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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로맨틱한 청혼
작성일 : 18-04-30 22:00     조회 : 458     추천 : 0     분량 : 5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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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처드가 들어오려는 순간, 에반젤린 공주가 뭔가 깜빡 한듯 손을 들며 소리쳤다.

 

  "리처드 경,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리처드는 들어오려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네, 알겠습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에게 양해를 구하듯 눈짓하고 위니의 귀에 바짝 대고 속삭였다.

 

  "리처드가 청혼하면, 삼일 후에 대답하겠다고 말해주세요. 일종의 관습이예요. 무슨 뜻인지 알겠죠?"

 

  위니는 리처드가 청혼하는 것을 상상만 해도 가슴이 떨려 대답도 못한 채 고개만 끄덕였다.

 

  에반젤린 공주는 손을 흔들며 위니에게 인사했다.

 

  "전 이만 나가볼게요. 조금 이따 봐요."

 

  위니는 함께 있어 달라 말하려 했지만,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에게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리처드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지금 위니에게 청혼하세요."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에게도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나가며 안나와 샐리에게 손짓했다.

 

  "리처드 경이 위니에게 할 말이 있으니, 우린 자리를 비켜주지요."

 

  에반젤린 공주가 나가자 안나와 샐리도 재빨리 뒤따라 나가버렸다.

 

  안나와 샐리가 나오자 에반젤린 공주가 에리카에게 속삭였다.

 

  "에리카, 방문을 닫아주세요.

 

  리처드는 반사적으로 에반젤린 공주, 안나, 샐리가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다 방문이 닫히고 나서야 위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수줍음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위니가 고개를 드는 순간이었다.

 

  "아니! 위니 아가씨......"

 

  너무나도 예쁘게 화장한 위니의 얼굴을 보자 리처드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리처드가 놀라운 눈길로 바라보자 위니는 수줍음을 타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에바 아가씨가 화장해 주었어요."

 

  리처드는 수줍음으로 고개를 푹 숙인 위니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위니 아가씨는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위니는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리처드의 말 한마디에 위니는 너무나도 행복해져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기분도 잠시일 뿐, 이내 현실로 돌아오자 울적해진 위니는 고개를 저었다.

 

  "에바 아가씨가 해주신 화장이 아름다운 것이지, 제가 아름다운 건 아니잖아요."

 

  리처드는 손을 내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위니 아가씨는 화장하지 않으셔도 더없이 아름다우신 걸요."

 

  리처드의 말을 듣는 순간, 위니는 울컥하고 말았다.

 

  리처드의 말이 진심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진심으로 하시는 말인가요?"

 

  위니의 목소리는 확실히 떨리고 있었다.

 

  리처드는 목소리가 떨리는 위니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미소를 지으며 손을 가슴에 대고 농담조로 말했다.

 

  "기사도의 명예를 걸고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지금 이 순간, 위니는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쳐다보기만 해도 가슴이 떨리는 리처드가 계속 로맨틱한 말을 해주고 있으니, 어찌 울컥하지 않을 수 있으랴!

 

  목이 메인 위니는 간신히 한마디만 내뱉을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해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잠시 정적이 흐르자, 리처드는 이때서야 에반젤린 공주가 속삭인 말이 떠올랐다.

 

  '지금 위니에게 청혼하세요.'

 

  마침내 리처드가 왼쪽 무릎을 꿇고 청혼했다.

 

  "이 부족한 리처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우신 위니 아가씨께 청혼합니다. 부족한 저의 청혼을 받아주신다면 저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오직 위니 아가씨만을 사랑할 것을 신의 이름으로 맹세하겠습니다. 부족한 저의 청혼을 받아주시겠습니까?"

 

  이루 말할 수 없이 리처드를 사랑하는 위니에게는 너무나도 로맨틱한 청혼이었다.

 

  너무나도 로맨틱한 리처드의 청혼이 그토록 위니의 가슴속에 깊숙히 자리 잡고 있던 자격지심마저 지워버렸다.

 

  위니는 마음 같아서는 '리처드 경의 청혼을 받아들이겠어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리처드가 청혼하면, 삼일 후에 대답하겠다고 말해주라는 에반젤린 공주의 말이 떠올랐다.

 

  "삼......"

