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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시녀의 직위에서 해고되다
작성일 : 18-05-01 23:00     조회 : 439     추천 : 0     분량 : 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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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리카의 말을 듣자 위니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깡총깡총 뛰면서 에리카의 손을 잡았다.

 

  "아이 좋아라! 세 분 모두 제 친구가 되어 주시겠다니, 말할 수 없이 감사해요!"

 

  위니가 에리카의 손을 잡은 채 깡총깡총 뛰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자 에반젤린 공주는 춤을 추고 싶어졌다.

 

  "위니! 에리카! 안나! 샐리! 우리 다섯 사람 모두 친구가 된 기념으로 춤춰요!"

 

  에반젤린 공주는 양손으로 위니와 에리카의 손을 잡고 안나와 샐리에게 말했다.

 

  "우리 다섯이 손잡고 서클 춤을 춰요!"

 

  서클 춤이란 손을 잡고 원을 만들어 추는 춤을 말한다.

 

  서클 춤을 추어 본 적이 없는 위니가 에반젤린 공주에게 말했다.

 

  "전 서클 춤을 추어 본 적이 없으니, 구경이나 할게요."

 

  에반젤린 공주는 춤을 못 추어도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손잡고 시계 방향으로 돌기만 해도 되는 것이 서클 춤이니, 춤을 못 추어도 상관없어요."

 

  에반젤린 공주, 위니, 에리카, 안나, 샐리는 손을 잡고 원을 만들어 시계 방향으로 돌며 서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서클 춤을 추어 본 적이 없다던 위니는 정작 다섯 사람이 서클 춤을 추기 시작하자 가장 신나게 막춤을 추기 시작했다.

 

  제 멋대로 마구 추는 춤이 막춤이었지만, 위니는 보기만 해도 흥이 날 정도로 신나게 막춤을 추었다.

 

  이러한 위니가 사랑스러운 듯 에반젤린 공주가 미소를 지었다.

 

  "막춤도 좋지만, 제가 춤추는 걸 따라해보세요."

 

  에반젤린 공주가 능숙하게 춤을 추기 시작하자 에리카가 감탄했다.

 

  "아! 우리 공주님께서도 춤을 대단히 잘 추시는데, 레이디 에바께서도 춤을 대단히 잘 추시는군요. 저희들도 레이디를 따라 춤을 추겠습니다."

 

  위니 뿐만 아니라 에리카, 안나, 샐리도 에반젤린 공주의 춤을 따라 춤추기 시작했다.

 

  다섯 사람이 한창 흥겹게 서클 춤을 추고 있을 때였다.

 

  덜컥!

 

  난데없이 시녀 하나가 방문을 활짝 열어젖힌 것이다.

 

  갑자기 누군가 방문을 활짝 열어젖히자 다섯 사람은 춤추는 동작을 멈추고 말았다.

 

  그 시녀는 방안으로 얼굴을 빼끔 내밀어 다섯 사람을 보더니, 꼬투리라도 잡은 듯 에리카, 안나, 샐리를 번갈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에리카, 샐리, 안나, 너희들 근무 시간에 춤을 추다니! 레이디 제인께서 궁전에 안 계시다고 제 멋대로구나!"

 

  에반젤린 공주는 기가 막힌 듯 콧방귀를 뀌었다.

 

  "흥, 로즈마리, 노크도 없이 방문을 열다니, 대체 어느 나라 궁중 예절이지요?"

 

  시녀의 이름은 로즈마리였다.

 

  레이디 제인이 없는 동안에 시녀장을 대행하고 있는 로즈마리는 에반젤린 공주에게 사과하듯 고개를 숙였다.

 

  "제가 노크도 없이 방문을 열어 공주님의 친구이신 두 분 레이디께는 실례를 끼쳤지만, 지금은 시녀들의 근무 시간인데, 에리카, 샐리, 안나는 근무 시간에 태만하게 춤을 추었으니, 시녀장 대행인 저로서는 수수방관할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로즈마리는 말은 이렇게 했지만, 꼬투리를 잡는데 성공했다는 생각에 득의만만한 얼굴이었다.

 

  이러한 그녀의 얼굴을 보자 에반젤린 공주가 듣기 싫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소리쳤다.

