이요 자부심이었다.

  왜 오성동에 터를 잡아놓고 칠성파로 이름지었는지는 본인도 모르지만.

  그러나 쌓아온 내력과는 달리 정작 본인은 조직 폭력배의 두목이라는 타이틀을 썩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그 탓에 그는 으레 이쪽 윗대가리들이 그렇듯 자신을 언제나 사업가라고 소개해왔다.

 

  물론 그렇다고 그 근본이 어디가는 것이 아니었기에 시빗거리가 붙는 것은 흔한 일이었고 덕분에 정신줄 놓는 일이 여럿 있었다.

  그런 헤프닝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었지만 지금 그는 다른 이유로 맛이 간 상태였다.

 

  "그러니까 뭐, 싹 쓸렸다고? 지금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응?"

 

  그저 보고만 했을 뿐인 깍두기는 애처롭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하 참. 까고 있네 진짜. 영우야, 너 설마 1번가 애들 중에 누가 있는지 알면서도 그런 소리가 나오냐?"

 

  퓨즈가 끊어지면 눈에 뵈는게 없어지는, 전형적인 스위치형 인간인 그는 의외로 침착함을 유지하며 고개숙인 부하를 추궁했다.

  그만큼 전해들은 말이 꽤나 신선했다는 반증이리라.

 

  "저도 듣자마자 바로 현장에 들이박은 뒤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죄다 쓸렸습니다."

  "아랫것들이 작당하고 꼬리 잘랐을 수도 있잖아."

  "일 보던 애들 한 명도 빠짐없이 허리에 구멍이 났습니다. 반년 전 작업장에 깽판 친 놈은 아닌 것 같지만···."

  "나 원참. 그렇단 말이지."

 

  혀를 차던 그는 특별제작된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담배를 꼬나물었다.

  본래 깡패란 게 삥을 뜯었으면 뜯었지, 맞고 살 입장이 아닌데도 저항조치 못해보고 몰살당했다.

  뭐 백 번 양보해서 IS라도 건들었다면 납득하겠지만 죽은 놈들 중에는 브롤러도 몇 마리 섞여 있었다는 게 문제였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인간의 탈을 쓴 괴물로 변해버렸다면 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이성이야 남아 있으니 인간임을 자각한 채 굶어 죽든가, 괴물임을 인정하고 식인을 택하든가, 선택지는 단 두 개뿐.

  해탈한 게 아니고서야 대부분은 후자를 택하는 게 정석이었고 그들이 문명의 눈을 피해 안전하게 인간을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한정적이었다.

  때문에 무기밀매 정도되는 건수를 잡아본 조직이 이면세계와 엮이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진짜 뒷세계는 따로 있었다는 거지.'

 

  피어오른 연기 사이로 문득 반 년전 일이 떠올랐다.

  한 놈도 아니고 여러 명을 수용하고 있던 '우리'가 완전히 터져버린 일.

  조직원 전부가 무장해도 한 놈 잡을까 말까한 괴물이다.

  그런 괴물이 대포탄에라도 맞은 것 마냥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채 널부러져 있던 장관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브롤러가 섞여있었는데도 당했다는 건 상대가 적어도 인간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는 조용히 한숨을 내뱉었다.

 

  "됐어. 그냥 손 털자."

  "형님!"

  "이런 지미럴, 아니면 뭐? 니가 나서서 잡아보기라도 할래?"

  "그럼 '식사'는 어떻게···."

 

  보통 브롤러가 조직에 몸 담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하게 인간을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뒷세계에서 배에 힘 좀 준다는 조직들 입장에서 사람 몇 명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으니까.

  대부분 불법 체류자를 대상으로 잡아들이기에 눈에 띌 가능성은 더더욱 적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사냥당하고 있는 입장이라면 조직 차원에서 먹이를 공급해주는 것은 위험천만한 짓이었다.

  확실치는 않지만 만약 다른 조직에서 훼방을 놓은 것이라면 공연히 이쪽이 잡아먹히기만 할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민간인을 대놓고 습격할 수도 없는 게 이 브롤러란 것들은 굳이 말하자면 사냥꾼이 아니라 아귀에 가까운 놈들이다.

  흡혈귀 마냥 인간을 현혹하여 피를 빨고 동물로 변하며 자취를 감추는, 나름 우아하다고 할 수 있는 밤의 귀족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하지만 방법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었다.

 

  "식사거리야 땅 밑에 널리고 널렸잖아, 안 그래?"

