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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마리 공주
작성일 : 18-04-18 15:00     조회 : 465     추천 : 0     분량 : 7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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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에든버러 궁전을 향해 청색 바탕에 세 개의 백합 문양의 문장이 새겨진 프랑스 국기가 꽂힌 마차가 달려가고 있었다.

 

  프랑스 국기의 바탕색과 같은 색인 청색 비단 휘장으로 창을 가린 이 마차에는 프랑스 앙리 왕의 딸 마리 공주가 타고 있었다.

 

  루이즈 왕비의 조카인 마리 공주는 자신이 사모해왔던 로버트 왕자와 에반젤린 공주의 혼담이 오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칼레 항에서 배를 타고 리스 항에서 내려 마차를 타고 온 것이다.

 

  프랑스의 칼레 항에서 스코틀랜드의 리스 항까지 5일간이나 배를 타고 온 마리 공주는 멀미가 나는 와중에도 손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고 있었다.

 

  에든버러 궁전 궁문 앞에 마차가 당도했을 무렵에서야 화장을 마친 마리 공주가 손거울을 보며 옆에 앉은 시녀 넬리에게 물었다.

 

  "넬리, 내 얼굴 어때?"

 

  "공주님의 얼굴은 더 이상 아름다우실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십니다!"

 

  넬리의 말은 진심이었지만, 마리 공주는 못마땅한 듯 중얼거렸다.

 

  "완벽하면 뭐해. 그래봤자 난 유럽에서 두 번째 미인 밖에 안 되는걸. 오늘 유럽에서 첫 번째 미인이라는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한번 봐야겠는걸."

 

  붉은 빛 갈색머리와 에머랄드빛 초록눈이 매혹적인 마리 공주는 프랑스 최고의 미인을 넘어 유럽 대륙 최고의 미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절세미인이었다.

 

  마리 공주는 화장의 빈틈이 있는지 손거울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화장에 특별히 공을 들였으니 오늘만큼은 내가 에반젤린 공주보다 더 아름답게 보일거야."

 

  "그야 당연하지요. 공주님께서는 화장을 안 하셔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신걸요."

 

  에반젤린 공주를 본 적이 없는 넬리는 마리 공주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마리 공주 역시 내심 화장에 특별히 공을 들인 오늘을 계기로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인이라는 명성을 차지하고 싶었다.

 

  마리 공주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마차에서 내려오자마자 호들갑을 떠는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마리 언니! 오늘따라 마리 언니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군요!"

 

  마리 공주의 마차가 에든버러 궁전에 당도했다는 소식을 들은 샬롯 공주가 궁문 앞까지 마중나온 것이다.

 

  "샬롯, 오랜만이구나. 칭찬해줘서 고맙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 보인다는 말을 듣자 기분이 좋아진 마리 공주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는 지금 궁전에 있니?"

 

  "네, 에반젤린 공주는 지금 궁전에 있어요."

 

  "에반젤린 공주가 지금 궁전에 있다면 나한테 소개인사 좀 시켜주겠니?"

 

  "좋아요."

 

  마리 공주가 물었다.

 

  "지금 어디에 있지?"

 

  샬롯 공주는 자신의 뒤쪽을 가리켰다.

 

  "지금 오라버니와 함께 이쪽으로 오시고 있어요."

 

  마리 공주가 뒤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마리, 내 사촌 누이가 왔구나!"

 

  로버트 왕자가 비단 휘장으로 창을 가린 의자가마를 든 네 명의 병사들과 잉글랜드 기사복을 입은 대단히 잘생긴 기사와 나란히 궁문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마리 공주는 비단 휘장으로 창을 가린 의자가마 안에 에반젤린 공주가 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촌 오라버니, 오랜만이군요."

 

  인삿말을 건넨 마리 공주는 최대한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로버트 왕자에게 물었다.

 

  "이 의자가마에 타고 계신 분이 사촌 오라버니와 혼담이 오가고 있으시다는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이신가요?"

 

  바로 이때 로버트 왕자의 입에서 마리 공주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와 나는 혼담이 오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혼담이 정해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로버트 왕자는 마리 공주가 이전부터 자신에게 호감이 있는 줄 알고 있어 단념해 달라는 뜻으로 말한 것이다.