 

  "양해할 수 없어요! 지금 당장 폐하께 당신의 무례함을 말씀드리러 가겠어요!"

 

  에반젤린 공주가 이렇게 나올 줄 예상하지 못한 로즈마리는 순간 당황했지만, 별 탈없이 넘어 갈 것이란 생각에 배짱을 부렸다.

 

  "지금 폐하께서는 왕비님과 함께 정원에서 산책 중이시니, 폐하께 가시려면 저를 따라오시죠."

 

  이 무렵 마이클 왕과 안젤리카 왕비는 정원에서 다정하게 손잡은 채 산책하고 있었다.

 

  "왕비의 말은, 위니만 공주에 봉하고 에바는 공주에 봉하면 안 된다는 말이오?"

 

  마이클 왕의 물음에 안젤리카 왕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에바는 부모님이 있는 아이라서요."

 

  마이클 왕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예전에 왕비가 말하기론, 에바는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왕비 친척의 딸인데, 부모가 없어 왕비가 돌봐주기로 한 아이라고 하지 않았소?"

 

  마이클 왕의 기억력은 정확했다.

 

  안젤리카 왕비는 이때서야 자신이 이전에 했던 거짓말이 떠올랐다.

 

  '아참! 내 정신 좀 봐. 내가 이전에 거짓말했었지!'

 

  안젤리카 왕비는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을 되찾았다.

 

  "에바가 비록 친부모는 없지만, 양부모는 있습니다. 그러니......"

 

  안젤리카 왕비는 뭐라 말을 이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아 얼버무린 것이지만, 마이클 왕이 더 말할 필요없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알겠소. 그럼, 왕비의 뜻대로 위니만 공주에 봉하도록 하겠소."

 

  안젤리카 왕비가 뛸듯이 기뻐했다.

 

  "저의 청을 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이클 왕은 애정이 담긴 눈빛으로 안젤리카 왕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왕비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 또한 매우 기쁘오. 내게 더 청할 것이 없소? 혹시 있다면 무엇이든 말해주시오."

 

  안젤리카 왕비는 레이디 제인을 내쫓아 달라 말하고 싶었지만, 한껏 달아오른 로맨틱한 분위기가 깨어질까봐 고개를 저었다.

 

  "더 없습니다. 이미 폐하께서 예전처럼 저를 사랑해 주시는데, 제가 무엇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참으로 순정적이고 천사처럼 착한 안젤리카 왕비의 마음에 마이클 왕은 가슴이 뭉클해쳐 참회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오랫동안 왕비의 진실한 사랑을 깨닫지 못했던 나 스스로가 무척 후회스럽고 원망스럽소. 이제부터라도 왕비의 진실한 사랑에 보답하는 삶을 살 터이니, 무엇이든 원하는 것이 있다면 언제든 말해주시면 감사하겠소."

 

  안젤리카 왕비는 감격해 눈물이 나오려는 것은 간신히 참았다.

 

  "저는 이제 더 이상 행복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니, 부디, 폐하께서는 자책하시지 마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말하는 안젤리카 왕비가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마이클 왕은 왕비를 포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젤리카 왕비는 마이클 왕의 품에 가만히 안겼다.

 

  마이클 왕은 너무도 사랑스러운 안젤리카 왕비에게 키스하고 싶었지만, 궁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포옹하기만 했다.

 

  이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는 세 사람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에반젤린 공주, 에리카, 로즈마리였다.

 

  이들은 이전부터 이곳에 와 있었지만, 마이클 왕과 안젤리카 왕비의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본의 아니게 보게 되자 약속이나 한듯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로즈마리가 에반젤린 공주의 귀에 속삭였다.

 

  "지금은 폐하를 뵐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으니, 나중에 폐하께 뵙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고개를 젓더니 로즈마리의 귀에 속삭였다.

 

  "나와 에리카는 이곳에서 기다릴 테니, 이제 당신은 가셔도 되요."

 

  로즈마리는 애원하듯 속삭였다.

 

  "레이디 에바, 제발, 당신께 부탁드리니, 제 잘못을 폐하께 보고 드리지 말아 주세요."

 

  에반젤린 공주는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치더니 로즈마리의 귀에 속삭였다.