  "······?"

 

  대부분의 깡패가 그렇듯 중학교 중퇴의 학력을 자랑하는 깍두기는 난데없는 비유에 고개를 갸웃했다.

  브롤러는 인간만을 먹는다.

  그런데 식사거리인 인간이 땅 위도 아닌 밑에 널렸다는 건 무슨 헤일로 뺨치는 소리란 말인가?

 

  "한심하긴. 너 출퇴근 할 때 뭐 타고 오냐?"

  "아!"

 

  친절한 사장의 첨언에 깍두기는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순박한(?) 이 부하는 행여나 부러지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허리를 냅다 꺾었다.

 

  "편히 쉬십시오. 형님!"

  "그래 나가 봐. 잠잠해지면 조만간 애들 불러모을테니 그리 알고."

 

  올 때와는 달리 씩씩하게 방을 나가는 부하를 보며 그는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

 

  오성역.

  서울 종로 부근의 역은 종로 3가 등 별도로 이름을 달고 있지만 여기는 그런 거 없다. 정확히는 3번가에 위치한 역이지만 경상도인이 단순하다는 낡아빠진 편견에 호응이라도 하듯, 그냥 오성역으로 퉁친 것이다.

  성의없는 작명이 영향이라도 끼친 것일까. 운행종료 시각까지는 제법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오성역의 개찰구는 썰렁하기만 했다.

  뭐, 사람이 있기는 했다. 다만 승객이 아닐 뿐.

 

  "푸르릉."

 

  코에서 헬리콥터 한 대를 운행중인 사내는 의류수거함에서 훔쳐온 거적떼기들을 대충 몸에 두르고 있었다.

  꼬질꼬질한 머리카락과 수염. 그 옆을 나뒹구는 녹색의 유리병에 붉은 빛이 어렸다.

 

  -콰직!

 

  연약한 노숙자의 목줄기는 간단하게 꿰뚫렸다.

  크게 한 입 베어물은 남자는 차력사라도 되는지 목덜미를 문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크르르르···."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흉성이 울려퍼졌다.

  제법 굶은 것인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붉은 눈은 흥분으로 물들어 있었다.

  구린내가 입 안을 가득 채운 탓에 남자의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CCTV가 없는 것을 확인한 남자는 서서히 어금니에 힘을 주었다.

  이내 그윽한 살점의 감촉을 음미하려던 바로 그 때.

 

  흠칫.

  뒷목에 느껴지는 날카로운 감촉에 브롤러는 입에 물고 있던 먹잇감을 떨어뜨렸다.

 

  "젠장."

 

  요한은 손에 쥔 군용 대검에 힘을 주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손바닥만한 칼 하나 달랑 넘겨받고 호기롭게 지하철 역까지 내려온 것은 좋았다.

  거기에 걱정했던 민간인은 보이지도 않고 남아있는 것은 언제 사라져도 누구라도 신경 안 쓸 노숙자 하나.

  심지어 잠복한 첫 날에 얼씨구나 하고 브롤러 한 마리만 걸려든 것이다.

  단테의 말처럼 누군가가 작정하고 짠, 말 그대로 튜토리얼 같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한의 기분은 매우 좋지 않았다.

  첫 번째 원인은 이유야 어쨌건 산 사람을 미끼로 내걸었다는 것.

  습격에 있어서 가장 좋은 때는 대상이 자신의 안전을 확신했을 때라는, 단테의 가르침을 여실히 본받은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눈 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은 그리 유쾌한 장면이 아니었다.

 

  두 번째는 그런 맘에 안드는 방식을 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브롤러의 목을 잘라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방금 상황은 녀석이 자기 안전을 확실시하고 긴장을 푼, 습격하기에는 최적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최적의 판단에 몸은 따라주지 못했다.

  반 년동안의 지옥 같은 단련도 브롤러를 일격에 죽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이런 씨···."

 

  뒷목을 만져보자 묻어나오는 핏물에 브롤러의 인상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요한은 대검을 역수로 잡고 자세를 취했다.

  비록 목을 떨구지는 못했지만 손에 느껴졌던 감촉으로 미루어보아 제법 깊은 곳 까지 닿은 것은 확실했다.

  저 브롤러의 재생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설사 재생한다 하더라도 부담이 제법 클 터.

  게다가 애초에 요한이 단테에게 주로 배운 것은 암살이 아니었다.

 

  '잡을 수 있다.'

