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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화장이 망가진 위니를 예쁘게 화장하다
작성일 : 18-04-29 14:00     조회 : 497     추천 : 0     분량 : 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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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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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마디 감탄사를 내며 튀어나온 에리카의 말은 복도에서 대기 중이던 안나와 샐리의 귀에까지 들렸다.

 

  안나와 샐리 역시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에반젤린 공주에게 물었다.

 

  "레이디 에바, 공주님께서 어떤 멋진 계획을 세우셨는지 저희들한테도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에반젤린 공주는 이러다가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계획이 새어나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에리카의 처소를 가리켰다.

 

  "이는 비밀이니, 에리카의 처소로 들어가서 말해줄게요."

 

  그러고는 위니의 손을 잡은 채 먼저 에리카의 처소로 들어가며 따라오라 손짓했다.

 

  "공주님의 계획을 알고 싶으면 들어오세요."

 

  안나와 샐리가 에반젤린 공주와 위니를 뒤따라 에리카의 처소로 들어가자 에리카가 방문 손잡이를 잡은 채 말했다.

 

  "저는 이미 들었으니, 밖에서 망을 볼게요."

 

  에반젤린 공주는 좋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방문을 꼭 닫아주세요."

 

  에리카가 방문을 꼭 닫자 에반젤린 공주가 나지막한 소리로 당부했다.

 

  "이는 비밀이니, 제 말을 듣고 절대 큰소리로 떠들면 안 되요."

 

  그러고는 손가락을 입에 갖다댄 채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제가 에리카에게 한 말은 공주님께서 삼년 후에 홀리루드 사원에서 공주님과 로버트 왕자, 위니와 리처드 경의 합동 결혼식을 계획하시고 계시다는 말이었어요."

 

  순간, 안나와 샐리의 입에서 동시에 외마디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어머나!"

 

  "어머나!"

 

  그 순간, 손가락을 갖다댄 에반젤린 공주의 입에서 쉿 소리가 나왔다.

 

  "쉿! 큰소리로 떠들면 안 돼요!"

 

  이 말을 듣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안나와 샐리는 몹시 부러운 눈길로 위니를 바라보았다.

 

  에리카, 안나, 샐리, 세 사람 모두 리처드를 좋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황금빛 금발머리, 초롱초롱 빛나는 에메랄드빛 눈동자, 오똑한 코, 도톰한 분홍빛 입술, 마치 신이 그림을 그린 듯한 수려한 이목구비의 리처드를 좋아하지 않을 여자는 잉글랜드에는 없을 것 같았다.

 

  에리카, 안나, 샐리가 리처드를 좋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에반젤린 공주 자신 역시 한때 리처드를 좋아하지 않았던가!

 

  에리카, 안나, 샐리에게 비밀을 말해준 것이 후회된 에반젤린 공주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신신당부했다.

  "비밀이 새면 절대 안 되니, 꼭 비밀을 지켜주세요."

 

  안나와 샐리도 에리카처럼 입을 잠그는 시늉을 했다.

 

  "저희들의 입을 꼭 잠글 테니, 레이디께서는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에반젤린 공주의 시선이 위니 쪽으로 향하는 순간, 왠지 모르게 근심이 서려 보이는 위니의 얼굴이 보였다.

 

  에반젤린 공주가 근심어린 얼굴로 물었다.

 

  "위니, 무슨 걱정이라도 있나요?"

 

  바로 이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위니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흐느끼는 것이 아닌가!

 

  "흑, 에바 아가씨, 저는 리처드 경과 결혼할 자격이 없어요!"

 

  위니가 눈물을 흘릴 때마다 친절한 말로 위로해 주었던 에반젤린 공주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위니, 리처드 경이 위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에반젤린 공주의 말에 위니는 큰 위안을 받기는 했지만, 눈물을 그칠 수가 없었다.

 

  위니의 눈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이 예쁘게 화장한 위니의 얼굴을 망가뜨리자 에반젤린 공주가 재빨리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위니, 울지 말아요. 예쁘게 화장한 얼굴이 망가지면 어떻게 리처드 경을 만나겠어요?"