 

  삼일 후에 대답하겠다고 말하려는 순간, 위니의 뇌리를 전광석화처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에반젤린 공주님께서 로버트 왕자님의 진심을 시험해 보시기 위해 삼년을 기다리시는 것처럼 나도 삼년을 기다리면 리처드 경의 진심이 삼년 후에도 지금과 같을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거야.'

 

  결심을 굳힌 위니가 손가락 세 개를 펴보이며 말했다.

 

  "리처드 경께서 저를 진심으로 사랑하신다면......"

 

  리처드는 위니가 삼일 후에 대답해 주겠다고 말하려는 줄 알고 기뻐 속으로 만세를 외쳤지만, 바로 이때 위니의 말이 이어졌다.

 

  "삼년을 기다려 주시겠어요?"

 

  리처드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듯 되물었다.

 

  "삼일이 아니고 삼년이라 하셨습니까?"

 

  위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삼년을 기다려 주시면 그때 대답해 드리겠어요."

 

  리처드는 위니가 삼년을 기다려 달라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공주님께서 로버트 왕자에게 삼년을 기다려 달라 요구하신 것처럼, 위니 아가씨께서도 삼년이 지나도 나의 진심이 변하지 않는지 확인하시려고 삼년을 기다려 달라 요구하시는구나.'

 

  리처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위니 아가씨께서 원하신다면, 삼년이 아니라 영원히라도 기다리겠습니다."

 

  너무나도 로맨틱한 말에 또 다시 울컥한 위니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감사를 표시했다.

 

  "리처드 경, 정말 말할 수 없이 감사해요."

 

  리처드는 이만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위니에게 인사했다.

 

  "삼년 후에 위니 아가씨께서 저의 청혼을 받아들여 주실 것을 기원하며, 이만 가보겠습니다."

 

  리처드가 떠나자마자 에반젤린 공주가 에리카, 안나, 샐리와 함께 들어와 위니에게 물었다.

 

  "제 말대로 리처드 경에게 삼일 후에 대답하겠다고 말하셨나요?"

 

  에반젤린 공주는 처소를 떠난 리처드의 표정이 비교적 밝은 것 같아 위니가 자신이 말한대로 리처드에게 말했으리라 짐작했지만, 위니는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다.

 

  에반젤린 공주가 깜짝 놀라 물었다.

 

  "그럼, 이번에도 리처드 경의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았나요?"

 

  위니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리처드 경께 삼년을 기다려 달라고 말했어요."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외마디 탄식을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랬군요."

 

  에반젤린 공주는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었다.

 

  '자격지심에 빠진 위니에게 충분한 시간을 줄 걸 그랬어.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면, 나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도 삼년을 기다려야하는 고역을 치르지 않아도 될 텐데......'

 

  에반젤린 공주는 이제와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위니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리처드 경의 마음은 변하지 않을 테니, 저와 함께 스코틀랜드에서 삼년을 기다리면 되겠네요."

 

  그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아무튼 잘 하셨어요."

 

  딱히 더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덧붙인 말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문득 리처드가 위니에게 뭐라고 청혼했는지 궁금해졌다.

 

  '리처드 경이 위니에게 뭐라고 말하며 청혼했을까? 틀림없이 왼쪽 무릎을 꿇고 로맨틱한 말로 청혼했을 거야.'

 

  자신이 좋아했던 리처드가 위니에게 청혼하는 상상속의 광경이 떠오르자 별안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삼년 후에는 로버트 왕자의 로맨틱한 청혼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지금 이 순간, 에반젤린 공주는 삼년 후에 로버트 왕자가 자신에게 청혼하는 광경을 상상하며 로맨틱한 무드에 빠져 있었다.

 

  바로 이때 에반젤린 공주의 뇌리에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참, 내가 깜빡했구나!'

 

  에반젤린 공주가 에리카에게 물었다.

 

  "에리카, 얼마 전에 폐하께서 저를 부르셨다 했는데, 지금은 부르시지 않으시나요?"

 

  에리카는 손을 내저었다.

 

  "지금 폐하께서는 왕비님과 정원에서 산책 중이시니, 폐하께서 다시 부르실 때까지 여기 계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에반젤린 공주가 뛸듯이 기뻐하며 손뼉을 쳤다.

 

  "어머, 참 잘 되었네요."

 

  그러고는 자신도 모르게 한마디 중얼거렸다.

 

  "어머님께서 얼마나 기쁘실까?"

