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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리처드도 몰라볼 정도로 사랑스러워진 위니
작성일 : 18-04-21 21:00     조회 : 510     추천 : 0     분량 : 7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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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니와 함께 처소로 돌아온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위니는 갈수록 예뻐지고 있군요. 얼굴에 난 피부염과 티들도 깨끗이 없어졌구요."

 

  확실히 위니의 얼굴은 에든버러에서 에반젤린 공주를 만난 이후부터 예뻐지고 있었다.

 

  에반젤린 공주의 아름다운 미소와 표정을 자신도 모르게 따라짓다 보니 자연히 예뻐질 수 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에든버러 궁전에서 온갖 좋은 음식을 계속 먹고, 에반젤린 공주에게 밀가루 팩으로 마사지하는 법을 배워 피부염이 깨끗이 없어져 울퉁불퉁하고 티로 가득했던 위니의 얼굴이 깨끗해졌다.

 

  자신의 우상이었던 에반젤린 공주와 함께 있는 위니의 마음은 행복으로 가득했고, 이 때문에 위니의 얼굴은 갈수록 예뻐지고 있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품속에서 손거울을 꺼내 위니의 얼굴을 비춰 보여주었다.

 

  "보세요! 지금 위니의 얼굴은 티 하나 없이 깨끗해요!"

 

  위니는 울퉁불퉁하고 티로 가득했던 자신의 얼굴이 깨끗해진 것을 보자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정말 이게 제 얼굴이 맞나요? 제 얼굴은 울퉁불퉁하고 티가 많아 대단히 못생겼었는데......"

 

  위니는 마치 자신의 얼굴이 맞는지 확인하듯 얼굴을 매만져보더니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은 제 얼굴이 아닌 것 같아요!"

 

  위니의 말에 에반젤린 공주는 활짝 웃으며 농담을 했다.

 

  "호호호...... 그럼, 제 얼굴과 위니의 얼굴이 바뀐 걸까요?"

 

  에반젤린 공주의 농담에 위니도 따라 웃으며 농담을 했다.

 

  "호호호...... 정말 제 얼굴과 공주님의 얼굴이 바뀐 것 같아요."

 

  위니는 문득 아무리 농담이라도 못생긴 자신의 얼굴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에반젤린 공주의 얼굴이 바뀐 것 같다는 말이 지나친 것 같아 재빨리 정정했다.

 

  "그러니까, 제 말은 마치 제 얼굴이 딴 사람의 얼굴이 된 것 같다는 말이었어요."

 

  그러고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제 얼굴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신 공주님의 얼굴이 바뀐 것 같다는 제 말이 공주님께 무례를 범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

 

  "제 얼굴과 위니의 얼굴이 바뀐 걸까 하고 제가 먼저 농담을 시작했는데, 무례는 무슨 무례예요? 게다가 우리는 절친한 친구니, 우리 사이엔 무례라 할만 한 일도 없어요."

 

  이 말을 하고서 에반젤린 공주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위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실, 위니도 여느 소녀처럼 귀여운 얼굴이예요. 얼굴에 난 피부염 때문에 몰랐을 뿐이지요."

 

  어렸을 때부터 피부염을 앓아왔던 위니는 얼굴이 울퉁불퉁해져 동네 어린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거지 소녀라 불러왔었다.

 

  그 때문에 위니는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알고 있었는데, 얼굴에 났던 피부염과 티들이 모두 깨끗이 사라지자 열다섯 살의 소녀다운 귀여운 얼굴을 되찾은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스스로를 자책하듯 한숨을 내쉬었다.

 

  "진작에 이 사실을 알았더러면, 제가 가능한 빨리 위니의 얼굴을 치료해 주었을 텐데요."

 

  위니는 자신도 여느 소녀처럼 귀여운 얼굴이란 말이 믿겨지지 않았다.

 

  "정말인가요? 제 얼굴도 여느 소녀처럼 귀여운 얼굴이란 말씀이 사실인가요?"

 

  에반젤린 공주는 다시 한번 손거울에 비친 위니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보세요. 제 말은 사실이예요. 위니의 얼굴은 귀여울 뿐만 아니라 사랑스럽기까지해요."

 

  사랑스럽다는 말은 매력적이란 말이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가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을까봐 덧붙였다.

 

  "매력적이란 말이예요."