 

  그러고는 처소 밖에 있는 에리카에게 말했다.

 

  "에리카, 리처드 경이 궁전 마당에 있는 마차에서 대기 중인데, 지금 데려와 주세요."

 

  곧바로 처소 밖에서 에리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알겠습니다."

 

  깜짝 놀란 위니가 처소 밖을 향해 소리쳤다.

 

  "에리카! 전 화장이 망가져 지금 리처드 경을 데려오시면 안 돼요!"

 

  "곧 리처드 경을 데려오겠습니다."

 

  에리카는 위니가 소리치는 말에 동문서답하듯 대꾸하고 가버렸다.

 

  에리카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당황한 위니는 방문을 열어젖히고 외쳤다.

 

  "에리카! 지금 리처드 경을 데려오시면 안 돼요!"

 

  어느새 위니를 따라온 에반젤린 공주는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짖꿎은 미소를 지었다.

 

  "왜 안 되는데요? 위니가 다시 화장을 고칠 때까지 리처드 경을 처소에 들이지 않으면 되지 않겠어요?"

 

  그러고는 자신을 가리키며 한마디 덧붙였다.

 

  "제가 화장을 예쁘게 고쳐줄게요."

 

  안나와 샐리가 화장대를 가리켰다.

 

  "레이디께서 화장대 앞에 앉으시면 저희들이 화장을 예쁘게 고쳐드릴게요."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의 손을 잡아끌어 위니를 화장대 의자에 앉히더니 농담조로 말했다.

 

  "제가 리처드 경이 반할 정도로 예쁘게 화장을 고쳐줄게요."

 

  변장의 달인인 에반젤린 공주는 화장에도 달인이었다.

 

  위니의 얼굴을 예쁘게 화장해 줄 자신이 있었다.

 

  위니는 화장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제가 괜히 우는 바람에 에바 아가씨만 번거롭게 만들었네요."

 

  에반젤린 공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조금도 번거롭지 않으니, 제 화장 솜씨를 믿으세요."

 

  소매를 걷어부친 에반젤린 공주는 화장대 위에 있는 수건으로 위니의 화장을 지우기 시작했다.

 

  "화장을 지우는 건 저희들이 하겠습니다."

 

  안나와 샐리가 에반젤린 공주의 손에서 수건을 빼앗으려 했지만, 에반젤린 공주는 자신이 하겠다는 듯 수건을 꼭 쥔 채 말했다.

 

  "아니예요. 화장을 지우는 것도 제가 하겠어요."

 

  안나와 샐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디께서 원하신다면, 뜻대로 하세요."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의 화장을 지우며 설명했다.

 

  "망가진 화장은 깨끗이 지우고 새로 해야 화장이 더 잘 받거든요."

 

  위니는 전혀 모르는 사실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요. 저는 화장을 안 해봐서 몰랐어요."

 

  에반젤린 공주는 수건으로 화장을 지우고 나자 안나와 샐리에게 말했다.

 

  "안나는 물수건을, 샐리는 마른 수건을 하나 더 가져다 주세요."

 

  에반젤린 공주는 안나와 샐리가 가져온 물수건과 마른 수건으로 위니의 얼굴에 남은 화장품을 깨끗이 닦은 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위니, 제가 화장하는 동안에 살며시 눈을 감고 있으세요."

 

  "네, 눈을 감고 있을 게요."

 

  위니가 살며시 눈을 감자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의 얼굴을 새롭게 화장하기 시작했다.

 

  에반젤린 공주의 화장 솜씨는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였다.

 

  눈썹을 예쁘게 다듬고, 눈썹을 예쁘게 그리고, 눈이 예쁘고 크게 보이도록 눈화장을 해주고, 입술에 루즈를 발라 붉고 도톰하게 앵두같은 입술로 만들어 주는 그녀의 화장 솜씨는 예술 자체였다.

