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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축귀의 검
작가 : 후우우우니
작품등록일 : 2017.12.4

세조 10년 현덕왕후의 저주로 나병에 걸려 문둥이가 된 세조.
설상가상으로 왕에 오르며 저지른 짓들이 다시 세조와 조선에 앙갚음으로 돌아온다.
적의 무기는 위대한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을 주문으로 사용하여 고대의 악한 마법을 되살린

"언문주"

언문주로 조선과 조선의 7대 임금 세조의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적들.
그들로부터 국가의 안정을 지키고 사악한 주법을 막기 위해 언문주를 사용할 줄 아는 새로운 국가기관을 창설하는 데

그 이름은 "축귀검" 이었다.

 
8. 북청반란전 18. 종전(다리)
작성일 : 18-04-24 14:15     조회 : 388     추천 : 0     분량 : 15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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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명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쌍철극은 쉴 새 없이 항현의 얼굴과 몸통을 노렸지만 아주 간단한 내략의 방법으로 모든 공격을 튕겨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항현은 전혀 호흡의 흔들림도 없었다.

 자신만이 계속 체력을 소진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체력이 상대가 안된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지만.......’

 

 해명은 새삼스레 피끝마을에서 항현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도 자신의 확실한 실력 우위를 체력전으로 끌고 가 기어코 항현이 승리하지 않았던가?

 지금은 체력뿐만 아니라 검술의 실력까지 우위를 장담하지 못했다.

 항현은 그런 해명을 향해 적극적인 공격을 전개하진 않고 있었다. 그리고 해명도 그런 항현의 기세를 눈치채고 있었다.

 해명은 해운이 있는 성벽 위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리곤 결심을 가다듬었다.

 

 ‘체력이 상대가 안되니 주력으로 승부를 내보자. 운이가 계속 주력을 지원해준다면 승산이 있을 지도 몰라......’

 

 주력의 고갈을 노리고 장기전을 모색하는 해명에게 항현은 사인검을 다시 겨눠 잡았다.

 

 -----------------------------

 

  종희의 사모가 계속해서 준모의 머리를 노렸다.

 독 오른 살모사처럼 치명적이고 재빨랐다. 그러나 준모 또한 구름속의 청룡처럼 은근한 최소한의 동작으로 창끝을 받아넘겼다.

 

 “이 쥐새끼 같은 놈이! 언제까지 도망할 셈이냐!”

 “낭자! 이젠 다 끝났소! 내가 낭자를 죽이고 싶어 하지도 않고 또한 반드시 살리고 싶소! 잠시 고정하시고 말을 나눠 봅시다.”

 “뭐라~?”

 “해명도 살리고 낭자도 사는 방법을 찾읍시다! 낭자도 해명이 이리 죽는 걸 바라질 않지 않소?!”

 “!”

 

 종희도 순간 멈칫했다.

 한양진공에서 어린 해운과 이름 모를 모녀의 즐거운 대화를 보면서 해명의 분노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한 적도 분명히 있었다.

 용서받지 못할 테니 계속해서 싸울 뿐, 만일 조정의 전향적인 수용과 용서가 있다면 굳이 싸워야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확실히 효과가 있는 말에 준모도 힘이 났다.

 

 “일단 삽시다. 죽지 말고!”

 “....... 해명 도련님도 살아나실 수가 있다고......?”

 “피~윳ㅡ!”

 

 순간, 번개같이 유성추가 날아들었다.

 아무리 넋이 나가 있어도 종희는 종희였다.

 재빨리 비영사모를 들어 유성추를 쳐냈다. 이어서 사인교자위에 앉혀진 비합이 검은 안개를 뚫고 튕겨낸 유성추를 당겨 받아내며 종희를 충동질했다.

 

 “종희! 우리가 사는 방법이 없지 않다!”

 “비합 거사! 이 배신자ㅡ!”

 

 날카로운 종희의 반응에 비합이 의뭉스런 미소로 받았다.

 

 “종희야~! 모든 일의 책임을 해명에게 미루거라~! 우리는 할 만큼 해 주었어~! 해명이 모든 책임을 지면 우리는 무사할 수 있다!”

 “이 더러운 늙은 쥐새끼가 어딜 감히 망발로 남의 귀를 더럽히느냐ㅡ! 입구멍에 창을 물려주리라ㅡ!”

 

 한층 독랄한 종희의 대답에 비합은 계속해서 비웃음같은 미소를 날리며 대거리를 했다.

 

 “종희야~! 이만한 일이 벌어져 이만큼 많은 사람들이 죽고 상했다. 아무 책임도 없이 넘어갈 성 싶으냐? 우리만이라도 살자는 것이 그리 어려운 말이냐? 해명은 절대 항복 못한다! 따르던 종자들이었던 우리는 해명에게 책임을 미룰수 있지만 해명은 스스로 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 있다! 모르겠느냐?”

 “이봐요! 그만 하시오! 갑자기 무슨 소릴!”

 

 설득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던 준모가 비합을 뒤늦게 제지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종희는 맘을 굳힌 눈빛이었다.

 

 “그래..... 결국 주모자로서 해명님은 빠져 나가실 수 없는 것이 당연하고..... 그렇다면 내게 남은 길은 그 길을 같이 따르는 것뿐ㅡ!”

 “아가씨ㅡ!”

