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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안젤리카 왕비에게 위니를 소개시키다
작성일 : 18-04-24 22:00     조회 : 497     추천 : 0     분량 : 5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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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숲속으로 들어간 에반젤린 공주는 재빨리 면사포를 벗어 품속에 집어넣었다.

 

  밀가루 가면을 쓴 못생긴 얼굴이 손거울에 비쳐지자 에반젤린 공주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제 다시 못생긴 얼굴로 되돌아왔군."

 

  바로 이때 에반젤린 공주가 중얼거린 소리를 듣자 리처드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공주님! 어디에 계십니까?"

 

  리처드는 화장을 고치고 있는 줄 알았던 에반젤린 공주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깜짝 놀라 소리친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목소리를 변성시켜 소리쳤다.

 

  "저는 여기에 있어요!"

 

  리처드는 재빨리 에반젤린 공주가 소리친 숲속으로 뛰어들어갔다.

 

  "아니, 이럴 수가!"

 

  리처드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놀랍게도 에든버러 별장의 연못가에서 사라졌던 레이디 에바가 아닌가!

 

  리처드는 몹시 반가웠지만, 에반젤린 공주가 보이지 않자 당황하며 물었다.

 

  "레이디 에바, 공주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에반젤린 공주는 자신을 눈 앞에 두고도 당황하며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묻는 리처드의 모습을 보자 우스웠지만,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

 

  "공주님은......"

 

  웃음을 참느라 잠시 말을 멈추었던 에반젤린 공주가 말했다.

 

  "벌써 떠나셨어요."

 

  "공주님께서 어디로 떠나셨다는 말씀입니까?"

 

  리처드는 방금전만 해도 기다리고 있으라던 에반젤린 공주가 떠났다는 말이 믿겨지지 않아 물은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임기응변으로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공주님께선 제 일행들과 함께 먼저 런던으로 떠나셨어요."

 

  그녀는 혼자 떠났다고 말하면 리처드가 걱정할까봐 일행들과 떠났다고 말한 것이다.

 

  "공주님께선 어째서 나한테 말 한마디 없이 떠나신 것일까?"

 

  에반젤린 공주가 미소를 지으며 리처드가 스스로에게 하는 물음에 대답했다.

 

  "공주님께선 리처드 경이 따라오려 할까봐 말없이 떠나신 것이겠지요."

 

  리처드는 이제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요. 공주님께선 제가 따라오는 것을 바라지 않으셨군요."

 

  리처드는 별안간 에반젤린 공주의 옷을 그녀가 입고 있는 것을 보자 의아해 물었다.

 

  "공주님께서 입고 계셨던 옷을 레이디 에바께서 입고 계시군요."

 

  에반젤린 공주는 미소를 지으며 해명했다.

 

  "공주님께선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변복하시느라 제 옷과 바꾸어 입은 것이예요."

 

  그녀의 옷 뿐만 아니라 머리끈과 머리핀까지 에반젤린 공주와 똑같았지만, 리처드는 그녀가 에반젤린 공주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에반젤린 공주의 얼굴이 세상에서 가장 추한 얼굴로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목소리까지 변성시켰으니, 그녀가 에반젤린 공주일 것이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리처드가 어안이 벙벙해 어쩔 줄 몰라하자 에반젤린 공주가 위니의 집 쪽을 가리켰다.

 

  "어서 위니의 집으로 가요. 위니 혼자 기다리고 있잖아요."

 

  리처드는 깜박 했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아, 위니 아가씨가 기다리고 계신 걸 깜빡 했군요. 위니 아가씨의 집으로 모시고 가겠습니다."

 

  앞장서 걸어가기 시작한 리처드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공주님께서 레이디와 옷을 바꾸어 입으셨다면 숲속에서 바꾸어 입으셨을 텐데, 그것은 전혀 공주님답지 않은 행동인데......'

 

  공주가 숲속에서 옷을 바꾸어 입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때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의 옷을 보라는 듯 가리키며 앞장서 걸어가는 리처드를 불렀다.

 

  "리처드 경, 실은 제가 가마 안에서 공주님과 옷을 바꾸어 입었는데, 혹시 옷 매무새가 잘못되지 않았는지 봐주시겠어요?"

