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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고양이 전쟁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8.6.9

길고양이를 전부 잡아들이자는 인간들의 선택과 그에 대해 반격하는 길고양이들.

 
고양이들의 이야기-1
작성일 : 18-06-09 22:24     조회 : 536     추천 : 0     분량 : 3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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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 조그마한 나라엔 6개의 구역이 있다. 인간들은 그 구역마다 이름을 붙여 ‘**구‘라는 식으로 부르는 것 같지만 우리는 그냥 1구역, 2구역 같이 간단하게 부른다. 내가 현재 있는 구역은 1구역. 크게 유명하지도, 그렇다고 변두리도 아닌 평범한 구역이다. 길거리엔 인간들의 보금자리와 먹을 것들, 각양각색의 바퀴들이 굴러다닌다(나중에 친구가 알려줬는데 그것을 자동차라고 부른다고 한다.). 우리는 그 바퀴들을 피해 다니면서 인간들이 내놓은 약간의 음식물들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조금 더 맛있는 음식을 주기도 하는 인간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그것은 가끔, 대부분은 내놓은 음식물들로 살아간다. 우린 인간의 말을 빌리자면 ’길고양이‘라는 존재들이다.

  우린 인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이 그들만의 이동 경로가 있듯 우리에겐 우리만의 길이 있고, 그들이 가족들과 한 때를 보내기도 하고 그럴 보금자리를 가지고 있듯 우리에게도 가족이 있으며 보금자리도 존재한다. 다른 점을 몇 가지 꼽아보자면 우선 그들은 다른 이에게 받은 종이 쪼가리로 음식을 산다는 것이고 우린 그 음식의 일부분이 밖으로 나왔을 때 그것을 먹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점은 그들은 정말 큰 일이 아닌 이상 단체로 모이지 않지만 우린 이틀 혹은 사흘에 한 번씩 구역의 길고양이들 대부분이 지하수로 일정 구역에 모여 일종의 회의를 한다. 회의의 내용은 간단하다. 누군가가 죽었다면 다 같이 명복을 빌어주고, 인간들은 이러한 얘기들을 카더라 같은 내용을 말하기도 하며 누군가의 생일일 땐 다 같이 축하도 해주는 그런 내용이다. 가벼운 주제부터 무거운 주제까지 경중을 따지지 않는 회의다. 그리고 오늘은 그 회의가 있는 날이다.

  회의는 대부분 하늘이 검을 때 시작해서 검은 색이 걷어지고 푸른빛이 감돌 때 즈음 끝나고 출입은 그 시간대라면 언제든 할 수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주황색과 파란색이 결합한 색감이 아름다운 노을이 지고 있었다. 슬슬 움직여야 된다는 뜻이지만 조금만 더 이 곳에 있기로 했다. 선선하게 부는 바람과 눈에 따뜻하게 들어오는 노을의 조합이 꽤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정신을 차리고 발을 재촉해 지정 장소로 갔다. 도착하니 이미 많은 고양이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아까 설명에서 한 번 빼먹었는데 지정 좌석이 있기 때문에 시간에 제한을 크게 두지 않는다(이것도 인간들과 다른 점 중 하나일까?). 앞서 말했듯 하늘이 검을 때 언제든 와서 푸른빛이 감돌 때 언제든 가면 된다. 그래도 도착하는 데엔 다들 미리 일찍 와있거나 많이 늦지 않는데 그 이유는 중간에 들어올 시에 대화 주제를 따라가기도 힘들 수 있는데다가 이 회의는 재미가 있는 회의이기 때문이다. 예전 회의에서 한 고양이가 말해준 것인데 인간들은 이런 회의를 할 때 시간을 정확히 정해서 시작과 끝을 정하고 별 재미도 없는 종이 쪼가리들을 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들은 늘 이야기를 할 때 표정이 다채롭게 변화하는 편인데 인간들은 표정이 대부분 일관되어 있다고 한다. 그들은 늘 진지한 사항이 있을 때만 그렇게 모여 회의를 하는 걸까?

  지정된 자리에 앉아 대다수가 착석하길 기다렸다. 회의의 시작은 딱히 누군가가 ’회의를 시작하자‘라고 해야 시작하는 게 아니다. 우리의 회의는 누군가가 자신의 기준에 맞는 대다수가 왔다고 생각이 들면 그 누군가가 먼저 이야기를 꺼냄으로서 시작하며 그 전까진 작은 소리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정도의 말만 주고받는다. 그 이야기가 어둡든 밝든, 무겁든 가볍든 상관은 없다. 그리고 누군가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당연히 모두들 귀를 움직이며 경청한다. 딴 짓을 하거나 조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설령 그렇게 된다면 옆에 있는 고양이가 깨워준다. 그것은 말하는 고양이에 대한 예의이고 듣는 고양이의 덕목이다. 아직 내 기준에 맞는 수가 안 채워졌던 찰나 한 고양이가 목을 가다듬는 소리를 냈다. 마법처럼 그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우자 다들 소리의 시작점으로 귀를 기울였다.