 

  순간, 마리 공주의 가슴은 질투심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에반젤린 공주가 대체 얼마나 예쁘길래, 내가 사모하는 사촌 오라버니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순간 마리 공주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에반젤린 공주가 얼나마 예쁜지 내 눈으로 확인해봐야겠어.'

 

  마리 공주는 속내를 감춘 채 미소를 지으며 로버트 왕자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잉글랜드 공주와 혼담이 정해진 것을 축하드려요."

 

  로버트 왕자는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참으로 고맙구나. 너도 어서 좋은 인연을 만나기를 바란다."

 

  마리 공주는 속으로 생각했다.

 

  '흥, 제가 좋은 인연을 만나기를 바란다고요? 제가 그렇게 쉽게 사촌 오라버니를 포기할 줄 아셨다면 절 잘못보신 것이군요.'

 

  마리 공주는 말로만 로버트 왕자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을 뿐, 자신이 사모해온 사촌 오라버니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저를 생각해 주셔서 정말 고맙군요."

 

  마리 공주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로버트 왕자에게 말했다.

 

  "실은 제가 이전부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에반젤린 공주를 뵙고 싶었는데, 소개시켜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로버트 왕자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에반젤린 공주를 소개시켜 주마."

 

  바로 이때 의자가마 안에서 에반젤린 공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자가마를 내려놓아 주세요."

 

  네 명의 병사들이 의자가마를 내려놓자, 에반젤린 공주가 의자가마 밖으로 나와 로버트 왕자에게 말했다.

 

  "저도 이전부터 프랑스의 마리 공주를 뵙고 싶었는데, 참 잘 되었군요."

 

  그러고는 곧장 마리 공주에게 인사했다.

 

  "마리 공주, 저는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입니다. 이전부터 공주를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뵙게 되어 참으로 반갑습니다."

 

  마리 공주는 에반젤린 공주의 얼굴이 자신에게로 향하는 순간, 놀라움과 함께 질투심이 솟구쳐 감탄사를 내뱉고 말았다.

 

  "세상에!"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있을 수 있다니!

 

  황금빛나는 긴 금발머리, 흰눈처럼 하얀 얼굴, 조각같은 완벽한 이목구비, 천사처럼 지극히 아름다운 에반젤린 공주의 얼굴을 보자 마리 공주는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은 마리 공주는 질투심 어린 눈빛으로 에반젤린 공주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에반젤린 공주는 마리 공주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얼굴만 뚫어지게 쳐다보자 어찌할 바를 몰라 로버트 왕자를 바라보았다.

 

  로버트 왕자에게 어찌해야 되는지 물은 것이다.

 

  로버트 왕자가 웃으며 마리 공주에게 말했다.

 

  "하하하....... 마리, 네가 천사처럼 아름다우신 에반젤린 공주의 미모에 놀란 모양이구나. 하지만, 네가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면 공주께서 당황하시지 않겠느냐?"

 

  이때서야 정신을 차린 마리 공주는 끓어오르는 질투심을 참은 채 애써 미소를 지으며 로버트 왕자에게 농담조로 말했다.

 

  "어머, 제가 오라버니의 말씀대로 천사처럼 아름다우신 잉글랜드 공주의 미모에 놀라 정신을 잃었군요."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에반젤린 공주에게 말했다.

 

  "에반젤린 공주, 제가 그대의 미모에 놀라 실례한 것이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에반젤린 공주는 부끄러워 얼굴을 붉힌 채 손사래를 쳤다.

 

  "괜찮아요. 오히려 공주께서 부족한 제게 칭찬의 말씀을 해주셔서 무한한 영광입니다. 또한 이전부터 뵙고 싶었던 마리 공주를 뵈어 몹시 반가워요."

 

  마리 공주는 에반젤린 공주의 겸손한 모습을 보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은 생각이 있어! 에반젤린 공주는 사람이 좋아 보이니, 친구가 된 후 내가 이전부터 사촌 오라버니를 사모해왔으니 양보해 달라 정중히 부탁한다면 양보할지 모르겠군.'

 

  이런 꿍꿍이로 마리 공주는 에반젤린 공주의 손을 잡으며 다짜고짜 물었다.

 

  "에반젤린 공주, 저의 친구가 되어 주시겠어요?"