 “헛허허...... 그래! 결심이 그렇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 죽여주마ㅡ!”

 

  준모의 애타는 마음도 비합의 연사질에 아무 소용이 없게 되었다.

 종희는 다시 마음을 다 잡고 사사비영모를 두 손으로 꼭 쥐며 준모와 비합을 노려보았다.

 

 “내가 원격으로 지원을 할 테니 그대가 앞에서 육박을 벌여주시오~!”

 “뭐ㅡ?”

 

 준모는 설득을 다 망친 주제에 지휘까지 하는 비합의 모습에 화가 벌컥 치밀었다. 그러나 벌써 종희의 사모는 두 사람을 모두 노리고 새롭게 공격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여러 궁수가 집중적으로 사격하듯 사모창이 순식간에 준모와 그 옆에 어정쩡하게 서있는 비합의 머리와 가슴을 노리고 들어왔다.

 준모의 사진멸악도가 본능적으로 종희의 사사비영모의 검로를 모두 차단하는 순간!

 

 “가장 작지만 가장 먼저 된 자로다.

  가장 볼품없지만 가장 많은 자로다.

  가장 약하지만 결코 없지 않은 자로다.

  눈앞에 없어도 어디에나 있으니

  귀신만이 이와 같도다

  환영다자열ㅡ!”

 “슈슠ㅡ! 슈슈슛ㅡ!”

 

  비합의 유성추가 폭우가 쏟아지듯 뿜어져 나왔다.

 뜻하지 않게 비합을 방어해준 준모의 당황을 제쳐두고 비합의 공격이 종희에게 발출했다. 그리고 종희에게 공격의 일부가 적중했다.

 젖은 광목에 돌팔매가 맞는 듯,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종희가 한 쪽 무릎이 꺽였다.

 

 “퍼ㅡ! 퍼펔ㅡ! 퍽~!”

 “흐읔~!”

 “아가씨ㅡ!”

 “고통을 멈춰주마ㅡ!”

 

  비합이 던진 쾌속추가 살기를 품고 종희의 미간을 향해 날아갔다.

 종희가 불편한 몸으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공격을 받으려는 찰나에 준모가 사진도로 비합의 사자쾌속추를 쳐냈다.

 

 “챙~!”

 “아니? 조정의 무인이 역적을 감싸는 것이오?”

 “이 노인네가 진짜.....!”

 

  준모는 자기가 살겠다고 어제의 동료들의 목숨을 노리는 비합의 작태에 이가 갈렸다.

 어제까지 같은 밥을 먹으며 같이 이야기하고 같이 웃던 사람을 자신의 연명을 위해 죽이려는 것이다.

 준모로서는 같은 조정의 명으로 행동을 같이하고는 있지만 도저히 이런 흉행를 인간적으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준모의 분노에 맞닥뜨린 비합은 바로 물러났다.

 

 “역도를 감싼 행위, 나중에 책임을 져야 할게요.....”

 

  굳이 싸우기 보다는 나중에 체제의 규칙으로 가부를 가리자는 선택을 한 비합은 사인교자를 든 병사들에게 신호한 후, 다시 기문둔갑의 술법으로 조용히 어둔 안개로 사라졌다.

 이미 한 무릎을 꿇고 앉아 움직이지 못하던 종희는 자신의 사모의 긴 앞쪽을 잡고 자신의 목을 노리고 당겨 찔렀다.

 

 “이런 수치를 당하고 살아남을 수는 없다!”

 

  자신의 목에 사모를 찌르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창의 긴 끝, 반대쪽 자루를 준모가 붙들고 더는 목을 향해 찌르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내 창을 놔라ㅡ!”

 “..........”

 

 뭔가 입에 뱅뱅도는 데 준모는 입을 못 띠었다.

 

 “내 창을 놓지 못하겠느냐ㅡ!”

 “저 자는 해명을 죽이러 갈 것이오~!”

 “!”

 

 가까스로 뗀 입에서는 준모 스스로도 깜짝 놀랄 말이 터져 나왔다.

 해명의 안위로 종희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저 자는 필시 해명을 죽여 자신의 공으로 삼아 지난 세월의 면죄로 삼으려는 게요. 낭자께서는 혼자 맘 편하게 죽어 저승에서 해명을 맞이하려는 게요?”

 “......?”

 

  종희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사모를 지팡이삼아 일어서려고 하자 준모가 손을 내밀었다.

 종희가 준모를 슬쩍 쳐다보고는 잠시 고개를 돌리더니 그 손을 잡고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준모는 해명을 위해 일어난 종희에게 슬픔과 손을 통해 전해지는 체온의 일부에 두근거림을 함께 느꼈다.

 

 ---------------------------

 

  건암은 광조와의 싸움 틈틈이 성벽의 방어전을 지원해주었다.

 그 결과로 성벽위의 공성전은 방어 쪽이 조금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관군 쪽은 성을 넘어 들어가다가 건암에게 얻어터져 내던져지기 일쑤였고 동북면군의 공격에도 이리저리 밀려 사다리나 운제 위에서 밑으로 떨어지는 숫자가 부지기수였다. 그러다보니 전황은 조금 동북면에 유리했으나 건암이 좋지 않게 되었다.

 광조와의 싸움에 집중력이 떨어져 백중세에서 약간 밀리는 정도로 흘러가고 있었다.