 

  위니는 여전히 믿겨지지 않는 듯 되물었다.

 

  "정말 제 얼굴이 매력적인가요?"

 

  에반젤린 공주는 손거울에 비친 위니의 얼굴을 계속 보여주었다.

 

  "보세요. 누가봐도 위니의 얼굴은 정말 매력적이예요."

 

  이제서야 위니는 에반젤린 공주의 말이 믿겨지는 듯 울먹였다.

 

  "제가 어렸을 때 병든 아버님을 대신해 동냥을 다니면, 동네 아이들이 저를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라 놀리곤 했었지요. 그때마다 전 철이 없어 병든 아버님께 '전 왜 동네 아이들의 놀림을 받을 정도로 못생겼나요?' 하고 여쭈어 보면, 아버님께서 제게 돌아가신 어머님이 천사처럼 예쁘셨으니 저도 크면 어머님처럼 예뻐질 것이라고 말씀하시곤 하셨는데, 사실이었나봐요......"

 

  어머님이 천사처럼 예쁘셨다는 아버지의 말이 떠올라 한 말이었다.

 

  위니는 에반젤린 공주가 잘못 알아들었을까봐 다시 말했다.

 

  "어머님이 천사처럼 예쁘셨다는 아버님의 말씀이 사실이었나봐요."

 

  그러고는 이유를 설명했다.

 

  "전 제가 워낙 못생겨 제 어머님이 천사처럼 예쁘셨다는 아버님의 말씀이 도무지 믿겨지지 않았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님께도 죄송하고, 어머님께도 무척 죄송하네요......"

 

  위니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기뻐 흘리는 눈물이었다.

 

  어머님이 천사처럼 예쁘셨다는 아버지의 말이 믿겨져 기뻤고, 무엇보다 자신의 얼굴이 정말 매력적이란 에반젤린 공주의 말이 믿겨져 기뻤다.

 

  에반젤린 공주는 눈물을 흘리는 위니의 손을 잡아주었다.

 

  "위니가 이렇게 사랑스러워진 것을 보면, 천국에 계신 위니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틀림없이 기뻐하실 거예요."

 

  그러고는 위니의 검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위니의 검은 머리는 참 예쁘군요. 위니의 머리가 길어지면 지금보다 더 예뻐질 거예요."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가 자신을 위해 머리를 잘라 빵과 교환한 것이 새삼 고맙고 미안해 말한 것이다.

 

  그리고 사실이기도 했다.

 

  위니는 날이 갈수록 사랑스러워지고 예뻐지고 있었다.

 

  에반젤린 공주의 예쁜 미소와 표정이 날이 갈수록 위니의 얼굴에 배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허리까지 내려왔던 위니의 긴 머리카락이 예전의 길이를 되찾을 무렵이 되면 지금보다 훨씬 예뻐질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똑똑.

 

  바로 이때 누군가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에반젤린 공주가 방문을 향해 물었다.

 

  "누구죠?"

 

  리처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처드입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가 급한 용무가 있는 것 같아 위니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

 

  "리처드 경이 급한 용무가 있는 것 같으니, 잠시만 기다려봐요."

 

  에반젤린 공주는 재빨리 방문을 열어준 후 리처드에게 물었다.

 

  "리처드 경, 제게 할 말이 있나요?"

 

  리처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토마스 경이 방금 에든버러 궁전을 떠난 사실을 공주님께 보고 드리러 왔는데......"

 

  여기까지 말한 리처드는 비밀을 말하려는 듯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기 시작했다.

 

  "레이디 제인이 지금 막 샬롯 공주의 처소에 들어가는 것을 봤습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깜짝 놀란 얼굴로 속삭였다.

 

  "대체 레이디 제인이 무슨 일로 샬롯 공주의 처소에 들어갔을까요?"

 

  리처드는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저도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여하튼 공주님께서 샬롯 공주님께 레이디 제인에 대해 경고해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겠군요. 마리 공주께도 레이디 제인에 대해 경고해 드려야겠어요. 레이디 제인이 샬롯 공주의 처소에서 나오는 즉시, 마리 공주와 샬롯 공주께 말씀드려야겠어요."