 

  "이미 게임 세트예요."

 

  게임 세트란 말은 경기가 끝났다는 말로 당신은 끝장났다는 말이었다.

 

  "아......"

 

  로즈마리의 입에서 새어나온 탄식 소리에 안젤리카 왕비가 고개를 돌려보니, 에반젤린 공주와 에리카가 로즈마리와 함께 있는 것이 아닌가!

 

  안젤리카 왕비는 딸에게 민망한 모습을 보인 것 같아 마이클 왕의 품속에서 벗어나며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아니, 에바! 네가 여기엔 어쩐 일이냐?"

 

  에반젤린 공주는 마주 보고 말하면 안젤리카 왕비를 당황하게 만들 것 같아 고개를 돌린 채 대답했다.

 

  "로즈마리의 행실에 대해 폐하께 보고 드릴 것이 있어 로즈마리의 인도를 받아 에리카와 함께 온 것입니다."

 

  안젤리카 왕비가 로즈마리를 쏘아보며 다그쳤다.

 

  "로즈마리, 네가 대체 무엇을 잘못한 것이지?"

 

  로즈마리는 털썩 무릎 꿇고 용서를 빌었다.

 

  "제가 레이디 에바께서 에리카의 방에서 레이디 위니와 에리카를 비롯한 시녀들과 춤을 추고 계실 때 노크도 하지 않고 들어가는 무례를 범했으니, 자비로우신 왕비님께 용서를 빌 뿐입니다."

 

  로즈마리가 용서를 빌자 마음이 여린 안젤리카 왕비는 눈짓으로 에반젤린 공주의 의사를 물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용서해주면 안 된다는 뜻으로 살며시 고개를 흔들었다.

 

  바로 이때 마이클 왕이 나섰다.

 

  "왕비, 로즈마리를 어떻게 처결하는 것이 좋겠소?"

 

  안젤리카 왕비는 에반젤린 공주를 가리켰다.

 

  "로즈마리가 에바에게 무례를 범했으니, 에바가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이클 왕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에반젤린 공주를 향해 말했다.

 

  "에바야, 네가 로즈마리의 처결을 결정하려무나."

 

  에반젤린 공주는 마이클 왕에게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무릎을 구부린 채 치마 끝을 들어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사실, 제가 로즈마리의 처벌을 부탁드리러 온 것인데, 저에게 로즈마리의 처결을 맡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운을 떼고는 말을 이었다.

 

  "로즈마리는 시녀장 레이디 제인이 입궁시킨 시녀인데, 왕비님을 모시는 것이 시녀의 임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레이디 제인의 지시만 따르고 있으니, 시녀의 직위에서 해고해 궁전 밖으로 내보낼 것을 청합니다."

 

  마이클 왕이 분노한 얼굴로 로즈마리를 노려보며 물었다.

 

  "레이디 에바의 말이 사실임을 인정하느냐?"

 

  로즈마리는 고개를 숙이며 인정했다.

 

  "레이디 에바의 말씀대로 저는 왕비의 시녀임을 망각한 채 레이디 제인의 지시에 따르는 죄를 범하였습니다만,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으니, 폐하께 간곡히 선처를 빌 뿐입니다."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로즈마리의 말을 듣자 마이클 왕은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진 것은 결국 왕비의 진심을 외면하고 레이디 제인에 눈이 멀었던 나의 잘못 때문이 아닌가.'

 

  마이클 왕이 에반젤린 공주에게 물었다.

 

  "네 생각엔 로즈마리의 죄를 어떻게 처결하는 것이 좋겠느냐?"

 

  로즈마리가 선처를 빌자 마음이 약해진 에반젤린 공주가 말했다.

 

  "로즈마리가 자신의 죄를 인정했으니, 선처해 시녀의 직위에서 해고하는 것으로 마무리짓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이클 왕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렇게 하자꾸나."

 

  그러고는 동행 중이던 시종에게 말했다.

 

  "로즈마리를 시녀의 직위에서 해고해 출궁토록 조치하라."

 

  로즈마리는 이 정도로 끝난 것이 천만다행이란 생각에 마이클 왕에게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왕비님과 레이디 에바께 죄를 지은 저를 선처해주신 폐하께 무한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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