 

 “억울하시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좀 여러 번 위기가 있었는데요. 그게 이어지게 하질 못하시네요.”

 “우리 편의 승리는 곧 나의 승리다! 관적들을 모조리 쳐 죽이는 것도 곧 나의 승리가 분명하다ㅡ!”

 

  건암이 말을 맺으며 바로 장못질을 연속으로 휘두르며 광조의 면상을 박살내려 서둘렀다.

 권리(주먹의 논리)가 없는 두서없는 주먹질에 광조는 가뿐히 물러서며 운제 위에서 태세를 다시 가다듬었다.

 한바탕 권각교차가 지나가자 군인들이 그 둘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한양군은 건암이 움직여 자신들을 성 아래로 던지는 것이 두려워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동북면군도 자신들의 숫자가 적다는 것을 알다보니 조금 우위를 점했다고 바로 운제를 점거하기 위해 뛰어나가질 못했다. 그러다보니 양쪽 모두 결국 전투의 결정적 계기를 누군가 만들어주기만 바라게 되었다.

 그런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두 사람은 다시 운제 위에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불안한 발받침 위에서의 주춤서기로 광조가 체중을 재배분하자 건암이 그 자세에 맞춰 자신의 체중을 재조정했다.

 운제 위에서는 측면회피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결국 힘을 통한 밀고 당기기로 승부가 날 수 밖에 없었다.

 후퇴가 없는 싸움터에서 결국 둘은 동시에 앞으로 뛰어 나왔다.

 쌍방 병사들의 무의미한 응원과 꽹과리 소리가 하늘에 가득 찰 때 둘은 격돌했다.

 건암의 광조의 뺨을 쳐다보고 날린 장못질에 광조는 머리를 움직여 종이 한 장차이로 피했다.

 건암의 공격을 피한 광조의 높은 윗발질 발따귀에 건암이 옆으로 못 피하고 뒷걸음으로 반걸음 물러났다.

 

 “쾌~굉~! 쾡~! 쾡~! 쾡~!”

 “우아아아아~~~~~~!!!”

 

 성벽 위에서 운제 위에서 함성과 응원질이 점점 열을 더해갔다.

 건암을 반 걸음 물러나게 한 광조의 무릎이 바로 건암의 턱을 노리고 올라갔다. 그러나 그대로 건암은 광조의 무릎을 한 손으로 막고 다른 손으로 올라온 다리의 발목을 붙들어 냅다 들어 던졌다. 그리고 공중의 광조를 향해 목젖, 인중, 명치를 향해 양 주먹이 번갈아 들어갔다. 마지막 주먹을 광조가 손바닥으로 막았을 때, 건암의 언문주가 터졌다.

 

 “계절 잃은 고목에 화살처럼 꽂힌누나

  맑게 개인 하늘에 산들바람 부는도다

  피를 뿌린 흙바닥에 젖은 차돌 채이누나

  디딛는 걸음마다 망설임이 없나니

  사미쌍수돌ㅡ!”

 “으헠ㅡ!”

 

  권풍이 폭발하며 광조가 뒤로 날려갔다.

 내동댕이쳐진 광조가 운제의 밑으로 떨어지는가 싶더니 한 팔로 운제를 잡아 떨어지는 반동을 거꾸로 이용하여 다시 위로 뛰어올랐다.

 그 순간을 건암이 다시 노리고 광조의 뒷통수를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그 순간!

 광조가 앞으로 쓰러지듯 허리를 구부리더니 그대로 뛰어 올랐다.

 건암이 아차 싶은 마음에 멈추려했지만 돌진 관성력이 너무 강해 멈출 수가 없었다.

 어정쩡하게 광조의 간격에 멈춰버린 건암, 그를 향해 광조의 역회전 공중 두발당상이 터졌다.

 왼발이 건암의 명치를 찔렀고 오른 발뒤꿈치가 건암의 턱을 걷어찼다.

 

 “흨ㅡㅡㅡ!!!”

 

 건암이 두 급소를 모두 정통으로 허용하고는 비틀거리며 안간힘을 썼다.

 

 “이...... 관적 놈들에게....... 내가....... 겨우....... 이 정도로.......”

 

 억지로 몸을 일으켰지만 이미 부서진 평형감각은 다시 회복되질 못했다.

 비틀대다가 결국 운제의 다리 아래로 떨어지는 건암을 잡은 것은 오래도록 손발을 나눈 광조였다.

 

 “자~! 잡았습니다~!”

 “이...... 놔라...... 죽게 내버려둬......”

 “그럼 안 되죠. 이렇게 재미있으신데.....”

 

 광조가 건암의 손을 붙잡고 상대 쪽에 도움을 청했다.

 

 “이봐~! 거기~! 너희 장군 끌어 올려~!”

 “......가도 되나.....?”

 

  몇몇 배짱있고 정많은 병사들이 운제로 뛰어 나와 광조 손에 매달린 건암을 받아 끌어 올렸다.

 그 동안 계속 한양군 쪽에서는 꽹과리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는 가운데 건암은 자신의 편에 실려 들어갔고 다시 한양군은 운제를 기본으로 공성작전을 전개했다.

 광조의 승리에 기세가 오른 한양군은 건암의 패배로 기가 죽은 동북면 군을 밀어내고 성벽의 남동면의 일부를 장악했다.