 

  에반젤린 공주가 놀라운 솜씨로 위니의 얼굴을 화장해주는 모습을 지켜보는 안나와 샐리는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감탄사가 튀어나오려는 것을 손으로 막아야할 정도였다.

 

  화장이 모두 끝나고 나서야 에반젤린 공주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위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위니, 이제 눈을 떠보세요."

 

  눈을 뜬 위니가 화장대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어머나!"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믿을 수 없을 정도도 예뻐진 것을 보자 외마디 소리를 낸 것이다.

 

  위니는 거울에 비친 얼굴이 자신의 것이란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 듯 얼굴을 매만져보았다.

 

  "이게 제 얼굴이라니! 믿겨지지 않아요!"

 

  에반젤린 공주는 품속에서 손거울을 꺼내 위니의 얼굴을 비춰주었다.

 

  "손거울로 자세히 보면 믿겨질 거예요."

 

  위니는 눈 앞의 손거울로 자세히 보자 자신의 얼굴이란 사실이 믿겨지는 듯 얼굴을 매만져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히 보니 제 얼굴이란 사실이 믿겨지는군요."

 

  손거울에 비친 예쁘게 화장한 자신의 얼굴에 시선이 꽂힌 위니는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마음속에 늘 자리잡고 있던 자격지심이 생길 겨를이 없었다.

 

  위니는 자신의 얼굴이 더없이 예쁘게 보이는 것이 신기한 나머지 감탄사를 연발했다.

 

  "오! 오! 에바 아가씨, 저를 이처럼 예쁘게 화장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요."

 

  에반젤린 공주는 한손으론 손거울로 위니의 얼굴을 비춰주면서 한손으론 다정하게 위니의 손을 잡아주었다.

 

  "앞으로도 언제든 제가 화장해 드릴게요."

 

  위니는 에반젤린 공주에게 잡히지 않은 손을 내저었다.

 

  "아니예요, 앞으로는 제가 화장하는 법을 배워 직접 할게요."

 

  안나와 샐리가 약속이나 한듯 나섰다.

 

  "레이디 에바께서 저희들에게 화장하는 법을 가르쳐 주신다면, 저희들이 레이디 위니를 화장해 드리겠습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고개를 저었다.

 

  "안나와 샐리에게 화장하는 법을 가르쳐 줄 수는 있지만, 앞으로도 위니의 화장은 제 손으로 하겠어요."

 

  그러고는 위니의 손을 꼭 잡고서 위니를 바라보았다.

 

  "이제 저와 위니는 자매가 되었는데, 제가 화장도 못 해주겠어요?"

 

  위니는 이제서야 자신이 안젤리카 왕비의 양딸이 된 것이 실감났다.

 

  감격에 겨워 위니는 눈물이 나오려 했지만, 화장이 다시 망가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간신히 눈물을 참았다.

 

  에반젤린 공주가 눈으로 방문을 가리키며 안나와 샐리를 향해 눈짓했다.

 

  에리카가 리처드를 데려왔는지 확인해 보라는 뜻이었다.

 

  안나와 샐리가 함께 방문을 열어젖혀 보더니 안나가 에반젤린 공주에게 말했다.

 

  "에리카가 리처드 경을 모셔왔습니다."

 

  에리카는 이미 리처드를 데려와 처소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리처드 경에게 잠깐만 기다려 달라 말해주세요."

 

  안나를 향해 말한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의 귀에 바짝 대고 속삭였다.

 

  "리처드 경이 위니를 보면 틀림없이 반할 거예요."

 

  위니도 에반젤린 공주의 귀에 바짝 대고 속삭였다.

 

  "전, 지금 너무 긴장되는데, 나중에 리처드 경을 만나면 안 될까요?"

 

  에반젤린 공주가 손거울에 비친 위니의 얼굴을 가리키며 속삭였다.

 

  "위니가 이렇게 예쁜데, 리처드 경을 계속 기다리게 해서 뭐가 좋을 게 있겠어요?"

 

  위니가 뭐라 대꾸할 겨를도 없이 에반젤린 공주가 처소 밖을 향해 말했다.

 

  "리처드 경, 어서 들어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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