 

  리처드가 정원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샬롯 공주님은 정원에 계십니다. 샬롯 공주님이 정원에서 산책 중이신 것을 보았거든요. 마리 공주만이 샬롯 공주님의 처소에 레이디 제인과 함께 있는 것 같은데, 지금 당장 샬롯 공주님께 말씀드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 말을 듣자 에반젤린 공주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대체 마리 공주가 레이디 제인과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요?"

 

  "의심가는 구석이 있긴 하지만, 아직은 공주님께 말씀드릴 때가 아닌 것 같아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 일단은 샬롯 공주님께 레이디 제인에 대해 경고해 드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리처드의 말에 에반젤린 공주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리처드 경이 저를 샬롯 공주에게 인도해 주세요."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위니를 향해 말했다.

 

  "위니, 저는 지금 샬롯 공주께 꼭 드릴 말씀이 있어 다녀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리처드가 들어오자 일어나 있던 위니는 에반젤린 공주에게 인사했다.

 

  "네, 전 괜찮으니, 샬롯 공주님께 하실 말씀을 다 하시고 천천히 돌아오도록 하세요."

 

  그러고는 리처드에게 인사했다.

 

  "리처드 경, 안녕하세요."

 

  티 하나 없이 깨끗해진 위니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리처드는 마치 위니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본 듯 물었다.

 

  "위니 아가씨가 맞으십니까?"

 

  목소리는 위니였지만, 이제까지 리처드가 보아왔던 위니의 얼굴이 아니었기에 다른 사람을 본 듯 물은 것이다.

 

  리처드의 물음에 위니는 수줍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어머, 리처드 경이 저를 못 알아보시는군요."

 

  위니가 몰라볼 정도로 예뻐졌다는 생각에 리처드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농담조로 말했다.

 

  "제가 위니 아가씨를 못본 십여 일 동안 천사로 둔갑하셨군요."

 

  에반젤린 공주도 대화에 끼어들어 농담조로 말했다.

 

  "위니는 원래 천사였어요. 리처드가 못 알아본 것 뿐이지요."

 

  리처드가 한 차례 웃더니 다시 농담조로 말했다.

 

  "하하하...... 공주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위니 아가씨는 원래부터 천사같은 외모셨지만, 제가 못 알아본 것이지요."

 

  위니는 리처드의 말에 수줍어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했다.

 

  "제가 원래부터 천사같은 외모였다니, 리처드 경의 농담이 지나치시군요."

 

  리처드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농담이 아니라 진심입니다."

 

  위니는 이 말을 하는 것이 어찌나 부끄러웠던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 말이 진심이라면 리처드 경의 청혼을 고려해보겠어요."

 

  위니의 말을 듣자 리처드가 기뻐 자신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와! 위니 아가씨께서 제 청혼을 고려해보시겠다니!"

 

  리처드는 문득 이곳이 궁전 안이란 사실을 깨닫자 조용히 말을 이었다.

 

  "저로서는 무한한 영광입니다."

 

  위니가 얼굴이 빨개진 채 리처드의 말에 대꾸하려는 순간이었다.

 

  "궁전 안에서 웬 환호성이죠?"

 

  샬롯 공주였다.

 

  샬롯 공주는 몰래 리처드가 에반젤린 공주와 위니에게 하는 말을 엿듣다가 위니가 리처드의 청혼을 받아들일까봐 급히 끼여든 것이다.

 

  리처드의 말대로 정원에 있었던 샬롯 공주는 리처드가 궁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자 따라 들어와 몰래 엿듣고 있었다.

 

  리처드는 고개를 숙여 샬롯 공주에게 사과했다.

 

  "샬롯 공주님, 죄송합니다. 제게 개인적으로 기쁜 일이 있어 저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샬롯 공주는 괜찮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앞으로는 유의하시기 바라겠어요."

 

  리처드가 에반젤린 공주에게 인사했다.

 

  "저는 할 일이 끝난 것 같으니,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잘 가세요, 리처드 경."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를 가리켰다.

 

  청혼에 대한 이야기를 위니에게 나중에 마저 하라는 뜻이었다.

 

  이를 눈치챈 리처드가 위니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위니 아가씨, 청혼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마저 드리겠습니다. 이만 가보겠으니, 안녕히 계십시오."

 

  위니는 수줍은 얼굴로 인사했다.

 

  "잘 가세요, 리처드 경."

 

  리처드가 떠나자 위니가 나와 치마 끝을 들고 샬롯 공주에게 인사했다.