 상황은 한양 진압군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

 

  성외진지도 상황은 동북면쪽에 좋게 흐르지 않았다.

 해명은 항현의 힘과 주력에 완전히 눌려 있었다.

 백모견과 마각견을 부름해도 항현의 귀인에게 소환되는 족족 잡아먹혔다.

 해명의 철극도 항현의 참사검을 넘질 못했다.

 해운이 계속 주력을 보내주긴 했지만 결국 상황을 전진시키지 못하니 체력이나 주력보다 정신이 지리함과 초조함에 지쳐갔다.

 

 “확실히 강하시네요. 그럼 어서 끝내버리세요. 뭘 망설여요?”

 “너도 더 싸우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포기하거라. 너도 그렇고 너의 군도 이미 틀렸다. 끝난 일이야.”

 “.......”

 

 해명은 항현과 싸우는 것이 버겁다보니 군의 사정까지는 잘 살피는 여유까지 갖지 못했다. 그러나 항현이 지적해주자 그제야 군의 상황도 보이기 시작했다.

 성의 좌측 성벽을 빼앗겼다. 곧 한양군의 궁수들이 올라와 성벽을 메우면 성내의 안전지역이란 없게 된다.

 팽배수들도 성벽을 넘어 성 안으로 들어가면 곧 성문도 열리고 그러면 성은 함락되는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나는 패배다.

 해명은 다시 주력을 모았다.

 해운이 공급해주는 주력을 온몸에 하나 가득 모아 다시 항현에게 돌진했다.

 

 “북서쪽 해지면 금잔디 바래지다

  활줄이 파고든 가는 목이 밤내 운다

  주검위의 봉분은 산자의 의무거늘

  봉분조차 못 가진 어린왕의 설움을

  이빨 드러낸 용맹의 개가 분노에 겨워 짖노라

  선풍술연격ㅡ!”

 “키이이이잉~~~~!!!!”

 

  해명이 왼손의 철극에 주력을 걸어 던졌다.

 간격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잘라버리는 날카로운 회전 칼이 항현을 향해 날아갔다.

 항현은 여유있는 얼굴로 손에 힘을 주어 회전 칼의 회전 중심점을 칼로 때렸다.

 칼이 힘없이 아래로 떨궈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오른 손의 철극으로 같은 언문주의 술법으로 날아갔다.

 

 “선풍술연격ㅡ!”

 

 한 층 강력한 회전검격이 항현을 향해 날아갔다.

 항현이 일단 한걸음 물러나 공격반경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해명이 바로 그 간격으로 파고들었다.

 전광석화라는 말에 어울릴 만한 재빠른 움직임이었다.

 땅에 떨어진 철극을 주어 거꾸로 쥐고 앞으로 뻗었다.

 선풍격의 원심력을 이용한 회전위맹참격!

 해명 최대의 절기가 최대의 위력으로 터졌다.

 

 “선풍위맹참ㅡ!”

 “동북방 지옥문을 지키는 범의 성난 울음

  괴로운 인생에 괴로워하는 산자들의 울음

  남겨진 원한에 격노하는 남은 자들의 울음

  불길에 몸을 태울 죄인들의 두려운 울음

  달님만이 위로하며 소리 없이 우노매라

  귀인참월격ㅡ!”

 

 밑에서 위로 보름달처럼 둥글게 그려지는 빛나는 검기, 그 순간, 항현이 한 사람 더 나타나는 듯한 환영이 보였다.

 

 “산의 왕이 산 밑을 굽어 보노라.

  산군주황눈은 악을 뚫어 보노라.

  산의 왕의 앞발을 대검이라

  오만한 악의 비웃음을 멈추노라.

  귀인맹습격ㅡ!”

 

  두 번째 항현은 위에서 아래로, 참월격과 반대 궤도로 그어 내렸다.

 밑에서 위로 일격이, 그리고 위에서 밑으로 일격이 동시에 그어졌다.

 

 “귀인이중교차참ㅡㅡㅡㅡ!!!!”

 

 가로로 그어지는 해명의 선풍위맹참격을 항현의 분신을 이용한 교차참격이 세로로 두 번 갈랐다.

 

 “키아아아앙~~~~~!!!!!!”

 

  공기가 갈라지고 바람이 찢어지는 파공음이 울렸다. 그리고 하늘에 철극이 떠올랐다. 그리고 곧 땅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빈손의 해명이 어이없다는 듯한 눈으로 자신의 날아간 철극과 자신의 앞에 자신을 겨누고 있는 참사검, 그리고 자신을 노려보는 항현의 눈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

 

  북청성 문루 위에서 반란의 총지휘자 이시애는 모든 아군의 난힘자들이 조정의 난힘자들에게 무릎 꿇는 것을 보았다.

 이시애는 모든 것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졌구나.......’

 

  이미 총병력과 보급에서 압도적 열세인 상황에 믿고 있던 난힘자들간의 기이묘사전에서라도 우위를 점하여 뭔가를 이루어 보려 했던 전략이 뿌리 채 흔들렸다.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돌파밖에 없는가........?’

 

 이미 성벽의 한쪽이 적에게 점유된 상황에서 이대로 버티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이시애는 성벽에 최소의 병력만을 남기고 성의 중심에 병력을 집결시킬 것을 명했다.