 

  얼굴도 입고 있는 옷도 달랐지만, 눈 앞의 브롤러와 누나를 죽인 녀석이 오버랩되었다.

  흥분한 탓에 입으로 달뜬 숨이 새어나온다.

  요한은 입술을 깨물었다.

 

  "개자식···아니 개 만도 못한 자식아!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

 

  팔을 창처럼 변형시킨 녀석이 불만을 토로하며 달려들었다.

  저렇게 달려드는 브롤러의 운동 에너지는 질주하는 오토바이와 맞먹는다. 맞서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

  짐승 같았기에 속도는 빨랐지만 방향은 단순한 탓에 요한은 가까스로 몸을 빼낼 수 있었다.

 

  -콰직!

 

  단단한 팔뚝이 요한의 뒤에 있던 개찰구 기둥을 기어이 뚫어버렸다.

  직접 당해보기도 했지만 굴착기 마냥 콘크리트를 뚫어버리는 완력에 요한의 등 뒤로 식은 땀이 흘렀다.

 

  "통과시켜 주지 않는다고 부숴버리면 곤란하지. 호그와트 재학 연령은 최대 만 17세라고. 아저씨!"

  "···나이는 상관 없는 걸로 아는데.'

 

  브롤러는 투덜거리며 팔을 뽑아내었다.

 

  "먹고 싶었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 충분히 나눠 줄 수도 있었는데."

 

  방금 전 요한의 대처를 보고 그가 자신과 같은 부류라고 판단한 듯, 브롤러는 어깨를 으쓱했다.

  충분히 합리적인 판단이었지만 아쉽게도 번짓수가 틀렸다.

 

  "···날 네놈들과 똑같이 취급하지마라."

 

  표정에서 여유가 사라진 요한이 씨근거리며 달려들었다.

  방금 전 한 수로 신체 스펙 차이는 명확했다.

  그렇다면, 주도권을 가져와야했다.

 

  '가급적 쓰고 싶지 않았다만···.'

 

  반 년 동안 단테로부터 가속의 법칙을 적용받고 훈련 받기를 수 차례.

  이제 요한이 그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은 단 세 번 뿐이었다.

 

  "흡."

 

  미리 각인시켜 놓은 법칙이 해방되자 눈 앞에 벼락이 쳤다.

 

  -두근

 

  심장이 세차게 뛰고 신경이 가속한다.

  손에 들린 군용 대검이 그의 손 안에서 물 찬 제비마냥 돌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대체 왜···."

 

  목을 노리고 날아드는 흉흉함에 거리를 벌리던 브롤러가 헛바람을 삼켰다.

  벌렸던 거리가 어느새 제로가 되었고 유령처럼 따라붙은 요한이 명치를 찔러갔다.

  아무리 같은 브롤러라지만 이건 빨라도 너무 빨랐다!

  놀란 남자는 다급한대로 변형되어 있는 팔을 들어올렸다.

 

  "큭!"

 

  변형되었다고는 해도 기본 골조는 인간의 그것이기에 기어이 피를 보고야 말았다.

  시큰한 감각과 함께 현기증이 일었다.

  팔을 타고 흐르는 피는 많은 양이 아니었지만 처음 당한 뒷목에서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

  분명 치명상이긴 했으나 재생력을 믿었기에 대치한 것인데···

 

  "너···동족이 아니로군."

 

  같은 브롤러가 재생력을 억제시킨다는 얘기는 풍문으로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굳이 무기를 고집하는 것도 그렇고, 신체를 변형하지 않는 것도 그랬다.

  평범한 인간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자신과 같은 브롤러는 더욱 아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남자의 눈이 커졌다.

 

  "설마 네놈···처형자(Excutor)냐?"

  "내가 그 양반이었으면 넌 벌써 내 손에 뒤졌어!"

 

  격하게 숨을 몰아쉬며 요한은 발을 뻗었다.

  지난 날 수 차례 겪어본 가속이었지만 이놈의 자각력은 전혀 익숙해지질 않았다.

  일시적으로 속도만큼은 녀석을 압도했지만 오래 끌었다가는 발동한 법칙에 뇌와 심장이 견디지 못한다.

  다급한 속내와는 달리 요한은 침착하게 미들킥을 넣었다.

 

  -빠악!

 

  비정상적으로 단련된 각력이 걷어차인 남자를 저만치 날려보냈다.

  꼴사납게 구르던 놈은 낡아빠진 안내 게시판을 부수고서야 몸을 다잡았다.