 

  에반젤린 공주는 마리 공주의 손을 맞잡은 채 반갑게 미소를 지었다.

 

  "명망이 높으신 마리 공주께서 저의 친구가 되어 주시겠다니, 저로선 더없이 감사할 따름이지요."

 

  바로 이때 샬롯 공주가 끼어들었다.

 

  "저도 공주의 친구가 되고 싶어요."

 

  에반젤린 공주는 샬롯 공주까지 덩달아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하자 말할 수 없이 기뻐 함박 미소를 지은 채 샬롯 공주에게 손을 내밀었다.

 

  "저야말로 샬롯 공주의 친구가 되고 싶었는데, 너무 감사하군요."

 

  에반젤린 공주는 마리 공주와 샬롯 공주의 손을 잡은 채 기뻐 어쩔 줄 몰라 마냥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마리 공주, 샬롯 공주, 부족한 저의 친구가 되어 주셔서 말할 수 없이 기쁘고 또한 무한히 감사드립니다."

 

  마리 공주도 미소를 지었다.

 

  "저야말로 세계 최고의 미인이신 에반젤린 공주의 친구가 되었으니 무한한 영광이지요."

 

  샬롯 공주도 미소를 지었다.

 

  "제 오라버니와 혼인하실 분은 곧 스코틀랜드의 왕비가 되실 분이니, 저야말로 무한한 영광이지요."

 

  이때 로버트 왕자가 기뻐 박수를 치며 에반젤린 공주에게 말했다.

 

  "이제 내 누이와 사촌누이 모두 그대의 친구가 되었으니, 아름다운 우정을 나누기를 바라겠소."

 

  "제가 바라던 바예요."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를 마리 공주에게 소개시켜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니, 잠깐 나와봐요. 제 새로운 친구를 소개시켜 줄게요."

 

  위니는 자신이 나설 자리가 아니라 생각했지만, 에반젤린 공주의 말에 따르지 않을 수 없어 곧바로 의자가마 밖으로 나왔다.

 

  마리 공주는 위니의 얼굴이 울퉁불퉁하고 못생긴 것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외마디를 내뱉었다.

 

  "어머나!"

 

  순간, 자신의 실례를 깨달은 마리 공주가 에반젤린 공주에게 물었다.

 

  "처음 보는 소녀인데, 스코틀랜드 시녀는 아닌 것 같고 잉글랜드 시녀인가요?"

 

  스코틀랜드 궁전 시녀들의 얼굴을 알고 있는 마리 공주는 위니가 잉글랜드 시녀일 것이라 생각했다.

 

  에반젤린 공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위니를 가리켰다.

 

  "위니는 제 둘도 없는 친구예요. 시녀가 아닙니다."

 

  마리 공주는 자신이 실례했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공주의 둘도 없는 친구를 시녀로 잘못봐 죄송하군요."

 

  에반젤린 공주는 손사래를 쳤다.

 

  "아니예요. 제가 먼저 위니가 제 친구란 사실을 말씀드렸어야 하는데, 미처 말씀드리지 못해 오히려 제가 죄송해요."

 

  마리 공주는 미소를 지었다.

 

  "제가 잘못했는데도 그렇게 말씀하시다니, 에반젤린 공주께서는 정말 매너가 좋으시군요."

 

  에반젤린 공주는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칭찬의 말씀, 감사합니다만, 저보다는 마리 공주야말로 매너가 좋으시군요."

 

  그러고는 위니를 가리켰다.

 

  "제 친구 위니는 평민이지만, 둘도 없는 제 친구이니, 잘 부탁드려요."

 

  마리 공주는 위니에게 악수를 청했다.

 

  "위니, 만나서 반가워요."

 

  마리 공주가 손을 내밀자 위니는 얼떨결에 악수를 받았다.

 

  "저야말로 마리 공주님을 뵈어 영광이고 반갑습니다."

 

  마리 공주와 악수를 나눈 위니는 귓속말로 에반젤린 공주에게 물었다.

 

  "저같은 평민이 존귀하신 프랑스 공주님과 악수를 나누어도 실례가 되는 것이 아닌지요."

 

  에반젤린 공주는 근심어린 얼굴로 묻는 위니를 향해 미소를 짓더니 위니의 귀에 속삭였다.