 이시애가 보기에 성의 남동쪽이 뚫린 관계로 상대의 포위 병력이 그쪽으로 모이고 있었다. 상대의 재배치를 찬찬히 세보니 중앙의 부대가 상대의 우측, 북청성에서 내려보는 방향으로 좌측에 이동 배치가 되었다. 고로 중앙이 약화된 것이 눈에 띄었다.

 

 ‘저 방향에 승부를 걸어보자!’

 

 이시애는 병사들을 벽에서 내려 중앙에 모았다. 그리고 정문개방을 준비하게 했다.

 

 -------------------------------------------------

 

  한양군의 중앙진에 있는 구성군 이준은 강순에게 눈짓을 하자 예순이 넘은 노장군 강순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순은 뒤로 말을 달려 중앙 후방에 가려 뽑은 궁수대를 직접 지휘했다.

 

 “곧, 너희의 화살 하나하나가 이 전쟁의 마무리를 짓게 될 것이다~! 내 사격 지휘를 정확히 따르라~!”

 “예~! 나으리~!”

 

  한양군의 중앙진 후방에는 100보(약 180m)에서 거의 목표를 놓치지 않는 명사수 궁병으로 좌측 100명, 우측 70명, 양진으로 구성된 집단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들에게는 기본 지급화살인 20수에 20수를 더 배당하여 개인당 40수를 배정해 놓았다.

 노회한 강순과 이준은 중앙에 배치된 200이 안 되는 인원이 은밀하게 숨겨놓고 이시애가 내놓을 마지막 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

 

  양 손의 무기를 모두 놓친 해명이 멍하게 자신의 손끝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해명을 앞에 놓여진 현실로 불러들인 건 항현의 호통이었다.

 

 “해명~!”

 “......!”

 

 해명이 멍한 눈으로 항현을 쳐다보자 항현이 해명을 꾸짖었다.

 

 “언제까지 미몽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악업을 쌓아갈 셈이야~! 이 미련한 놈아~!”

 “...... 내가...... 다 진건가요......? 체력으로도...... 주력으로도......”

 “해명아~!”

 

  항현이 안타까움에 언성이 계속 높아졌다. 그럴수록 해명은 무너진 자부심의 잔해 속으로 서서히 침전되어 갔다.

 그 때, 그런 해명에게 살기어린 한 수가 가해졌다.

 

 “네 목을 잘 받아가마~! 해명~!”

 

 사자쾌속추가 해명의 태양혈을 향해 날아가자 놀란 항현이 재빠르게 해명의 태양혈을 가려주었다.

 

 “채앵~!”

 “!”

 

 쇠끼리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에 해명도 겨우 정신을 차렸다.

 항현이 비합에게 호통을 쳤다.

 

 “비합~! 이게 무슨 짓이오~!”

 “싸운 정 때문이시오~? 온교위야말로 저리 넋 놓고 있는 역적 놈을 베어 넘기지 않고 무얼 하시는 게요~?”

 

  비합이 되려 언성을 높이며 대들었다.

 이 앞에 준모의 분노에 제대로 대꾸를 못하고 대충 자리만 피한 것이 뒤늦게 약이 올라 항현에게 대든 것이다.

 항현은 대든다 아니다를 떠나서 해명을 죽일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비합이 마치 대단한 충신인양 역적운운하는 것이 우습기도 했지만 항현은 어떤 식으로든 해명을 해운에게 돌려보내고 남매를 행복하게 살리고 싶었다. 그러나 비합은 지금 공이 필요했다.

 벌써 서전을 말아먹은 책임을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덮어씌울 눈치가 보이고 있었다.

 자신도 많은 일에 관련된 역적이지 않던가?

 죄를 덮을 다대한 공이라면 결국 해명의 목숨밖에는 없다는 생각에 이젠 초조해지기까지 했다.

 

 “영~ 싸운 정이 두터워 못하겠거든 제게 주시오~! 내 나중에 사례를 하리다~!”

 “내가 이긴 내...... 전공이니 탐내지 마시오~! 비합~! 물러나시오~!”

 “....... 온 교위.......”

 

 항현이 비합의 속을 읽고는 전공운운하며 비합의 입을 막았다. 그러나 논리가 완전히 막히자 비합의 초조함이 갑자기 극에 달했다.

 

 “안 되는 데...... 해명, 저 놈은....... 내가.......”

 

 비합의 사자추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조급함과 옹졸함이 순간적으로 기묘한 각본을 짜냈다.

 

 ‘만일 해명이 저 항현을 이겨 죽인 후라면.....? 내가 해명을 죽여도 괜찮은 일 아닌가.....? 내가 항현을 죽인 역적을 죽인 영웅이 된다면....? 둘 다 죽이고 교자꾼 넷도 다 죽이면 만사해결 아닌가?’

 

 비합의 살기가 항현을 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입으로는 물러나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교위님의 전공을 가로채서는 안 되겠지요..... 전 달리 전공을 세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항현도 비합의 대답을 일단은 선선히 받아들였다.

 비합도 이젠 조선 조정이란 체제 안에 살기로 한 자이니 교위라는 자신의 직품에 꿇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같이한 세월이 더 긴 해명은 비합의 그런 선선한 대답을 도리어 믿지 못했다.

 

 “그럼, 저는......”

 

 기문둔갑의 주법으로 조용히 사라지는 비합의 입에서는 새로운 주문이 나지막히 흘러 나왔다.