 

  "캬아아아!"

 

  동족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여유가 없어진 것일까.

  본색을 드러낸 녀석이 포효하며 어금니를 드러냈다.

  놈은 팔의 변형을 풀고 근처에 있던 교통 단말기를 뽑아 던졌다.

 

  "피구라도 하자는 건가!"

 

  프로 투수의 스트레이트보다 빠르게 날아오는 단말기였지만 요한은 가속된 반사신경의 도움으로 간신히 피해냈다

  하지만 그걸로는 모자랐는지 녀석은 이리저리 날뛰면서 잡히는대로 죄다 그에게 날려보냈다.

  천장에 있는 표지판부터 시작해서 자판기에, 심지어 벤치마저 뽑아서 던져대는데 그 기세가 흉흉하기 짝이 없었다.

 

  '뭔가 이상한데.'

 

  브롤러는 몸 자체가 흉기다. 굳이 이런 살인피구를 하는 것보다 근접전으로 끌고 가는 게 더 효율적일텐데···

  그렇게 세 번째 벤치를 피해내던 요한의 눈에 문득 다량의 혈흔이 비춰졌다.

  분명 그의 킥을 맞고 녀석이 나가 떨어졌던 곳.

 

  '재생하지 않아?'

 

  그렇게 생각한 요한의 머리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거적떼기를 두른 채 목이 반쯤 잘려진 사체가 그의 몸을 덮으려는 찰나, 요한은 한 순간 망설였다.

  페이퍼 칼날 같은 손톱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이미 시체의 몸통을 두 동강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쇄도하는 힘.

  슬라이드 업 자세로 휘두른 팔이 공기를 찢고 요한의 가슴을 노렸다.

 

  "큭!"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재생력이 되지 않아 도주할 것이라는 판단에 너무 안일했다.

  허를 완벽하게 찔렸다. 이건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정말 기가막히게도 놈이 날려보낸 벤치가 그 순간 요한의 발목을 붙잡았다.

  기우뚱하며 기울어지는 요한.

  심장을 노렸던 손톱에 애꿎은 오른팔이 위로 솟구쳤다.

 

  "크아아악!"

 

  이미 한 번 겪어본 고통이지만 통각이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누가 그러던가?

  게다가 앞서 한 번 잘렸던 팔이다. 원래 아픈 데 또 때리는 만큼 더 아플 때가 없는 법이다.

  한 술 더 떠서 지금은 가속의 법칙으로 감각이 증폭된 상태였다.

  마찬가지로 평소보다 배로 쏟아져 나오는 엔도르핀과 아드레날린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정신을 놓았을 터.

 

  "크르르르···."

 

  녀석도 상태가 좋지는 않았다.

  여기까지 뛰어온 경로에는 피가 한가득이었고 뒷목과 팔에서도 아직까지 출혈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위압적이었던 기세가 잦아들더니 놈은 이윽고 무릎을 꿇었다.

  과출혈로 인한 전형적인 뇌정지 현상이 온 것이다.

  급소인 경추는 그렇다 치고 비교적 가볍게 찔린 상완부조차 재생을 못하고 있는게 분명 이상하긴 했지만···

 

  '운이 좋았다.'

 

  요한은 앞에서 나뒹굴고 있는 팔에서 나이프를 주워들었다.

 

  -푹.

 

  칼날은 미간을 꿰뚫고 뇌를 헤집었다.

  제 아무리 브롤러라 하더라도 머리에 구멍이 나고도 살 수는 없었다.

  놈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내 절명했다.

  시시하다면 시시한 결말이었다.

 

  "정말 돌아버리겠군! 한 놈 상대로 이렇게 쩔쩔매다니···."

 

  말 그대로 운이 좋았다. 가속의 법칙을 쓰지 않았다면 그마저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숨을 몰아쉬던 요한은 허리포켓에서 거즈를 꺼내 대충 지혈한 뒤 절단면을 붕대로 꽁꽁 싸맸다.

  빌어먹을, 연신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처치를 끝낸 그는 잘린 오른팔을 주워들었다.

 

  "두 번이나 잘라먹다니···오토메일이라도 달아야 하나."

 

  그라면 정말 만들어 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실없는 상상을 하던 그는 느닷없이 치미는 구토감에 고개를 숙였다.

 

  "우욱!"

 

  켁켁거리며 속을 게워낸 요한은 비척거리며 게단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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