 

  "마리 공주가 먼저 악수를 청했으니, 상관없어요."

 

  그러고는 마리 공주에게 말했다.

 

  "위니가 저한테 평민인 자신이 마리 공주와 악수를 나눈 것이 실례가 되는 것이 아닌지 물어 아니라 말해줬는데, 괜찮겠지요?"

 

  "당연하지요. 제가 먼저 악수를 청했는데요. 위니가 비록 평민이라 해도 공주의 친구이니 마땅히 대접받아야지요."

 

  "제 친구 위니에게 친절히 대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미 날이 어둑해지고 있어 에반젤린 공주가 어둑해진 하늘을 가리켰다.

 

  "마리 공주, 오늘 정말 반가웠습니다. 무엇보다 마리 공주와 샬롯 공주와 친구가 되어 정말 기뻐요. 그런데, 저는 별장으로 가고 있던 중이라 이만 날이 저물기 전에 가봐야겠어요. 내일이든 언제든 다시 뵈어요."

 

  마리 공주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에반젤린 공주에게 물었다.

 

  "별장으로 가신다고요? 공주께서는 궁전에 머무르시지 않으시나요?"

 

  에반젤린 공주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별장에 머무르기로 했어요."

 

  이때서야 샬롯 공주가 깜빡 했다는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마리 언니, 제가 언니께 양해를 구하는 것을 깜빡 했어요."

 

  그러고는 마리 공주에게 속삭였다.

 

  "제가 언니께 예약해 드렸던 두 개의 방 중 하나를 에반젤린 공주께 양보해 주실 수 있나요?"

 

  마리 공주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샬롯 공주에게 속삭였다.

 

  "그야 당연하지. 에반젤린 공주와 친구가 되었는데, 방이 하나도 없다해도 내가 양보하는 것이 당연하지. 나는 너와 방을 함께 쓰면 되니까."

 

  마리 공주는 별 생각없이 말한 것이지만, 순간 샬롯 공주의 뇌리에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마리 언니와 방을 함께 쓰고, 에반젤린 공주와 위니가 방을 따로 쓰면 리처드 경이 위니를 자주 보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거야.'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샬롯 공주가 마리 공주에게 속삭였다.

 

  "마리 언니, 실은 두 개의 방 모두 에반젤린 공주와 위니에게 주었던 방인데, 언니가 갑자기 오시는 바람에 예약해 드렸던 것이니, 언니가 제 방을 쓰시는 것이 어떻겠어요?"

 

  마리 공주는 로버트 왕자의 마음을 돌리려면 샬롯 공주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게 하지."

 

  마리 공주가 동의하자 샬롯 공주가 에반젤린 공주에게 말했다.

 

  "제 사촌 언니이신 마리 공주께서는 저와 방을 함께 쓰시기로 했어요. 제 처소 옆의 방 두 개를 내어드릴 테니, 별장으로 가시지 마시고 위니와 함께 궁전에 머무르시도록 하세요."

 

  에반젤린 공주가 별장에서 지내는 것이 편할 것 같아 선뜻 대답하지 못하자 샬롯 공주가 부탁조로 말했다.

 

  "제 호의를 거절하시 마시기를 부탁드려요."

 

  에반젤린 공주는 친구가 된 샬롯 공주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궁전에 머무르도록 하지요. 하지만, 두 개의 방은 필요없으니, 방은 하나만 주세요."

 

  샬롯 공주는 에반젤린 공주와 위니가 따로 방을 쓰도록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마리 언니는 제 방을 쓰실 테니, 방을 비워 두는 것보다는 공주와 위니가 방을 따로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때 마리 공주도 나서서 샬롯 공주를 거들었다.

 

  "샬롯 공주의 말이 맞아요. 저는 어차피 샬롯 공주와 방을 함께 쓸 테니, 공주께서 위니와 따로 방을 쓰도록 하세요."

 

  마리 공주는 의자가마 옆에 서 있는 잘생긴 리처드를 보자 샬롯 공주의 속셈을 대략 눈치채고 나선 것이다.

 

  샬롯 공주에 이어 마리 공주까지 이렇게 권하자 마침내 에반젤린 공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두 분 공주의 뜻이 그렇다면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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