 

 “......이승이 타향이 된 원혼의 울음소리

  나직이 들리는 건 망자의 부름소리

  황야에 나부끼는 노녁의 바람소리

  모두에게 명하는 지옥의 귀신소리

  나모등령주-!”

 

  항현의 등뒤에서 갑자기 나모가비가 일어났다. 놀란 항현이 뒤로 돌아 나모가비에 대치했을 때, 비합의 눈이 빛났다. 그리고 동시에 비합이 손에서 만지작거리던 사자추가 항현의 아문혈로 날아갔다.

 

 “작은자가 다다모여

  한무게가 되는 것은

  세상이치중 가장 특별하며

  세상별리중 가장 평범하도다.

  서령천근추ㅡ!“

 

 작은 구리추에 주력으로 천근의 무게가 실려 항현의 숨을 끊기 위해 날아갔다.

 그 순간 해명이 몸을 날렸다.

 오른 팔로 항현의 뒷머리를 감싸 막았다.

 

 “우지ㅡ찤ㅡ!!”

 “헠ㅡ!”

 

 참나무 가지가 바람에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나며 해명의 오른팔이 땅에 떨어졌다.

 그 왼쪽으로 긴 피의 궤적을 남기며 해명이 땅에 넘어졌다.

 

 “비합ㅡ! 이 더러운ㅡ!”

 

 항현의 비통한 노성이 비합의 귓전을 때렸다.

 비합으로서는 내친걸음일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망설임도 없었다.

 

 “나쁘게 생각마시오! 교위! 나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으니...... 읔......!!!”

 

 그 순간 비합의 가슴으로 구불구불한 뱀 모양의 강철창이 뚫고 나왔다.

 

 “이..... 이건.......”

 “이 늙은 독물이 기어코 내 귀한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구나~!”

 

 종희의 사사비영모가 비합의 등으로 뚫고 가슴으로 나왔다. 이어서 매서운 종희의 고함에 비합이 고개를 돌리는 것보다 먼저 터졌다.

 

 “이....... 이럴 수가...... 이런.......”

 

 비합이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신음소리를 내고는 뭐라 더 말하였지만 군사들의 함성에 묻혀 더는 들리지 않았다.

 이시애가 동북면 기, 중보, 보병을 모두 끌고 나와 북청의 정면에 섰기 때문이다.

 불안과 공포를 떨치기 위한 신경질같은 함성이 허공에 흩어졌다.

 

 “지금 가장 약한 적의 중앙을 뚫는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잊지 말라~!”

 

  이시애의 호령에 마지막 용트림을 하는 동북면의 군사들이 이준과 강순의 함정으로 나그네쥐떼가 물속으로 자살하듯 뛰어 들어갔다.

 

 “1열~! 쏴~!”

 

 명궁수들의 조준사격이 삶의 욕망에 번들대는 돌격병사들의 눈에서 빛을 빼앗기 시작했다.

 

 “2열~! 쏴~!”

 “3열~! 쏴~!”

 

  강순의 연속되는 지시에 동북면군 돌격대는 착실하게 사망자들이 벌판에 널 부러지게 되었다.

 세 번의 연사에 3백여 사망자가 나오자 나머지 병사들은 죽음의 공포에 더는 다가가질 못했다.

 전진 중 멈춰버린 병사들은 표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더 이상 성을 공격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좌우 포위병들도 공성작전을 중지하고 저 중앙돌격대를 양면에서 공격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도총사 나으리~!”

 

 강순과 어유소, 남이가 앞에 나온 돌격대를 향해 좌우 군까지 움직여 완전포위를 완성하자 결국 이시애의 마지막 전투는 와해되었다.

 

 [세조실록 43권, 세조 13년 8월 13일 병오 3번째기사 1467년

 

 이준(李浚)이 평안도 군사(平安道軍士)를 놓아서 돌려보내고, 또 5진(五鎭)과 남도(南道)의 여러 고을에 이문(移文)하여 이시애(李施愛)의 동생 이시욱(李施郁)·이시백(李施伯)·이시옥(李施玉)과 사위 박효손(朴孝孫)·매부(妹夫) 이명효(李明孝)·조카 이종양(李宗讓)과, 이명효(李明孝)의 형 이명인(李明仁)과, 이시회(李施會)의 아들 이식형(李植亨)·숙부 이곤(李坤)·이곤의 아들 이철동(李鐵同) 등을 수색(搜索)하여 잡게 하였다. 대군(大軍)이 길주 산성(吉州山城)의 앞들에 주둔(駐屯)하였는데, 산성(山城)의 창고(倉庫)가 모두 이시애에게 불타버리니, 손효윤(孫孝胤)으로 하여금 타다 남은 곡식을 수습(收拾)하게 하였다. 그때 적괴(賊魁)가 이미 섬멸(殲滅)되고 인심이 조금 안정되었기 때문에 진(陣)치고 목채(木寨)를 설치하지 않았다.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http://sillok.history.go.kr/id/kga_11308013_003 발췌]

 

 시체가 벌판에 즉비했다.

 모든 병력이 소진된 이시애는 이준의 앞에 끌려 왔다.

 긴 전쟁으로 나라에 반란을 일으킨 죄로 그 자리에서 오체분시되고 목은 효수되었다.

 항현은 쓰러진 해명을 찾았으나 보이질 않았다.