 

  "샬롯 공주님, 안녕하세요."

 

  샬롯 공주는 건성으로 인사를 받았다.

 

  "안녕, 위니."

 

  에반젤린 공주가 샬롯 공주에게 말을 거려는 순간, 샬롯 공주가 먼저 에반젤린 공주에게 말을 걸었다.

 

  "에반젤린 공주께 조용히 드릴 말이 있어요."

 

  에반젤린 공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실은 저도 샬롯 공주께 드릴 말이 있어요."

 

  위니는 자신이 낄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에반젤린 공주에게 인사했다.

 

  "저는 이만 제 처소로 가보겠습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샬롯 공주와의 대화가 길어질 수 있을 것 같아 위니에게 말했다.

 

  "나중에 봐요. 제가 조금 늦어질 수 있으니, 그리 아세요."

 

  위니가 처소에서 나가자 에반젤린 공주는 처소 안을 가리키며 샬롯 공주에게 말했다.

 

  "어서 들어오세요."

 

  샬롯 공주가 처소 안으로 들어오자 에반젤린 공주가 말문을 열려는 순간, 이번에도 샬롯 공주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리처드 경에 대해서 에반젤린 공주께 솔직히 드릴 말이 있어요."

 

  에반젤린 공주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샬롯 공주께 드릴 말이 있지만, 샬롯 공주께서 먼저 말씀해 보세요."

 

  샬롯 공주는 리처드에 대해서 말을 꺼내기가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에반젤린 공주께서도 이미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 짐작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그러고는 솔직히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리처드 경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요. 그 누구보다도 진심이예요."

 

  샬롯 공주는 여기서 말을 멈추었다.

 

  자신이 리처드와 결혼할 수 있도록 주선해 달라 말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샬롯 공주가 더 이상 말하지 않자 에반젤린 공주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 친구 위니도 리처드 경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요."

 

  에반젤린 공주는 샬롯 공주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하고 도와줄 수 없다는 사실을 미리 밝힌 것이다.

 

  이러한 에반젤린 공주의 뜻을 눈치챈 샬롯 공주가 흥분한 얼굴로 물었다.

 

  "저를 도와줄 수 없다는 말씀인가요?"

 

  에반젤린 공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리처드 경의 의사에 달린 일이지 제가 어쩔 수 없는 일이예요."

 

  샬롯 공주는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자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매정하시군요! 저는 당신의 남편이 될 오라버니의 누이예요!"

 

  에반젤린 공주는 사랑하는 로버트 왕자의 누이동생인 샬롯 공주가 눈물을 흘리자 가슴이 아파 자신도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샬롯 공주, 저는 제가 사랑하는 로버트 왕자의 누이동생인 당신께 절대로 매정하지 않아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은 기꺼이 도와드리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일은 도와드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래요."

 

  샬롯 공주는 절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째서 불가능하지요? 당신한테는 저보다 위니가 더 중요한가요?"

 

  에반젤린 공주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샬롯 공주와 위니, 두 사람 모두 제겐 더없이 소중한 사람이예요. 샬롯 공주는 제게 더없이 소중한 시누이가 될 사람이고, 위니는 제게 더없이 소중한 친구지요."

 

  샬롯 공주는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위니보다 제가 더 소중한 사람이길 바래요!"

 

  에반젤린 공주가 위니와 리처드의 혼담을 깨고 자신과 리처드의 혼담을 주선해 달라는 말을 이 한마디로 한 것이다.

 

  샬롯 공주의 말뜻을 알아챈 에반젤린 공주는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샬롯 공주와 위니, 제겐 모두 똑같이 소중한 사람이예요."

 

  이 말에 샬롯 공주는 악이 받쳤는지 난데없이 소리를 질렀다.

 

  "똑같다구요! 평민인 위니 따위가 어떻게 저와 똑같을 수가 있지요?"

 

  에반젤린 공주는 샬롯 공주의 말이 지나쳤다는 생각에 부탁조로 말했다.

 

  "샬롯 공주, 제발, 위니에 대해 함부로 말씀하지 마세요. 저의 둘도 없는 소중한 친구입니다. 저의 생명을 나누어도 아깝지 않은 소중한 친구입니다."

 

  생명을 나누어도 아깝지 않은 소중한 친구.

 

  이 한마디에 샬롯 공주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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