 

  너무 기쁜 나머지 왕비님이라 말할 것을 어머님이라 말한 것이다.

 

  에리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머님이라니요? 왕비님을 말씀하시겠지요?"

 

  에리카는 에반젤린 공주가 왕비님을 어머님이라 잘못 말한 줄 알았다.

 

  에반젤린 공주는 어차피 마이클 왕의 양딸이 된 만큼 상관없다는 생각에 손을 내저었다.

 

  "폐하께서 저를 양녀로 삼으셨으니, 제가 왕비님을 어머님이라 부르는 것이 마땅하지요."

 

  순간, 에리카, 안나, 샐리가 거의 동시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레이디께서 폐하의 양딸이 되신 줄도 모르고, 무릎 꿇고 인사도 올리지 않았으니,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에반젤린 공주는 에리카, 안나, 샐리를 차례로 일으켜 세워주었다.

 

  "아직 폐하께서 저를 공식적으로 공주에 봉하지 않으셨으니, 저에게 무릎 꿇고 인사할 필요가 없어요."

 

  그리고 위니를 가리켰다.

 

  "사실, 저는 부모님이 계서서 설령 폐하께서 저를 공주에 봉하시려 해도 사양할 생각이지만, 위니야말로 왕비님의 양딸이 되었으니, 궁중의 예절대로 미리 인사해 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군요."

 

  에리카, 안나, 샐리가 놀라운 듯 이구동성으로 감탄했다.

 

  "아! 왕비님께서 레이디 위니를 양딸로 삼으셨군요!"

 

  이들이 놀란 것은 위니의 출신 때문이었다.

 

  왕비가 평민을 양딸로 삼은 것은 잉글랜드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에리카, 안나, 샐리는 놀라움을 진정시킬 겨를도 없이 무릎 꿇고 위니에게 인사했다.

 

  "곧 공주님이 되실 레이디께 저희들이 미리 인사드립니다."

 

  위니는 에리카, 안나, 샐리가 자신에게 무릎 꿇고 인사하자 당황한 나머지 치마 끝을 밟아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다.

 

  "위니, 조심해요!"

 

  에반젤린 공주가 넘어지지 않도록 붙잡자 위니는 붙잡힌 채로 에리카, 안나, 샐리에게 말했다.

 

  "에리카, 안나, 샐리, 전 공주가 될 자격이 없으니, 우리 그냥 친구로 지내요."

 

  위니는 몸에 중심을 잡으려 했지만, 발이 치마에 걸려 중심을 잡지 못했다.

 

  에리카, 안나, 샐리가 무릎 꿇은 채 손을 내저으며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건 안 될 말씀이십니다. 저희들이 어찌 감히 공주님이 되실 레이디 위니와 친구가 될 수 있겠어요?"

 

  이때 에반젤린 공주가 나섰다.

 

  "그건 잘못된 생각이예요. 공주님께서는 이미 당신들을 마음속으로 친구들로 생각하고 계시니, 당신들은 위니와도 저와도 친구가 될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다만, 궁중의 예절상, 공주님을 처음 대할 때는 무릎 꿇고 인사드리는 것이 예의에 맞는 것이지요."

 

  이 말을 하고 위니의 발에 걸린 치마를 빼주며 속삭였다.

 

  "위니가 저들을 일으켜 주세요."

 

  이때서야 겨우 몸에 중심을 잡은 위니는 에리카, 안나, 샐리를 차례로 일으켜 세웠다.

 

  "세 분 모두 저의 친구가 되어 주시겠어요?"

 

  에리카, 안나, 샐리는 위니의 물음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서로 눈짓을 주고 받아 상의하더니 에리카가 세 사람을 대표해 말했다.

 

  "레이디 위니의 친구가 되는 것은 저희들에겐 말할 수 없는 영광이나, 곧 공주님이 되실 레이디 위니의 친구가 되는 일은 폐하의 허락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손을 내저었다.

 

  "그건 말이 안 되요. 저와 위니는 폐하의 허락을 받고 공주님의 친구가 된 줄 아세요?"

 

  에리카, 안나, 샐리는 다시 서로 눈짓을 주고 받더니 결론이 난듯 에리카가 위니에게 말했다.

 

  "레이디께서 부족한 저희들이 레이디의 친구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무한한 영광으로 알고 레이디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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