 끈적한 핏자국만을 남기고 사라진 것이다.

 나모가비가 해운과 꼭지를 어깨에 얹어 항현의 앞에 사뿐히 두 아이를 내려주었다.

 

 “해운아, 꼭지야......”

 “다음에는 우리 오빠 편하게 해주세요. 이젠 더 고민하지 마시구요.”

 

 무표정한 해운의 말에 항현이 미안한 눈으로 그 둘을 쳐다보았다.

 종희는 그저 눈물만 흘릴 뿐, 따라가지 못한 것이, 따라오라 하지 않은 해명이 서운한 지 계속 울기만 했다.

 건암도 잡혔지만 광조가 손을 써 뒤로 빼돌렸다.

 맞수에 대한 배려였다.

 비합은 그저 전사로만 기록됐다. 그 이상의 배려는 없었다.

 비겁자라 기록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상당한 은사였다.

 

  난이 평정된 후 항현과 수빈, 준모와 광조, 혁춘, 그리고 종희, 건암, 은씨일족의 삼남매와 해운은 궁궐의 한 전각에서 어명을 받았다.

 

 “이상의 인원으로 축귀검이란 관청은 설립하고 내수사를 통해 왕명을 직접 하달받아 수행할 것이다! 기관의 제조(책임자)는 종3품의 대호군으로 하고 초대 축귀검 대장은 온항현을 임명한다! 이하 모든 인원에게 관위를 맞춰 내리고 그 녹을 내리노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ㅡ!”

 

  동파는 옆에서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

 이로써 축귀검은 왕실의 그늘에서 비밀기관으로 존속하게 되었다.

 항현이 바라던 대로 체제 내에서 난힘자들의 자리매김을 하는 기반이 된 것이다.

 