  “요 며칠 동안 친구와 이야기하는 문제입니다. 제가 횟집이라고 쓰여 있는 곳 근처에서 가끔 식사를 해결하는데요. 그 때 같이 있던 친구와 한 논제로 약간의 언쟁이 붙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양이는 숨을 한 번 마시고 내뱉은 다음에 말을 이었다.

  “연어가 맛있나요, 활어가 맛있나요?”

  여태껏 내가 음식에 대해서 들은 질문 중 사상 최대의 난제다. 그리고 그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여기저기에서 한숨과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나도 머릿속으로 최대한 생각을 돌렸다. 그 둘을 한 번씩 맛본 적이 있는 고양이로서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답변이 무엇일까. 회의에서 이런 대중을 향한 질문이 등장하면 우선 각자의 생각을 정리한다. 그것을 입으로 하건 머릿속으로 하건 그건 상관치 않는다. 그리고 이런 생각 정리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고 질문자가 판단하면 조금 큰 목소리로 다시 모두에게 묻는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러면 고양이들은 하나씩 번갈아 가면서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준다.

  “난 연어에 한 표.”

  “저는 활어가 맛있던데요?”

  “활어건 연어건 먹을 수 있어서 좋겠네.”

  “난 활어가 맛있어요.”

  “연어가 역시 더 맛있지 않아?”

  자유롭게 한 생각들로 인해 답이 확실히 내려지지 않고 있는 와중에 내 차례가 돌아왔다. 나는 모두를 둘러보고 한 차례 뜸을 들이고 대답했다.

  “둘 다 맛있으니까 취향 차이 아니에요?”

  내 대답에 모두가 한 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않더니 웅성웅성, 감탄사가 조용한 가운데에서 비집고 나오기 시작했다. 질문자도 내 대답에 무슨 영감이라도 받은 것처럼 눈을 감은 채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동의의 반응. 질문자 또한 그 반응을 내보이는 고양이들 중 하나였다.

  “감사합니다. 좋은 해답이네요.”

  그리고 질문에 따른 대답이 만족스럽든 불만족스럽든 질문자는 대답한 이들에게 감사를 표해야한다. 그것은 생각하고 대답한 자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회의는 대략 이런 방식과 이런 분위기로 진행이 된다. 그 후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갔다. 오늘 자신의 연애 이야기, 상반되는 이별 이야기, 친척 간에 있었던 약간의 싸움, 어머니의 사망, 누가 먹을 것을 내다놨는데 먹어도 되는지 등등에 관한 작기도 하고 크기도 한 이야기였다. 그러던 와중 누군가가 조금 큰 소리로 모두를 향해 물었다.

  “아까 내가 오는 길에 들은 소리인데 몇 인간들이 길고양이들을 다 잡을 정책을 내놓을 거라던데 어떻게들 생각해?”

  질문이 끝나고 나서 아주 잠깐 동안 침묵이 연장되었다가 첫 질문과는 다른 의미의 웅성거림이 일었다. 누군가가 질문자에게 질문했다. 회의에서 질문자에게 질문하는 것은 막지 않는다.

  “잡는다는 건.. 생포의 의미인지, 죽이는 의미인지?”

  “내 생각엔 아마 후자일 것 같은데. 생포라고 딱히 좋진 않을 느낌이고.”

  “왜지?”

  “생포를 당해서 정말 더 나은 삶으로 가는 쪽은 소수 아닐까? 대부분은 안 좋은 쪽으로 빠지겠지.”

  이러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는 와중에 난 머릿속으로 최대한 생각을 했다. 어쨌든 간에 이 질문은 내가 살면서 경험한 이 회의의 질문들 중 제일 최고난이도의 질문인 것은 분명하다. 이 질문은 우리의 생존에 위협을 가할 수도 있는 것에 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질문자를 보기도 하고 옆 사람을 보기도 하며 그저 땅을 보기도 한다.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들이다. 질문자를 향한 질문이 끝나고 웅성거림이 멎어 어색한 침묵이 회의장을 지배하고 있는 와중에 동시라고 해도 좋을만한 타이밍에 두 말이 튀어나왔다.

  “어쩌긴, 힘을 써서라도 막아야죠.”

  “조금만 더 경과를 지켜보자.”

  거의 동시에 나온 두 말은 완전히 반대에 있는 입장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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