 

  리처드는 에반젤린 공주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생각했다.

 

  '그러면 그렇치. 공주님께서 숲속에서 옷을 바꾸어 입으실 리가 없지.'

 

  리처드가 에반젤린 공주의 옷 매무새를 보니 전혀 흠잡을 데가 없었다.

 

  "조금도 흠잡을 데가 없으십니다."

 

  "봐줘서 고마워요."

 

  에반젤린 공주는 변장한 사실이 탄로날까봐 불안했었는데, 리처드가 더 이상 의심하지 않는 것 같아 속으로 안도했다.

 

  이제서야 한숨을 돌렸지만, 에반젤린 공주는 여전히 걱정되었다.

 

  '내가 변장한 사실이 리처드에게 탄로나면 어쩌지?'

 

  에반젤린 공주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탄로나면 내가 리처드를 시험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장해온 사실을 밝힐 수 밖에 없지.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변장한 것이니, 신사 중에 신사인 리처드라면 날 이해해 줄 거야.'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도 모르게 행복한 미소를 짓자 리처드가 물었다.

 

  "그동안 레이디께 좋은 소식이 생기지 않으셨습니까?"

 

  구혼자가 생기지 않았는지 묻는 말이었다.

 

  에반젤린 공주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리처드 경 이외에 저한테 구혼한 사람은 여지껏 없었어요."

 

  리처드는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레이디께 구혼한 사람이 여지껏 저 밖에 없었다니, 유감이군요."

 

  "어째서 유감이지요?"

 

  리처드는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했다.

 

  "레이디께서는 공주님에 못지 않게 매력적인 분이신데, 그걸 알아보고 구혼한 남자가 없다니, 어찌 유감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에반젤린 공주는 이렇게 말하는 리처드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 미소를 지었다.

 

  "아주 솔직히 말해주셨군요. 얼굴이 못생긴 제가 공주님에 못지 않게 매력적이란 말은 과찬이지만요."

 

  리처드가 조금도 주저없이 말했다.

 

  "절대 과찬이 아닙니다. 제가 아는 한, 레이디께서는 공주님에 못지 않게 매력적인 유일한 분이십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의 말이 진심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봐주시니 무척 고맙군요."

 

  에반젤린 공주는 마음속이 찡하고 울컥할 정도로 감동되었다.

 

  이 감동을 로버트 왕자와 사랑에 빠지기 전에 느꼈더라면 리처드와 사랑에 빠졌으리라.

 

  에반젤린 공주는 속으로 생각했다.

 

  '리처드 경, 솔직히 말해줘 너무 고맙지만, 이젠 너무 늦었어요. 하지만, 리처드 경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위니와 결혼하게 될 것을 생각하니, 슬프기는 커녕 오히려 말할 수 없이 기쁘군요.'

 

  에반젤린 공주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할 수 있었다.

 

  "저는 좋은 소식이 없어도 상관없으니, 리처드 경은 이제 위니에게만 집중하세요."

 

  "레이디께도 곧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고맙군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위니의 동네에 도착했다.

 

  "에바 아가씨!"

 

  집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위니는 에반젤린 공주를 보자마자 뛰어오며 외친 것이다.

 

  "위니!"

 

  에반젤린 공주와 위니는 서로를 향해 달려가 덥석 껴안고 재회의 기쁨을 만끽했다.

 

  리처드와 함께 돌아온 에반젤린 공주가 달라진 것은 면사포를 벗은 것 뿐이었지만, 위니 역시 리처드처럼 알아채지 못하고 재회의 기쁨으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울보처럼 울기만 해서 죄송해요."

 

  위니가 눈물을 그치자 에반젤린 공주가 놀란 척하며 말했다.

 

  "어머, 위니, 그동안 몰라보게 예뻐졌군요."

 

  리처드는 몰라보게 예뻐졌다는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위니 아가씨는 제가 봐도 몰라볼 정도로 예뻐지셨습니다."

 

  에반젤린 공주가 미소를 지으며 농담조로 말했다.

 

  "위니가 아무리 예뻐진다 해도 저는 위니의 절친이니 알아볼 수 있을 거예요."

 

  리처드 역시 농담조로 말했다.