 

 ~~~~~~~~~~~~~~~~~~~~~

 

 3년 후, 항현은 관복을 차려 입고 집을 나섰다.

 

 “부디 조심하세요.”

 “걱정마세요. 부인. 큰일은 아닐겁니다.”

 “죄송합니다. 제 몸이 무겁지만 않으면 같이 가 도움이 되어 드렸을 텐데......”

 “별 말씀을..... 부인이야말로 집에서 조심하세요. 몸도 무거우신데......”

 

  항현은 2년 전에 혼인을 올린 수빈에게 출정의 인사와 당부를 건넸다.

 이미 첫 아이는 낳았고 지금 둘째를 임신 중이었다.

 일단의 호위 기병들이 주변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항현이 자신의 말에 올랐다.

 곧 주둔 병사들의 집결지에 도착하여 총지휘관에게 입영을 보고하고 행군 길에 올랐다.

 행군 내내 항현의 머리에는 행군 전 동파와 나눈 대화가 뱅뱅 돌았다.

 

 “움직이는 나무와 움직이는 시체, 호랑이..... 라고요?”

 “그래..... 대충 감이 오지? 놓친 그 놈이 아직 포기를 안 했어......”

 “.......”

 “건주 여진의 이만주(이시애가 끌어들이려고 했던 여진족장, 이시애가 죽던 그 해에 같이 제거되었다)가 제거된 이후로 여진족의 조무래기 말단들이 더 난리야. 대단한 치안파괴력은 없지만 앵앵거리며 국경을 불안하게 하거든. 그중에 일부는 다시 여진족의 힘을 끌어 모아 죽은 이만주처럼 요동의 여진국가 건국을 획책도 하고 있고.......”

 “거기에 해명이 협력하고 있다......?”

 

 항현이 말달리며 해명을 생각하고 있었다.

 한 팔과 바꾸어 자신을 살린 해명의 마지막이 자꾸 눈에 아른거렸다.

 

  행군 사흘째에 압록강 도하전에 해명을 만났다.

 거대 나모가비들이 병풍처럼 앞을 막고 창귀호들이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새로운 병사들은 기괴한 모습이었지만 항현을 따라 다니는 약간 명의 병사들은 침착하게 그 앞을 막았다.

 그 나모가비의 어깨에서 항현에게 낯익은 그 얼굴이 나왔다.

 

 “이 곳에 나모가비, 기이수들이 출몰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면 그에 맞는 대응조도 있을 텐데ㅡ? 혹시 기이수 대응조는 없소ㅡ? 거기에 내가 찾는 사람이 있을 텐데....?”

 “해명아ㅡ!”

 “아ㅡ! 항현님ㅡ!”

 

  항현이 앞에 나서자 해명이 밝게 웃으며 항현을 아는 척했다.

 늘 그러듯이 지나치게 밝은 어조와 웃음을 가득품은 말이 변함없었다. 그러나 모습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한 팔이 잘려있었고 어지럽게 난 수염과 머리는 마치 짐승처럼 보였다.

 너무나 수척하여 반쪽이란 말로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해명아...... 너......”

 

  항현이 말을 잇지 못했다.

 이리도 사람이 망가져 버리다니..... 목이 메어왔다.

 

 “너 이게 무슨 꼴이냐ㅡ!”

 

  울음같은 꾸짖음이 항현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해명은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처음 만났을 때는 꽃같은 미모를 가진 소년이었다.

 이렇게 망가져 버리다니.....

 

 “여기 여진족은 이만주랑 이시애의 찌꺼기에요. 뭔가 한 답시고 사람들을 모으는 데 세력이 약하니 이탈자들에게 아주 잔혹하게 굴어요. 여진 주술도 쓰고...... 야만스런 쓰레기들이죠.”

 “이번 토벌이 끝나면 나와 가자꾸나! 이번에는 내가 널 가려줄 수 있다. 같이 가자꾸나. 해운이도 종희도 다 너를 보고 싶어 한단다.”

 “헤헤헤헤~~~~”

 

 해명이 눈물을 그렁이며 잠시 고개를 돌리더니 윗 옷을 벗어 보였다.

 해명의 맨 몸에는 양쪽 운문혈과 충문혈, 그리고 장문혈에 굵은 못이 박혀 있었고 그 자리에 검붉은 피와 먼지가 뒤엉켜있었다.

 각 못들을 중심으로 여진족의 문자들이 거미줄처럼 이리저리 뒤엉켜 있었다.

 그 끔찍한 모습에 항현이 경악했다.

 

 “해명~! 너~! 어찌된 게야~!”

 “헤헤헤헤...... 이 놈들이 팔을 치료해주는 대신에 날 잡았어요...... 내장을 교묘하게 피해서 몸통에 못을 박아놓고 저주를 걸었어요..... 이제 전 이 놈들이 정해놓은 지역 밖으로는 못가요. 헤..... 헤헤......”

 “해명~~~!”

 

  항현이 통곡같이 해명의 이름을 불렀다.

 해명은 그저 빙긋이 미소만 짓고 있었지만 그 역시 눈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해명이 나모가비의 어깨에서 철극을 손에 쥐고 뛰어 내렸다.

 가까이에서 보니 그 꼴이 더욱 끔찍했다. 그리고 항현은 그 모습에 결국 결심이 섰다.

 

 ‘이렇게...... 이렇게 살게 할 순 없다...... 이건...... 이건......’

 “......헤헤헤헤...... 또 한 번 어우러질 수 있겠네요...... 난 항현님과 겨루는 게 재미있어요. 헤헤헤......”

 “........”

 

 항현이 사인참사검을 뽑았다.

 이미 눈물이 가득한 눈에 원망도 미움도 없었다.

 

 “항현님, 저....... 편하게 해주세요......”

 “그래! 알았다! 그래ㅡ!”

 

 항현의 마음에서 수오지심과 측은지심이 같은 지점을 가리켰다.

 

 “헤헤헤...... 갑니다...... 야아~”

 

 한 팔만으로 철극을 높이 올리고 해명이 항현을 향해 달려갔다.

 항현은 그 맥없는 철극을 보며 뺨에 더운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사인참사검을 고쳐 쥐고 항현은 해명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푸ㅡ우ㅡ웈ㅡ!”

 “아~!”

 

 참사검이 해명의 염통을 뚫었다.

 해명의 입에서도 번뇌의 끝을 맺는 깊은 한숨이 흘러 나왔다.

 

 “....... 아~!....... 편하다~! 이제야........ 정말 편해~! ......아~!.....”

 “해명아~! 해명~! 이 모자란 것아~! 으흐흐흨~~~!”

 

  항현이 오열하며 해명을 가지런히 눕혔다.

 해명의 숨이 끊어지자 창귀호와 나모가비들이 다 같이 무너지듯 쓰러졌다.

 

 ------------------------------------

 

 이후, 여진족은 토벌되었다.

 이미 이 시점의 조선군대의 위력은 명나라를 빼면 다른 국가들이 감당할 수준이 넘어서있었다.

 여진족 식의 북방주술도 있었지만 축귀검에서 갈고 닦아 항현이 구사하는 언문주는 그런 북방주술을 모조리 파해해 버렸다. 그리고 귀국 중에 항현은 전망이 좋은 산등성이에서 해명의 시체를 화장하였다.

 그 재를 가져와 해운에게 보여주자 해운이 항현을 위로해주었다.

 

 “어제, 오빠가 먼저 찾아왔어요. 엄마아빠와 같이 등짝을 후드려 맞으며 야단맞고 있었는데 그래도 실실 웃기만 했어요. 엄마아빠랑 같이 있는 게 그렇게 좋은가봐요.”

 “........”

 “나으리는 잘 하신 거예요. 정말 오빠는 얼굴이 좋았어요. 환하게 웃으며......”

 “...... 네게 미안하구나......”

 “아니라니깐.......”

 

  해운의 미소에 항현은 더욱 맘이 무거웠다.

 

 ---------------------------------

 

 이렇게해서 언문주란 새로운 힘에 반역의 꿈을 걸었던 자들과 그들에게서 체제를 지키려는 자들의 싸움이 끝났다.

 

 슬펐던 사람도

 기뻤던 사람도

 화가 났던 사람도

 불안했던 사람도

 사랑한 사람도

 사랑받은 사람도

 요동 벌의 외로운 바람이 된 사람도

 깊은 궐의 단단한 벽이 되길 자처한 사람도

 이젠 서로가 서로를 보듬으며 행복할 것이다.

 

 *그동안 읽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작가의 말
 

 정말 힘드네요.

 9만6천자 쯤 되는 데 반올림해서 10만자라고 하죠.ㅎㅎㅎ

 

 다시 천천히 몇 편쯤 읽어봤지만 창피하네요..... 너무 못써서....

 

 구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2월쯤 다시 한번 새 이야기로 도전해볼까하고요.

 저는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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