 

  "공주님께서도 위니 아가씨를 절친이라 말씀하시고, 레이디께서도 절친이라 말씀하시니, 두 분 중 어느 분이 위니 아가씨와 더 절친인지 모르겠습니다."

 

  에반젤린 공주가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저와 공주님과 누가 더 위니의 절친인지 따져서 뭐하겠어요?"

 

  위니는 별안간 에반젤린 공주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자 리처드에게 물었다.

 

  "리처드 경, 공주님은 돌아오시지 않으셨나요?"

 

  리처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주님은 먼저 떠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에반젤린 공주를 가리켰다.

 

  "저는 레이디께 그렇게 들었을 뿐이니, 자세한 것은 레이디께 물어보십시오."

 

  위니는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며 에반젤린 공주에게 물었다.

 

  "공주님께 바쁜 일이 생기셔서 먼저 떠나신 것인가요?"

 

  "공주님께서는 레이디 제인의 음모를 왕비님께 알리러 우리보다 먼저 떠나신 것이니, 양해해 주시기 부탁드려요."

 

  임기응변으로 한 말이었지만, 위니는 정말 그런 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공주님께서는 먼저 떠나셨군요. 이해해요. 레이디 제인의 악한 음모는 한시라도 빨리 왕비님께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테니까요."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의 집 앞에 세워둔 마차를 가리키며 리처드에게 말했다.

 

  "리처드 경, 우리도 어서 출발해요."

 

  에반젤린 공주와 위니가 마차에 오르자 리처드가 마부석에 올라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마차는 닷새가 되어서야 런던의 궁전에 당도했다.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의 손을 잡고 마차에서 내린 후 리처드에게 말했다.

 

  "리처드 경, 왕비님과 폐하를 뵙고 곧바로 에든버러로 돌아갈 테니, 그동안 마차에서 편히 쉬고 있으세요."

 

  에반젤린 공주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리처드에게 말했다.

 

  "닷새 동안 마차를 모느라 많이 피곤할 텐데 충분히 쉴 시간을 주지 못해 미안해요."

 

  리처드는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하하하...... 저는 마차에 익숙한 체질이라 피곤하지 않으니, 마음쓰지 마십시오."

 

  리처드의 얼굴은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녀와 위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웃으며 말한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 역시 이 사실을 알았지만, 위니가 걱정할까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피곤하지 않다니 다행이군요. 그럼, 위니와 함께 다녀올게요."

 

  에반젤린 공주는 다정하게 위니의 손을 잡은 채 안젤리카 왕비의 처소를 찾아갔다.

 

  안젤리카 왕비는 에반젤린 공주가 위니의 손을 잡고 들어오자 공주의 손을 덥석 잡으며 반겼다.

 

  "에바야! 드디어 네가 와주었구나! 그동안 건강하게 잘 지냈느냐?"

 

  "네, 저는 잘 지냈어요. 어머님께서도 그간 건강하게 잘 지내셨나요?"

 

  에반젤린 공주는 들뜬 나머지 위니 앞에서는 안젤리카 왕비를 왕비님이라 불러야한다는 사실을 깜빡 잊고 어머님이라 부른 것이다.

 

  "나도 건강하게 잘 지냈단다."

 

  안젤리카 왕비는 위니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 아이가 위니냐?"

 

  "네, 왕비님, 위니를 데려왔어요!"

 

  들떠 있던 에반젤린 공주는 이때서야 자신이 변장한 상태라는 사실을 깨닫고 왕비님이라 부른 것이다.

 

  안젤리카 왕비는 반갑게 위니의 손을 잡았다.

 

  "네가 위니구나. 에바와 공주로부터 네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정말 반갑구나."

 

  안젤리카 왕비는 에반젤린 공주가 아직 위니에게 변장한 사실을 비밀로 하고 있음을 눈치챈 것이다.

 

  안젤리카 왕비가 에반젤린 공주의 귀에 속삭였다.

 

  "네 얼굴을 보고 싶은데, 잠시 위니를 밖으로 내보낸 후 가면을 벗어보겠느냐?"

 

  에반젤린 공주는 고개를 저어 보인 후 안젤리카 왕비의 귀에 속삭였다.

 

  "리처드 경이 마차에서 대기 중이니, 어머님과 아버님을 뵙고 곧바로 돌아가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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